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화 양광과 양량을 생포하고, 협상에 이용하려 하다.
동현은 애초에 양광과 양량이 본래 진군을 하던 경로로 퇴각을 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자신과 강이식 대장군이 그들의 진군 경로 지역들을 다 점령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북평성과 임유관을 점령한 것은 물론, 그 주변 지역들까지 빠르게 점령을 한 상태였다.
영주성으로 향하는 도중 그 일대도 빠르게 점령을 했기에 지금 양광과 양량이 군사들을 진군시키던 경로로 군을 퇴각시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거기에 강이식 대장군까지 뒤를 쫓으며 동현과 같이 수나라가 다스리던 지역을 점령하고 다니니, 양광과 양량은 절대로 동현과 강이식 대장군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양광은 퇴각하는 길을 우회하여 가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동현이 미리 예상을 하고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로 예상되는 퇴각 경로에 매복을 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는 어떻게 되었는가?”
“신호만 떨어지면 일제히 공격하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좋아. 우리는 반드시 두 황자를 잡아야 한다. 허손과 강이식 대장군, 대중상 모달께서 계속 추격을 하며 이곳으로 몰아오고 있으니 쉽게 잡을 수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 돌발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도록 해.”
“알겠습니다. 장군!”
“보고를 듣자하니 고경과 양소가 자신의 군사들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막았다고 하던데? 양광과 양량이 무사히 달아나게 하려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보고를 들으니 정말 필사적으로 막았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쯤 그 자들도 이쪽으로 오고 있겠지?”
“그럴 겁니다. 양광이 이끄는 군사들의 뒤를 쫓아 빠르게 따라 붙으려고 하겠지요.”
“빠르게 두 황자를 잡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군.”
“그 두 명은 잡지 않으실 겁니까?”
“그들이 달려들면 잡는 거고 달려들지 않으면 그냥 돌려보내 주는 것도 괜찮겠지.”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들은 수나라의 개국 공신이며 재상들이니 잡으면 그만일 텐데 말입니다.”
“저 양견에게 우리의 힘을 제대로 전해 줄 수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리고 그 자들이 직접 가서 말을 해야 양견이 제대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우리에게 협상을 해올 것이야.”
“수 황제 양견을 이용하실 생각이시군요.”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네. 수 황제 양견은 자신들의 권위와 위세도 중요하지만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는 자다. 그럼 이 이상의 전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겠지. 분명 우리에게 협상 제의를 해올 것이야. 그때 우리는 수나라에게 뜯어낼 수 있는 것은 다 뜯어내야 한다. 영토는 물론이고 재물들까지 말이야.”
“우리는 황자들을 생포했으니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겠군요.”
“그렇지. 우리는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음? 저기 흙먼지가 이는 것 보는 오는 모양이군. 군사들에게 준비 시켜라!”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먼 곳에서 크게 일어나는 흙먼지를 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곳을 응시하며 칼을 꽉 쥐었다.
‘지금은 내 야망을 철저히 숨기며 활동을 해야 하지만… 훗날에는 내 정체를 모두 드러내고 두들겨 패주마!’
그렇게 동현은 다짐을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들어오는군요.”
“바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 완전히 우리가 공격하기 좋은 지점에 들어오면 공격하도록 해야 해. 저들의 수가 얼마 안 되니 말이야. 일단 깊숙하게 들어오고 난 뒤 공격하도록 해.”
“예. 장군.”
양광과 양량이 이끄는 수나라 군은 우회하며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산을 하나 넘어야 했다.
양광은 눈앞에 산만 넘으면 나머지는 말이 잘 달릴 수 있는 평야이니, 곧 고구려 군의 추격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으음… 이곳의 산세가 제법 험하군.”
“예. 진왕 전하. 하지만 이곳을 지나야만 우리가 수나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후우… 나도 안다. 이곳을 지나야겠지. 자… 얼른 지나가자!”
“예! 전하! 모두 진군하라!”
양광 수하의 명령에 얼마 남지 않은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칠 대로 지친 대다가 부상자가 가득한 수나라 군.
