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동현, 허손을 이용해 양광, 양량 몰이 작전을 시작하다.
양광의 밀명을 받은 여러 명의 군사들은 은밀히 막사를 나와 고구려 군사들의 눈에 띄지 않게 화로 쪽으로 향한다.
살금살금 다가가는 여러 명의 군사들.
그들은 화로에 다다르자 미리 준비해 둔 휴대용 기름을 품에서 꺼냈다.
그러고 나서 미리 끝을 기름으로 적셔 놓은 나무봉을 꺼내 화로에 넣으려 했다.
그 후에는 품에 있던 휴대용 기름을 고구려 군의 막사에 뿌리고 불붙은 나무봉을 던지거나 갖다 대면 크게 불이 번질 수 있는 상황.
그렇게 나무봉을 넣어 불을 붙이려는 그때.
“잠깐?!”
“왜?”
“뭔가 이상해.”
“뭐가?”
“고구려 전군이 취침하기 전 보았을 때까지만 해도 저기 지키는 군사들… 왔다갔다 거리지 않았어? 그런데 계속 한 곳에만 있잖아?”
“귀찮으면 한 곳만 지킬 수도 있지 뭘 그래?”
“아냐! 자세히 봐봐. 아무리 움직이지 않아도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것은 보여야 하잖아! 그런데 그런 움직임 자체가 없다니깐?!”
“뭐?”
“자세히 봐봐!”
한 군사의 말에 그 말을 들은 군사가 멀리서 고구려 정찰병으로 추정되는 자를 살핀다.
그리고 잠시 후.
“정말 뭔가 이상하군. 미동도 없어.”
“그렇다는 건… 고구려 군이 우리가 이럴 거라는 걸 눈치 챘다는 거야! 제길…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군. 그나마 다행이야. 이대론 안 돼. 빠져나가자!”
“뭐라고?! 안 돼! 이 임무를 실패하면 진왕 전하께 목이 달아난다고!”
“하… 하지만……!”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똑같아! 그러니 해야 해!”
그렇게 탈영병으로 위장한 수나라 군사들이 수군대는 바로 그때… 한 사람이 큰 소리를 외치며 말한다.
“하하하! 눈치가 빨라서 좋군. 하지만 어쩌나? 너희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는데?”
“……!”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였다간! 벌집이 될 줄 알아라!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놔! 품에 있는 것도 말이야!”
“제… 젠장!”
군사들에게 명령을 한 자는 허손이었다.
허손은 동현에게서 명령을 받아 그들을 모두 사로잡았다.
그리고 동현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허손을 앞세워서 이용했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면 수나라의 상단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밀명을 받은 수나라 군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포박 당하여 허손 앞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허손은 자신의 막사로 그들을 끌고 들어가 말한다.
“쯧쯧…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해 있군. 일단 먹을 것부터 주어라!”
“예! 장군!”
허손은 군사들을 보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먹을 것을 군사들에게 주었다.
군사들은 먹을 것을 보자 눈을 번뜩였고 식사를 위해 잠시 포박을 풀어 주자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고구려 군에 있으면 먹을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군사가 되고 싶지 않으면 살기 좋은 곳으로 보내어 평범한 백성으로 살게 해줄 수도 있지.”
“…….”
“어찌 하겠나. 항복하겠나?”
허손의 말에 수나라 군사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저희가 적임에도 먼저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데 어찌 그 은혜를 저버리겠습니까? 항복하겠습니다. 장군!”
“하하하! 잘 생각했다. 그럼 너희가 이번에 잠입해 온 것은 어떤 일을 하려고 했는지…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나?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지만 자세히 알고 싶어서 말이야.”
“물론입니다. 장군. 전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허손은 모든 정보를 탈영병을 위장해 들어온 수나라 군사들로부터 듣게 되었다.
모든 정보를 다 들은 허손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고맙다. 우리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겠어. 그래서 말인데… 너희가 한 가지 해주어야 할 것이 있다. 해줄 수 있겠느냐?”
“무엇이든 하명만 하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정말 고맙구나. 그럼 내 계획을 말해 주지. 나는 저 양광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양광이 낸 계책이 성공한 듯한 모습을 보이게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 중 한 명이 양광에게 전령으로 가서 거짓 보고를 하고 나머지는 우리 고구려 군사들이 영주성을 쉽게 점령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해줄 수 있겠느냐?”
“다른 건 다 괜찮으나 양광 앞에 전령으로 간다는 것은…….”
“걱정하지 마라. 그는 너희가 실행한 계책이 성공했다고 하면 너를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이곳을 통과하려 할 것이야. 그러니 너희들은 보고를 한 뒤 혹시 모를지 모르는 고구려 군의 동태를 살핀다하고 말하면서 빠져나오면 된다.”
“음…….”
“전령으로 간 사람을 양광이 죽일 리가 없다. 절대로 말이야. 만약 그렇게 해서 죽게 된다면 내 스스로 목을 벨 것이니 걱정 마라.”
“예? 자… 장군께서 스스로 목을요?”
“그래. 내가 한 말에도 책임을 못 지면 그것은 군대를 이끄는 장군의 자격이 없는 것이니 말이야.”
허손의 말에 한 사람이 결심한 듯 손을 들며 외친다.
“그렇다면… 그 전령으로는 제가 가겠습니다!”
“좋아. 가서 자연스럽게 행동해라. 그러면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야.”
“예! 장군!”
“지금 바로 행동에 옮길 것이다. 저기 우리의 빈 막사에 계략이 성공 한 척 불을 지를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저들에게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일 거야. 그러니 너는 바로 양광에게 전령으로 가도록 해. 알겠나?”
