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화 동현, 영양태왕에게 한글에 대해 알리고, 미래 지식을 활용해 신무기를 만들려 하다.
동현은 책으로 만든 한글을 영양태왕에게 내민다.
영양태왕은 그 책을 받자마자 이게 무엇이냐는 궁금한 표정으로 표지부터 보는데…….
“훈민정음?”
“예. 태왕 폐하.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입니다. 소신이 부족하지만 우리 고구려에서 쓰일 문자를 만들어 봤나이다.”
“문자? 문자라?!”
“예. 태왕 폐하. 아주 오래 전에 조선에서는 분명 우리가 쓰는 문자가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허나 저 서토의 오랑캐들로 인해 우리의 것은 없어졌고 저 서토의 오랑캐 문자를 빌려서 쓰고 있었지요.”
“그렇지.”
“허나 엄연히 그들과 우리는 다른 민족입니다. 쓰는 말도 다른데 문자를 그들 것을 써서 되겠습니까? 거기다 저 서토의 오랑캐들이 쓰는 것들은 익히기가 매우 어려우니 백성들도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글을 모르니 어떤 사람의 말만 믿고 도장이나 수결을 해주었다가 땅을 빼앗기는 일… 또는 자신은 아무런 죄도 없는데 글을 읽지 못한 것으로 인해서 죄를 뒤집어쓰는 일 등. 엄청나게 많사옵니다.”
“과연… 그래서 이 문자를 만들었단 말인가?”
“예. 폐하. 태왕 폐하부터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이 문자를 전부 다 배우고 익히면 나라를 통치하는데 매우 수월해질 것이며 백성들도 이 문자를 통해 그 뜻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자로 인해 억울한 사람들도 없어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대가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나보다 낫도다.”
“과찬이십니다. 태왕 폐하.”
“아니긴… 지금 내 말은 모두 진심일세. 문자라니… 우리 고구려만의 문자를 갖는다?! 이거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구만! 아주 큰일을 해냈어! 이건 엄청난 일이야!”
“황공하옵니다. 태왕 폐하. 지금 당장 한번 써보시옵소서. 거기 어떻게 우리 문자를 쓰는지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으음? 이것만 보고도 금방 쓸 수 있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 한글은 매우 쉬워서 지혜로운 자는 한나절 만에 다 깨우치고 배울 수 있으며,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는 문자입니다. 백성들에게 이 문자를 쓰게 하려면 쉽게 쓰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옳은 말이다. 그럼 어디…….”
영양태왕은 동현의 말에 책에 있는 설명을 보고는 자신의 이름을 써 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게 내 이름이 맞는가?”
“맞사옵니다! 태왕 폐하! 역시 태왕 폐하이십니다. 금방 읽고 쓰는 방법을 깨우치셨으니 말입니다.”
“하하하하! 이거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쉽다니… 우리 문자를 쓰기가 말이야! 이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막리지와 대모달도 불러서 한번 써 보라고 해야겠어! 이보게 근위장!”
“예! 태왕 폐하!”
“막리지와 대모달을 지금 바로 이 편전으로 불러라.”
“예! 태왕 폐하!”
영양태왕은 자신들만의 나라 문자가 생겼다는 기쁨에 막리지와 대모달을 호출했다.
근위장이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을 불러 오기 전까지 동현은 또 고한다.
“그리고 태왕 폐하. 시급히 시행하셔야 하는 일이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두 가지나?! 말해 보거라.”
“일단 가도를 정비하셔야 합니다.”
“가도를?”
“예. 태왕 폐하. 저희가 수나라와 전쟁을 할 때를 잘 생각해 보시옵소서. 군량을 수송하기가 어땠는지 말입니다.”
“그대의 말이 옳다. 허나 우리 고구려는 보통 산 위에 성들이 있어. 그러니 운반하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사오나 가도 정비 자체가 되어 있지 않으니 군량을 수송하는 것이 더욱 느려지고 있는 것이옵니다.”
