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화 동현, 김국반을 사로잡아 당항성의 항복을 받다.
동현이 군사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있을 때…….
김국반은 계속해서 군사들과 백제의 백기를 추격하며 군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 김국반의 모습에 수하가 조언한다.
“전하!! 이제 더 이상은 아니 됩니다! 주변 지형을 보십시오!”
“으음??”
김국반은 그제야 군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제 멈춰야 합니다.”
“거기 너희 둘!”
“예! 전하!”
“둘은 양쪽 숲을 살펴보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김국반의 말에 두 군사가 양쪽 숲을 살펴보러 간다.
그 모습에 김국반의 수하가 매우 놀란다.
“설마… 전하?!”
“그래. 이대로는 아쉽지 않은가?!”
“아니 됩니다! 더 이상은 들어가셔서는 안 됩니다!”
“이 사람아! 지금 같은 시기를 놓치면 백기를 잡을 수가 없어!”
“전하! 원수를 죽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나는 결코 그렇지 않네! 지금 백기와 백제군을 확실하게 섬멸해야 고구려군만 상대할 수 있을 것이야! 양쪽을 당항성에서 맞는 것은 우리에게 불리하니 말이야!”
“그…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아닙니다! 전하!”
“자네가 말한 것을 우려해서 두 군사를 보내 살피게 한 것이니 기다려 보면 될 것이다!”
“적의 매복이 있다면 절대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습니다!”
“어허! 이제 그만 하거라!!”
김국반이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하에게 호통을 치는데 두 군사가 달려와 김국반에게 보고한다.
“양쪽에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계속 추격한다!”
“전하!!”
“나를 계속 말릴 거면 너는 여기 있거라. 나는 추격 하겠다! 가자!”
김국반은 그렇게 말을 하며 자신의 말에 채찍질을 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자 수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뒤를 따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구려의 척후병은 동현에게 바로 보고를 했다.
“내가 말한 지점에 길을 막아 두었겠지?”
“물론입니다! 장군!”
“이제 신라군은 그곳에서 막힐 것이다. 그리고 다섯을 세었을 때 파진포가 차례대로 폭발할 것이니 전부 다 폭발하고 내가 신호하면 좀 전에 말했듯이 남은 신라군을 공격해라. 항복을 하는 신라군은 받아 주고 그렇지 않은 놈들은 모두 죽여! 알겠느냐?!”
“예! 장군!”
동현이 다시 한번 신신 당부를 하는데 멀리서 많은 수의 군사들이 달려오고 있다는 듯 진동소리가 느껴진다.
그 소리에 동현과 고구려군의 군사, 그리고 뒤따라 온 백제군의 백기도 숨죽여 보고 있었다.
히히히힝!!
“이 백제 놈들!! 우리의 추격을 늦추기 위해 길을 막아 두었군!”
“전하! 이것은 함정입니다.”
“함정이라니??”
김국반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린다.
콰앙!! 콰앙! 콰아앙!!
“으아아악!!”
“커어억!!”
“으와아아악!!”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땅속에서 큰 흙기둥이 솟는다.
그리고 엄청난 화염이 신라군을 감싸기 시작한다.
“으아아악!!”
“불… 불 좀 꺼줘!! 으아악!!”
콰아아앙! 콰아아앙!
“아아아악!!”
“크아아악!!”
땅속에 묻어둔 파진포가 신라군의 말발굽 소리와 군사들이 뛰는 진동에 반응해 폭발한 것이었다.
파진포를 밟게 되고 숫자 다섯을 세면 폭발하게 만든 것.
이런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신라군은 당연히 걸려들었고 이런 파진포의 폭발로 인해 신라군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으며, 무려 7~8할 이상의 군사가 몸에 불이 붙고 전투 불능이 되었다.
김국반도 그런 파진포의 위력에 부상을 당하고 만다.
“이게 대체 무슨…….”
“전하! 전하의 팔과 다리에 불이?!”
“어… 어어억!”
팔과 다리에 붙은 불로 김국반이 고통스러워하자 측근의 수하는 빠르게 자신이 입고 있던 갑옷을 벗어 팔과 다리를 한 번에 덮는다.
그러자 겨우 꺼진 불… 하지만 불로 인해 김국반은 큰 부상을 입었고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으으으…….”
“전하!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해야 합니다!”
“크윽… 미안하다.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이런 꼴이…….”
“지금 그런 말씀을 하셔 봐야 소용없습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 그래…….”
“여봐라! 얼른 말을 가지고 오너라! 얼른!”
