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동현, 여동생 지현을 허손에게 시집보내다.
동현과 가동이 이야기를 나누고 난 얼마 후… 드디어 동현의 동생인 지현과 허손이 혼인을 할 날짜가 잡혔다.
“그래? 보름 후가 좋다고?”
“예. 장군. 그때가 가장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잘 되었군. 그럼 그때 혼인을 하기로 하지. 내 동생인 지현이랑 허손에게도 이 소식을 전해주도록 해.”
“예! 장군!”
동현은 점을 잘 보는 사람을 통해 두 사람이 언제 혼인을 하면 좋을지 날을 정했다.
두 사람은 소식을 듣자 기뻐했고 특히 허손은 혼인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허손.”
“예. 장군.”
“혼인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가? 들떠 보이는구만?”
“그렇게 보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응? 그거 가지고 너한테 뭐라고 하는 거 아냐. 혼인을 앞두고 당연한 거지. 단지 신기해서 말이야.”
“무엇이 말입니까?”
“어떤 여자를 봐도 반응을 하지 않던 목석 같은 네가, 내 동생한테 그렇게 반응을 하다니… 정말 놀라워서 말이야.”
“아… 예.”
허손은 동현의 말에 얼굴이 시뻘게지며 부끄러워한다.
그런 허손을 보고 동현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제 불과 이틀 뒤군. 그때가 되면 내 동생과 너는 가족이 되는 거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내 동생을 잘 부탁한다.”
“염려 마십시오! 장군!”
“그럼 내 동생 지현이 좀 내 방으로 불러다오.”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허손에게 자신의 동생을 아껴 주고 사랑해 달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곧 혼인을 할 지현을 부른다.
“오라버니. 부르셨어요?”
“그래. 혼인 준비는 잘 하고 있고?”
“그거야… 오라버니께서 워낙 잘 챙겨 주시고 계셔서…….”
동현은 지현의 대답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눈앞에 놓인 차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얼마간 흐르는 정적.
그런 정적이 싫었는지 지현이 묻는다.
“오라버니. 절 불러 놓으시고는 왜 아무 말도…….”
지현의 말에 동현은 천천히 말을 꺼낸다.
“네가 벌써 시집을 간다는 것이 좀 그래서 말이야. 세월은 흐르는 물 같다고 하더니… 정말 빨라.”
“아…….”
“네가 혼인을 하기 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워낙 바쁘다 보니 그럴 기회가 워낙 없지 않았느냐?”
“…….”
“지현아.”
“예. 오라버니.”
“허손과 잘 살아야 한다. 내가 그 녀석을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보다는 아니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요. 오라버니. 너무 염려 마세요. 둘이 잘 살아갈 자신 있습니다. 어? 오… 오라버니? 우… 우세요?”
동현이 갑자기 지현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자 지현이 당황한다.
“아니다… 너를 보면 부모님이 가장 많이 생각나서 말이야. 그리고 네가 시집을 간다하니 마음이 좀 그렇다.”
“오라버니…….”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구나. 미안하다. 좀 전에 한 말은 잊어버려라.”
지현은 동현의 반응에 순간 속에서 울컥했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동현이 얼마나 가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는지 말이다.
지금 이만한 가문으로 키운 것은 오로지 동현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자신과 작은 오빠는 물론이고 가문의 사람들이 잘 살게 되었으며, 가문에 있는 사람들의 수도 급속하게 늘음과 동시에 고구려의 태왕에게 인정받는 가문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오빠가 부모님 생각과 자신을 보고 마음이 그렇다는 말을 하니 지현도 순간 속에서 울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 감정을 참고는 대답한다.
“오라버니. 제가 시집을 간다고 해서 오라버니를 떠나는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앞으로 제가 더 잘할게요.”
“그래. 동우와 너는 나를 속 썩인 적이 한 번도 없었지. 그 점은 정말 고맙다. 아… 참! 그리고 줄 것이 있다.”
“……?”
“이것을 받거라.”
“이게… 무엇입니까?”
“한번 열어 봐.”
동현은 자신의 앞에 큰 상자를 내려놓고 지현에게 열어 보게 한다.
