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화 동현, 박준의 계책으로 탐관오리 귀족들을 잡다.
박준은 양총에게 확답을 받고는 동현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 모든 내용을 보고한다.
“그래? 확답을 줬단 말이지?”
“예. 장군. 뇌물도 주면서 장군이 자신을 좋게 보고 있다고 구슬리자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높은 벼슬까지 준다고 하자 냉큼 승낙하더군요.”
“역시 재물에 눈이 먼 자로구만.”
“그렇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바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사냥을 핑계로 사병들을 뺀다고 했으니, 아마 그 때쯤이면 자신의 사병들을 통해 사냥을 하는 척 모습을 보이겠군. 그 근처에서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마 사냥을 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 사냥을 할 것입니다. 양총은 매우 영약한 자니 우리가 만약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것도 염두에 두었을 겁니다.”
“으음… 그렇게 해서 일이 잘못 되었을 때는 그 자들과 연합하여 우리를 치려고 하겠지.”
“맞습니다. 장군.”
“수고했다. 박준. 네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됐어.”
“과찬이십니다.”
“지금 당장 장수들을 모두 소집시키게.”
“예! 장군!”
동현의 말에 박준은 방을 나가더니 모든 장수를 동현의 방으로 소집시켰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든 장수가 방 안으로 모이자 동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모두 모였는가?”
“예. 장군! 모두 모였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본론을 시작하지. 여기 있는 너희들은 알겠지만 우리가 얼마 전 이 백암성을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 많은 귀족들을 잡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장군. 그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 결과 이 백암성은 매우 풍요로워지고 백성들도 우리를 깊게 따르고 있지. 하지만…….”
“……?”
“아직도 제대로 색출되지 못한 귀족들이 있더군. 그래서 나는 그 귀족들도 뿌리 뽑으려 할 것이다. 일단 이 일에 대한 계책은 박준이 설명해 줄 것이다. 박준! 설명을 시작하게!”
“예. 장군.”
박준은 자신의 계획을 장수들이 소집되기 전 동현과 말했던 것처럼 막힘없이 털어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렇다면 이제 그 일을 누가 맡을지에 대해 논하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이제 사람만 정하면 될 듯합니다.”
“박준 대인. 그렇다면 그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종수 자네가?”
“예. 형님을 따라 장군을 모신지 꽤 시일이 흘렀는데, 아직 제대로 된 공 하나 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 일로 공을 세워 장군이 기반을 다지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동현은 단석한의 동생인 단종수가 그렇게 말을 하자 씩 웃으며 대답한다.
“좋아. 허락하마. 단 혹시 모르니 자네에게 조언해 줄 사람도 붙여 주겠네. 고흘중!”
“예! 장군!”
“자네가 단종수와 함께 이 일을 맡도록 해. 단종수가 하는 일에 대해 옆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을 해 줘.”
“알겠습니다. 장군!”
“단종수 너는 여기 고흘중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 너도 알겠지만 여기 고흘중은 내가 인정하는 신동이야. 무예를 겸비한 사람이지. 고흘중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서 이번 일을 성공시키길 바란다.”
“예! 장군!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래. 박준. 여기 단종수에게는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
“예. 단종수에게는 두 사람이 사병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곳을 기습하게 하여 그들을 모두 소탕하게 하려 합니다.”
“알겠네. 모두 들었겠지? 너희의 임무는 그들을 소탕하는 것이다. 사병들을 기습하는데 성공하면 희생을 최대한 줄이려고 해봐라. 항복을 권유해. 단 저항하는 놈들은 가차 없이 죽여라. 알겠느냐?”
“예! 장군! 명에 따르겠습니다!”
“가장 좋은 건 그들의 우두머리 두 명을 빠른 시간 안에 생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병들도 다 항복을 할 것이니 기회도 잘 엿보도록 해봐.”
동현의 말에 단종수가 군례를 올리며 큰 소리로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장군! 제게 맡겨 주십시오!!”
“그래. 널 믿겠다. 박준. 계속하게.”
“예. 장군. 단석한과 돌석비 두 분이 이번 작전에 필요합니다.”
“오! 박 대인! 맡겨만 주시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되오?”
