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영양태왕, 고건무와 귀족들을 잡고 처분을 고민하다.
동현의 물음에 한 군사가 피해사항을 보고 한다.
“보고 드립니다! 동문을 지키던 군사 1,500명 중 약 200명이 전사했으며 300여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중 중상을 입은 자는 100여 명이며 나머지 200여 명은 큰 부상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아… 알았다. 물러가거라.”
보고를 받은 군사가 물러나자 동현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군사 한 명이 소중할 이때 200여 명이나 전사하고 300여 명이 부상이라니…….”
“장군. 어차피 이번 충돌은 불가피 했습니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겠나… 저들은 백성들과 나라를 위해 있는 군사들이다. 헌데 이번 전투로 목숨을 잃었어. 수나라 군사들도 아닌 같은 우리 고구려 군사들에게 말이야.”
동현의 말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숙연해진다. 그런 분위기를 사훈이 환기시킨다.
“장군. 그래도 이번 전투에 이김으로써 많은 군사들도 포로로 잡았으니, 항복하는 자들에 한해서 그들을 받아들이면 충분히 보충이 될 것입니다. 고승 장군의 군사들은 아주 잘 훈련된 군사가 많으니 우리 식으로 군사를 훈련시키는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래… 그거 하나는 다행이군. 하지만 너무 마음이 아파.”
“마음을 굳게 드십시오. 장군. 어차피 수나라와 붙을 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텐데 말입니다. 그때마다 장군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 또한 마음이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 네 말이 옳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공감한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사훈에게 묻는다.
“도성에 전령을 보냈는가?”
“물론입니다. 이 상황이 마무리 되자마자 장군께서 미리 써 놓은 장계를 전령에게 들려서 보냈습니다.”
“잘했군. 우리도 얼른 군사를 정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지. 행여나 이 주변에 태제 전하께 동조하는 귀족들이 들고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장군.”
동현은 그렇게 고승과 그 군사들을 물리치고 태제인 고건무의 음모를 깨뜨리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아직 알 리 없는 장안성(평양성)에 있는 고건무는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승 장군만 우리에게 온다면 이 거사는 쉽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겠는가? 현재 고승은 백암성에서 용양장군이 무기를 만드는 것을 감시하고 있는데 말이야.”
“태제 전하의 명이십니다. 어느 누가 어기겠습니까?”
“그 명령은 태왕 폐하께서 내리신 것일세.”
“하지만 고승 장군은 태제 전하의 사람입니다. 허니 반드시 이곳에 오려 하겠지요.”
“그건 그렇네만… 어의가 막리지에게 끌려갈 때부터 무언가 불안하네. 어의가 끌려갔다는 건 우리가 하려는 일을 모두 알았다는 의미가 아닌가?”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우리의 이번 거사에 대해서는 절대 모를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승 장군이 백암성에 잡히지 않는 한 괜찮을 겁니다. 헌데 무엇이 그리 걱정이십니까? 마음을 굳게 먹으십시오.”
“고승이 있는 곳은 백암성이어서 걱정인 것이네. 용양장군은 태왕 폐하의 사람. 태왕 폐하의 명령 없이 내 명령에 움직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까 걱정이군.”
“어느 누가 태제 전하의 명령을 거역한단 말입니까? 그런 자는 역모로 엮으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귀족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건무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고건무는 불안했다.
형인 영양태왕이 자신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과 귀족들이 자주 모인다는 것도 알 터…….
만약 자신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영양태왕이 자신을 어찌 대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복잡한 마음을 좀처럼 다스리지 못하는 고건무였다.
며칠 뒤, 동현이 보낸 장계가 영양태왕에게 먼저 전달이 되었다.
영양태왕은 이를 보고 놀라 연태조와 을지문덕을 호출하며 장계의 내용을 보여 주었다.
“허어… 이런 일이?”
“지금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군. 바로 군을 움직여서 고건무 이놈은 물론이고 이와 연루된 귀족들 또한 모조리 잡아들이게. 대모달! 알겠나!”
“예! 태왕 폐하!”
“지금 저들은 백암성의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것 같으니 지금 바로 움직이게. 방비할 틈을 주어서는 아니 되!”
“염려 마십시오! 태왕 폐하!”