수하는 김국반을 어떻게든 탈출 시키려 말을 가져오게 한다.
그러자 곁에서 같이 있던 군사 한 명이 간신히 말 한 필을 가져온다.
그러자 수하는 김국반과 함께 같이 말 위에 오르며 장소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데 그때…….
“어딜 도망가느냐?! 여봐라! 쏴라!!”
“불화살을 쏴라!!”
시이익! 시이이익!!
퍼억! 퍽! 퍼어억!!
“으아아악!!”
“커억!!”
“히이이잉!!”
동현은 살아남은 신라군을 향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불화살을 쏘게 한다.
가뜩이나 파진포로 인한 연기와 화염으로 시야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 불화살이 날아오자 그나마 살아남은 신라군은 속수무책으로 화살을 맞았고 달아나려던 김국반과 수하도 말이 화살을 맞자 낙마하고 말았다.
그러자 동현이 다시 한번 명령한다.
“돌격! 돌격하라! 신라군의 퇴로를 막고 적을 모조리 섬멸하라!”
“와! 와! 와!!”
“그리고 김국반이 살아남았으면 꼭 생포하도록!!”
“예!! 장군!”
동현의 명령에 고구려와 백제 연합군은 불화살을 쏘던 것을 멈추고 양쪽 숲에서 내려와 신라군이 달아나려는 길목을 막는다.
김국반의 수하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간신히 말을 구해 김국반을 태우고 탈출하려는데 그 앞을 누군가 가로 막는다.
“어딜 가느냐?!”
“너… 너는 백기?!”
“하하하! 그래! 꼴좋구나!”
“네 이놈…! 널 여기서 반드시 죽여 전하를 모시고 반드시 탈출하겠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보거라! 이럇!!”
백기는 수하 뒤에 타고 있는 김국반을 잡으려 바로 달려들었다.
김국반의 수하는 어떻게든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생각했고 백기의 창을 받으며 상대해 나갔다.
하지만…….
까앙! 깡! 까아앙! 깡!
“하아아압!!”
푸우우욱!!
“크어억!!”
“동아야!!”
“소… 송구합니다. 전하… 저… 전하를 지켜드리지 못해서…….”
김국반의 수하인 동아라는 사내는 백기의 무예를 당하지 못하고 목을 찔려 버렸고 그는 죽기 직전 송구하다는 말을 남기고 죽고 말았다.
김국반은 그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데 백기는 이를 보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김국반! 여기서 잡혀줘야겠다!”
“네… 네 이놈!! 내 동생도 모자라서 내가 아끼는 수하까지 죽이다니… 널 용서할 수 없다!”
“한쪽 팔과 다리가 이미 상했군. 남은 한 팔로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내 팔과 다리를 한 쪽 잃었다고 해도… 너 하나는 반드시 죽이고 갈 것이다!”
“하하하! 그럴 수 있다면 어디 해 보거라!”
백기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김국반에게 창을 휘두른다.
김국반은 한쪽 팔로 칼을 꺼내 백기의 공격을 쳐내거나 막는데, 한쪽이 부상을 입다보니 간신히 막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을 간파한 백기는 처음에는 단순히 공격을 주고받다가 순간 방향을 틀어 김국반이 다친 팔 쪽을 창으로 찌른다.
푸우욱!
“어어억!!”
화상으로 인해 이미 큰 부상을 입고 있던 김국반은 백기가 내지르는 창에 결국 중심을 잃고 말 위에서 낙마한다.
그러자 백기가 소리친다.
“저놈을 당장 포박하라!”
“예!”
백제 군사들이 명령을 받고 김국반을 생포하려는데 김국반은 말 위에서 떨어진 상태에서도 무기를 놓지 않고 있었고 끝까지 백제 군사들에게 칼을 휘두르며 저항한다.
하지만 이미 한쪽 팔과 다리가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사방에 백제군이 가득한 지라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백제군에 생포당하고 만다.
백기는 김국반을 사로잡자마자 동현에게 끌고 간다.
그리고 김국반의 뒤로 가 무릎 뒤쪽을 차 동현 앞에 무릎을 꿇린다.
그러자 칼을 닦고 있던 동현도 그제야 칼을 닦는 것을 멈추고 말한다.
“그대가 김국반인가?”
“그렇다…….”
“신라왕의 동생이라 하더군. 맞나?”
“맞다.”
“쯧쯧… 그 꼴이 무엇인가? 꼴이 말이 아니군.”
“…….”
