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화 김서현, 김후직에게 거사를 권유하지만 거절당하다.
김서현은 무언가 결심한 듯 김후직을 살피며 입을 연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긴 합니다.”
“뭐? 그것이 무엇인가?”
“하지만 이 방법은 우리 신라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겁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고요. 그리고 그 사이를… 고구려나 백제가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체 어떤 방법이길래?”
“우리 신라의 근간입니다.”
“근간? 근간이라 하면 자네 설마……?”
“예. 그 설마가 맞습니다.”
김서현의 말에 김후직이 벌컥 화를 낸다.
“이 사람아! 그것이 지금 가능하다고 보나?!”
“이 방법을 타파하는데도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뭐?”
“바로 지금 귀족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새로운 왕을 옹립해 새로운 신라를 만드는 것이지요.”
김후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방법이면 우리 신라의 병폐인 골품제를 폐지할 수 있습니다.”
“자네… 지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아는가? 역모일세?!”
“압니다. 하지만 저는 오직 우리 신라를 위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충직한 병부령 어른이기에 말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
“새벽에 폐하께 고하여 서라벌 궁내로 백제군이 갑자기 침입했다고 말하면서 신하들에게 비상 소집령을 내리는 겁니다. 병부령 어른의 말씀은 폐하께서 철썩 같이 믿으시니 명령을 급히 받아서 비상 소집령을 내리면 신하들은 그 명령을 어길 수 없으니 궁에 입궐하겠지요.”
김서현은 김후직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 그때… 우리 신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자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십시오. 그리고 그 후 전군을 모두 장악하고 폐하를 일단 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감금한 뒤 살아남은 신하들을 모으시는 겁니다. 그리고 신하들과 이야기를 해 새롭게 신라의 왕을 세우고 병부령 어른께서는 전권을 쥐십시오.”
김후직은 김서현의 말에 더욱 놀라며 대답한다.
“이… 이 사람아! 나보고 과거 저 중원의 조조가 되라는 말인가?”
“왜! 그렇게 못 합니까? 그리고 지금 같은 시기는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나라를 바꿀 필요가 있지요. 현재 고구려를 보시면 아주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고구려의 현재 태왕이 얼마나 강력한 황권으로 나라를 바꿔나가고 있습니까?”
“그 사람은 한 나라의 지존이지 않은가?”
“지존이든 아니든 권력을 쥔 자에 의해서 나라의 운명은 결정됩니다. 제가 말한 대로 하면 병부령 어른께서는 한 나라의 권력자가 되시는 것이고 신라를 바꾸실 수가 있습니다.”
“…….”
“결심하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서현의 말에 김후직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김후직의 행동에 김서현은 바로 앞에서 말없이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며칠만 시간을 주게.”
“얼마나 시간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사흘이네.”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사흘 뒤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러게.”
그렇게 김서현은 김후직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김서현이 돌아가자 김후직은 자신의 서재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다.
그런 김후직을 본 아내는 조심스럽게 서재로 들어와 묻는다.
“서방님.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으음? 아… 아니오. 부인.”
“너무나도 늦은 밤인데도 방에 들어오시지 않고 서재에 불이 켜져 있어서 말입니다.”
“아… 그랬구려. 미안하오. 부인.”
“아닙니다. 서방님. 헌데… 대체 무슨 고민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오. 자, 가서 자십시다.”
그렇게 김후직은 복잡한 마음을 품고는 잘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사흘 뒤…….
김서현은 김후직의 집에 다시 찾아왔다.
“…….”
“병부령 어른. 말씀해주십시오.”
“후우… 솔직히 말하겠네. 나는 자네의 제안을 거절하겠네.”
“어째서 말입니까?”
“자네 말대로 하면 신라는 분명 바뀔 수 있겠지. 그리고 내가 권력을 쥐었으니 네 입맛대로 나라를 운영해도 되고 말이야.”
“한데 왜…….”
“내가 권력자가 될 자신이 없네.”