지현은 그 상자 안의 내용물을 궁금해 하며 여는데…….
“응? 웬 옷이에요? 여자 옷인데…….”
“그거… 우리 어머님께서 생전에 입으셨던 옷이다. 기억이 나질 않느냐?”
“어… 어머니께서…….”
“그래. 네가 시집을 가면 이 옷을 네게 주려고 했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나 옷 등 쓰거나 입을 수 있는 것이면 그대로 우리가 물려받아서 썼으면 한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지금 이 옷은 네게 딱 맞는 때인 것 같다. 그러니 잘 챙겨 둬.”
“예. 오라버니…….”
지현은 어머니의 옷이라는 말을 듣자 눈에 눈물이 고인다.
동현은 그런 지현을 꼬옥 안아주며 말한다.
“잘 살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항상 내게 말하고… 내가 다 해결해 주마.”
“흐흑… 예. 오라버니…….”
결국 눈물이 터진 지현은 한 동안 동현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동현과 지현이 이야기를 나누고 이틀 뒤.
드디어 허손과 지현의 혼인이 치러졌다.
“합근례(전통혼례에서 신랑과 신부가 술잔을 주고받으며 혼인 서약을 하는 절차)를 통하여 여기 있는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하늘에 고하였으니! 이 부부를 모두 축복해 주시오!”
혼인을 주관하는 이가 소리를 치자, 혼인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전부 박수를 치며 허손과 지현의 혼인을 축하해 주었다.
혼인 의식을 모두 마치자 역시나 짓궂은 사람들이 외친다.
“어허?! 뭐하나? 이제 인사는 그만하고 신방(결혼식을 끝낸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치르도록 새로 꾸민 방)으로 가야지! 가서 떡 두꺼비 같은 아이들을 낳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게 말일세! 하하하! 신랑은 힘 좀 쓰게! 응?!”
“하하하하하하!!!”
허손과 지현은 짓궂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듣자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런 둘은 동현에게 절을 하고난 뒤 빠르게 신방으로 들어갔다.
동현은 둘이 신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혼인식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술잔을 높이 들며 외친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제 여동생의 혼례에 이토록 많이 와주셔서 말입니다. 자… 오늘은 날이 날이니 만큼!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 보십시다!”
“하하하! 정말 감축 드립니다! 장군! 그럼 마음껏 마시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손님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때.
“장군. 강이식 대장군과 막리지께서 동생 분의 혼인을 축하한다며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오! 그래?”
“예. 혼인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축하 예물을 보내심과 동시에 서찰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 사람들은 어디 있는가?”
“예. 지금 대문에서 들어오자마자 예물들을 옮기게 하고 있을 겁니다.”
“그 쪽으로 가지. 안내해라.”
“예. 장군.”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과 막리지가 동생의 혼인을 축하한다는 예물을 자신의 수하와 함께 보냈다고 하기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오! 자네는 막수가 아닌가? 자네는 돌석이고?”
“예. 장군.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그야 물론이지. 그래. 두 분께서는 잘 계시는가?”
“물론입니다. 장군. 여기… 막리지와 대장군의 서찰입니다. 아… 그리고 을지문덕 대모달의 예물과 서찰도 저희가 챙겨왔습니다.”
“그래? 고맙구만. 어디…….”
동현은 세 사람의 서찰을 모두 받고는 하나씩 읽어 본다.
“으음… 이번부터 과거제도를 실시한다라… 그리고 다음 달에 한글을 반포하겠다?”
“예. 장군. 장군께서 태왕 폐하께 올린 훈민정음이라는 한글은 우리 고구려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반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현재 장군께서 주신 그 훈민정음 책 내용을 계속 필사하고 있는 중이라 합니다.
“그래. 알았다. 아 참! 가도 정비를 본격적으로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쓰여 있는데… 그건 왜 그런 것인가?”
“아… 예. 그것은 일단 사람들을 모으고 정비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모으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런 것입니다.”
“그랬군. 알았다. 아… 참! 백암성 주변의 가도 정비는 태왕 폐하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막리지께 말씀 드리거라. 우리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장군.”
