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온건파의 공격! 동현에게 자객을 보내다!
고건무는 귀족들을 다독거리며 말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어찌 모르겠소?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소이다. 저들이 큰 과오를 범하고 있다면야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끌어내리려 했겠지만, 오히려 저들은 한 치의 실수도 없었으며 공을 계속해서 세우고 있소. 다시 말해서 명분이 없다는 말이오.”
“하아… 저희도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다만 이번 고수 전쟁 직전에 태제 전하를 제외하고 저희를 이끌어 주던 두 욕살이 죽고 난 뒤… 저희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습니다. 태제 전하. 저희의 발언권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은 저들이 그 권한을 독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옵니다. 이렇게 되면 안 됩니다. 무언가 수를 쓰셔야 합니다! 태제 전하!”
“후우… 내가 그걸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방법이 없다. 방법이…….”
고건무의 말에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 말한다.
“이 모든 일은 저기 김동현이라는 자가 나타나면서 시작 되었습니다. 그자를 어떻게든 막으면… 방법이 있을 겁니다.”
“김동현 그 놈을 막는다? 무슨 수로?”
“죽여야지요…….”
“……!”
“그자만 죽이고 나면 지금 태왕 폐하와 막리지, 대모달간에 진행되고 있는 무언가 모종의 일 또한 중단될 것이며 태왕 폐하 쪽에 있는 사람들도 큰 충격을 받고 적극적으로 나서던 모습에서 소극적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 틈을 저희가 파고 들어가면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들은 알고 있는가? 저 사람이 무예 대회 장원이라는 것 말이야.”
“물론입니다. 하지만 쪽 수에는 장사가 없지요. 저 자에게 자객을 한 30명 쯤 정도만 보내면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그는 성공을 자신하는 듯, 빠르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암살이 능숙한 자들로 하여 움직이게 한다면 문제없을 겁니다. 그리고 장원 때 그가 상대했던 자라봐야 대부분이 군에 임관도 하지 않은 떠돌이거나 그저 집에서 무예를 익힌 자들이 아닙니까?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이야. 지금은 그 행동을 실행해서는 안 돼!”
“그럼 어떻게 국면을 전환합니까? 방법이 있으십니까?”
고건무는 이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런 고건무를 보며 좀 전에 말을 했던 신하가 다시 말을 꺼낸다.
“방법이 전혀 없으시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이거 하나 뿐입니다. 현재 우리 상태에서 태왕 폐하께 반대하는 자들을 모두 모아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 모두 반대를 하고자 나선다고 해도 지금 태왕 폐하 쪽의 세력이 워낙 커졌기에 저희의 의견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욕살들의 군사력과 그 힘을 모두 흡수했으니 말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저희를 해산시키려고 군사를 동원하겠죠.”
“……”
“태제 전하. 마음을 굳게 드셔야 합니다!”
“만약… 이 일에 실패를 하게 된다면… 어찌 할 것인가?”
“저희가 그에 대한 대비를 해놓겠습니다. 그러니 태제 전하께서는 이 일이 실패하더라도 절대 앞으로 나서지 마십시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저들이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물어 뜯을 테니 말입니다.”
“…….”
“꼭 그리해 주셔야 합니다. 태제 전하께서는 현재의 태왕 폐하 자리를 이어야 되는 만큼 그 때 만큼은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꼭 태왕의 자리에 오르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가 그 힘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태제 전하만 있으면 저희가 현재 이 일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있습니다. 제 말… 명심하십시오.”
“알겠네…….”
고건무는 신하들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지지 기반 대부분은 온건파 귀족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태왕의 자리에 영양태왕의 뒤를 이어 안전하게 오르려면 그들의 힘은 필수적이었다.
비록 욕살 둘의 목이 잘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 세력은 다 없어지지 않았고 건재했기에 고건무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 * *
수나라와의 협상을 맡게된 사훈은 막리지 연태조와 동현에게서 자신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야기 된 조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음… 이 제안들을 관철시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알겠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헌데…….”
