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화 영양 태왕, 동현을 당항성을 치기 위한 총사로 삼다.
영양 태왕의 말에 대전에 있던 신하들이 술렁인다.
“당항성을 칠 육군 총사라면 군사를 얼마나 이끌고 움직이는 것입니까?”
“5만 명 정도가 될 것이다.”
“5… 5만 말입니까?”
“그래. 그와 더불어 다른 전선에서도 남은 육군들을 모두 신라 국경 가까이 배치를 시켜서 신라를 크게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따로 수군 1만과 육군 1만을 동행시키겠다. 그 둘이 배를 타고 서라벌을 직공(直攻)하게 하여 점령한 뒤 신라왕을 잡을 것이다.”
영양 태왕은 신하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당항성에서 우리 고구려 군이 확실하게 신라의 시선을 끌 필요가 있어. 동맹 조약상 백제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으니 시선은 확실히 끌 수 있다. 하지만 백제군도 그곳에 오는 만큼 군을 정말 잘 지휘하는 사람이 가야 해. 그러니 그럴만한 인물을 추천하라.”
그러자 신하들은 다시 한번 웅성거리며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 영양 태왕 앞에 고개를 숙이더니 말한다.
“소신이라면 예전에 을지문덕 대모달께서 추천하신 고요종을 천거합니다.”
“고요종?”
“예. 이전에 태왕 폐하께서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귀족들을 쳐내고 그 영지들이 다스릴 사람이 없었을 때 을지문덕 대모달이 천거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그곳을 잘 다스려서 백성들의 칭송을 받고 있으며 군사들을 움직이는 것에도 빈틈이 없다 들었습니다.”
“으음… 좋아. 또 다른 사람은 없나?”
“태왕 폐하.”
“오! 대모달! 추천할 사람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좀 전에 말했던 고요종도 제가 추천한 사람이라 매우 훌륭한 사람이긴 하지만 더 훌륭한 사람이 있어서 천거하려 합니다.”
“오! 그래? 그 사람이 누군가?”
“바로 용양장군입니다.”
“용양장군?”
“예. 태왕 폐하. 현재의 이 고구려는 용양장군이 많은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받아들임으로써 엄청나게 부강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용양장군이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문무에 두루 달통한 모습을 보였으니, 이번에 군공을 세울 기회를 주시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됩니다.”
을지문덕의 말에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 말한다.
“용양장군이 지금까지 큰 공을 세운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대모달. 그 모든 것들 대부분은 군과 관련된 것이 아닌 백성들을 위한 내정에 관련된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군을 이끄는 것에 추천하시니 조금 불안합니다.”
을지문덕은 그 신하의 말에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자네는 모르는가? 용양장군은 무예 대회에 장원하기 전부터 큰 공을 세웠었네. 말갈을 단 계책 몇 개로 다 부수어 놓았지.”
“말갈은 어디까지나 오랑캐이고 하잘것없는 놈들이 아닙니까?”
“그런 말갈에게 우리는 한 때 엄청나게 시달렸네. 한때라고 하기에도 그렇군. 우리 고구려가 세워질 때부터 말갈은 고개를 쳐들고 괴롭혔으니 말이야. 헌데 그런 말갈을 계책 단 몇 개로 다 부수고 평정을 했어. 그게 어디 쉬운 줄 아는가?”
“하… 하지만 실전 경험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용양장군은 실전 경험이 매우 풍부한 사람이야. 말갈을 때려잡을 때를 시작으로 백암성을 맡자마자 주변에 산적들이나 불순한 무리들을 친히 군을 이끌고 나가서 소탕했지. 거기다 과거 수나라와 전쟁을 할 때도 앞장섰던 사람일세. 이만하면 실전 경험은 되지 않겠는가?”
을지문덕의 말에 동현의 추천을 막으려고 말을 했던 신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실 몇몇 신하들은 동현이 하는 일에 저마다 태클을 걸며 막으려 했다.
그 이유는 동현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자신들… 즉 귀족들의 입지가 줄어든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동현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그가 하는 일은 저마다 막으려 했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우리나라 신하의 으뜸 자리에 연태조와 을지문덕이 있는 한 말이다.
