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화 양광, 권모술수로 형 양용을 몰아내고 태자가 되다.
영양태왕의 포구 개항의 소식이 떨어지자 시미즈 히로무는 매우 기뻐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비사성 포구와 운두산성 포구로 자신의 상단을 꾸려 그곳에 상주시킬 사람을 빠르게 선정했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주공. 비록 점포의 개수가 제한된다고는 하지만 그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성과입니다.”
“그래. 이게 다 내 사위가 애써 준 덕분이 아니겠나? 직접 이 일에 대해 상주했다고 하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더불어 우리 영토에도 고구려 상단의 점포가 설치될 수 있도록 했으니, 서로 남는 이문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 아주 잘 된 일이다. 거기다 고구려의 상단이 우리 영토에 상주하게 되면서 약간의 고구려 군사도 우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명목아래 그대로 머물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야.”
“정말… 사위 분께서 이런 수를 생각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조정의 눈을 피해 몰래 군을 상주시키다가 사위 분께서 큰 해를 당할 수 있겠다고 잠시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내가 뭐라 했나? 내 사위가 하는 것은 결코 틀린 적이 없다 하지 않았나?”
“하하하! 듣고 보니 옳은 말씀이십니다. 정말 대단한 사위 분을 얻으셨습니다. 주공.”
시미즈 히로무의 가신인 고바야시 유토와 나카무라 가쿠는 동현에 대해 칭찬을 한 동안 멈추지 않았다.
“아… 그나저나… 고구려 군사들이 먹고 자고 할 곳은 마련은 해 두었겠지?”
“물론입니다. 주공. 주공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만들었습니다.”
“잘했다. 이제 다음 달에 우리 영토에 상주시킬 내 사위의 고구려 상단이 들어온다고 했으니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주공!”
그렇게 동현의 빠른 대처와 움직임으로 인해 그의 가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같이 흥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수나라로 돌아간 양광은 아버지 양견과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네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한 잔 받거라.”
“예. 아바마마.”
양견이 술 한 잔을 따라 주자 양광은 공손히 받아 마신다.
양광이 술을 마시자 양견이 묻는다.
“그래. 네가 잠시나마 고구려에서 볼모 생활을 하면서 살펴보니 어떻더냐?”
“고구려의 사정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내가 알기로 너는 보는 눈이 뛰어나다. 그러니 깊숙히는 아니더라도 고구려의 사정이 어떤지는 대략적으로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양견의 물음에 양광은 진지한 표정을 하며 대답한다.
“다음에 고구려를 정벌할 때는 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으음… 그토록 강해 보이더냐?”
“예. 아바마마. 비록 우리보다 영토도 훨씬 작고 작은 나라라고는 하나, 그 응집력은 무시 못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광은 당시를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특히 제가 우연히 그들의 주력군인 개마무사들을 보았사온데 저희 수나라의 중기병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중기병에서 만큼은 우리 수나라보다도 훨씬 강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개마무사라면… 말과 사람의 몸에 전부 갑옷을 입고 움직이는 기병들을 말하는 것이냐?”
“맞습니다. 아바마마. 나중에 그 개마무사들과 부딪치는 것은 철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들을 전멸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음… 고구려의 기병들이 그토록 강했다니… 알았다. 또 다르게 말할 것은?”
“어떤 자인지는 모르겠으나… 고구려 내에 고구려 왕의 큰 신임을 받는 신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구려 왕의 신임을 크게 받는 신하?”
“예. 아바마마. 본래 고구려 왕에게 신임을 받는 자는 연태조나 을지문덕, 대중상이라고 들었는데 그 3명과 함께 1명이 더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그 이름이 너무나도 베일에 싸여 있어서 저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바마마.”
“아니다. 네가 볼모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많은 것을 파악했다니… 오히려 칭찬해 줄 일이다. 정말 고생했고 수고 많았다. 한 잔 더 받거라.”
양견은 아들 양광과 같이 한 동안 술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독고황후도 양견과 마찬가지로 돌아온 양광을 반기며 차 한 잔을 했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은밀히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주변을 물리치고는 말한다.
“진왕. 아니… 광아.”
“예. 어마마마. 말씀하시옵소서.”
“너도 알겠지만… 네 형이 지금까지 한 행태를 보았을 것이다.”
“어마마마. 그거야 태자 마마께서 워낙 공사가 다망하시어…….”
“공사가 다망해? 그런 놈이 계집질은 잘 하고 다니더군.”
“어… 어마마마.”
“내 다 안다. 태자가 네 형이니 감싸려는 것이 아니냐? 허나 태자를 더 이상 두둔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너도 알겠지만 얼마 전 나와 폐하께서 너희들이 평소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습적으로 방문을 한 일이 있을 것이다. 기억 하느냐?”
“그걸 어찌 모르겠습니까?”
“헌데… 태자는 그 자리에서 마음껏 먹고 마시더니 시전에 있는 계집들까지 불러서 방탕하게 놀더군.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었어!”
“……?”
“자기가 황제가 되면 지금의 폐하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 그러면서 뭐? 폐하께서 신하들에게 씀씀이가 적어서 쪼잔하다고? 그게 할 말인가?!”
양광은 진노하는 독고황후의 화를 가라앉히려 했다.
하지만 독고황후는 그런 양광의 반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큰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지금의 태자 녀석이 황제가 되면 분명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나라를 말아먹는다!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물론이옵니다. 어마마마. 하지만 어마마마. 태자전하는 결코 그런 뜻에서 말한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러면서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는데?!”
“……?”
“자신은 황제가 되면 재물을 전부 다 베풀며 살 것이다! 말하면서 뭐? 달마다 두세 번씩 연회를 열고 기회가 될 때마다 금을 하사한다고? 너는 이런 정신 나간 말을 내가 더 듣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어… 어마마마! 고정하시옵소서!”