김서현은 알 수 없다는 듯이 김후직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일세. 나는 권력자가 될 자신이 없어. 내가 변할 것 같아서 말이지.”
“변한다는 말씀은??”
“자네도 알지 않은가??”
“…….”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말을 해도 권력을 쥐게 되면 바로 돌변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 아니겠는가?”
김서현은 김후직의 대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권력자가 되면 자신은 초심을 잃고 변할 것 같다는 말… 김서현은 김후직의 대답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병부령 어른. 그럼 이 신라를 두고 보실 참이십니까?”
“…….”
“병부령 어른께서는 이 신라를 위해 일하시는 분이시고 누구보다도 애국심으로 가득 차신 분이신 걸로 저는 지금까지 존경해 왔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에 더더욱 나서서 신라를 바꾸려고 하셔야지요!”
김서현의 계속된 설득에 김후직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후우… 내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나? 나도 바꾸고 싶네. 하지만 말하지 않았나? 나는 권력을 잡으면 내가 그 권력을 함부로 휘두를까 봐 두렵다고 말일세. 그리고 또 하나…….”
김후직은 잠시 생각을 마친 후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지금의 폐하와 사이가 매우 좋네. 만약 내가 거사를 성공한다고 치세. 그렇다면 지금의 폐하를 폐해야 한다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원치 않아.”
“…….”
“나는 거사를 일으켜 성공하더라도 지금의 폐하를 상황제 폐하로 올리고 옹립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김후직의 말에 김서현은 매우 놀라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병부령 어른! 기존의 황제를 상황제로 올리고 새로운 황제를 세운다는 것은 오히려 신하들을 분열하게 만드는 분쟁의 씨앗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깊이 헤아리십시오!”
“내가 있는 한 그 분쟁을 중재할 수 있네.”
“병부령 어른!”
“난 이미 이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네. 그러니 더는 말 말게.”
“…….”
“그리고 지금은 때가 아니야. 고구려와 백제가 계속해서 우리 신라를 향해 들어오고 있어. 그들을 막는 것이 우선일세! 알았나?!”
김서현은 김후직의 말에 실망감을 느꼈다.
병부령이라고(병부령은) 누구보다도 신라를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이 용기를 가지고 품은 뜻을 말하면 당연히 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금까지 자네가 한 말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 말게. 그러니 자네는 본래 자네가 하던 일에 집중해.”
“예… 병부령 어른…….”
그렇게 김서현은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김후직의 집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데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장남인 김유신이 김서현을 반겼다.
“아버님 오셨습니까?”
“그래. 어디 가는 것이냐?”
“예. 아버님. 좀 전에 무예 수련이 끝나고 흠순이와 함께 저잣거리 좀 나가 보려 합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흠순이는 아직 많이 어리니 손 잘 잡고 다녀와.”
“예. 아버님. 보희와 호위무사 두 명과 함께 가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다녀오거라.”
김유신은 그렇게 자신의 동생들과 손을 잡고 호위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을 나섰다.
김서현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더니 금방 미소가 사라진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 * *
그 무렵 동현의 명령을 받은 고요종을 필두로 한 장수들과 2만 군사들은 이정이 낸 계책대로 한동안 신라 국경 근처에서 위력정찰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위력정찰을 한지 약 닷새(5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부장님.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일까지 위력정찰을 하고 이레(7일)가 되었을 때 군을 움직일 것이네.”
“후우… 답답하군요. 하루라도 빨리 움직이고 싶은데…….”
“나라고 아니 그러겠나? 하지만 이것이 모두 장군의 명령이니 따라야지.”
“그야 물론입니다. 하지만 너무 찌뿌둥해서…….”
“그럼 잠시 이 근처에서 사냥을 나가는 것이 어떻겠나? 마침 이 근처에 숲 하나가 있더군.”
단석한, 단종수 형제는 신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래. 마침 잘 되었어. 나도 몸이 찌뿌둥하니 같이 나가지.”
“하하하! 좋습니다! 같이 나가시죠!”
