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영양 태왕, 동현에게 또 한 번 인재를 추천 받다.
동현은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좀 전에 수하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세세히 기록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너는 지금 바로 가서 막리지께 내 서찰을 전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자신의 서찰을 연태조에게 보냈다.
며칠 뒤… 연태조는 동현의 답신이 왔다는 소식에 서찰을 받아 읽어 보았다.
연태조는 서찰의 내용을 읽어 보고 감탄한다.
‘대단하군.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해 내다니… 역시 이 아이는 신동이야. 아… 이럴 것이 아니라 바로 태왕 폐하께 이 내용을 보여야겠다!’
연태조는 서찰을 받자마자 바로 입궐하여 편전에 있는 영양 태왕을 알현했다.
그리고 동현의 서찰을 보이는데 영양 태왕은 서찰의 내용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역시 용양장군이야.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자신이라면 이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을 했군. 단 내가 다른 선택을 할 것도 생각을 해서 그에 대한 훗날의 방책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히 적어 보내 주었어.”
“그렇사옵니다. 태왕 폐하께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용양장군의 계책대로만 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아… 그나저나 용양장군의 고승 장군에 대한 처분은 어찌했을지 궁금하구만. 혹시 들은 것이 있는가?”
“소신도 아직 들은 바가 없사옵니다. 궁금하시면 제가 서찰을 보내어 물어 보겠습니다.”
“되었네. 어차피 고승 장군에 대한 처분은 용양장군에게 맡기지 않았는가? 용양장군이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나는 그것을 따를 것이네. 타당한 이유가 반드시 있을 테니 말이야.”
“예. 태왕 폐하.”
“그나저나 막리지.”
“예.”
“만약… 내가 지금의 태제 건무의 목을 벤다면 주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지 않겠소? 자신의 혈육과 같은 형제를 베었다며 말이오.”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예로부터 형제들끼리 황권 때문에 다투는 일은 꽤 많았습니다. 저희 고구려에서는 과거 태조 태왕 폐하 자리를 차대 태왕 폐하께서 강탈하다시피 하여 자리를 가져간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태조 태왕 폐하께서는 충신인 고복장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고복장이 차대 태왕 폐하가 수상하다고 했으나 태조 태왕 폐하께서는 그래도 동생인데 형을 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연태조는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고복장의 그런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차대 태왕 폐하께서는 태조 태왕 폐하를 위협해 자리에서 몰아내고 스스로 태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태조 태왕 폐하의 충신이었던 고복장은 물론이고 그 태자도 죽였으며 태조 태왕의 측근들을 죽여 나가는 숙청을 단행했습니다. 이것을 볼 때 형제라고 해서 인정을 두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으음…….”
“손가락질 하는 민심을 태제 전하께서 태왕 폐하를 죽이려한 것으로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려서 오히려 백성들이 태왕 폐하의 결정에 아무 불만이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니…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도 성공하겠군요.”
“응? 어째서?”
“현재 태왕 폐하께서는 이 고구려에서 백성들에게 엄청난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민심이 태왕 폐하의 편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태제 전하를 죽일 때 가벼운 소문 하나만 이야기를 해도 백성들은 태왕 폐하의 선택을 이해할 것입니다.”
연태조의 말에 영양 태왕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내가 칭송을 받는 이유는 용양장군이 정말 많이 도와준 것이 컸다. 염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두창을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냈으며 동현이의 상단 덕분에 칭송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동현이도 얻었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모든 것의 최종 결정자는 태왕 폐하이셨습니다. 그리고 본디 신하들이란 군주가 신하를 믿어주지 않으면 끝나는 것입니다.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는 군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계시며 그 결과가 오늘날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니 칭송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하하! 막리지가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군. 좋아! 결정을 내렸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또 생기는군.”
“어떤 걱정 말입니까?”
“건무 녀석을 죽이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되나 딱 한 가지 해결이 안 되는 것이 있다.”
“아… 혹시 수군 때문에 그러십니까?”
