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화 동현, 백암성을 나가려는 고승을 잡아들이다.
동현은 사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백성들을 매질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매질을 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저도 무엇 때문에 매질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에 의하면 백성들이 간혹 가다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귀족들을 모함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하는군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귀족들을 모함한다?”
“예. 장군.”
“백성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모함을 하는 것이라면 그 정황을 정확히 파악해 보고 처벌을 해도 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백성들을 매질한단 말이냐?!”
“소인이 듣기로는 그렇다 합니다.”
“이거 잘못하면 그 불똥이 나한테 튈 수도 있겠구만. 어찌 되었든 간에 이 백암성의 책임자는 내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조치가 필요합니다.”
“으음… 일단 이번 일로 고승 장군이 이곳을 벗어나려 할 때 확실히 잡도록 하지.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좋아. 사훈 자네는 고승 장군의 움직임을 더욱 면밀하게 살피도록 해. 그리고 근혁이 너는 이 백암성의 모든 성문을 점검해라. 군사들의 성문 방비를 면밀하게 살펴. 알겠나?”
사훈과 근혁은 동현에게 명령대로 따르겠다고 대답을 했다.
동현은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 난 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또 누군가를 불러 명령을 내린다.
“가동!”
“예! 장군!”
“자네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고승 장군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할 때를 대비하도록 하게. 현재 방비만으로 고승 장군을 성문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자신은 있으나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장군!”
“그리고 박준!”
“예! 장군! 하문하시옵소서!”
“고승 장군이 이 백암성으로 빠져나가기가 가장 유력한 곳이 왕고중이 있는 동문이다. 그러니 자네는 왕고중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방비를 철저하게 하도록 해. 그리고 일이 터지면 자네는 그곳으로 가 왕고중을 도와주고 말이야.”
“예! 장군!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머지는 나와 함께 고승 장군이 어느 한 쪽의 성문으로 이 백암성을 벗어나려 할 때 벗어나지 못하도록 고승 장군을 일시에 뒤에서 칠 것이다. 그러니 모두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준비를 마치도록 해!”
“예! 장군!”
“그럼 이만 해산!”
그렇게 동현은 장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해산했다.
그리고 이 말이 있은지 며칠 후.
고승 장군은 도성에 있는 태제에게 서찰을 받아보고 있었다.
“뭐라? 어의가 들킨 것 같다고?”
“예. 장군. 그래서 이제 실질적인 거사를 하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며 장군을 도성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마땅히 그래야지.”
“헌데… 도성으로 가실 수 있겠습니까? 이곳에 주둔하라는 명령은 용양장군을 감시하고자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용양장군은 오히려 내 감시가 없어지면 좋아할 것일세.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야. 그리고 태제 전하께서 오라고 하신 것인데 나를 어찌 하겠나?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돌아갈 준비나 하게.”
“음… 알겠습니다.”
“다들 돌아갈 준비를 하도록 해!”
“예! 장군!”
고승 장군은 그렇게 도성인 장안성(평양성)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도록 자신의 수하에게 지시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무슨 일이십니까? 장군?”
“우리가 급히 도성에 돌아가야 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 문을 좀 열어 주게.”
“태왕 폐하께서 그런 황명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헌데 병력을 움직이신단 말입니까?”
“도성에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태제 전하께 서찰을 받았네.”
“하지만 황명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허… 이 사람… 왜 그렇게 앞뒤가 꽉꽉 막혔는가?”
“저는 태왕 폐하의 신하지 태제 전하의 신하가 아닙니다. 장군!”
“뭐… 뭐라?! 자네 이름이 뭐야?!”
“소인 왕고중이라 합니다.”
“왕고중이라면… 예전에 산적이었던?”
“지금은 손을 씻고 이곳의 관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그럴 순 없다! 당장 비켜라!”
“비킬 수 없습니다. 저희는 오직 태왕 폐하의 황명만 따를 뿐입니다.”
“진정 우리가 무력을 써야 하겠는가?”
“무력을 쓰신다면 어디 해보십시오.”
“이놈이! 좋아… 여봐라! 이곳을 뚫어라!”
“예! 장군! 모두 공격하라!”
고승 장군의 명령에 그 수하 장수들과 2천의 군사들이 동문의 왕고중과 군사들에게 달려든다. 그러자 왕고중도 외친다.