단석한, 단종수 형제는 군사를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 계속 위력정찰만 하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형제를 달리기 위해 고요종이 먼저 사냥을 제안했고 형제는 고요종의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사냥을 나가게 되었다.
“저기 노루가 있습니다. 먼저 쏘시겠습니까?”
“오! 좋아!”
시이이익!!
퍼어억!!
고요종은 단석한의 권유에 노루를 맞추어 사냥을 했고 고요종과 단석한도 토끼나 노루 등을 한동안 사냥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곧 날이 어두워질 것 같으니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그 소리를 하려 했네. 많이도 잡았군. 나중에 수하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고 다 같이 먹으면 되겠어.”
“예. 부장님. 종수야. 이제 돌아가자.”
“예. 형님.”
그렇게 세 사람은 사냥을 멈추고 자신의 수하 몇 명과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 때…….
“응? 저 녀석은 누구지?”
“누구 말인가?”
“저기 보이지 않습니까? 어떤 녀석이 우리 영채를 엿보고 있습니다.”
“그래?”
“예. 부장님. 저희 형제는 눈이 매우 좋은 편이라 먼 곳의 사람들도 잘 식별해 냅니다. 헌데 영채 근처에 있는 나무 위에 한 사람이 올라가 저희 영채를 훔쳐보고 있군요.”
“나는 자네들만큼 눈이 좋지 않아서… 만약 그것이 맞다면 당장 잡아오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상대가 눈치 채면 안 되니 잠시 말은 맡겨두고 가겠습니다.”
“그리하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지.”
단석한과 단종수는 고요종에게 말을 한 뒤 자신들이 보아둔 나무 쪽으로 은밀하게 접근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부장님! 잡아왔습니다!”
“오! 정말 있었군!”
“예! 부장님. 무릎 꿇어라 이 XX야!!”
퍼어억!!
“크어억!!”
단종수는 나무 위에서 영채를 엿보던 자의 무릎 뒤를 차 무릎을 꿇렸다.
그러자 고요종이 묻는다.
“너는 왜 우리 영채를 엿보고 있었느냐?”
“그… 그것이…….”
“바른대로 말하면 너를 살려줄 것이나 거짓을 말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동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고통을 맛보게 해 주겠다. 다시 한번 묻지. 왜 우리 영채를 엿보고 있었나?”
고요종의 말에 사내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다.
“제… 제대로 대답하면 정말로 살려 주실 겁니까?”
“물론. 단 진위여부를 확인 후에 살려줄 것이다.”
“야… 약속하신 겁니다.”
“난 한 입을 두 말 하지 않는다. 단 말이 길어지는 것도 싫어하지. 이제 말해라.”
“예. 저… 저는 신라의 세작입니다.”
“신라의 세작이라…….
“예. 근래 들어 고구려에서 저희 신라는 물론이고 백제의 세작도 빠르게 죽어나간다는 소리를 듣자 저희 신라의 황제 폐하께서는 평소보다 세작의 수를 2~3배를 늘렸습니다. 특히, 요즘 고구려의 움직임이 워낙 심상치 않아 면밀하게 살피라는 명령을 받고 움직였습니다.”
사내의 말에 단석한이 다가와 말한다.
“부장님. 저 자의 말은 사실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근래 들어 신라의 세작들이 잡히는 수가 더욱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
“예. 최근부터 그러기 시작했으니 이자와 그 시기가 겹치는 것이 분명합니다.”
“으음… 좋아. 그럼 이 질문은 되었고… 너에게 몇 가지를 더 묻겠다.”
“하문하시옵소서.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대답해 드리겠나이다.”
“아주 좋은 자세다. 그럼 바로 물어보지. 우리 고구려와 백제가 동맹을 맺은 것은 이제 신라도 알 터… 이에 대한 신라의 대처는 어떤지 알고 있느냐?”
“자세히는 모르나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아는 한도 내에서 말해 보거라.”
“예. 현재 저희 신라는…….”
고요종의 질문에 사내는 매우 떨면서 천천히 대답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