“맞아. 동해의 수군은 주훈 덕분에 비사성처럼 커지고 있고 그곳의 왜구나 해적들을 잘 소탕하며 관리가 되고 있어. 그리고 이 비사성에 있는 수군도 건무에 의해 잘 커나가고 있었지.”
“그에 대한 모든 명령은 태왕 폐하께서 내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마다 건무가 걸고넘어졌었지. 한번도 깨끗하게 명령을 수행하겠다고 한 적이 없어.”
영양 태왕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막리지 연태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럴 것입니다. 태왕 폐하와 태제 전하께서 추구하는 것이 전혀 다르니까요.”
“맞네. 하지만 그 녀석이 수군을 이끄는 능력만큼은 진짜야. 내 명령에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면서도 수군을 잘 이끌었단 말이지… 그래서 고민이 되. 그 녀석이 없어지면 수군을 이끌 녀석이 없어지는 것이니 말이야.”
“음… 확실히 그렇겠군요. 그럼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용양장군은 수군을 다루는데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자네 말은… 용양장군에게 수군을 맡기자는 소린가?”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용양장군은 이미 백암성을 맡았어. 그곳도 엄청나게 중요한 곳이니 만큼 수군을 맡기기는 어렵지. 그건 아니 되네.”
“하지만 수군을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양성을 하고 키워야 합니다. 육군을 양성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들고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리니 말입니다.”
“나도 아네. 하지만 백암성도 중요한 곳이니 만큼 그곳을 버리고 이곳으로 오라고 할 순 없지 않겠는가? 백암성을 맡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거기다 용양장군은 지금 신무기를 개발하는 중이니 더더욱 아니 되지.”
영양 태왕의 단호한 말에 연태조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막리지는 모든 생각을 정리한 듯 천천히 말을 꺼낸다.
“그럼 방법은 하나군요.”
“……?”
“그에 따른 인재를 찾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인재라…….”
“예. 이번에도 용양장군에게 추천을 부탁해 보지요. 저번 동해의 수군 총사인 주훈처럼 또 추천을 해 줄지 누가 알겠습니까?”
“음… 알겠네. 하지만 그럴 동안 공백을 채울 자도 미리 결정을 해 두어야겠지.”
“비사성의 임시 수군 총사를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맞네. 누가 좋겠는가?”
“일단 임시 수군 총사를 모달인 대중상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중상에게 말인가?”
“예. 태왕 폐하. 대중상 또한 을지문덕 대모달 밑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병법에 있어서도 능통합니다. 단지 수군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걱정이 됩니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대중상 밖에 없습니다.”
“후우… 어쩔 수 없군. 좋아. 일단 대중상에게 비사성의 서해 수군을 총괄하는 서해 수군 임시 총사 자리를 맡기도록 하지. 그러니 자네는 빨리 동현이에게 서찰을 보내 수군을 맡을 인물을 천거해 보라고 하게.”
영양 태왕의 명령에 연태조는 그러겠노라 대답을 하고는 편전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 바로 동현에게 서찰을 보냈다.
며칠 뒤… 동현은 백암성에서 연태조의 서찰을 받고는 고민한다.
“흐음… 우리에게는 아직 수군을 이끌 수 있는 자가 주훈 밖에 없는데?”
동현의 고민에 사훈이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장군. 그 고민을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응? 자네가?”
“예. 장군. 이걸 보십시오.”
“이건… 장안성(평양성)에서 이정이 보낸 서찰이지 않은가?”
“예. 장군. 그걸 보시면 제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서찰을 펼쳐 읽어본다. 그리고는 밝은 표정을 짓는데…
“정말인가? 그 석우라는 자가 공주님 밑에 있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과거 의정이가 석우라는 자를 찾기 위해 갔으나 허탕을 쳤는데 이번에 발견을 하여 장안성으로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현재 공주님의 뵙고 잠시 마련해 준 집에 있다고 합니다. 의정이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그랬군! 그리고 그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이정을 통해 자네에게 서찰을 보낸 것이구만.”