“장군께서는 양총 같은 놈은 뇌물에 쉽게 움직이는 자이니 만큼 그냥 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그러니 그 자도 잡아야 합니다. 그가 사냥을 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니 두 분께서도 사냥을 위장하여 주변에서 움직이시다가 기습적으로 그들을 공격하여 양총을 생포하십시오. 그리고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항복하는 사병들은 모두 그 항복을 받아 주고 저항하는 자만 가차 없이 죽이도록 하십시오.”
“맡겨만 주시오! 반드시 해내겠소!”
“그리고 두 분 중 한 분은 양총이 달아날 퇴로에 매복을 해두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바로 여기 지도에 보이는 이곳… 이곳이 양총이 빠져나가기가 가장 좋은 곳이니 이곳에 미리 군을 매복시켜 놓도록 하십시오.”
“알겠소이다! 이보게 돌석비! 오랜만에 몸을 풀겠군!”
“그러게 말일세! 하하하하!”
단석한과 돌석비는 오랜만의 임무에 잔뜩 신난 표정이었다.
그런 둘을 보며 동현이 말한다.
“둘도 혹시 모르니 여기 박준을 붙여 주겠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여기 박준에게 조언을 구해라. 박준. 너도 단석한과 돌석비가 부족한 것이 보이면 아낌없이 조언해라. 알겠느냐?”
“예. 장군.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동.”
“예! 장군!”
“너는 지금 바로 그들의 동태를 살펴라. 특히 양총은 영약한 자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자이니 그 자를 면밀하게 살피도록 해!”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허손!”
“예! 장군!”
“너와 나는 단석한과 돌석비가 양총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혹시나 양총이 그곳을 빠져나갔을 때를 대비한다. 양총이 도망칠 만한 곳에 매복을 하도록 해라.”
동현의 말에 단석한과 돌석비가 큰 소리로 대답한다.
“장군!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반드시 잡을 겁니다!”
“하하하! 그래. 나도 너희를 못 믿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전투에 앞서서는 항상 만일의 경우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법이지. 자… 그럼 이제 바로 군을 움직이도록 하지! 저들의 눈에 띄지 않게 밤을 틈타 움직이도록 한다. 그러니 빠르게 준비를 마치도록!”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백암성의 암 덩어리 같은 탐관오리 잔당 귀족들을 쳐낼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장군. 인시(새벽 3시 ~ 5시경)가 되었습니다.”
“좋아. 가자.”
“예!”
동현은 수하들에게 명령하여 먼저 이동하도록 했고 자신은 바로 뒤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동현과 군사들.
제대로 훈련된 군사들이었기에 기척을 완벽하게 감추며 빠르게 이동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기입니다. 장군.”
“훈련을 하는 곳이 생각보다 규모가 크구나.”
“그렇습니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이런 곳에 투자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 사훈. 네 말이 옳다. 그나저나… 우리가 하는 작전대로 모두 이동을 한 것이냐?”
“예. 이제 하나둘 씩 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든 보고가 들어오면 나한테 바로 알리도록 해.”
“예. 장군.”
“그리고 저 사병들을 훈련시키는 곳에 양총이 말한 두 놈이 있는지 확인해 보게.”
“예. 지금 그것도 이미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사훈이 이렇게 대답을 하는 그때… 한 군사가 그의 앞에 와 보고한다.
“군사님. 곽수와 상성이라는 자가 저곳에 있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뭐냐?”
“곽수는 현재 술을 마시고 여자를 끼운 채 연회를 벌이고 있고 상성이라는 자는 술을 마시고 진작에 뻗었는지 잠을 자고 있답니다.”
“허어… 이 와중에 연회라?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나보군.”
“그런 듯 보입니다. 양총에게 들으니 이 근처에는 짐승들이 워낙 많아서 새벽에 횃불만 밝혀도 사냥감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 밤 사냥을 하고 진탕 마신 뒤 잠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군. 계속 그들을 주시하고 변동 사항이 있으면 보고하라!”
“예! 군사!”
사훈의 명령을 받은 군사가 사라지자, 그가 바로 동현에게 보고하려 했다.
