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화 백제 백기, 당항성 공격의 백제 지원군으로 합류하다.
동현은 당항성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장수들을 모두 소집한다.
“모두, 모였나?”
“예! 장군!”
“이정. 백제군은 언제쯤 도착한다는 연통이 있었나?”
“아… 예. 오늘 밤에 도착한다고 연통이 왔습니다.”
“오늘 밤이라… 그렇다면 백제군과 함께 당항성을 공격하는 것이 좋겠군. 백제군을 이끄는 장수는 누구라고 하던가?”
“예. 백기라고 합니다.”
“백기라면… 예전에 수나라의 사신으로 갔던 자가 아닌가?”
“맞습니다. 장군. 당시 수나라에서 우리 세작들의 눈에 띄어 저희가 잡아서 하옥을 시켰으나 탈출을 하여 백제로 갔었습니다.”
“그래. 그랬지… 군사는 얼마나 데리고 온다고 연통이 왔나?”
“5천입니다.”
“5천이라… 전부 보병인가?”
“아닙니다. 기병 1천에 보병 4천입니다.”
“기병 1천이라… 백제왕이 조금은 신경을 썼군. 현재 당항성을 지키고 있는 신라 군사는 5만이라 했었던가?”
동현의 말에 이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장군. 이곳이 수나라로 향하는 중요한 곳이고 본래 백제와 자주 다툼을 벌이던 곳이다 보니 꽤 많은 군사를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군사력은 형편없다는 것이지?”
“맞습니다. 장군. 지금 군사력으로 백제군을 막아낸 것이 용할 정도입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나이든 노병이 꽤 많고 무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군사는 절반에 불과합니다.”
“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버틴 것은 군사 수는 많으니 거짓 위세를 올려 백제군이 당항성을 공격할 때 조금이나마 위축되게 만들어 막아냈다는 것인가?”
“그 점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나 장수가 뛰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수가?”
“예. 현재 당항성을 지키는 장수는 김국반이라고 하는데 현재 신라왕의 둘째 동생이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매우 총명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하는군요.”
“으음… 그런 인물이 있다면 당항성을 차지하는데 꽤 큰 희생이 따를 수도 있겠군.”
“예전이라면 그럴 것이나 지금은 아닙니다.”
“응? 그것이 무슨 말인가?”
“듣자하니 우리 고구려 군이 이 당항성으로 오기 불과 며칠 전까지 백제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합니다.”
동현은 이정의 말에 화를 낸다.
“아니?! 이곳은 애초에 우리가 주장으로서 공격을 하고 백제가 당항성 점령을 돕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데 단독으로 공격을 했다고?!”
“제가 앞서 말했듯이 이곳은 본래 백제와 신라 간의 다툼이 잦은 곳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우리는 무시하는 처사다! 이 일을 백기라는 자가 오면 따져야겠군!”
“저도 그러는 것이 옳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으십시오. 다만…….”
“……?”
“너무 압박도 하지 마십시오.”
“응? 그것이 무슨 말인가?”
“우리 고구려의 이번 목적은 신라를 멸망시켜서 우리 영토로 병합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백제는 한 동안 우리말을 잘 듣도록 구슬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고구려가 주장이라는 모습을 보이며 장군의 위엄을 보이는 동시에 백기라는 자를 잘 다독여 주십시오.”
동현의 이정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알겠네. 일리가 있어. 헌데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네.”
“……?”
“사훈이 자네에게 말을 안 해줬나 보군. 지금 백제의 주장인 백기라는 장수는 나와 내통하고 있는 장수라는 것 말이야.”
동현의 말에 이정은 깜짝 놀란다.
“예?! 사훈 군사께서 말한 사람이 지금의 백제 장수였습니까?”
“그렇다네. 이름은 듣지 못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일이 쉬워지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아마 나중에 백제 장수와 다 함께 만난 뒤… 따로 나를 찾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현재 백제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두 말을 해주겠지요.”
“아주 큰 기회다. 신라를 병합한 뒤… 백제까지 우리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기회 말이야. 잘만하면… 백제는 신라처럼 전쟁 없이 병합할 수 있겠어.”
“하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시키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맞아. 그리고 급한 일은 아니지. 지금 당장 급한 일은 저 당항성을 점령하는 일이야. 이정 자네가 큰 피해 없이 당항성을 점령할 수 있도록 계책을 짜보게.”