“……?”
“둘 중 한 명을 돌려보낸다면 누구를 돌려보낼 것입니까? 양광과 양량 중에 말입니다.”
“그것이 아직 나도 고민일세. 두 사람의 생각은 어떻나?”
“저 같은 경우 처음에는 양량을 돌려보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양광을 돌려보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제 상단이 수나라 전역에 깔려 있는 걸 아십니까?”
“물론 알지.”
“그 정보에 의하면 수나라 양광이 현재 태자인 양용을 몰아내려 한다는 정보입니다.”
“그건 저번에 말해 주어서 알고 있네. 헌데 그 말을 또 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정보가 들어왔나 보구만?”
“그렇습니다.”
“어떤 정보이길래?”
“양광의 이중적인 면모 때문입니다.”
사훈의 말에 연태조가 의아해한다.
“이중적인 면모?”
“예. 양광은 다른 사람에게는 자세를 한껏 낮추며 자신이 군자인 척 하면서 자신의 사람들을 이용해 현재 태자를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음… 그건 용양장군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네.”
“그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특히 수 황제 양견과 황후, 그리고 정말 친한 자신의 측근에게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랍니다.”
“그래?”
“예. 그가 출전을 하기 전까지 행적을 보면 측근과 그의 부인에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방탕하게 놀고먹고 마시며 즐기는 반면, 황제인 양견과 황후 앞으로 나아갈 때는 그것을 모두 들키지 않고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아는 수하들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뭐라고 말인가?”
“양광은 연극의 달인이라고 말입니다.”
“연극의 달인이라… 그런 말이 나올 정도면 정말 이중적인 면모가 심한 모양이구만.”
“예. 겉과 속이 다른 자는 이 내부에서도 큰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양광을 데리고 있으면 그 자가 일을 꾸밀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그를 수나라로 보내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만… 저번에 용양장군이 말했듯이 우리 고구려를 반드시 쳐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자라고 알고 있네. 우리는 시간이 필요해.”
연태조의 말에 이번에는 옆에 있던 동현이 말을 받는다.
“아직 수 황제 양견이 그리 빨리 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요. 그 동안 우리는 힘을 키우면 됩니다.”
“으음…….”
“그리고 고구려에 쳐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양광이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어째서?”
“양광과 마찬가지로 양량도 우리 고구려를 반드시 다시 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자 중 하나입니다. 반면 다른 것이 있다면 양광에게는 그를 따르는 자가 조정에 꽤 많다는 겁니다.”
“그럼 우리에게 더 좋지 않은 것이 아닌가?”
“절대 아닙니다. 그가 황제가 되고 난 뒤… 우리 고구려의 원정에 실패한 뒤를 생각하면 그것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겁니다.”
“으음…….”
“현재 양광에게 붙은 자들은 현재 양용에게는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후일 태자가 양광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붙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권력의 중심이 양광에게 이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 고구려 원정에 실패한 뒤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썩은 물인 것을 알고 다른 곳으로 갈아타겠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양광이 황제가 된 수나라는 더할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연태조가 궁금해 하며 묻는다.
“더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양광은 어떻게든 우리 고구려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해서 우리 고구려를 치려 할 겁니다. 수나라의 백성들의 고혈을 짜서라도 말입니다.”
“뭐? 그건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백성들을 그렇게까지… 제 아비가 성군인데 말이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막리지. 양광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자입니다. 좀 전에 제가 말했던 이중성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겉으로는 그것을 감추고 안으로는 일을 꾸며 이루려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우리 고구려를 칠 때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황제가 되면 그는 자신 속에 있는 야망과 광폭함을 분명히 드러낼 것입니다.”
“으음… 그렇게까지… 자네가 그리 말하니 믿음은 가지만 아직 벌어진 상황이 아니라…….”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동현의 단호한 말에 연태조는 앞에 놓인 차 한 잔을 마시고는 대답한다.