“음? 이건 뭐야? 우식이도 곧 혼인을 한다고?”
“예. 장군. 얼마 전 개모성의 처려근지로 부임을 하게 되었다면서 제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개모성? 개모성이라면 이 백암성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데? 헌데 오늘은 왜 못 옷 것이냐? 내가 분명 초대장을 보냈었는데 말이야.”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의 수하인 막수가 대답한다.
“그것이.. 개모성의 상황이 좋지 못하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개모성의 전 처려근지가 워낙 개판을 쳐놔서 말입니다.”
“그래?”
“예. 만약 그 사람이 병으로 죽지 않았다면 저희 도련님께서 개모성의 처려근지로 부임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랬군. 헌데 희한하구만. 그렇다하더라도 죽은 처려근지에게서 그 아들이 있는 걸로 기억한다. 처려근지가 아무리 개판을 치더라도 수하들이 그를 변호한다면 그 직을 승계할 수 있었을 텐데?”
“워낙 악명이 높은 자였습니다. 수하들에게 조차도 말입니다. 그래서 그 수하들이 들고 일어났고 그 아들이 새롭게 처려근지가 되는 걸 거부하며 태왕 폐하께 연명 상소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그 아들이 승계하지 못하고 저희 도련님께 개모성의 처려근지 벼슬이 간 것입니다.”
“그랬구만. 허어… 내 초대장에도 직접 오지 못 할 정도라면 정말 힘든 모양이군.”
“후우… 그렇습니다. 백성들이 사는 모습이 말이 아닙니다. 저도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앞으로 도련님을 모시기로 하면서 따라가게 되었는데… 개모성의 백성들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정도란 말인가? 정말… 썩어빠진 놈들만 있었군그래.”
동현은 개모성의 상황에 탄식하더니 자신을 호위하고 있는 가동에게 명령한다.
“이보게. 가동.”
“예. 장군.”
“지금 사훈을 불러오게.”
“알겠습니다.”
가동은 동현의 명령을 받자마자 사훈을 부르러 간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현의 혼인으로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던 사훈이 호출되어 동현의 앞에 왔다.
“장군.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네.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장군께서 부르시는 것인데 당연히 와야지요. 한데 무슨 일로…….”
“우리 백암성에 구휼미로 쓸 곡식이 얼마나 되는가?”
“워낙 작황도 좋고 장사로 사들인 것도 많아 넉넉합니다.”
“그래? 얼마나?”
“여기서 말하기가 좀…….”
“그럼 내 귀에 대고 말하게.”
동현의 말에 사훈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동현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정도 양이면 내년에 흉년이 들어도 충분히 넘길 수 있겠군.”
“물론입니다. 장군.”
“내 친우인 우식이가 개모성의 처려근지로 부임했는데 그곳의 상황이 말이 아닌 모양이야.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구휼미를 조금 건네주고자 하는데?”
“상황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군요.”
“그렇다네. 그래서 한두 달에서 세 달치를 지원해 줄 생각인데… 문제없겠나?”
“그 정도라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행이군. 좋아. 이보게. 막수.”
“예. 장군.”
“다행히 우리 백암성이 이번에 풍년이 들어 여유가 좀 되니 급한 불을 끄라고 세 달치 정도의 식량을 지원해 주겠네. 그 정도라면 급한 불을 끄면서 백성들을 안정시키는데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야.”
“참으로 감사합니다. 장군! 저희 도련님께 그리 전하겠습니다!”
“내가 다시 말하지만 이 정도 식량은 급한 불을 겨우 끄는 용도야. 그 개모성의 백성들을 모두 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안을 빨리 마련해서 먹고 살길을 찾아 줘야 할 것일세.”
“예. 장군. 그 말씀도 전하겠습니다.”
“그래. 아무튼 소식을 잘 들었어. 우식이에게는 나중에 여유가 되면 이 백암성으로 한번 오라고 하게. 너무 안 봐서 보고 싶다고 말이야.”
동현의 말에 막수는 꼭 동현의 말을 전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막수와의 이야기를 끝내고 이번에는 돌석이와 이야기를 잠시 나누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