을지문덕은 군례를 올리고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빠르게 군사들을 소집하여 고건무의 집으로 향했다.
그때 고건무는 이제 막 백암성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뭐… 뭐라? 고승 장군이… 옥에 갇혀?!”
“예. 용양장군이 황명을 어기고 있다고 말하며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문을 어떻게든 나가려고 돌파를 시도했사온데… 실패를 하였고 생포되어 옥에 갇혀 있다합니다.”
“크… 큰일이군. 이렇게 되면 우리 목숨도 위태로운 것이 아닌가?”
“차라리 지금이라도 빨리 이 장안성 안 내부의 군사만이라도 일으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저희 귀족들이 가지고 있는 사병들과 태제 전하께서 거느린 사병으로 신속하게 태왕 폐하가 계시는 편전과 궁을 모두 장악할 수 있도록 기습 공격을 하면 대응하지 못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희생이 너무 크지 않은가?”
“지금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본래 고승 장군과 안과 밖에서 협공하여 그 군사를 그대로 몰고 가 모든 궁을 점령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해졌으니 이렇게라도 빨리 움직여야 일말의 희망이 있사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태제 전하!”
귀족들이 빠르게 군사를 움직여야 한다고 소리치는 그때.
콰아아아앙!!
“저항하는 놈들은 모두 죽여라! 그리고 이곳에 있는 역적 귀족들과 태제 전하를 생포하라!”
“예!”
깡! 깡! 까아앙!
촤아아악!!
“커… 커억!!”
방 안에서 고건무와 귀족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을지문덕의 군사들은 군사들을 이끌고 와 집을 포위하고 제압에 나섰다.
덤벼드는 군사들은 모두 죽이며 고건무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군사들.
그 소리를 방 안에서 들은 귀족들은 매우 놀라며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려 우왕좌왕한다.
“이… 이를 어쩐다? 저희가 한 발짝 늦은 것 같습니다! 태제 전하!”
“…….”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태제 전하!”
“어찌 빠져나간단 말인가… 이곳에는 빠져나갈 길도 없네…….”
“뒷문… 뒷문 하나가 있으니 일단 거기로 가십시오! 지금 바로 탈출해야 합니다!”
“어서요! 태제 전하!”
귀족들은 고건무를 억지로 일으킨 후 본래 방문이 아닌 뒷문으로 고건무와 함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십니까?”
“대… 대모달?!”
“허허허허… 이리로 나올 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
“순순히 포박을 받으시겠습니까? 아니면 한 번 붙어보시겠습니까? 붙겠다면 목숨은 보장해드리지 못하니 잘 생각하시옵소서.”
을지문덕의 말에 한 귀족이 분함을 못 이기고 을지문덕에게 달려들었다.
울지문덕은 그 귀족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끼더니, 검 한 자루로 단숨에 목을 베어버린다.
“이놈이!!”
촤아아악!!
“크… 크어억…!”
목에서 큰 피분수가 터지며 쓰러지는 귀족.
그 모습에 다른 귀족들은 겁에 질려하며 무릎을 꿇고 목숨만 살려 달라 애원한다.
고건무는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미 포기한 듯 을지문덕에게 말한다.
“나를 포박하게…….”
“순순히 협조를 해 주시어서 감사합니다. 태제 전하. 태제 전하를 포박하라!”
“예!!”
그렇게 고건무는 자신을 따르는 귀족들과 함께 포박이 되어 잠시 옥에 갇히게 되었다.
큰 소란이 일어나고 난 그날 밤.
편전에는 영양태왕과 연태조, 을지문덕이 함께 있었다.
영양태왕은 머리가 아픈 듯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귀족들은 모두 죽여도 되는 놈들이니 상관없다만… 이 고건무 놈을 어찌 한다?”
“태왕 폐하를 노렸습니다. 그러니 마땅히 목을 베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놈은 내 동생이야. 그리고 역대 선대 태왕 폐하를 보더라도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목을 베진 않았어. 고국천왕 태왕 폐하께 때도 그랬고 폭군이긴 하지만 차대 태왕 폐하께서도 태조 태왕을 몰아낼 때 그 목숨을 직접 거두지는 않았지.”
