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영양태왕, 약속의 의미를 말하며 계속해서 실천하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복면을 쓴 자객이 달려들자 동현은 그 칼을 가볍게 피하고는 돌려차기로 가슴팍을 찬다.
퍼억!
“크억!”
발차기 한 방에 자객이 나동그라지자 동현은 바로 달려가서 점프를 했고 공중에서 떨어지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칼을 세워 자객의 목 안으로 쑤셔 넣는다.
푸우욱!
“커… 커억!!”
그렇게 한 방에 자객의 우두머리를 죽인 동현은 그 목을 베어 손에 들고는 외친다.
“너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머리를 내가 베었다! 계속 하겠느냐?!”
동현의 외침에 자객들은 당황한다.
자신들은 나름대로 자객으로서 굉장히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사람 하나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역으로 죽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저기 옆에 있는 저 놈들부터 죽여! 저기 저 뒤에 있는 놈은 신분이 꽤 높아 보인다! 저 놈부터 노리자!”
“그래. 그게 좋겠어!”
동현을 죽이는 것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자객들은 목표를 바꿔 연태조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를 보호하는 허손이 이번에는 크게 날뛰었고 뒤에서 동현이 자객들을 상대하니 속수무책이었다.
자객들은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달아나려는데.
“잡아라!!”
“자객들을 잡아라!”
마침 때 맞춰서 허손이 호출한 군사들이 자객들이 달아나지 못 하도록 퇴로를 막았다.
그러자 그중 베테랑으로 보이는 몇몇 자객이 자신들의 목숨을 던져서 나이 어린 자객들은 어떻게든 살려 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런 수에 당할 동현이 아니었다.
“모두들 들어라! 자객들을 생포하는 자에게는 금10냥씩을 하사하며 베는 자에게는 5냥씩 하사하겠다! 그러니 막아라!”
“예! 장군! 이놈들!! 절대 못 달아난다!”
동현은 달콤한 보상을 줌으로써 군사들이 사기와 의욕을 고취시켰다.
그러자 남은 자객들이 당황하는데 한 자객이 당황하지 않고 외친다.
“뭐해? 계획대로 해! 계획대로 한두 명은 살 수 있어!”
한 자객의 말에 다른 자객들도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렸고 몸을 던져 군사들을 막으려 한다.
그리고 그 틈에 어린 자객들이 빠져나가려는데 그것을 동현이 명령한다.
“허손! 그 놈들도 모조리 잡아! 절대 한 놈도 도망가게 해서는 안 돼!”
“예! 장군!”
동현의 명령에 허손은 날랜 몸놀림으로 달아나려는 자객들을 하나 둘씩 제압하며 생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장군. 총 3명의 자객들을 잡았고 나머지는 모두 죽였습니다.”
“으음… 더 많이 잡을 수 있었는데 아쉽군.”
“저들이 죽자 사자 달려드는데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닙니까? 자책하지 마십시오.”
허손의 말에 옆에 있던 연태조도 거든다.
“그렇네. 용양장군. 이번 일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저 세 명이라도 살렸으니 저 세 명을 심문해보면 무언가 나올 걸세.”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보았을 때는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
“저들의 무예 실력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하는 행동이 전형적인 자객의 행동이었습니다. 그 말은 자객의 일을 꽤 자주했다는 뜻이니 잡힐 경우도 생각을 해두었겠지요.”
“으음… 그렇다는 말은 잡혔을 때에 대한 대응도 항상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습니다. 아마 최악의 경우에는… 혀를 깨물고 죽을 수도 있을 겁니다.”
“허어… 그래서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인가?”
“그렇습니다. 막리지.”
“으음… 그럼 심문을 할 때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해야겠군.”
“일단 한 명은 그렇게 심문을 하시고 남은 두 명은 같이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응? 어째서?”
“제가 보니 마지막에 잡힌 한 사람은 나이가 꽤 어려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위기에 몰리자 손까지 떠는 걸 봐서 아직 이 일에 많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같이 심문하고 고문하게 함으로써 그 녀석에게 공포를 심어 주어 불게 하자는 것이군. 맞나?”
“정확하십니다.”
동현의 대답에 연태조는 그대로 따르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세 명을 자신이 직접 심문을 하겠다고 막리지의 관부로 끌고 가려 했다.
동현은 그 말에 동의하며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허손과 몇몇 군사들을 붙여 연태조가 무사히 돌아가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막리지 연태조는 편전에 가 전날 있었던 일을 고했고 그 말을 들은 영양태왕은 대노했다.
“이놈들이!! 대체 어떤 놈들이냐?!”
“어제부터 심문을 하고 있습니다. 곧 밝혀질 겁니다.”
“반드시 어제의 일을 밝혀내야 하네! 밝혀내서! 그들의 뿌리를 뽑아야 해!”
“예! 태왕 폐하!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후우… 다행이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만… 헌데 수가 꽤 많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물리친 것인가?”
“예. 그게…….”
연태조는 전날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을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영양태왕은 크게 웃는다.
“하하하! 그 놈들이! 용양장군의 무예를 얕보다가 일을 그르친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아마 그렇게 무예 실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용양장군을 치려다 안 되자 저를 치려고 하였습니다만… 용양장군이 붙여준 호위대장인 허손이라는 자가 저를 적극 보호하며 대처를 했기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구만…….”
