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여 수나라 정벌하자!-281화 (281/400)

281화 석우, 육군의 멀미로 인해 계획을 수정하다.

동현은 당항성으로 5만의 군사를 이끌고 향하면서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자신을 보좌하기 위해 붙여진 고요종을 오랜만에 보게 된 동현은 반갑게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장군!”

“예. 장군.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 부장으로 오시게 되다니… 제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합니다. 당항성 공략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별 말씀을… 그리고 이제는 제게 하대를 하셔도 괜찮습니다. 엄연히 서열상 제가 아래이니 말입니다.”

그러자 동현은 죄송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오히려 이해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적으로는 이렇게 말을 하겠으나 공적으로는 하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를 그토록 생각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충분히 이해하니 염려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장군.”

동현은 그렇게 고요종과 한 동안 만나지 못했던 회포를 풀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현과 고요종은 어느새 당항성 공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요종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 전쟁은 우리가 당항성을 점령하면 끝나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저도 짐작하고 있습니다. 수군이 서라벌을 점령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 큰 목적 아니겠습니까?”

“역시 알고 있었군요.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신라 왕을 잡은 뒤에 항복을 받아내어 나라를 병합하는 것이죠. 하지만 수군이 서라벌을 점령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을 때도 생각을 해 두어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혹시 생각해 두신 것이 있으십니까?”

동현은 고요종의 말에 지도를 펼치며 설명한다.

“보십시오. 여기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당항성입니다. 그리고 그 일대에도 많은 성들이 있는데 저는 이 성들보다 여기 남천을 점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천을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곳을 점령하면 큰 이점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첫째로 이 일대는 강과 함께 산을 끼고 있어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하며 그와 동시에 땅이 매우 비옥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영채를 세우고 둔전을 일구게 하면 장기전도 쉽게 도모할 수가 있습니다.”

고요종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으음… 그렇다면 관건은 얼마나 빨리 그곳을 점령해서 요새화하여 우리 영토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군요. 특히, 남천 근처에 있는 원산성이 문제입니다. 이곳은 본래 백제와 신라, 그리고 우리 고구려 간의 치열한 분쟁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신라 영토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이 남천에 도착하는 순간 빠르게 진영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요소요소마다 군사를 배치해야 하고요. 그 다음 둔전을 일구게 하면 신라로서는 거대한 압박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이 당항성과 함께 양쪽에서 압박을 하며 치고 내려간다면 수군과 우리 군을 2군데도 아닌 3군데에서 막아야 하니 신라로서는 더욱 당황하며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고요종은 감탄한다.

“역시 모든 계획이 서 있으셨군요. 헌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후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수군이 빨리 서라벌을 점령하도록 도우려면 우리도 당항성 주변의 성들을 공격하여 계속 점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남하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성들을 뒤에 두게 되어 매우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현은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장군이라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저라면 진군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군을 움직일 때 천천히 다른 성들을 공략하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신라에 큰 압박이 될 것입니다. 후방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하며 진군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동현은 고요종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한 가지를 더 추가하면 움직이기가 더욱 수월해 질 수 있을 것 같군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다른 곳으로 남하를 하게 되면 적은 필히 우리의 뒤를 치거나 점령한 당항성이나 남천으로 공격해 들어올 것입니다. 다행히 당항성이나 남천에 대한 대비는 제가 생각한 것이 있어 충분히 대비가 될 것이니 그리 걱정할 것이 못되지요. 다만, 우리 뒤를 신라군이 직접 쳤을 때가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비책을 몇 가지 생각을 해놓긴 했습니다. 이것만 제대로 먹혀준다면… 우리가 일정 지역을 움직이는데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그 대비책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자. 여기…….”

동현과 고요종은 그렇게 밤늦게까지 당항성은 물론이고 수군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의 대비책을 생각했다.

* * *

그 무렵 고구려의 수군을 이끄는 석우 부총사와 육군을 이끄는 이석 우장군은 배를 타고 신라의 서라벌을 크게 우회해 향하고 있었다.

수군은 바다에 적응이 되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육군의 경우에는 배멀미가 심해 많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우장군.”

“으음… 나는 괜찮소이다. 이제 적응이 되었소. 하지만 우리 육군 군사들이 문제인 것 같소. 이대로 서라벌에 상륙하게 되면 육군은 힘을 제대로 쓰지 못 할 것이오.”

“그럼 이렇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석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부총사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가면 우산국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혹시 우산국이 어딘지 아십니까?”

“물론이오. 우산국은 신라에 복속 중인 나라가 아니오? 과거 신라의 장군인 이사부가 나무로 만든 사자를 진짜 사자로 속여 우산국 사람들에게 자신들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다 풀어놓겠다고 협박하여 이 우산국을 복속시키고 제후국으로 삼았다고 알고 있소이다.”

“그렇습니다. 지금 육군이 배에서 멀미를 해 크게 전투력을 상실한 만큼 우리는 이 우산국에 배를 정박하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산국과 전투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군.”

이석의 말에 석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육군이 나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나설 필요가 없다?”

“예. 우장군. 우산국은 사방이 섬인 나라인지라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하려면 무조건 배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수군이 강력할 뿐이지 육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합니다.”

이석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그 수군만 무너뜨리면 우리가 우산국을 항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우선 배를 띄워 도성에 이러한 일로 불가피하게 우산국을 정복하게 되었으며 이곳에서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서라벌로 가겠다고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소. 헌데 정말 괜찮겠소? 우리 육군이 준비를 안 해도…….”

“물론입니다. 저들 수군이 비록 막강하다고는 하나 우리 고구려 수군에 비하면 별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비밀 병기가 있습니다.”