“예. 장군.”
이정은 동현에게서 명을 받아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 당항성을 손쉽게 점령하기 위한 계책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날 밤…….
“장군. 백제 장수 백기라는 자가 장군을 뵙기를 청합니다.”
“혼자 왔는가? 아니면 수하들과 같이 왔는가?”
“수하들과 같이 왔습니다.”
“몇 명이나?”
“네 명입니다.”
“으음… 안으로 들어오게 해. 그리고 너는 지금 당장 우리 장수들도 모두 내 막사로 모이라고 해라.”
“예!”
그렇게 명령을 받은 군사가 막사를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백기와 함께 백제 장수들이 막사 안으로 들어온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군. 백기라 합니다.”
“만나서 반갑소. 고구려의 용양장군이자 당항성 공략을 맡고 있는 총사 김동현이라 하오.”
“장군의 명성은 우리 백제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항성 공략을 잘 부탁드립니다.”
“별 말을… 둘이 힘을 합쳐서 저 당항성을 빠르게 점령해 봅시다!”
“예! 장군!”
“내가 이곳에 와서 주변의 지형을 살펴보니 이 당항성은 공격하기는 쉬우나 수비를 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어려운 성이오.”
“맞습니다. 장군. 이 당항성을 점령한다고 해도 문제지요. 어떤 식으로 수비를 할지 머리가 매우 아플 테니 말입니다.”
동현은 백기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우리도 그 점을 생각하고 미리 계책을 짜 놓았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항성을 공격하였을 때 희생자가 많이 나면 안 되지 않겠소?”
“맞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그래서 나와 내 밑의 장수들이 계책을 짜 보았소. 일단 신라군은 성 안에서만 당항성을 지키기 어려우니 일부 군사들은 기습적으로 우리 군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 당항성 전투를 손쉽게 이기기 위한 방안은 성 안에 있는 신라 군사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장군께서는 당항성 안에 있는 신라군을 최대한 많이 밖으로 끌어내어 적을 기습하여 섬멸하려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바로 보았소이다. 적이 일부 군사를 거느리고 우리에게 기습을 해올 때 그것을 미끼로 최대한 신라군을 많이 끌어냈으면 좋겠는데… 좋은 계책이 있소? 이것만 해결한다면 당항성 점령은 물론이고 신라군이 많이 죽어 나갈 테니 수비를 굳히는데 충분한 시간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오.”
동현의 말에 백기가 씩 웃으며 대답한다.
“그 일이라면 제게 맡겨 주십시오.”
“응? 백기 장군이 말이오?”
“예. 장군. 지금 당항성을 지키고 있는 장수는 저와 원한 관계가 매우 깊은 자라서 충동질 하면 반드시 나올 겁니다.”
“응? 원한이 깊다고요?”
“예. 장군. 제가 작년에 있었던 전투에서 지금 당항성 성주의 동생을 죽여서 말입니다. 아마 제 이름을 들으면 이를 갈고 많은 군사를 이끌고 저를 죽이러 나올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소. 그렇다면 일이 쉬워지겠구려. 좋소! 백기 장군에게 유인을 해주시오. 아… 그리고 김국반 그 자는 죽이지 말고 사로잡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니 꼭 생포해 주시오.”
“그 자를 신라와의 협상에 이용하려는 것이군요.”
“그렇소이다. 자… 그럼 내일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당항성 앞으로 갑시다. 그리고 바로 공격을 시작하는 거요. 백기 장군은 김국반을 잘 충동질해서 최대한 많은 신라군을 밖으로 끌어내 주십시오.”
“예. 장군. 그 일은 맡겨 주십시오.”
그렇게 동현은 당항성 점령을 위한 계책을 정했다.
그리고 모든 장수들이 각자의 막사로 돌아갔을 때… 한 사람이 동현을 은밀하게 찾고 있었다.
“백기 장군이 보낸 것인가?”
“그렇습니다. 지금 이 앞에 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리하게.”
동현이 허락하자 백기가 막사 안으로 들어온다.
백기는 막사 안에 들어오자마자 동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그래. 자네가 올 줄 알았어.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구만.”
“저도 그렇습니다. 온조 어라하께서 계시를 내려 줘서 이렇게 왔습니다.”