이 상태로 공격을 당하면 수나라 군사들은 그대로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양광은 지금 퇴각하고 있는 곳까지 고구려 군이 매복하고 있을 것이란 것은 꿈에도 몰랐다.
계속해서 전진하는 양광.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훈이 외친다.
“다 들어왔다! 이제 시작이다! 저들이 이곳을 탈출할 수 없도록 통나무와 바위를 실은 밧줄을 끊으라고 해!”
“예! 군사!”
“끊은 뒤에 바로 불화살을 계속해서 쏜다! 시작하라!”
사훈의 명령에 고구려 군사들은 밧줄을 끊는다.
그러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나라 군이 길을 지나가려고 하는 길 앞과 뒤로 엄청난 양의 통나무와 바위가 쏟아진다.
그리고 뒤이어서 불화살일 빗발치는데…….
씨이이잉!
쒸이이익!!
퍼억! 퍽! 퍼억!
“커… 커억!!”
“크흡!”
“이… 이게 무슨 일이냐?!”
“산적들이 아니겠습니까?!”
“제기랄… 하필 이럴 때 산적이라니…….”
양광은 공격한 사람들이 고구려 군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회를 하는 곳까지 고구려 군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때… 사훈이 다시 한 번 소리친다.
“저기! 수나라와 황자들인 양광과 양량이다! 저 놈들을 생포해라!”
“예!”
사훈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은 양광은 그제야 공격을 한 사람들이 고구려 군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제길… 저 놈들! 고구려 군 이구만!”
“큰일입니다! 고구려 군이 우리를 포위하려 합니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곳을 어찌 나간단 말인가? 앞과 뒤를 나무와 바위로 막아놓았는데 말이야!”
“일단 저 동쪽에 바위가 많고 험한 곳이라 고구려 군사들이 많이 배치되지 않았으니, 저곳으로 올라가 탈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을 버려야 합니다.”
“젠장… 가능할까?”
“시도는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를 따라 오십시오!”
“그래. 고맙다. 량아! 이리 와!”
“예… 형님.”
양광은 칼을 빼어들고 자신의 수하를 따라 함정을 탈출하려 동쪽에 있는 산을 타려 한다.
그 모습에 사훈이 소리친다.
“저 놈들이 바위를 타지 못하도록 저지하라! 얼른 막아서 생포해!”
“예! 군사! 양광과 양량을 잡아라! 생포해야 한다!”
사훈의 지시에 고구려의 많은 군사들이 양광과 양량이 이동한 곳으로 향했다.
충성스러운 양광과 양량의 수하들은 이를 악물고 저항했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결국엔 양광과 양량은 생포 당하고 만다.
“어딜 도망치려고?!”
퍼어억!
“커어억!”
“혀… 형님!”
“저기 양량도 있다! 포박해!”
“예!”
퍼억!!
“쿠어억!!”
고구려 군사들은 양광과 양량의 배와 명치를 차서 전투불능으로 만든 다음 빠르게 둘을 포박했다.
포박을 마친 고구려 군사들을 본 사훈은 주변 상황을 살피는데, 이미 고구려 군이 수나라 군사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항복을 시켰거나 죽인 것이 눈에 보였다.
사훈은 모든 것이 계책대로 되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그때였다.
“군사! 허손 장군과 강이식 대장군께서 오셨습니다!”
“그래?”
“예! 지금 우리가 나무와 바위로 막은 근처 입구에 대기를 하고 계십니다.”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고 넘어간다고 말씀드려라. 그리고 허손에게 저 두 놈을 넘기도록 해. 장군의 정체가 아직 눈에 띄어서는 아니 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군사.”
그맇게 사훈은 군사에게 말을 전하고는 빠르게 전장의 정리를 명령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고구려 군사들.
빠르게 정리를 끝낸 뒤 우선적으로 양광과 양량을 허손에게 넘겼다.
군사들을 이끌고 강이식 대장군의 막사로 향하는 사훈.