“그런 놈을 계속 태자에 앉혀서 폐하의 뒤를 잇게 해야 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어… 어마마마!!”
“폐하께서는 자신이 입는 것은 물론이고 먹는 것까지 줄여가면서 백성들을 살피셨다! 특히 백성들이 고단할 때는 더 그랬지! 그래서 지금의 수 제국을 만든 것이다!”
독고황후의 말에 양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소자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어마마마. 조금만… 조금만 진정하시옵소서. 지금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어마마마.”
“후우… 그래…….”
독고황후는 그제야 화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말한다.
“후우… 나와 폐하께서는 이 수 제국을 죽을힘을 다해 세웠다. 아느냐?”
“소자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헌데 그것을 태자가 다 망치려 하고 있어. 아… 맞다. 그 말도 했었군. 금은 물론이고 계집들도 신하들에게 한 명씩 하사하겠다나?”
“……!”
“참으로 가관이었어. 나는 물론이고 폐하께서 그 꼴을 함께 보았으니,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 조만간… 폐태자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어… 어마마마! 분명 취중에 나온 말일 것입니다. 이번 일로 인해 폐태자를 한 다는 것은…….”
“이미 폐하와 합의가 된 내용이다. 너는 더 이상 나서지 말라.”
“어마마마!”
양광은 형 양용을 태자 자리에서 폐해서는 안 된다며 독고황후에게 계속해서 간하였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이것은 모두 양광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진왕 전하. 소인을 찾으셨습니까?”
“오! 우복야! 오셨소? 여기 앉으시오.”
“감사합니다. 전하.”
우복야 양소.
그는 양광과 고구려에서 같이 돌려보내졌다.
양광은 수나라로 돌아오자마자 하루라도 빨리 태자가 되기를 바랬다.
양소도 그런 양광의 의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도왔다.
“우복야의 계책대로 지금까지는 매우 잘 되고 있소이다. 어마마마께서 형님께 진노하시는 것은 물론이고 폐하께서도 형님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오.”
“폐태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셨습니까?”
“어마마마께서 말씀을 하시긴 했소. 아바마마께서 이미 준비를 하고 계시다더군.”
“그럼 다 되었습니다. 이제 곧 태자가 되실 것이니 심려 놓으십시오.”
“정말… 형님을 바로 폐할까?”
“폐하의 성정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한 번 결심을 한 것은 잘 바꾸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거기다 황후마마께서도 같은 의견이시니 바로 폐태자를 할 것이라 봅니다.”
“좋아. 하루라도 빨리 태자가 되서 준비를 해야 해. 그래서 저 고구려를…! 반드시 정벌할 것이야! 반드시!! 볼모로 잠시 가 있는 동안의 치욕을… 반드시 갚을 것이다!”
“소인이 그 일을 돕겠습니다! 전하!”
“암! 나를 많이 도와주시게! 자네를 믿네!”
그렇게 양광은 양소와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며칠 뒤.
“현재 태자인 양용을 태자자리에서 폐하고! 양광을 태자에 임명한다! 그리고 폐태자인 양용은 이궁에 한 동안 가두어 놓도록 해라!”
“예. 폐하! 황명을 받들겟나이다!”
“이 황제 자리와 마찬가지로 태자 자리도 한 번 정해졌으면 오래 비워둘 수는 없는 법. 신속히 좋은 날을 골라 태자 책봉 의례를 거행토록 할 것이다. 그러니 빨리 날을 정하도록!”
“예! 폐하!”
그렇게 양광은 온갖 권모술수를 써서 형인 양용을 몰아내고 태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백암성에 있던 동현은 물론이고 영양태왕도 듣게 되었다.
“정말이군. 모든 것이 용양장군의 말대로 되어 가고 있어.”
“참으로 그 혜안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설마 했는데 정말 이리될 줄이야…….”
“아무튼 우리로서는 잘 된 일입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고경이라는 자를 등용 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볼 텐가?”
“예. 폐하. 일단 제가 직접 가서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자네가 직접?”
“예. 폐하.”
“하지만 용양장군의 말대로 그는 쉽게 우리에게 등용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그가 쉽게 뜻을 굽히겠나?”
“그래서 용양장군이 그렇게 될 경우 고경의 등용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습니다.”
“자신에게 맡기라? 그 말은…….”
“예. 보고할 것도 있고 해서 잠시 이 장안성(평양성)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 좋은 소식이구만. 그래. 좋아. 그럼 자네가 한 번 설득을 해보게.”
“예. 폐하.”
그렇게 막리지 연태조는 저번 수나라와의 전쟁 때 볼모로 잡은 고경에게 향했다.
연태조가 공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 소개하자 고경도 인사를 받으며 묻는다.
“고구려의 재상이 적국인 수나라인 장수에게는 무슨 일이오?”
“당신을 등용하기 싶어서 왔소이다.”
“하하하! 나를?”
“그렇소.”
“내가 고구려에 등용될 것이라고 보오?”
“당신의 그 굳건한 마음은 잘 아오. 하지만 현재 수나라의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 가고 있소이다. 당신은 우리 고구려에 올 수 밖에 없을 것이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이곳에서 멀리 벗어나지를 못하는 관계를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나 보구려. 좋소. 그럼 내가 지금의 수나라 소식을 알려 주겠소.”
“…….”
“현재 수나라의 태자는 여기서 볼모로 나간 양광이 되었소.”
“뭐… 뭐라? 그 말은…….”
“예상대로요. 수 황제가 첫째인 양용을 폐하고 양광을 태자 자리에 앉혔소.”
고경은 연태조의 말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