동현은 곁에서 이미 들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일이 쉬워지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장군. 지금 보고 말고 그 전에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경계를 하는 사병들도 별로 없다고 하니, 기습을 하면 아마 와르르 무너질 겁니다.”
“좋아. 아… 참! 양총에게 간 군사들은?”
“좀 전에 박준에게서 연통이 왔습니다. 이미 모든 준비를 해 두었답니다.”
“좋아. 혹시 모르니 일을 치르기 전에 모든 일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라고 해.”
“예! 장군!”
“자… 우리도 우리가 있을 지점으로 이동해야지. 가세. 사훈.”
“예!”
“단종수. 이곳을 부탁한다.”
“예! 장군! 염려 마시고 편안하게 그곳에서 기다리십시오! 제가 그 두 놈을 반드시 생포해 바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동현은 그렇게 곧 일이 터질 곳을 은밀히 살펴보고는 자신이 있어야 할 지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 두 시진(4시간) 후.
“보고 드립니다!”
“말하라.”
“단종수 부장이 곽수와 상성을 사로잡고 1천여 명의 사병 중 5백여 명을 죽였으며 남은 5백의 사병들을 항복시켜 포로로 잡았습니다!”
“우리 군의 피해는?”
“30여 명 정도가 부상을 입었으며 죽은 자는 아직 없습니다.”
“적군을 죽인 것보다 우리 군이 살아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음부터 보고 할 때 우리 군의 피해부터 보고해라. 알겠느냐?”
“예! 장군!”
“지금 단종수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장군께서 명령하신대로 일단 포로들을 장군께 넘기러 이곳으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빠르게 군을 몰아 곽수와 상성의 가족들과 친인척을 모조리 잡아들이기 위해 그들의 집으로 향한다고 했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동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으나 내가 보기에 이곳까지 포로를 넘기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시간 낭비 같다. 그 근처에 가동이 있을 것이니 너는 지금 당장 단종수에게 가서 가동에게 모든 포로들을 넘기라고 전해라.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가동에게 들러 잠시 단종수가 넘긴 포로들을 맡아 달라고 해. 그럼 그사이 내가 그 포로들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장군!”
“단종수는 가동에게 포로를 넘기고 나에게 따로 보고 할 것 없이 곽수와 상성의 가족들과 친인척을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해라. 지금 바로 움직여!”
“예! 장군!”
단종수 수하는 그렇게 바로 명령을 받자마자 말을 타고 단종수에게로 돌아간다.
그런데 단종수의 수하가 돌아가기 무섭게 또 다른 군사가 말을 타고 다가온다.
히히히힝!!
“보고 드립니다!”
“말하라.”
“양총의 8백여 명의 사병 중 5백여 명을 죽였고 3백여 명을 포로로 삼았습니다. 다만…….”
“다만 뭐냐?”
“양총은 잡히기 직전 자신의 부하를 이용해 그곳을 빠져 나갔습니다.”
“으음… 추격은 계속 하고 있는 것인가?”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이 쪽으로 올 가능성이 크겠군. 알았다. 너는 지금 단석한과 돌석비한테 가서 이렇게 전해라. 양총을 놓친 것은 괜찮다고. 이미 만일에 대비해 내가 이곳에도 양총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준비를 해두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양총이 달아난 곳으로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라고 해. 너무 빨리 좁혔다가는 오히려 눈치 채고 달아나니 말이야. 지금 가서 바로 전해라.”
“예! 장군!”
양총은 역시나 영약한 자였다.
아침 일찍 종종 사냥을 즐기는 편이라 동현이 보낸 박준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날은 사병들을 훈련에 보내지 않고 이들을 이용해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동현은 그런 양총의 계획을 모두 예상한 뒤라 쉽게 대응했다.
모든 사병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자 동현은 이때를 틈타 단석한과 돌석비를 시켜 그들을 기습 공격하게 명령한 것이었다.
그 결과 잔당들은 모두 소탕하거나 포로로 만들었지만 양총만은 그곳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한 군사를 통해 전해졌다.
하지만 동현은 여전히 여유만만 했다.
‘양총, 네가 올 곳은 여기뿐이다.’
동현은 그렇게 백암성에서 탐관오리 귀족들을 모조리 때려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