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화 동현, 신라 정복 총사가 되어 당항성으로 출진하다.
동현은 좀 전에 갑자기 자신을 따라가고 싶다고 한 사람을 보더니 매우 놀라며 묻는다.
“아니… 부인! 부인이 왜?”
“저는 과거 왜와 신라를 자주 오가며 장사를 했었습니다. 특히 신라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장사를 했었지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동현을 따라나서겠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둘째 부인인 화연이었다.
그런 화연을 본 동현이 말리려는데 정희가 나서서 말했다.
“서방님. 둘째 아우의 말이 옳은 듯싶습니다.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화연이가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부인! 그곳은 전쟁터요!”
“저도 압니다. 하지만 옆에 서방님이 계시는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전쟁… 서방님께서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허락해 주십시오.”
정희가 너무나도 간곡하게 말을 하자 동현은 난감해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사훈이 말한다.
“장군. 첫째 마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허락해 주시지요.”
“으음…….”
“장군께서 우려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만일 그 신변이 염려 되신다면 호위장수 한 명을 붙이며 되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사훈까지 찬성하고 나서자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그토록 간곡하게 말을 하고 내 수하들 또한 받아들이라고 하니 같이 따라가게 해 주겠소. 하지만 명심하시오! 조금만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이 백암성으로 돌려보낼 것이니 그리 아시오.”
“감사합니다! 서방님! 화연아. 정말 잘 되었구나. 나와 아오 대신 서방님을 부탁한다.”
“염려 마십시오. 형님.”
“형님. 몸조심 하셔야 합니다.”
“그러겠네. 아우님.”
그렇게 화연이 동현을 따라가는 것이 결정이 되자 동현은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한다.
“자…! 일단 군을 이끌러 가야하니 장안성(평양성)으로 먼저 가야겠군. 사훈과 왕고중은 거기서 이정, 전사웅과 임무를 교대하고 나를 바로 따라가도록 하면 될 것이고 말이야. 자… 오늘은 다들 일찍 자도록 하게. 본격적인 신라 정복을 하려면 많이 바쁠 것이야.”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이 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럼 부인. 다녀오겠소. 집안을 잘 부탁하오.”
“염려 마십시오. 서방님. 셋째 부인인 아오와 함께 집안을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고맙소. 부인. 고흘중과 조송은 내 부인들을 한 번씩 살펴주시오.”
“염려 마십시오. 장군. 이 백암성은 장군이 돌아올 때까지 굳게 지키겠습니다!”
“고맙네. 자네들만 믿고 가겠네.”
동현은 그렇게 고흘중과 조송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장안성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태왕 폐하. 용양장군이 태왕 폐하를 알현하길 청하옵니다!”
“오! 벌써 왔나보군. 들라하라!”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이 허락하자 편전의 문이 열린다.
그러자 동현이 방문 안으로 들어오더니 절을 하며 외쳤다.
“태왕 폐하를 뵙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고개를 들고 앉거라.”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이 허락하자 동현은 방석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 앉는다.
동현이 앉자 영양 태왕이 빙그레 웃으며 묻는다.
“그 동안 잘 지냈는가? 나는 한동안 자네를 보지 못해서 서찰로만 연통하느라 매우 아쉬웠는데 말이야.”
“태왕 폐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냈사옵니다. 저를 이토록 챙겨 주시니 그저 망극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나. 헌데 내 예상보다 빨리 왔군?”
“태왕 폐하의 황명이신데 어찌 소홀할 수 있겠습니까? 황명을 받자마자 제 수하 몇몇과 함께 밤낮없이 말을 달려왔습니다.”
“하하하하! 그럴 줄 알았다! 자네 같은 충성스러운 자라면 능히 그럴 줄 알았지. 아… 그나저나, 내가 자네를 왜 부른지 서찰을 봤으니 알겠지?”
“물론이옵니다. 태왕 폐하. 신라를 아예 병합하고자 부르신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당항성을 본격적으로 치는 모습을 보이며 시간을 끌고 있을 동안 신라의 병력이 구원병을 보내려 많은 병력들이 당항성으로 이동할테니 그 사이 수군을 이용해 서라벌을 점령하는 계책을 말입니다.”
“맞네. 이 모든 것이 자네가 제안한 것이지. 그래서 받아들인 것이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것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야.”
영양 태왕은 이 계책이 실패할까 불안했다.
이 계책이 실패하면 자신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기에 애써 잡아 놓았던 귀족들이 이 일을 빌미로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그런 영양 태왕을 보며 불안을 잠재워 주려 했다.
“태왕 폐하. 이 계책은 절대로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그리 확신하는가?”
“이 계책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세 가지나 있습니다.”
“세 가지나? 궁금하군. 말해주게.”
“일단 첫째로는 우리 육군과 수군의 전력이 신라는 물론이고 백제와 비교해서도 월등하다는 것입니다. 무기를 비롯한 여러 장비들은 물론이고 군사들의 실력 또한 말입니다. 이는 병력이 적어도 그곳의 상황을 쉽게 통제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음… 좋아. 그럼 둘째는?”
“둘째는 신라에 군을 이끌만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김서현이나 김용춘 정도인데, 그들은 모두 수전에 밝지 못고 육전에만 뛰어난 자들입니다. 그리고 신라 왕은 당항성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분명 그 두 장수와 함께 지원군을 보낼 것이니 육군에서 그들의 시간을 붙잡아 놓을 동안 빈 서라벌을 수군으로 하여 점령하게 되면 끝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셋째는 우리 삼국 중 신라군이 가장 허약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당항성을 쉽게 점령하는 것이 아닌 그들에게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면 당항성에 있는 신라 군사들은 분명 몰살당하다시피 할 것입니다. 그 정도로 신라군은 허약합니다.”