“모두들 이곳에서 저 역적 고승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죽기 살기로 막아라!”
“예! 대장!”
“너는 가동 장군에게 얼른 가서 이 소식을 알리고! 너는 용양장군께 가서 이 소식을 알리도록 해라! 빨리 가!”
“예! 대장!”
왕고중은 사전에 동현에게 서찰을 받았기에 더욱 더 동문의 수비를 강화해 두었었다.
그런데 수비를 강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승 장군이 이곳을 통과하려하니, 그것을 막기 위해 동문 수비를 맡는 군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궁병들은 활을 쏴서 역적 고승 군사들의 후미를 공격하고! 창병들은 앞에 진을 단단하게 서도록 해라! 성문을 뚫지 못하도록 그 앞에 진을 형성해 단단히 막으란 말이다!”
“예! 대장!”
“검병들은 창병들이 버텨줄 동안 상대의 중군을 공격하도록 해! 얼른 가!”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왕고중의 명령에 의해 동문 수비를 맡은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기존에 자신의 밑에 있던 산적 군사들과 동현이 동문 수비를 위해 붙여 준 군사들까지 합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왕고중의 군사들.
고승은 쉽게 동문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가 생각 외로 저항이 거세자 초조해졌다.
“대체 무엇 하는 것이냐?! 적들은 오합지졸이란 말이다! 산적에서 이제 막 군사가 된 자들이란 말이다! 헌데 뚫지 못한다고?!”
“염려 마십시오! 장군! 곧 뚫을 수 있을 겁니다. 상대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빨리 뚫으라고 해! 이러다가 용양장군에게 소식이 전해지면 우린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 할 수도 있다! 얼른!”
“예! 장군! 모두 빨리 이곳을 뚫어라! 적들을 도륙해라!”
고승 장군의 다그침에 그 수하 군사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는 동문 수비 군사들… 하지만 그때 구원군이 등장했다.
“나 가동이 왔노라!! 모두들 힘을 내라!”
“오오! 가동 부장님! 지원군이 왔다! 힘을 내라!”
왕고중이 빠르게 사람을 보낸 덕분인지 가동도 빠르게 구원군을 데리고 수비를 하는데 합류하여 고승의 군사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당황하는 고승.
‘무… 무슨 대처가 이리 빠르단 말이냐? 설마…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고승은 동문 수비에 대한 대처가 엄청나게 빠른 것을 보아 자신이 이 백암성을 빠져나갈 것이라는 것을 동현이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동문을 지키고 있던 왕고중은 가동과 함께 온 박준과 함께 수비를 지휘하고 있었다.
박준은 왕고중을 보좌하며 수비를 하는데 있어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고, 왕고중은 그런 박준의 조언에 따라 군사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고승의 군사들을 막아 냈다.
그렇게 양 군사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백암성 동문에 고승이 거느리고 있는 군사들이 가동의 구원군에 의해 점점 밀리기 시작하며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고승의 수하가 다급히 다가와 말한다.
“장군! 적의 구원군 때문에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다른 성문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안 돼! 그러다가 우리의 뒤를 공격당한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장군! 우리 군의 일부를 후군으로 돌려서 동문 수비 군사들의 공격을 지연시키면서! 남은 군사들로는 다른 성문을 공격해 그곳을 뚫고 빠져나가야 합니다!”
“젠장…….”
“장군! 빨리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안 그러면 늦습니다!”
수하의 다급한 외침에 고승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그렇게 군사들을 움직이려 하는데…….
두두두두두두!!
“이것이 무슨 소리냐?”
“이… 이건… 말발굽 소리입니다.”
“말발굽 소리… 서… 설마!”
“장군! 저길 보십시오!”
“저… 저건 개마무사들!!”
“피… 피하십시오! 장군!”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개마무사들의 강력한 돌격 공격에 고승과 그 군사들은 혼비백산한다.
그런 틈을 이용해 개마무사들은 고승의 군사들을 헤집어 놓으며 도륙하기 시작한다.
“죽어라!!”
촤아아악!!
“크어어억!!”
푸우욱!!
“끄… 끄으윽!!”
도륙 당하기 시작하는 고승의 군사들.