영양 태왕이 많은 귀족들을 숙청하면서 청렴결백하고 백성들을 위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지만, 자신들의 목숨 때문에 그 본능을 숨기고 있는 귀족들도 꽤 많았다.
그렇기에 동현의 힘이 커지려고 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욕살들도 죽고 고건무도 죽어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
자신들이 목소리를 내려 해도 이제는 영양 태왕이 힘으로 찍어눌러 버리면 그만이었다.
“으음… 대모달.”
“예. 태왕 폐하.”
“하나만 묻겠네.”
“하문하시옵소서.”
“용양장군이 이번에 당항성으로 가면 점령하는 것은 물론이고 백제와도 원만하게 잘 해결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용양장군은 문무를 겸비한 사람입니다. 문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태왕 폐하께 많은 조언을 하여 지금까지 모습을 보아 충분히 증명이 되었으며, 무의 경우에도 그 스승인 강이식 대장군은 물론이고 저 을지문덕과 겨루어서도 지지 않습니다.”
을지문덕은 태왕 폐하의 반응을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무의 경우 개인의 무력만이 전부가 아닌 이상 이번에 용양장군이 증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번이 이를 알 수 있는 큰 기회라 생각합니다. 그를 활용해 보시옵소서.”
“음… 일리 있는 말이군.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나?”
영양 태왕의 말에 신하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을지문덕의 말에 영양태왕이 혹한 것을 보아, 이미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였다.
이 상태에서 괜히 말했다가 거슬리기라도 하면 안 되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적을 깨는 이가 있었다.
“태왕 폐하. 소신 막리지 연태조 아뢰옵니다.”
“오! 막리지. 말해 보게!”
“용양장군을 당항성을 이끄는 총사로 삼되 고요종에게 총사의 참모나 부장으로서 참전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참모나 부장으로?”
“예. 태왕 폐하. 용양장군이 과거 임관하기 전 말갈을 계책 몇 개로 물리친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임관을 한 것이 아니었고 용양장군도 군의 체계를 잘 모를 때였습니다.”
“흠… 그렇지…….”
“냉정하게 보자면 그 조언을 강이식 대장군이 받아들임으로써 전쟁에는 이겼던 것이지 직접 군을 이끌고 이겼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실전 경험이 적다는 것이로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용양장군의 신출귀몰한 계책은 썩여 둘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군문에 들어선 후 많은 정책들을 조언한 것으로 국가가 많이 발전한 것을 보았을 때, 그는 분명 뛰어난 인재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결점은 그것을 보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되지 않습니까? 고요종은 용양장군보다 현재 직책은 아래이나 군에 대한 경험은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 그를 붙이십시오. 그럼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과연! 역시 막리지로다. 좋아! 그렇게 하지. 자! 모두 듣거라!”
영양 태왕은 연태조의 말을 듣고는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친다.
“나는 반드시 이번 계책을 성공시켜서 저 신라 놈들을 멸할 것이다! 그리고 신라 영토를 반드시 우리 영토로 만들 것이니, 다들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참여하기를 바란다. 알겠는가?!”
“예! 태왕 폐하!”
“일단 육군 군사 5만 명을 준비시킨다. 대모달은 빠른 시일 안에 군사 5만 명을 진군시킬 준비를 하도록 해. 알겠나!”
“예! 태왕 폐하! 황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총사는 용양장군 김동현, 그 참모로는 고요종을 임명하니, 칙사를 보내 소식을 전하도록 할 것이다. 칙사에 대한 선정은 막리지가 정하도록 하라.”
“예. 태왕 폐하. 그리하겠나이다.”
그렇게 영양 태왕은 신라를 정복하기 위해 움직였다.
며칠 뒤…….
칙사를 맞이한 동현은 황명을 받자마자 칙사에게 묻는다.
“신라를 공격하는 것이니 만큼 백암성에 있는 내 수하들을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태왕 폐하께서 장수들에 대한 선발을 용양장군께 전부 위임하셨으니 상관없습니다. 다만 용양장군께서 이 백암성을 뜨시면 이곳을 임시로 지킬 장수를 확실히 정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수하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오겠습니다. 일단 잠시 쉴 곳을 안내해 드릴 테니 쉬고 계십시오.”