영양 태왕은 동현이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대답을 하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는 듯 한층 밝아진 얼굴로 말한다.
“그리 말해 주니 나의 불안감이 많이 사라지는구나. 좋다! 일단 오늘과 내일은 푹 쉬게. 그리고 내일 모레 출정식을 열고 바로 당항성으로 출진을 할 것이다. 그때 용양장군에게 5만 군사에 대한 총사를 맡길 테니 꼭! 승전하여 돌아오도록 하라. 알겠는가?”
“소신 용양장군 김동현! 태왕 폐하의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렇게 동현은 영양 태왕에게 자신을 당항성 공략을 위한 총사에 임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틀 뒤.
“신라 정복 총사로 용양장군 김동현을 임명한다! 그대에게 군 지휘권과 가절월을 내리니 꼭 신라를 정복하고 돌아오라!”
“황공하옵니다! 태왕 폐하! 반드시 황명을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 말을 믿겠다. 자… 여기 내 검도 받아라! 이 검으로 나 태왕을 대신하여 군사들을 부리고 지휘하거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동현은 5만 군사에 대한 전권은 물론 가절월까지 받게 되었다.
여기서 가절월이란 그 나라의 황제나 태왕, 즉 군왕이 자신을 대신하여 장수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하여 전쟁을 치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전쟁 시 수하 장수들이 명령을 잘 듣지 않으면 바로 참수할 수 있는 생사여탈권도 있기에 엄청난 권한인 것이다.
거기다 군사들에 대한 지휘권도 가지고 있어서 이 가절월은 그 장수를 정말 믿는 사람이 아니면 잘 주지 않는 권한이기도 하다.
군사를 갑자기 돌려 반역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절월까지 주다니… 내 훗날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권력자가 되려 했으나 영양 태왕은 예외다. 나를 이토록 믿어 주는데 그가 죽을 때까지는 그를 충실하게 따라야겠어.’
동현은 영양 태왕에게 받은 검을 빼어들더니 영양 태왕 바로 밑에서 높게 들며 외친다.
“태왕 폐하의 황명을 받들어! 반드시 신라의 당항성을 점령하겠다! 전군! 출진하라!”
“출진하라!”
동현의 우렁찬 목소리가 군사들을 사열하고 있는 연무장에 퍼지자 군사들은 일제히 이동하기 시작한다.
동현도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영양 태왕에게 군례를 올린다.
“태왕 폐하. 그럼 소신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리하게. 그리고 승전보를 기대하겠네.”
“예. 태왕 폐하.”
그렇게 동현은 5만의 군사와 함께 장안성을 나왔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사훈, 왕고중과 임무를 교대한 이정과 전사웅이 있었다.
“이정. 이번에 큰 공을 세워 보게. 내가 그 동안 너무 무심했어. 미안하네.”
“아닙니다. 장군. 이렇게 기회를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걸로 됐습니다.”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군. 전사웅 자네도 이번에 크게 이름을 떨쳐 보게.”
“예! 장군!”
“그나저나… 내가 오래 전부터 말한 신라를 정복하는 전략에 대해 들었을 것일세.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계획과 다르게 되는 변수도 많은 법. 자네는 이번 전쟁에 변수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가?”
“어리석은 제 생각이라면 일단 첫째로 신라 왕의 의중입니다.”
“신라 왕의 의중?”
“예. 태왕 폐하. 현재 모든 판도는 신라 왕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지원군을 당항성으로 보내느냐 마느냐가 따라서 우리가 신라를 완전히 점령할 수 있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테니 말입니다.”
“그렇군.”
“그리고 둘째로 수군입니다.”
“수군? 자네도 알겠지만 수군 전력은 우리가 신라보다 훨씬 강하다. 헌데 그게 변수라고?”
“그렇습니다. 장군.”
동현은 이정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 수군은 강합니다. 하지만 수군에는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중 날씨가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갑자기 큰 풍랑을 만나서 배가 침몰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런 사고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으음… 그렇지.”
“하지만 이 외에도 갑자기 어딘가에서 뜻하지 않게 수적들의 기습에 의해 수군이 전멸되는 경우, 또 갑자기 배에서 역병이 도는 경우를 들 수 있겠군요.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수군은 그곳에 상륙하기도 전에 힘을 다 잃어버려 신라 정복은 물 건너가게 됩니다.”
“옳은 말이야. 역시 이정이군.”
“아직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한 가지가 더? 무엇인가? 말해보게.”
“마지막 셋째는 신라의 화랑들입니다.”
“화랑이라…….”
“예. 장군께서도 아시겠지만 화랑들은 우리 고구려의 조의들과 마찬가지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항상 나타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해 크게 두려움이 없으니 그들을 피해 없이 물리치려면 그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할 만한 계책이 필요할 겁니다.”
“이정 자네 말이 전부 옳다. 그럼 그에 대한 대비책도 생각해 놓았는가?”
“물론입니다. 장군. 맡겨 주십시오.”
“든든하군! 기대하겠네!”
그렇게 동현은 자신의 직속 장수들과 5만의 군사를 이끌고 당항성으로 향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