“고통이 상당할 텐데 잘 참는군 그래.”
“으음…….”
동현은 김국반을 보더니 말한다.
“자네가 사로잡힌 것을 성 내에서 알면 당장 문을 열어 주겠지.”
“닥쳐라!! 우리 당항성의 신라군은 내가 없다고 문을 열어 줄 사람들이 아니다!”
“하하하! 당항성은 정예군과 일반군 사이의 차이가 심하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 자네가 백제 장군인 백기를 잡기 위해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동원했다는 것은 정예군을 이곳에 데려왔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현재 당항성에 있는 신라군은 정예가 거의 없고 일반 군사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인데 그들이 자네가 생포당한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돌석비!”
“예! 장군!”
“지금 바로 김국반을 내세워서 당항성의 신라군 항복을 받아라. 이자를 내세우면 바로 항복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장군!”
“네… 네 이놈!!”
김국반이 동현의 말에 분노하는데 그런 김국반을 보며 돌석비가 발로 배를 걷어찬다.
“좀 닥쳐라!”
퍼어억!!
“커억!!”
“쫑알쫑알 말만 많은 놈… 여봐라! 이놈을 말에 태워라! 당항성 성문 앞으로 갈 것이다!”
“예!!”
돌석비는 그렇게 김국반을 내세워 당항성의 항복을 받았다.
한편 그 시기 남천에서는……
“너무 싱거운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적의 계략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나도 그랬네. 만약 식량이나 무기가 없었다면 계략으로 생각했을 것이야. 헌데 고스란히 있는 것을 넘어서 넘치더군.”
“그만큼 이곳을 다스리는 신라의 탐관오리 놈들이 해먹었다는 것이겠지요.”
“맞네. 그리고 백성들을 선동한 것도 한몫했지.”
“그렇습니다. 거기다 세작들이 소문까지 흘렸으니 더욱 쉽게 내부가 흔들렸을 겁니다.”
“아무튼 너무나도 쉽게 이 남천을 점령했다. 이제 이곳을 요새화해야 한다.”
고요종의 말에 박준이 앞으로 나와 말한다.
“고 부장님. 이곳을 요새화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으음… 백성들의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받아들인 것은 이곳을 다스린 신라 놈의 폭정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손쉽게 성문을 열어 준 것이지요.”
“하지만 이곳을 하루라도 빨리 요새화해야 이곳에서 둔전을 일구고 용양장군께서 계획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압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일을 동시에 하고자 합니다.”
“동시에요?”
“예. 백성들의 힘을 빌리면 쉬운 일입니다.”
“백성들의 힘을 빌린다라…….”
“그렇습니다. 일단 1만의 군사로 이곳을 요새화하는데 투입을 하시고 남은 1만의 군사는 둔전을 하십시오. 그리고 이곳을 다스린 신라 놈들의 폭정으로 인해 백성들이 굶주렸을 테니 일단 식량 창고를 풀어 백성들에게 베푸는 겁니다.”
“음… 좋습니다. 그럼 그 다음에는요?”
“백성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시면서 말하는 겁니다. 이 식량도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계속 나누어 주기만 하면 한계가 있으니 이 식량이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고요종은 박준의 말에 의아해한다.
“그렇게 말하면 백성들이 예전처럼 다시 들고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제 뒷말을 더 들으면 백성들은 달라질 것입니다.”
“으음… 계속 말해보십시오.”
“예. 백성들에게 솔직하게 고 부장님께서 생각하신 바를 밝히고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백성들에게 약간의 땅을 주어 농사를 짓게 해주겠다고 하십시오. 그 전까지만 백성들이 배를 곯지 않을 정도로만 앞으로 식량을 나누어 주겠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설마… 민둔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군둔과 민둔을 동시에 운영해서 둔전을 일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군둔과 민둔을 동시에라… 가능 하겠는가?”
“이곳 백성들이 협조만 해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배를 곯지 않을 정도로 자리를 잡힐 때까지 식량을 나누어 준다고 했으니 백성들은 반발하지 않을 겁니다.”
“으음…….”
“용양장군께서도 둔전에 대해서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제게 민둔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지요. 저는 지금 민둔도 꼭 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준의 말에 고요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습니다. 박준님의 의견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용양장군께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의견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자! 그럼 이제 바로 움직입시다! 이곳을 안정시키고 요새화 시키려면 시간이 촉박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계책에 의해 손쉽게 남천을 점령한 고요종은 박준의 의견을 받아들여 남천을 안정시키고 요새화 작업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