“하지만 태조 태왕 폐하께서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손과 발을 다 자른 것이지요. 당시 태조 태왕 폐하께서 신임하시던 고복장이 차대 태왕 폐하께 목숨을 잃었고 그 아들이었던 막근 태자마마도 차대 태왕 폐하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두려워한 그 동생 막덕은 스스로 자결을 했고 말입니다.”
“…….”
“그리고 태제 전하께서 태왕 폐하의 동생이기는 하나 배다른 동생이지 않습니까? 거기다 고대양도 있으니 후계도 문제가 없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결단을 내리셔야 할 듯합니다.”
“…….”
“물론 어디까지나 결정은 태왕 폐하께서 내리시는 것입니다. 저희는 태왕 폐하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지 따르겠습니다.”
연태조와 을지문덕의 말에도 한동안 아무 대답 없이 탁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고민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우… 아무래도 안 되겠어.”
“……?”
“주변 사람한테 조언을 구해 봐야지.”
“누구에게 말입니까?”
“대장군과 용양장군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군.”
“하지만 태왕 폐하. 둘의 의견이 갈리기라도 하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의견이 갈리더라도 내가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의견이라면 그것으로 바로 결정을 할 것이야. 지금처럼 고민을 하지 않을 생각이네.”
“음… 알겠습니다.”
“겸백(글자를 기록하기 위해 쓰이는 비단이다.)과 필묵을 가져오너라.”
“예! 태왕 폐하.”
영양태왕의 명령에 주변에 있던 상선이 아랫사람들을 시켜 겸백과 필묵을 가져 온다.
그리고 잠시 후.
“이 두 내용을 강이식 대장군과 김동현 용양장군에게 보내게.”
“알겠습니다. 태왕 폐하. 헌데…….”
“……?”
“고승 장군에 대한 처분은 어찌하실 것입니까?”
“그에 대한 내용도 용양장군에게 보내는 겸백에 썼네. 그러니 알아서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태왕 폐하.”
“지금 바로 전령을 띄우도록.”
그렇게 영양태왕은 강이식과 동현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며칠 뒤 요동성.
“태제 전하의 처분을 어찌 할지 조언을 해 달라… 대중상.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강이식 대장군은 영양태왕에게 고승의 처분에 대해 전달받자마자 옆에 있던 대중상에게 의견을 물었다.
“확실히 고민이시겠군요. 죽이자니 태제 전하의 영향력이 워낙 큰 분이시라 그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될 것이고… 살려 두자니 후환이 두렵고 말입니다.”
“그렇지. 나도 선택하기가 어렵구만.”
“하지만 저라면… 태제 전하를 베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현재 이 나라가 누구의 것입니까?”
“당연히 태왕 폐하의 것이지.”
“맞습니다. 그런데 태제 전하께서는 태왕 폐하께서 나라를 운영하시는데 있어서 늘 반대편에 계셨습니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모르겠으나 오히려 귀족들과 함께 나라의 발전을 저해했습니다. 그 중심에 태제 전하가 있었던 것이고 말입니다.”
“그래서 도려내야 한다?”
“예. 장군.”
“하지만 태제 전하를 죽임으로 인해서 오는 후폭풍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태제 전하를 믿고 따르는 귀족들은 상당히 많아. 그 복수를 한다면서 들고 일어날 수도 있네.”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대중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대장군의 말씀도 옳습니다만 그렇게 되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태제 전하는 귀족들의 중심이며 단단한 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축이 무너졌습니다. 그럼 그들이 뜻을 한데 모을 수 있겠습니까?”
“으음…….”
“이번 일이 터지기 전 태왕 폐하께 반하는 욕살들이 살아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지금 그들도 다 죽은 지금 그들에게는 이제 구심점이 없습니다. 저마다 제각각의 속셈이 있다는 것이죠.”
“그 말은… 앞으로 태왕 폐하께 전향하려는 세력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군.”
“맞습니다. 지금까지 태왕 폐하께서는 반대파들을 가차 없이 숙청했습니다. 반면 자신을 따르는 자들에게는 아낌없이 은혜를 베푸셨고 말입니다. 이것을 귀족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렇구만. 하지만 만약에 태왕 폐하께서 태제 전하를 죽이지 않겠다고 하시면 그 후의 일이 어찌 되겠는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대중상은 미리 생각해 두기라도 했듯이 바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