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화 조송, 진평왕에게 김국반 반환에 대한 조건을 걸다.
고요종은 박준의 조언을 받아들여 백성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군둔과 민둔을 동시에 시행했다.
그리고 요새화 작업도 진행을 하였는데 다행히 백성들이 솔직하게 말하는 고요종을 이해해 주면서 남천은 안정화 되어갔다.
이 소식을 당항성에서 서찰을 받아 확인한 동현은 미소를 짓더니 서찰을 가지고 온 전령에게 말한다.
“고요종에게 가서 아주 잘했다고 전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꼭 전해라. 이제 이 당항성과 남천을 우리 고구려가 점령한 만큼 신라의 세작들은 분명 잠입해 올 것이야. 세작들을 철저하게 잡아서 내부의 일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라고 해. 알겠나?”
“예! 장군!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곳에서 푹 쉬다가 내일 날이 밝으면 가게.”
“예! 장군!!”
동현은 그렇게 전령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고 내보냈다.
전령이 방을 나가자 옆에 같이 앉아있던 이정이 말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군요.”
“이게 다 자네 덕이야.”
“과찬이십니다.”
“아… 참. 그나저나… 이곳의 수비를 강화하라고 했는데… 잘 되고 있는가?”
“물론입니다. 장군. 장군과 제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지정한 지점에 목책을 두르고 함정을 파두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통과하더라도 김국반을 잡았을 때처럼 길목을 막아놓고 파진포를 매설해 놓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수고했네. 아… 김국반은 지금 어찌하고 있는가?”
“현재 김국반은 한쪽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은 부위가 심한지라 매일 고통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특히 잘 때가 되면 끙끙 앓는다고 하더군요.”
“음… 그러면 안 되는데… 의원은 보내 주었는가?”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국반에게 가서 전하게. 이대로 죽고 싶으면 계속 치료를 거부하라고 말이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김국반은 신라의 황족이다. 황족인 만큼 신라로 돌아가고 싶어 하겠지. 신라왕의 명령에 의해 당항성으로 왔지만 그는 야심이 큰 자로 알고 있다.”
동현의 말에 이정은 무언가 깨달은 듯 대답한다.
“아… 김국반에게 신라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은연 중에 내비치라는 것이군요.”
“역시 자네야. 맞네. 그리고 이번 당항성에서의 전투에서 공을 세우면 자신의 입지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는 실패했네. 그렇다면 그는 죽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야.”
“음… 아무래도 반드시 살아남아 신라로 돌아가서 도성에서 일을 꾸며 반드시 왕이 되려 하겠지요. 특히 이번 전투에서 자신이 크게 져 생포까지 되었으니 자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을 본인이 알 것이니 말입니다.”
“정확히 보았군. 내 생각도 그러하이. 그러니 우리는 이것을 이용해야 하네.”
“신라에 김국반을 생포했다고 사신을 보내실 생각입니까?”
“그렇다네. 신라왕은 인정이 많은 자… 자신의 동생을 어떻게든 살리려 할 것이고 김국반은 자신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 쪽에서 넌지시 보여 주면 치료를 받으려 하겠지.”
“김국반을 어떻게든 살려서 신라 내부를 흔드실 생각이시군요.”
“맞네. 황족이 다른 나라에 포로로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아마 김국반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신하들과 그대로 두자는 신하들끼리 파가 갈려 논쟁을 벌일 것일세. 그렇다면 신라는 혼란한 정국에 빠지게 되겠지. 그때… 수군으로 신라를 친다면…….”
“기가 막힌 계책이십니다. 역시 장군의 계책은 제가 따를 수가 없습니다.”
“별말을… 자네가 더 대단하지. 이번 전투도 자네가 그린 큰 그림이 아닌가?”
동현의 말에 이정은 아무 대답 없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런 이정을 보며 동현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자네는 신라로 누굴 사신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는가?”
“조송과 수연이를 함께 보내십시오.”
“백제에 보냈던 것처럼 말인가?”
“그렇습니다. 둘을 함께 보내면 바로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으음… 좋아. 다만 보내기 전에 태왕 폐하께 상소를 올려서…….”
“장군. 장군께서는 어차피 모든 권한을 위임받으신 상태입니다. 지금은 전시 상황인 만큼 정석대로 해서는 아니 됩니다.”
“자네 말은… 사신을 먼저 보내고 태왕 폐하께 상소를 올리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사신을 보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으음…….”
“본디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출전한 장수는 그 나라 지존의 명령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그 권한을 행사할 때입니다.”
“…….”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 장군께 모든 권한을 주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만큼 장군을 믿는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태왕 폐하를 믿으십시오. 장군.”
이정의 말에 동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태왕 폐하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네.”
“예? 그럼…….”
“내가 자네 말대로 시행하여 움직인다고 치세. 그렇다면 그 주변 귀족들은 태왕 폐하께 어떤 식으로 고할 것 같나?”
“아… 귀족들을 우려하시고 계신 것이로군요.”
“그렇다네.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 강력한 황권으로 그들을 찍어 누르고 있지만 내가 자네 말을 따라 권한을 행사하면 분명 귀족들은 뭉쳐서 나를 공격할 것이야. 태왕 폐하께 내가 한 행동은 월권이라며 상소문을 올려대겠지.”
“…….”
“태왕 폐하께서 쉽게 흔들릴 사람은 아니시지만, 그래도 귀족들의 의견이 모이고 모여서 작정하고 나를 공격한다면 태왕 폐하께서도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의 심리니깐 말이야.”
“그렇다면… 이 일을 막리지나 대모달에게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막리지나 대모달에게?”