동현은 그렇게 칙사를 잠시 쉬게 한 후 장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일단 이곳에 남을 장수와 나를 따라 신라를 정복할 장수를 정해야 한다. 누가 나를 따라서 당항성으로 가겠느냐?”
동현이 이렇게 말을 하자 대부분의 장수들이 자신이 가고 싶다고 손을 든다.
그런 장수들을 본 사훈이 여러 장수들을 진정시킨다.
“여러 장수 분들께서는 장군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우고 싶은 것은 알겠소. 하지만 전부 다 신라로 가고 싶어 한다면 이 백암성은 누가 지키겠소? 이제 이 백암성은 우리 장군님의 기반이시니 만큼 한 치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되오.”
“…….”
“특히 주변에 수나라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이민족 또한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말이오. 이 성을 지키는 것 또한 큰 공이니, 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연관 지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소.”
사훈의 냉정한 말에 장수들은 고개를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사훈이 다시 묻는다.
“자… 장군을 따라 가고 싶은 사람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주시오.”
사훈이 다시 한번 말을 하자 전에 비해 손을 든 사람이 많이 줄어 있었다.
하지만 연속해서 손을 든 사람이 있었으니 동현은 그들을 보고 물었다.
“허손이야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호위대장이니 그렇다 치고… 근혁이는 나와 의형제니 당연히 따라올 것이며 동우도 내 친동생이니 나를 따라 오는 것이 당연하다. 헌데… 단석한과 단종수, 돌석비와 가동도 전부 나를 따라 간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장군.”
“으음… 좋아. 하지만 장수뿐만 아니라 나를 보좌해 줄 책사도 필요하다. 사훈. 나는 자네가 필요한데? 사훈이 아니라면 조용이나 박준, 조송 중에서 한두 명만 나와 같이 가도 될 것 같고 말이야,”
동현의 말에 사훈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장군. 이제 또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다른 사람?”
“예. 장군. 저 말고 또 다른 최고의 책사가 있지 않습니까?”
“또 다른 책사라… 혹시?!”
“이제 기억이 나셨나보군요. 제가 장안성으로 가서 이정과 임무를 교대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이정과 전사웅을 불러들여 신라로 같이 가십시오. 그들에게도 공을 세울 기회를 주셔야하지 않겠습니까?”
“허어…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았네. 하지만 자네를 혼자 보낼 순 없어. 이정의 곁에 전사웅이 있었듯이 자네도 장수가 호위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네. 만일에 대비해서 말이야. 으음… 누구를 붙여 줄까… 그래! 왕고중이 좋겠군. 이보게 왕고중!”
“예! 장군!”
“자네는 사훈을 따라 장안성(평양성)으로 가게. 자네의 주 임무는 사훈을 철저하게 호위하는 것이며 또 다른 임무는 장안성에서 얻을 수 있는 첩보를 자네가 모두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것이야. 그리고 사훈의 명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잘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하지만… 조금 아쉽습니다. 저도 신라로 가서 공을 세우고 싶었는데요,”
“나도 그 심정을 아네. 하지만 우리의 진정한 적은 수나라야. 그때는 내가 자네를 꼭 데리고 갈 것이니 그때까지만 참아 주게.”
동현의 말에 왕고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장군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고맙네. 헌데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군. 당항성으로 갈 사람과 백암성에 남을 사람을 정하는 자리였는데 말이야. 일단 그럼 이정과 전사웅은 내가 당항성 가는 길에 합류시키기로 하고… 이곳에 있는 문사로는 조용과 박준을 데리고 가도록 하지. 조송. 자네는 이 백암성에 남도록 하게.”
“예. 장군.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지킬 장수로는… 역시 자네 밖에 없겠군. 이번에도 부탁을 해야겠어. 고흘중”
“예! 장군! 맡겨 주십시오!”
“이곳을 넘보는 자가 있으면 함부로 성을 나서지 말고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지켜라. 만약에 지키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여기 조송에게 조언을 꼭 구해라. 알겠느냐?!”
“예! 장군! 명을 받들겠습니다.”
동현이 이렇게 모든 명령을 내리고 회의를 파하려는데 누군가 손을 들더니 말했다.
“장군. 저도 장군을 따라 가고 싶습니다.”
동현의 수하들은 그를 보고 매우 놀란 표정을 짓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