“그렇습니다. 장군.”
“아주 잘 되었어. 헌데… 이 석우라는 자가 본래 노비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해결이 될 것입니다. 장군께서 석우라는 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으니 공주님께서 나서서 그 자를 친히 면천시켜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겠군. 하하하! 이거… 일이 뜻하지 않게 잘 풀리는구만.”
“하늘이 장군을 돕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정말 기분이 좋군. 좋아. 막리지께 서찰을 보내야겠어.”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
“석우라는 자가 면천이 되기는 하오나 바로 수군을 맡게 된다면 분명 반발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훈의 말에 동현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그럼 자네는 어찌 했으면 좋겠나?”
“예전에 주훈이 총사를 맡기 전에 했던 조치를 그대로 하십시오.”
“주훈이 총사를 맡기 전 조치 말인가?”
“예. 장군. 주훈이 동해의 수군 총사를 맡기 전에 운두산성의 처려근지 정산에게 배속을 시켜 수군을 이끌게 하지 않았습니까? 말객으로 임명이 되어서 말입니다.”
“아… 그렇지! 그래… 자네 말이 옳아! 아주 좋은 말을 해주었네. 석우 그 자를 동해로 보내고 주훈을 서해의 비사성에서 수군 총사를 맡게 되면 금상첨화겠구만!”
“역시 장군이십니다.”
“하하하! 말해주어 고맙네! 그렇게 서찰을 보내도록 하지!”
동현은 사훈의 조언을 듣고 하인에게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연태조에게 서찰을 보냈다.
그렇게 서찰을 보내고 며칠 뒤.
연태조는 서찰을 받아보고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영양 태왕을 찾아갔다.
그리고 동현의 서찰을 내밀며 보여 주는데…….
“과연… 역시 용양장군이도다. 여러 가지 방책을 제시했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와 앞서 시급한 것은 서해의 수군 총사를 세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나도 아네. 여기 석우라는 자를 추천한다고 했군.”
“그렇습니다. 이 자에 대해 공주님께서 아주 잘 안다고 말씀하셨고 말입니다. 거기다 그와 한 때 동무였던 의정이 본래 공주님 밑에 있으면서 그 자를 살펴 주고 있다고 하니 바로 불러볼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여기 용양장군이 한 말대로 하면 되겠어. 막리지. 지금 당장 주훈을 서해 수군 총사로 임명하고 이 석우라는 녀석을 운두산성 처려근지 정산의 밑에 배속되도록 하여 그 쪽 수군에서 경험을 먼저 쌓게 하라.”
“예. 태왕 폐하. 바로 칙서를 주훈에게 보내겠습니다.”
“아… 석우라는 녀석은 내가 먼저 보고 싶군. 그를 보고 직접 명령을 내리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공주님께 말하여 태왕 폐하를 알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게.”
그렇게 동현이 조언한 모든 일을 보고한 연태조는 편전을 나와 청명공주(소희)가 있는 궁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의정이구나. 공주님 계시는가?”
“예. 막리지 어른. 공주님께 고할까요?”
“그래 주게.”
“예. 공주님! 막리지께서 오셨습니다!”
“막리지께서?”
“예. 공주님.”
“음… 안으로 모셔라!”
“예!”
청명공주가 허락하자 연태조는 공주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청명공주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하고는 말한다.
“공주님을 뵙습니다.”
“막리지께서 이곳에 오시고… 무슨 일이십니까?”
“예. 공주님. 그것이…….”
연태조는 자신이 온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자 청명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 그 일 때문이었군요. 그 일이라면 당연히 석우를 보내드려야죠.”
“감사합니다. 공주님. 헌데… 정말 그 석우라는 녀석이 대단합니까?”
“그건 의정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겁니다. 궁금하시면 밖에 의정이가 있는데… 부를까요?”
“아… 예.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석우라는 자도 이곳으로 불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하지요. 밖에 있느냐?”
“예! 공주님!”
연태조의 부탁에 청명공주는 하인에게 말하여 석우를 불러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