“으음… 그대의 말이 옳으나… 그러자면 엄청난 재물이 들어갈 텐데…….”
“소신이 상단에서 절반을 내겠습니다.”
“뭐라? 절반이나?”
“예. 태왕 폐하. 가도를 정비하게 되면 군량의 수송 뿐 아니라 다른 것들을 옮기거나 할 때에도 빨라져 서로 간의 거래 또한 신속히 이루어 질 수 있으니, 나라를 더욱 살찌울 수가 있게 됩니다. 비록 가도를 정비하는데 많은 재물이 들어간다고는 하나 정비만 한다면 훗날 더욱 큰 재물을 쥘 수 있으니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대는 본래 상인이 아니었던가? 자네가 하는 말을 들으니 재물을 절반이나 대는 것에 대해 내게 무언가를 요구할 것 같군.”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사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나라를 위한 것이 더 큽니다.”
“무슨 요구를 할지 궁금해지는군. 말해 보게.”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소신이… 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무기를?!”
“예. 태왕 폐하. 신무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신무기를 만들어서… 저 수나라와 다시 붙을 때 저 놈들을 모조리 도륙 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
“무기가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그것을 개발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내부에 문제라도 일으킬까봐 답을 망설이시는 것이겠지요.”
“잘 아는구나. 이건 정말 엄청난 말이다. 내가 만약 이 말을 들어준다면 신하들의 반발 또한 엄청나게 클 것이며 막리지와 대모달 또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
“물론입니다. 태왕 폐하. 소신이 그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런데도 이런 요구를 한다?”
“예. 태왕 폐하.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수나라는 아시다시피 우리보다 국력이 훨씬 크며 인구 수 또한 엄청납니다. 그 많은 군사로 우리 고구려에 몇 번이나 연속해서 쳐들어 올 수 있는 국력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저희가 국력의 손실이 없이 막으려면 신무기 개발은 필수적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한 동안 눈을 감고 아무 대답이 없었다.
무언가 잔뜩 고민하는 듯한 모습.
그런 영양태왕의 모습에 동현이 말을 이어간다.
“신하들의 반발과 제가 변심하려고 하는 것이 고민이 되신다면… 제가 있는 백암성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곳에 감시할 사람을 보내십시오. 그렇게 하시더라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렇게까지 신무기 개발을 하겠다?”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으음…….”
동현이 신무기 개발을 감시하는데 사람을 보내라고 까지 말을 하자 영양태왕의 표정은 조금 밝아졌다.
그런데 그때…….
“태왕 폐하. 막리지와 대모달 들었습니다.”
“오! 그래! 들라해라!”
“예!”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연태조와 을지문덕이 도착을 했다.
영양태왕은 우선 동현이 만든 문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둘은 그 책을 토대로 써 보기까지 했다.
한글을 써 본 후, 연태조와 을지문덕이 감탄한다.
“대단하이! 용양장군이 참으로 큰일을 해냈어!”
“과찬이십니다.”
“이건 과찬이 아닐세. 우리 고구려에 문자가 생겼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야. 참으로 고생했네!”
“감사합니다.”
연태조와 을지문덕이 동현에게 한 동안 칭찬을 하며 기뻐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동현이 무기 개발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영양태왕이 말을 하자 둘은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이보게. 용양장군. 이게 얼마나 엄청난 말인지 알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막리지.”
“본래 무기 개발은 이 수도인 장안성(평양성) 안에서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일세. 그런데 그것을 자네가 있는 성에서 한다면 분명 많은 귀족들이 반발할 것이야.”
“그래서 태왕 폐하께 말씀드려 감시자를 붙여서라도 제게 신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청을 했습니다.”
“으음… 내가 이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겠네.”
“……?”
“설사 우리가 감시자를 붙인다 하더라도 만약 자네가 딴 마음을 먹는다면 그들을 죽이고 그 칼을 이 중앙으로 돌릴 수 있음이야. 그렇지 않은가?”
