292화 석우와 이석, 김용수와 신라 사신단을 잡다.
이석의 수하들 중 몇 명이 우산국 신하로 위장을 한 채 들어오는 배를 맞이하고 다른 군사들은 매복을 하고 있을 때, 신라 사신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포구에 들어서고 있었다.
“여기가 우산국인가?”
“예. 이찬(신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벼슬, 2관등)어른.”
“후우… 반드시 우산국의 왕을 설득시켜서 이곳에 수군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들도 우리와 함께 뜻을 같이하는 나라이니 말이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진평왕은 신라에서 두 번째로 벼슬이 높은 이찬 김용수를 우산국의 사신으로 보냈다.
훗날 기록에는 김용춘이라고도 기록된 사람인데, 이 사람은 천명공주의 남편이기도 하고 진지왕의 장자이며 진평왕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다.
진평왕은 이 일이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기에 자신의 사촌동생을 우산국으로 보낸 것이다.
“배가 포구에 닿았습니다. 저기 우산국의 신하들이 마중 나와 있네요.”
“그렇군. 이제 하선하지.”
“예. 이찬 어른. 모두 하선하자!”
“예!”
김용수는 자신이 데리고 온 사신단과 함께 하선을 한다.
김용수가 하선을 하자 우산국의 신하로 보이는 자들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신라의 사신께 인사 올립니다.”
“그래. 전하께서는 강녕하신가?”
“물론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셔서 알현하시겠습니까?”
“그리해 주게.”
“예. 그럼 저희를 따라 오시지요.”
김용수는 그렇게 우산국의 신하들을 의심 없이 따라간다.
그런데 옆에서 누군가 용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찬 어른. 무언가 이상합니다.”
“응? 무엇이 말인가?”
“제가 예전에 온 바에 의하면 우산국은 우리 신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말할 때 억양이 우리와 비슷합니다. 헌데 지금 말하는 저 자들은… 억양이 전혀 다릅니다.”
“꼭 지역 사람들만 우산국의 신하가 되라는 법이 있는가? 다른 나라에서도 우산국에 임관하였을 수도 있지 않나? 고구려의 일반 백성이 우산국의 신하가 되었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렇다면 다행이겠으나 수상한 것이 또 있습니다.”
“……?”
“저들의 외관을 보십시오.”
“외관?”
“예. 보통 신하들이라 하면 관복만 갖춰 입고 나오기에 저런 모습들이 아닙니다. 저 모습은 필시… 관복 안에 갑옷을 입은 모습입니다. 무언가 둔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건 나도 이상하게 생각을 했었네. 하지만 요즘 해적들이나 고구려 수군들이 이 근처를 돌아다닌다고 하니 저렇게 복색을 갖춘 것이 아닐까?”
용수의 말에 수하는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아까 저희가 내렸을 때 미리 양해를 구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한 마디도 없이 그저 따라오라는 말 뿐입니다. 그리고…….”
“……?”
“예전에 제가 사신단을 따라 왔을 때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저희 신라에서 사신으로 오면 같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우산국의 왕을 알현하러 갔단 말입니다. 헌데 지금은 보십시오. 저희 사신단을 완전 배제하고 제 앞길만 보고 가지 않습니까?”
용수는 수하로부터 그 말을 들으니 점점 의심이 깊어져 간다.
수하도 용수의 눈빛을 눈치 채고는 앞에 사람들에게 말한다.
“이보시게.”
“……?”
“이찬 어른께서 우산국의 전하께 진상할 선물을 잠시 놓고 왔다는구만. 다시 배에 갔다 올 수 있겠는가?”
수하의 말에 우산국의 신하들 중 한명이 피식 웃으며 소리친다.
“선물 때문에 배에 다시 갔다 온다고?! 하하하! 그 말은… 우리가 하는 행동을 눈치챘다는 것이군! 애들아!!”
한 사람이 큰 소리를 외치며 손을 위로 들자 어디선가 매복해 놓은 군사들이 신라 사신단을 에워싸며 활을 겨눈다. 그 모습에 용수가 호통을 친다.