“나도 주몽 태왕께 계시를 받았네. 그런데 얼마 안 있어서 자네에게 서찰이 오더군. 정말 깜짝 놀랐어!”
“그러셨군요…….”
“헌데 자네 정말 괜찮겠는가? 자네의 본심을 다른 자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
“고구려에서 분리되어 나왔다고는 하나 백제는 엄연히 제 조국이니 만큼 온조 어라하의 말을 따르려고 합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거병을 해야겠지요.”
“정말 충신이로군. 존경스러워.”
“과찬이십니다. 헌데…….”
“……?”
“이번에 신라 당항성을 점령하시면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제가 이렇게 백제군을 이끌고 온 목적도 우리에게 가장 큰 적인 수나라를 상대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동현은 백기의 말에 눈앞에 놓인 차 한 잔을 마시며 대답한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게.”
“…….”
“현재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들의 목적은 당항성을 점령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네.”
“예? 그럼…….”
“신라 멸망.”
“예?!”
“우리는 이곳을 치면서 현재 남천을 공격해 점령하는 것도 실행하고 있네.”
“……!”
“그렇게 해서 육군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리고 지원군을 보내 어느 정도 움직였을 것이라고 생각 되었을 때… 우리는 수군을 이용해 신라 서라벌을 직접 공격하여 점령하고 신라왕을 사로잡기로 했지.”
“……!”
백기는 동현의 계책을 듣자 입을 떡 벌리며 아무 대답도 못한다.
동현은 그런 백기를 보며 피식 웃더니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 이번에 자네가 맡은 역할이 막중해. 반드시 당항성의 신라군을 최대한 많이 밖으로 끌어내도록 하게. 그래야 우리 고구려 군의 희생이 적어질 테니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항성을 점령하고 나면 계속해서 신라의 다른 지역들을 산발적으로 공격하면서 압박을 계속할 것이네.”
“다른 성들도 계속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 육군으로 지원군을 보내게 하려는 것이군요.”
“맞네. 이 당항성과 남천만으로는 저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끌 수 있을지 모르니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해두어야지. 이렇게 해야 신라 조정에서 육군으로 하여금 지원군을 보낼 것이 아니겠는가?”
“아주 기가 막힌 계책이십니다. 다만…….”
“실패가 걱정 되는가?”
“예. 장군. 서라벌이 행여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신라 서라벌을 점령하는데 실패하더라도 신라왕을 잡기만 하면 되네.”
“…….”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신라왕에게 항복 절차를 밟으라고 하고 신라를 넘겨받으면 되지. 그렇게 하면 자연히 신라의 모든 영토들이 우리 고구려 영토로 들어올 것이고 말이야. 하하하!”
백기는 동현의 계책에 할 말을 잃는다.
‘과연 온조 어라하께서 말씀해주신 분이시군. 전혀 예상치 못한 계책이다. 이거 잘만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백기가 동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동현이 백기에게 묻는다.
“이보게 백기.”
“예? 예! 장군.”
“자네가 이번 일을 맡아주고 성공시킬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치는 않네. 다만… 이번에 같이 온 자네 밑의 장수들은 믿을만한 자들인가?”
“그… 그것이… 세 명은 제 직속 수하라 걱정이 없으나 두 명은 폐하께서 붙여 준 부장들입니다. 그래서 걱정이 좀 됩니다.”
“으음… 그렇다면 그 두 명의 부장들을 자네와 떨어뜨려 놓는 것이 좋겠군.”
“예?”
“두 부장의 이름을 말해 주게. 그리고 내일 바로 작전을 시작하게 되면 내가 자네에게 장수 두 명만 빌려 달라고 청을 할 것이야. 그러니 그때는 거절하지 말고 무조건 받아들이면서 좀 전에 말한 그 두 장수를 나에게 빌려 주겠다고 말하게. 그럼 자네 말대로 백제군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야.”
“아… 알겠습니다.”
“이제 내 할 말은 다 끝난 것 같군. 자네는 더 할 말이 있나?”
“없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 나가보게. 혹시나 다른 사람 눈에 띄게 될까 두렵군.”
동현의 말에 백기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동현의 막사로 나와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을 자는 것도 잊은 채 한 동안 의자에 앉아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