“좋아. 자네를 믿어 보지. 양광을 넘기도록 하고 양량을 잡아 두도록 하지.”
“제 뜻을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자네가 수나라에 우리보다도 훨씬 정통했으니, 의견에 따르는 것뿐이야. 그리고 사훈.”
“예. 막리지.”
“수나라와 협상을 잘 부탁하네. 자네가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고구려가 더욱 크게 될 수 있어.”
“염려 마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래. 시간이 너무 늦었군. 이만 가봐야겠어. 아… 참! 그나저나… 용양장군 자네는 언제 백암성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예. 빠르면 사흘 뒤… 늦으면 닷새 뒤에 돌아가려 합니다. 잠시 이곳에 볼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알았네. 자네가 가기 전날 한 번 연통을 주게. 나와 을지문덕 대모달, 강이식 대장군 셋이서 같이 봤으면 해서 말이야. 듣자하니 강이식 대장군도 사흘 뒤에 요동성으로 돌아간다고 하더군. 그 때에 맞춰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 하겠습니다. 막리지.”
그렇게 동현은 연태조를 배웅하게 위해 같이 방을 나와 대문을 나가려 한다.
그런데 그때.
“막리지!”
“응? 왜 그러나?”
“주변에 살기가 있습니다.”
“살기라니?”
“허손. 너도 느끼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장군.”
“막리지. 잠시 제 곁에 붙어 계십시오. 아마 저희들 중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자객을 보낸 것 같습니다.”
“자객을? 그게 느껴지는가?”
“그렇습니다. 지금 이 근처에 있으니 절대로 떨어지지 마십시오. 그리고 허손.”
“예. 장군.”
“이럴 때를 미리 대비는 해 놓았겠지?”
“물론입니다. 제가 소리만 치면 군사들이 금세 달려올 겁니다. 일다경(5 ~ 15분, 차 한 잔 정도 마실 시간)안에 바로 반응할 겁니다.”
“좋아. 너는 막리지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며 소리쳐 군사들을 불러라. 그 동안 나는 자객들을 상대하겠다. 알겠느냐?!”
“예! 장군!”
“그럼 시작해볼까.”
동현은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크게 소리친다.
“누구를 노리고 온 것이냐?! 당장 나타나거라!”
동현의 외침에 그를 지켜보던 자객들이 복면을 쓴 채 지붕 위에서 여러 사람이 뛰어내린다. 그리고 동현에게 칼을 켜누는데…….
“네놈이 태대사자인 김동현인가?”
“그렇다.”
“네 놈은 여기서 죽어 줘야겠다.”
“하하하! 그래? 어디 죽일 수 있다면 죽여 봐라. 허손!”
“예! 장군! 모두 모여라! 자객이 들었다!!”
허손의 외침에 바로 근처에 있던 군사들이 크게 함성을 일으키며 자객들에게 달려온다.
자객들은 자신들이 사람을 잘 피해서 잠임 했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이들이 전혀 방비가 되어 있지 않을 줄 알고 있었는데, 큰 소리 한 번으로 군사가 몰려오니, 이미 자신들이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착각하게 되었다.
“네놈…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무슨 소리? 하지만 난 항상 이런 일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어서 말이야. 자… 긴 말 할 것 없다. 덤벼라! 빨리 안 덤비면 너희 다 잡힌다?”
“건방진!!”
자객들은 일제히 동현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까앙! 깡! 까앙! 깡!
푸욱!!
촤아아악!!
“으하아아압!!”
푸슈슈슛!
자객들은 동현의 무예 실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적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예 대회에서 장원을 했다고는 하나 수에는 장사가 없다고 여겼고 상대한 자들이 일반 사람들이었기에 얕보고 있었다.
하지만 동현이 너무나도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자객들을 하나 둘씩 도륙해 나가자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뭐… 저런?!”
“뭐하나? 나한테 올 생각을 했으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지!”
“이… 이놈이! 너는 내가 직접 상대해 주마!”
복면을 쓴 자객 중에 가장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동현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