연태조의 날카로운 말에 동현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머리를 땅바닥에 찧으며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콰아아앙!!
“소신은! 결코 딴 마음을 품지 않을 겁니다!!”
동현의 돌발 행동에 영양태왕은 물론이고 연태조와 을지문덕은 잠깐 놀랐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말한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나?”
“……?”
“무기 개발 감시에 있어서 몇 사람만 보내는 것이 아닌 군대를 보내는 것 말이야.”
“군대를 말입니까?”
“그렇네. 수는 이천여 명 정도 되는 군사를 보내는 것이지. 그에 대한 수장은 고승장군을 상승장군으로 다시 복권을 시켜 주면서 그곳에 주둔케 하며 무기 개발을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지. 어떤가?”
동현은 고승이라는 말에 잠시 망설이긴 했으나, 예전의 일로 본인을 어느 정도 신뢰를 하게 되었으니 받아들여도 될 것이라고 빠르게 결정했다.
“소신은 어떤 자가 감시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군대가 와도 말입니다.”
“그것이 참말인가?”
“예. 막리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저희가 무기 개발하는 것을 감시자가 와서 언제든지 감시해도 된다고 말입니다.”
연태조의 질문에 동현이 바로 대답을 하자 영양태왕도 안심한 듯 동현에게 묻는다.
그럼 막리지의 말대로 군사 2천을 고승장군을 상승장군으로 임명하여 네가 돌아갈 때 같이 가도록 하겠다. 그러니 넌 그곳에서 무기 개발을 하도록 하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헌데 궁금하군. 그렇게까지 감시를 받아가면서 무기를 개발하려한다는 건… 무언가 생각해 둔 것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사옵니다. 수나라 군을 몰살시킬만한 무기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몰살시킬 만한 무기?”
“예. 태왕 폐하. 수나라는 우리 군보다 수가 훨씬 많으니 이런 무기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이기려면 우리가 유리한 지형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무기라고 생각됩니다.”
“그게 쉽게 되겠는가?”
“일단 소신이 이론적으로 생각해 둔 것이 몇 가지 있사온데, 그것만 제대로 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으음… 알겠네. 만약 무기가 개발되면 알리도록 하게.”
“예. 태왕 폐하.”
그렇게 동현은 영양태왕을 알현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동현은 수하들을 소집시키며 영양태왕과 말했던 것을 알려 주었다.
“으음… 그럼 고승 장군과 같이 백암성으로 가야한다는 것이군요.”
“그렇네.”
“알겠습니다. 장군. 헌데… 무기를 개발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장군께서 제게 책으로 보여 주었던 그 무기를 개발 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그 무기는 우리가 은밀하게 개발할 것이다. 내가 선보일 것은 파진포라는 것이지.”
“파진포요?”
“그래. 적이 밟으면 폭발하는… 그런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파진포.
조선 시대 광해군 때에 등장하는 한국에서 최초의 지뢰로 기록된 무기였다.
조천종이라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주철 100근을 사용하여 만든 대형 지뢰였다.
이 지뢰를 밟게 되면 지뢰 안에 들어 있던 부싯돌과 아륜철이라는 금속 바퀴가 마찰을 일으켜서 폭발하는 형태였다.
당시 실록에는 이 위력이 대단해서 연기와 화염이 공중에 가득하고 불덩이가 땅 위에 닿으며 산의 절반을 불태웠다는 기록이 있다.
동현은 이것을 생각해 내었고 이 파진포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런 무기를… 그럼 기존에 개발하고 만들려는 무기는 우리가 감추고 있어야겠군요.”
“그래. 그곳은 정말 깊숙하게 있는 곳으로 절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고승 장군과 그 군사들의 동선을 매일 주시하겠습니다.”
“그리하게.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야. 고승 장군이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으니 말이야.”
동현은 드디어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 무기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