고승은 이런 상황에 어쩔 줄을 모르는데 멀리서 또 한 무리의 군사들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무리의 사람이 다가오더니 고승에게 말한다.
“장군께서는 어찌 황명을 어기려 하십니까?!”
“너… 너는!”
“그렇습니다. 용양장군 동현입니다!”
“네… 네가 감히 어찌 내 군사들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냐?! 당장 군을 물리지 못할까?”
“그럴 수 없습니다. 장군.”
“뭐라?”
“장군은 황명이 우선입니다. 태제 전하의 명이 우선입니까?! 이 고구려의 주인은 누구란 말입니까?! 장군께서 하는 행동은 반역에 행동하는 것입니다!”
“……!”
“항복하십시오! 장군! 항복하신다면 제가 도성에 서찰을 써서 장군을 용서해 달라 청하겠습니다! 무기를 내려놓고 말에서 내려오십시오!”
“네… 네 이놈이!!”
고승은 동현의 말에 흥분하여 동현에게 달려든다.
그런 고승의 행동에 호위를 하고 있던 허손이 상대하려 하는데, 이를 동현이 말린다.
“괜찮아. 내가 직접 상대하지.”
“하지만…….”
“내 실력을 모르는 것이냐? 허손.”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그래.”
동현은 고승이 말을 몰고 달려오자 자신도 말을 몰고 달려 나간다.
고승은 동현이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 나오자 잘 되었다 생각하고 자신이 아끼는 무기인 창을 꼬나들고 동현에게 내질렀다.
“죽어라! 이놈!”
쉬이이익!!
까아아앙!!
“흥분하면 집니다. 장군!”
동현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창으로 고승에게 연속 찌르기를 시전하다.
쉭! 쉭! 쉬이익!!
“헛!!”
까아아앙!!
고승은 동현의 연속 찌르기에 첫 번째 찌르기와 두 번째 찌르기에 깜짝 놀라고 숨을 들이키며 간신히 피한다.
그리고 마지막 찌르기를 간신히 창으로 막아 낸다.
“제법이구나. 네놈…….”
“장군. 아직 제 실력의 반에 반도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뭐라?”
“솔직히 실망입니다. 많은 전쟁터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셨다고 하여 기대했는데… 기대 이하이군요.”
“이놈이!”
동현의 말에 잔뜩 흥분한 고승이 다시 한번 자신의 창으로 동현을 공격하려 하는데, 오히려 상대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쉬이이익!
푸우욱!!
“으어어억!!”
“자… 장군!!”
동현은 고승을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창으로 고승의 어깨를 찔렀다.
그러자 고승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말에서 낙마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보좌하던 측근 장수가 놀라며 달려온다.
그런 장수를 허손이 막아서더니 단번에 목을 찔러 버린다.
“어딜?!”
쉬이이익!!
푸욱!!
“커… 커억!!”
그렇게 고승을 제일 가까이에서 보좌하던 장수가 허손에 의해 죽게 되자, 주변 고승의 군사들은 주춤하며 달려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본 동현은 주변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뭣들 하느냐?! 얼른 저 역적 고승을 포박해라!”
“예! 장군!”
동현의 명령에 군사들은 일제히 고승에게 달려들어 포박한다.
그 모습을 본 동현은 싸우고 있는 고승의 군사들에게 외친다.
“여기 역적 고승을 사로잡았다! 모두 항복해라!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다! 모두 무기를 버려!”
동현은 그렇게 외치며 주변 군사들에게 고승을 생포한 사실을 보이니, 고승의 군사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고승이 생포된 것을 보자 그 군사들은 하나둘씩 무기들을 던지며 항복 의사를 표하자 동현은 옆에 있던 허손에게 명령한다.
“허손!”
“예! 장군!”
“일단 저 고승의 군사들을 모두 포박하여 옥에 가두어 두도록 해. 그리고 고승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승은 자네가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해. 알겠나?”
“예! 장군! 그리하겠습니다.”
“황명을 어기고 이곳을 빠져나가려했던 사람이기는 하나 우리 고구려의 역전의 장수였던 분이시다. 치료도 해드리도록 해.”
“알겠습니다. 장군.”
동현의 명령을 받은 허손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치열했던 백암성 동문에서의 전투가 끝나자, 동현은 동문 군사들의 피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