이석이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비밀 병기라 함은… 저기 배 구멍에 있는 고철 덩어리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이것 또한 용양장군께서 발명하신 것인데 제가 예전에 이걸 써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청나게 강한 무기여서 말입니다. 살상력이 워낙 대단하고 사거리가 긴지라 아마 이 무기를 쓰면 저들은 손도 쓰지 못하고 다 죽어 나갈 것입니다.”

“허어… 그토록 대단한 무기란 말이오? 정말 궁금하구려.”

“궁금하시면 이번에 우리 수군이 어떻게 싸우는지 한 번 지켜보십시오. 아! 그리고 저 무기의 통칭은 화포라고 합니다.”

석우의 말에 이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지금 타고 있는 배도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형태였는데 무기 또한 새로운 것이라 저것이 정말 그만큼 대단한 무기인지 의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이 판옥선이라는 배도 그렇고… 저 고철 덩어리. 아니… 화포라고 하는 것도 생전 처음 보는 것이야. 이 판옥선의 경우에는 다른 배에 비해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하지만 내구력이 정말 좋다는 것이 보여. 이 바다에서는 기동력도 중요하지만 내구력이 더 중요하지. 배가 침몰하면 싸우지도 못하고 죽으니 말이야. 아주 장거리 원정만 아니라면… 이 판옥선은 정말 좋은 배지. 헌데 저 화포라는 것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예상을 못하겠군. 화포라? 이름에 화가 들어가는 걸로 봐서 불이 사용되는 무기라는 뜻 같긴 한데…….’

그렇게 이석은 여러 가지 의문을 품으며 계속해서 항해를 하는 판옥선의 갑판 위에서 멀미를 하는 군사들을 보살폈다.

* * *

며칠 뒤.

도성의 영양 태왕은 석우의 서찰을 받게 되었고 영양 태왕은 그 내용을 읽어보고는 연태조와 을지문덕을 호출했다.

“이 의견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오?”

“당연하다 생각 됩니다. 그리고 옳은 대처입니다.”

“으음… 하지만 괜히 우산국을 공격하다가 신라의 경계심만을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수군으로 공격을 했다는 사실을 신라에서 알면 분명 신라는 수군의 경계를 강화할 것인데?”

“그들은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

“어째서?”

“용양장군 말에 의하면 석우 부총사는 정말 영민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우산국을 공격할 것이라면 아무도 우산국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이오? 우산국은 신라의 제후국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꽤 규모가 있는 나라란 말이오. 그런데 전부 다 섬멸시킨다?”

“태왕 폐하. 저번에 용양장군의 수하인 이정이 말하는 것을 들으시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용양장군이 준비한 비밀무기가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한 번 믿어보십시오.”

“으음…….”

“지금까지 용양장군은 한 번도 태왕 폐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한 번 믿어보시지요.”

“…….”

영양 태왕이 아무 말 없이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을지문덕이 조언한다.

“정 마음에 걸리신다면… 이렇게 하십시오.”

“계속 말해 보거라.”

“용양장군이 육군을 이끌고 있으니 수군이 우산국을 칠 동안 다른 곳도 치게 하여 시간을 더 끌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수군 부총사가 그곳에서 충분히 육군까지 정비를 하고 서라벌을 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이군. 하지만 내 걱정은 여전히 수군일세. 만약 수군이 지기라도 한다면… 우리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야.”

“그렇다면 용양장군에게 명령하는 동시에 백제에 사신을 보내십시오.”

영양 태왕은 의아하다는 듯이 을지문덕을 바라보았다.

“백제에?”

“예. 태왕 폐하. 어차피 저희가 당항성을 공격하면 백제에서 지원군을 보내어 함께 당항성을 공격하기로 하였으나 그들의 최종적인 목적은 우리가 저희가 목표로 한 당항성이 아닌 동쪽으로의 전진입니다. 그들의 목표는 아마… 대야성까지 다다르는 것이겠지요.”

“대야성이라…….”

“예. 태왕 폐하. 그러니 백제에 사신을 보내 당항성으로 보내는 군사의 수는 줄더라도 신라를 동쪽에서 공격하여 압박해 달라고 하십시오. 그들이 신라를 공격하지 않고 압박하는 모습만 보여도 신라는 감히 시선을 우산국으로 돌리지 못합니다. 우산국에서 사신을 신라에 보내더라도 도울 수 없도록 만들자는 것이지요.”

영양 태왕은 을지문덕의 말에 무릎을 탁 치며 기뻐한다.

“아주 좋은 계책이군! 당항성에서 공격하는 것이 1로이고 백제가 신라를 동쪽에서 공격하는 것이 2로이니 우산국에서 사신을 보내 도와달라고 해도 도와주지 못하게 만들자는 것이야.”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거기다 용양장군에게 당항성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공격하여 점령하라고 하면 신라는 더욱 더 흔들릴 것입니다.”

“아주 좋은 생각일세. 헌데… 지금 용양장군은 모든 것에 대한 권한을 내게서 위임받았네. 밖으로 나가면 황명도 어길 수 있다 했어. 그런 상황에 내 황명이 먹히겠는가?”

“음…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영양 태왕은 계속 말해 보라는 듯이 을지문덕을 바라보았다.

“용양장군은 태왕 폐하께서 매우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니 석우 부총사가 보낸 내용을 그대로 용양장군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가 판단하여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용양장군에게 그렇게만 말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그도 병법에 매우 밝은 사람인만큼 저희가 말한 대로 행동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양 태왕은 연태조와 을지문덕의 조언을 모두 듣고는 결심한 듯 탁상을 크게 내리치며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