“이게 무슨 짓인가?!!”
“하하하! 눈치하나 빠르구나. 그거 하나는 칭찬해 주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너희가 이 우산국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말이지!”
“이 놈들… 감히 우리 신라를 배신한 것이냐?!”
“뭐? 배신! 하하하! 네 놈의 눈에는 우리가 우산국의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냐?!”
“뭐라?!”
우산국의 신하들은 용수에게 그렇게 말을 하더니 우산국 신하 복장을 모두 벗어 던진다.
그리고 또 한 번 손을 드는데…….
“저 깃발은…….”
“이찬 어른! 저… 저 깃발은… 삼족오입니다! 고구려 상징 말입니다!”
“그… 그 말은…….”
“제기랄… 우산국은 고구려에 정복당한 겁니다. 어쩐지 근래 들어 소식이 뜸하긴 했습니다.”
“…….”
“하하하! 이제 알았느냐?! 뭣들 하느냐?! 저 신라 사신단 모두를 포박하라!”
“예!”
고구려의 궁병들이 활을 겨누고 있어서 신라 사신단은 미처 저항할 새도 없이 군사들에게 포박을 당한다.
용수가 사신단 모두와 함께 포박을 당하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석우와 이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수고가 많았다.”
“아닙니다. 일을 하마터면 그르칠 뻔했습니다. 마지막에 눈치를 채고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서 말입니다.”
“그래도 다 잡았으니 되었다. 그런데… 신라의 이찬이라 했던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분명 그렇게 들었습니다.”
“으음… 한번 심문해 보고 그 본인에 대한 신분에 대해 밝히지 않으면 신라로 세작을 띄워서 이찬의 신분을 알아내도록 해야겠다.”
“예. 혹시 모르니 지금 당장 세작을 띄워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둘은 용수와 사신단을 사로잡은 군사들을 격려해 준 후, 용수 앞으로 다가가 말한다.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냐?”
“당신이 알 것 없소.”
“하하하! 그렇겠지. 하지만 뻔해.”
“……?”
“수군을 우산국에서 양성하려 했겠지. 우리 눈에 들키지 않고 말이야.”
“……!”
“왜? 너무 정곡을 찔렀나? 순간 표정이 변한 것 보니 맞나보구만.”
“…….”
“이찬 벼슬에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
“그렇소…….”
“그대 이름은?”
“…….”
“뭐… 말하지 않아도 좋네. 어차피 신라에 세작들을 보내면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되도록이면 우리에게 다 말하는 것이 좋을 거야. 자네들이 우리와의 조약을 어긴 대가로… 우린 바로 신라를 칠 예정이거든.”
“……!”
“너희들이 조약을 위반한 것이니 우리도 그 조약을 깨고 마음대로 하겠다.”
석우는 이렇게 말을 하더니 주변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여봐라! 일단 이 놈들을 옥에 가두어 두거라!”
“예!! 총사!!”
그렇게 고구려 군사들이 신라 사신단 모두를 포박하여 옥으로 끌고 가는데 용수가 끌려가지 않으려 용을 쓰며 소리친다.
“네 이놈들!! 어찌 이리도 우리를 핍박하는 것이냐?! 이렇게 핍박해 놓고 너희가 무사히 살아날 성 싶으냐?!”
용수의 말에 이번에는 이석이 잠시 그들을 불러 세우고는 말한다.
“너희를 핍박한다고? 하하하!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군.”
“뭐… 뭐라?”
“신라 너희 놈들이 지금까지 우리 고구려에 했던 것을 생각하면 네가 하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다.”
“그… 그래도 우리는 너희 나라를 이렇게까지 핍박한 경우는 없었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겠지!! 백제와도 싸워야 하니 말이야!! 아닌가?!”
“……!”
“과거 우리의 광개토태왕께서 백제와 왜로부터 너희 신라를 지켜 준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었다. 헌데 너희는 어떻게 했느냐? 오히려 우리 영토를 공격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았지. 거기다 근래에도 조약을 맺기 전까지 너희의 파렴치한 행동은 계속 되었고 지금도 우리와 조약을 위반해가며 뒤통수를 치려하지 않느냐?”