그리고 일반 군사로 위장한 동현도 막사로 향했다.
“하하하! 왔구나! 동현이 네가 아주 큰 공을 세웠어!”
“과찬이십니다. 모두가 제 계책을 따라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제 곁을 보좌했던 사훈 덕분에 완벽한 계책을 꾸밀 수 있었고 말입니다.”
“그래? 이름이 사훈이라 했던가?”
“예. 대장군.”
“자네의 공도 크게 써서 조정에 올리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대장군. 하지만 공을 세운 것은 저만이 아니고 고구려 군 전체가 세운 것이니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이 돌아가 기록되었으면 합니다.”
“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암! 그나저나… 저 양광이나 양량은 어찌할 것이냐?”
“저 두 놈은 대장군께서 데리고 있으시다가 고경과 양소가 오면 저들을 앞세워서 항복하게 만들거나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십시오.”
“으음… 만약 저들이 항복하지 않고 뒤를 돌아 퇴각을 한다면 뒤를 쳐야겠구만.”
“맞습니다. 다만 그 둘을 무조건 적으로 생포하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특히 양소는 보내 주는 것이 낫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의아해한다.
“응? 그것은 왜 그런 것인가?”
“그것은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오! 사훈! 그래. 말해보게.”
“양소를 살려 보내자는 것은 그것이 저희에게 큰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큰 이득이라?”
“예. 대장군. 양소는 수나라에서 황제와 황후 다음으로 신하들 중 가장 큰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보다 한 단계 위의 벼슬인 좌복야 고경보다도 더 큰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네. 내가 알기로 그 가문 또한 엄청난 부자라고 하더군. 헌데 그게 놓아 보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양소는 고경과 다르게 권력욕과 출세욕이 큰 인물입니다. 고경은 수나라를 세울 때 모든 충성을 수 황제 양견에게만 바칠 동안 그는 자신의 권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황제는 물론이고 그 아들인 양광에게도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를 보좌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사훈이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눈을 크게 뜨며 대답한다.
“그 말은… 양광을 황제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군. 자신이 양광을 보좌하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양광을 허수아비로 만들어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속셈이야!”
“역시 대장군이십니다. 맞습니다. 그는 분명 그런 속셈일 것입니다. 특히 용양장군이 심어 놓은 세작들에 의한 보고를 들으면 말과 무기를 사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그 무기들은 지금의 태자 양용이 태자자리에서 폐위가 되고 양광이 태자가 되면 그때 쓰일 것들이겠군!”
“그렇습니다. 자신의 세력이 이 정도이니 자신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양광이 자신을 믿어 준다고 해도 그 자가 태자가 되고 황제가 되면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별의 별 수단을 다 쓸 것입니다. 이런 자가 수나라 조정에 있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겠지.”
“바로 그겁니다. 저희는 그 혼란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죠. 일단 양광과 양량을 앞세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협상을 끌어오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훈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 후에는 양광만 우선적으로 돌려보내고 양량은 계속 데리고 있는 겁니다. 두 사람을 전부 다 보내면 저희에게 무기가 사라지는 셈이니 말입니다.”
사훈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옳은 말이야. 우리의 무기를 저들에게 내줄 수는 없는 것이지. 지금 자네의 말을 정리하자면 저들과 협상을 끝낸 후, 양광을 먼저 돌려보내서 양소와 함께 수나라 조정을 혼란스럽게 하자는 것 같은데. 맞나?”
“정확히 보셨습니다.”
“음… 뜻대로 될까?”
“분명히 뜻대로 될 겁니다. 용양장군과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양광은 폭군의 자질을 지니고 있으니 분명 크게 혼란스럽게 될 겁니다. 특히 그가 황제가 되면 말입니다.”
“하지만 저번에 동현이에게 들으니 그 자는 우리 고구려를 죽기보다도 싫어하는 자라 황제가 되면 공격할 거라고 하던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그 때가 되면 우리 고구려도 지금보다도 강해져 있을 것이며 대비도 되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사훈의 거침없는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마음에 든다는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