“예. 귀족 못지않게 이제 우리도 세력이 커졌습니다. 장군이 말씀하신 과거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 덕분에 귀족들에 대항하는 신진 세력들이 커졌고 우리를 지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동현은 이정의 말을 듣고 잠시 아무 대답 없이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긴다.
“으음… 과연…….”
동현은 생각을 마친 듯 이정에게 묻는다.
“미리 막리지와 대모달께 이 말을 알려 주어서 신진 세력들이 우리가 한 행동을 지지하도록 미리 여론을 만들어 놓자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귀족들이 이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는 그들이 상소를 올려도 태왕 폐하께서도 장군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이 있으니 그들의 의견을 황권으로 계속 찍어 누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지금 장군을 지지하는 세력은 곧 태왕 폐하를 지지하는 세력을 말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래. 옳은 말이야… 태왕 폐하와 난 같은 배를 탄 운명이지. 좋아… 자네 말대로 하지. 일단 막리지와 대모달께 먼저 전령을 띄워 소식을 전하고 다음 날 태왕 폐하께 이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전령을 보내지. 그리고 지금 당장은 바로 신라로 사신을 보내야겠어.”
“역시 장군이십니다.”
동현은 이정의 조언을 받아들여 바로 실행에 옮겼다.
조송과 수연을 신라 사신으로 보내어 김국반에 대한 포로 송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라가 함부로 고구려에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신라는 기존에 당항성과 남천이 점령당했다는 소식에 지원군을 보내려했다.
당항성이 수나라와 교류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곳이었기에 우선적으로 되찾으려고 지원군을 보낸 상태였다.
하지만 이 일이 김국반이 생포당하면서 급변했다.
황족인 그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는 상태였고 진평왕은 소식을 듣자마자 다급하게 당항성으로 진군하던 군에 서찰을 보내 멈추게 했다.
그러자 신라 조정에서는 고구려 사신으로 온 조송과 수연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만다로 크게 논쟁이 생겼고 이에 크게 혼란하게 되었다.
진평왕은 그런 신하들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하아… 요즘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 것인가? 국반이가 잡히면서 안 그래도 힘들던 전선이 더 힘들어지고 있어… 백제를 상대하는 것도 힘든데 고구려까지? 이를 어찌한다…….’
진평왕은 며칠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이 일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와 싸운다는 것은 우리 신라를 점점 궁지로 몰리게 하는 일이야. 그래… 고구려에 일단 숙여야겠다. 그리고 백제만 상대해야겠어! 일단… 고구려 사신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들어봐야겠군.’
신라의 진평왕은 무언가 결심한 듯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고구려 사신인 조송을 만났다.
“저번에 자네들이 국반이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한강 유역을 내놓으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정말 오래 고민했네…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단 우리도 조건이 있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더 이상 우리 신라에 대한 공격을 멈춰 주었으면 하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지금 백제만 상대하기에도 벅차. 그러니 부탁하네.” 해 보다
조송은 진평왕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이제야 협상에 조금 진전을 보이는군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우리 태왕 폐하께서는 과거 광개토태왕 폐하께서 신라를 도와주었음에도 그 후대에 뒤통수를 친 것에 대해 신라를 매우 안 좋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지금 잘해 줘 봐야 언젠가 다시 배신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신라라고 말씀하시기까지 하셨습니다.”
“…….”
“하지만 신하들이 신라는 그래도 수나라와 싸우려면 꼭 필요한 나라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설득을 하자 태왕 폐하께서도 조건부로 신라와 교류하는 것을 허락하셨죠.”
“그 조건이… 무엇인가?”
“일단 첫째로 신라가 우리 고구려의 속국이 확실하다는 것을 위해 입조를 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폐하가 아니면 그 아들이 오도록 말입니다.”
“…….”
“둘째로는 신라 황족 중 한 명을 볼모로 보내라는 것입니다. 아… 단! 김국반은 제외입니다. 이번에 넘길 포로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또 있는가?”
“예.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송의 말에 진평왕은 긴장 된 표정으로 조송의 말을 기다린다.
“마지막 셋째는 현재 있는 신라 수군을 해체 시키십시오.”
“뭐라?!”
“신라 수군을 해체시키는 것이 세 번째 조건입니다.”
조송의 말에 진평왕은 당황한다.
“이… 이 시람아! 우리 신라에 왜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네. 우리 수군을 해체시킨다면 더욱 왜구가 침범해 올 것이야!”
“솔직히 지금 신라의 수군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아닙니까?”
“뭐… 뭐라?”
“이미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신라 수군이 왜구에게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
“그러니 신라 수군을 해체시키고 그들이 지키던 곳을 우리 고구려 수군이 지켜드리겠다는 겁니다.”
“뭐… 뭐라? 지금 뭐라 했나?”
“우리 고구려 수군이 신라 수군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평왕은 조송의 말에 벌컥 화를 낸다.
“그것은 너무한 처사네! 어찌 다른 나라 군대를 우리 신라로 들이겠단 말인가!”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협상은 결렬이로군요.”
“…….”
“신라는 계속 백제와 신라에 시달리며 사십시오. 그리고 우리 고구려의 공격도 말입니다.”
“…….”
“이 조항은 솔직히 말해서 신라를 도와주려고 넣은 조항입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거부하시니 어쩔 수가 없군요. 그럼… 이 협상은 끝난 것으로 알고 저는 오늘 오후에 돌아가겠습니다.”
조송은 진평왕에게 말을 하고는 협상 장소인 방을 나갔다.
진평왕은 조송을 붙잡지 못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김후직을 부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