“…….”
“이 말을 너에게 해주고 싶군. 다 자업자득이라고 말이야. 너희가 한 행동으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일이 닥친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의 언행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야! 뭣들 하느냐?! 끌고 가라!”
“예! 장군! 끌고 가라!”
그렇게 이석이 모든 말을 마치자 군사들이 용수와 사신단을 끌고 간다.
용수는 이석의 말을 듣고는 다급하게 외친다.
“제… 제발…! 우리 신라를 공격하지 말아 주시오! 이렇게 부탁하오! 제발……!”
용수는 다급하면서 절규하듯 소리치지만, 이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석우와 함께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회의를 하는 방으로 향한다.
잠시 후…….
둘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일이 잘 되었으니 이제 바로 용양장군에게 서찰을 띄워야겠소.”
“예. 그래야 할 겁니다. 그 글은 소장이 보내겠습니다.”
“오!!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그럼 난 신라로 출진할 준비를 미리 해두겠소.”
“알겠습니다. 아… 그나저나… 이제 이대로 신라 서라벌로 가면 배에서 멀미하는 사람들이 또 할까 봐 걱정이군요.”
“괜찮을 것이오. 한 번 배를 타고 왔던 경험이 있는데다가 지금 육군들로 하여금 배에 탔을 때 멀미가 심하게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적응 훈련도 하고 있으니 말이오. 단기간에 모두가 되지 않겠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석우는 이석에게 부탁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동현에게 서찰을 써서 전령을 띄웠다.
며칠 뒤…….
“조약을 맺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신라왕이 사고를 치는군요.”
“후후후. 그러게 말일세. 이렇게 된 이상 신라는 끝이다. 이제 석우 부총사가 배를 띄우기 좋은 날을 택하여 신라 서라벌로 군사들을 상륙시켜서 공격할 테니 말이야.”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육군도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선을 끌어 줘야 우리 쪽으로 군사들이 몰려들 테고 그 틈에 수군이 서라벌을 칠 테니 말입니다.”
“그래. 그것이 본래 우리가 세웠던 작전이지. 고요종에게 서찰을 보내게. 신라를 공격하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장군.”
“그리고 이번에 신라 국경과 맞닿아 있는 한강 유역의 성들의 처려근지에게도 사람을 보내서 신라를 공격하도록 하게. 우리와 고요종만 공격하는 것은 큰 위협이 되지 못해.”
“하지만 이제 막 되찾은 한강 유역입니다. 민심부터 우선이 아닙니까?”
“그래. 그 말이 맞아. 헌데 자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어.”
“……?”
“나와 고요종을 제외한 한강 유역의 처려근지들은 실질적인 공격은 하지 않아도 돼.”
“아… 국경으로 군사들만 이동시켜서 압박만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바로 보았네. 나와 고요종이 공격을 하고 한강 유역 성들의 우리 고구려 군이 국경으로 군사들을 이동시켜 압박한다면 신라는 더욱 혼란에 빠지겠지.”
이정은 동현의 말을 듣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역시 장군이십니다. 아주 탁월하신 계책입니다. 다만 거기에 한 가지 계책을 더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오! 무엇인가? 말해보게.”
“신라는 우리가 군을 공격하면서 계속 압박하면 혼란이 가중될 것입니다. 거기다 소문 하나를 더욱 크게 내십시오.”
“소문?”
“예. 신라가 멸망한 것으로 보이는 징조를 신라에 흘리는 겁니다.”
“멸망의 징조라…….”
“예. 멸망의 징조로 인한 소문으로 인해 백성들의 민심이 흔들릴 것이고 이것이 수도로 들어가게 되면 그 귀족들 또한 크게 흔들릴 것입니다.”
“거기다 전쟁에 계속 지면서 밀리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면 우리 고구려에 붙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투항을 하겠지.”
“그렇습니다. 장군.”
“아주 좋은 계책이다. 이정. 하고 싶은 데로 해 보거라!”
“예! 장군!”
이정은 동현의 허락을 얻자마자 바로 방을 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