“그리고 애초에 용양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잘 조직이 되어 있어서 무슨 일이 있을 때 소리만 쳐도 즉각 반응하여 빠른 시간 안에 모일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자객들을 다 죽이거나 생포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용양장군은 문무를 겸비한 사람이야. 나이도 어리니 그런 자를 더욱 키워 주어서 내 힘이 될 수 있게 해야지.”
“맞습니다. 태왕 폐하. 하지만…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아니 됩니다.”
“역심을 품을까봐 그런가?”
“그렇습니다. 지금의 용양장군을 보았을 때 워낙 충성스러운 사람이라 그러지는 않을 것이나… 훗날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훗날이라…….”
“예. 대가 끊겨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막리지의 말에 영양태왕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그래도 상관없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군주가 어리석으면 이 자리를 내주어도 된다는 뜻이지.”
“태… 태왕 폐하! 그… 그런 엄청난 말씀을…….”
“뭘 그리 놀라나? 당연한 걸… 그리고 여태까지 있어왔던 일이 아닌가? 우리 고구려에서도 과거 차대태왕이 폭정을 일으키자, 국상이었던 명림답부가 신하들과 뜻을 모아서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신대태왕 폐하를 옹립하지 않나? 그리고 모본태왕 폐하 사례도 있었고 말이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
“그리고 현재 내게는 아들이 없어. 그래서 동생이 태제가 되었지. 만약 아들이 있었다면 적어도 내 아들의 길을 닦아 주려 더 많은 피를 불렀을 것이네.”
“그렇다면 태왕 폐하. 어디서 참한 여인을 더 들이시지요.”
“난 황후와 약속한 것이 있네. 황후 외에는 다른 여자와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
“태왕 폐하.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제가 본 태왕 폐하는 영웅이십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황후마마께 그토록 잘해 주시고 하시니 여인 한 명을 더 들인다고 해서…….”
연태조가 계속 말을 하는데 영양태왕이 말을 중간에 끊는다.
“그만. 그 말을 못 들은 것으로 하지.”
“태왕 폐하…….”
“나는 지금까지 내가 먼저 말한 약속은 절대로 깬 적이 없네. 태자 시절부터 말이야. 그리고 그것은 돌아가신 선제 폐하의 유언이기도 했지.”
“……”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키는 군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뚝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크게 흥할 수 있다고 말이야. 나는 그 말을 지금까지 믿어오며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왔지. 하지만 내가 그 약속을 깨 버린다면 지금까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을 깨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난 그리 할 수 없네.”
“…….”
“그저 태제가 지금의 마음을 돌리기를 바랄 뿐이지…….”
“그것이 쉽게 되겠습니까? 저번에도 제가 말했다시피 현재 태제 전하가 이끌고 있는 세력은 온건파가 대부분이니, 마음을 바꾸어 강경하게 나가고 싶어도 그리하지 못할 겁니다.”
“나도 잘 아네. 그래서 이번에 자네가 맡은 일이 중요해.”
“자객 사건을 말씀하십니까?”
“그래. 고수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어. 헌데 자객이 용양장군에게 갔지. 이것이 무엇을 뜻한다고 보나?”
영양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태왕 폐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참으로 일리가 있사옵니다.”
“그래. 그러니 그 배후를 이번에 꼭 밝혀내야 하네. 만약 자객들이 공격을 한 행위가 온건파 쪽에서 조종한 것이라면… 그놈들을 모두 잡아들여서 목을 베어 뿌리를 뽑아야 해. 그래야 최소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은 뜻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영양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소신… 오직 태왕 폐하께만 충성을 다하여 불의한 무리들을 처단할 것입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래. 난 막리지를 항상 믿네. 그럼 부탁하지.”
“예. 태왕 폐하.”
그렇게 연태조는 이번 사건을 알리고 자신이 있는 막리지 관부로 돌아와 전날 잡은 세 명의 자객들을 추궁했다.
동현의 예상대로 나이가 좀 들은 자객 두 명은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혀를 깨물고 자진을 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본 한 어린 자객이 무섭다는 표정을 지으며 급격하게 눈동자가 흔들리는데 연태조는 전날 동현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묻는다.
“자… 이제 너 하나 남았다. 네가 말하지 않고 여기 있는 이 둘과 같이 자진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누가 했는지 알고 있으니 그들을 엮어 넣을 것이야. 단… 네가 말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곱게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나… 나는 말하지 않겠다.”
“그래? 알았다. 여봐라! 저 놈을 멍석말이해서 매우 쳐라! 모든 것을 실토할 때까지 말이다!”
“예! 막리지!”
연태조의 말에 막리지 관부 군사들이 어린 자객을 양쪽에서 잡고는 멍석을 가져와 강제로 눕힌다.
그리고는 자객을 돌돌 말은 뒤, 그 위로 각목으로 힘껏 내리친다.
퍼억!
퍽! 퍽! 퍼어억!
“커… 커억!! 크어억! 나… 나 죽네! 아아악!!”
어린 자객은 사정없이 자신에게 오는 매질에 비명을 지르며 아파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다.
두려웠지만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여기서 아는 바를 모두 실토하는 것은 먼저 간 동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참고 맞다보니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어렸을 때 자객이 되어 훈련을 받았지만, 이번 작전에 투입된 것이 처음이었고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보자 덜컥 겁이 났었다.
결국 그는 버티고 버티다가 견디지 못하고 자백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마… 말하겠소! 모든 것을 말하겠소! 그러니… 내 목숨만은 살려 주시오!”
연태조는 그 말을 들은 후 손을 들며 군사들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자객의 자백을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자객은 멍석말이로부터 해방되자 마치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을 누가 사주했는지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