“예! 장군!”
“그리고 너희는 우리 군대가 바로 영주성을 여러 성문에서 공격할 것이니 성문에서 취약한 곳이 있거나 틈이 있는 곳을 알려 주도록 해라. 우리가 놓칠만한 것들을 모두 알려 주라는 말이다. 알겠나?”
“예! 장군!”
“좋아! 지금 바로 움직이자!”
허손은 그렇게 투항한 수나라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군사는 허손의 명령대로 양광에게 가 보고를 하는데 이미 보고를 받고 있었던 듯, 양광은 잔뜩 흥분한 표정이었다.
“진왕 전하! 탈영병 속에 섞여서 보냈던 자가 돌아왔습니다!”
“오! 그래? 어딨는가?”
“예! 여기…….”
양광의 수하가 방 안으로 군사를 들어오게 하자 그 군사는 군례를 올리며 보고한다.
“작전이 성공했습니다. 다만… 저를 제외한 다른 자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저를 살리기 위해… 희생했습니다. 흐흑…….”
“너희가 해낸 전공은 내가 본토로 돌아가면 반드시 크게 치하할 것이야. 그 가족들 또한 내가 챙겨 줄 것이니 걱정 말라.”
“감사합니다. 전하. 혹시 모르니 전 한 번 더 고구려 진영의 동태를 살펴보고 보고할 것이 있으면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주 고맙구나. 그리하라!”
“진왕 전하! 지금이 기회입니다. 얼른 탈출해야합니다!”
“그래. 그래야지. 하아… 이 영주성을 저 고구려 놈들에게 내주다니…….”
“지금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후우… 그래. 그래야지. 양량은?”
“예.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했습니다.”
“잘 됐군. 지금 바로 저들의 진영을 빠져나간다. 빠른 경기병들 앞에 세움과 동시에 걸리적거리는 놈들은 중기병을 통해 그들의 공격을 차단하며 빠져나갈 것이야. 그러니 모두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해! 알겠나?!”
“예! 전하!”
“가자!”
그렇게 양광은 동생 양량과 함께 영주성을 빠져나간다.
기병들을 앞세워 자신은 양량과 함께 중군에서 빠져나가는 양광.
고구려군은 수나라 군사들이 성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에 당황한 모습으로 길을 내준다.
그 모습에 양광은 드디어 영주성을 탈출했다는 기쁨에 차 미소를 지으며 말을 달리는데…….
“쏴라!!”
시이이익!!
씨이이잉!!
퍼억! 퍽! 퍽!
“커… 커억!!”
“매… 매복이다!!”
“제기랄… 여기도 매복이…….”
“진왕 전하! 한왕 전하! 저희가 죽음을 각오하고 막겠습니다! 그러니 얼른 빠져나가십시오!”
좌복야 고경이 큰 목소리로 외치자 우복야 양소도 따라 외친다.
“진왕 전하! 좌복야의 말대로 하시옵소서!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고… 고맙네! 량아! 가자!”
“예! 형님!”
빗발치는 화살을 고경과 양소는 군사들을 지휘해 양광과 양량이 맞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보호했다.
동시에 후방에 추격해 들어오는 고구려 군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필사의 저항. 그러는 사이 양광과 양량은 지옥 같은 고구려 군 진영을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말에 채찍질을 한다.
“이랴! 이랴!”
두두두두두두!!
“저 둘이 수나라의 황자들이다! 저놈들을 잡아라!”
“양광과 양량을 잡아라!”
“와! 와! 와!”
고구려 군이 일제히 양광과 양량의 이름을 불렀다.
둘은 어떻게든 잡히지 않기 위해 말에 더욱 더 빠르게 달리도록 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형님. 이제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구나… 하지만 걱정이다… 좌복야와 우복야는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인데 말이야.”
“그깟 늙은이들이 있어 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무슨 소리?!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둘은 아바마마를 따라서 우리 수 제국을 세운 개국 공신들이라고! 네 녀석이 좌복야의 말만 귀담아 들었더라도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형님!!”
“닥치고 있어!”
양광이 처음으로 동생인에게 크게 화를 내자, 양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양광은 그런 양량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자신의 곁에 있던 장수에게 말한다.
“이제 사지는 빠져나온 것 같으니 조금만 군을 쉬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잠시 이곳에서 일다경(5분 ~ 15분 정도)만 쉬었다 가도록 하자.”
“예! 진왕 전하!”
그렇게 양광은 군사들을 잠시 휴식하게 한다.
양광은 휴식을 하면서 자신을 뒤따라온 군사들을 보는데 수가 형편없이 줄어든 것은 물론 꼴이 말이 아니었다.
수하를 시켜 남은 군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을 해보니 남은 군사는 팔 백 명이 고작이었다.
거기다 그 팔 백 명 중 절반은 큰 부상을 당해 제대로 싸울 수조차 없었고 남은 절반의 군사 중 2할도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온전한 군사가 이 백 명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을 보자 양광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보유한 최강의 군대가 이 모양이 되다니… 하아…….”
“살아남았다는 것이 의미를 두십시오. 그리고 이런 군대는 돌아가서 다시 양성하면 됩니다. 다시 한번 이 고구려에 복수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암… 그래야지! 암!”
“이제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구려 군은 기병을 매우 잘 다루니 우리를 금방 추격하려 할 겁니다. 그 거리가 좁혀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얼른 출발 준비를 해라.”
그렇게 양광은 동생 양량과 남은 군사들과 함께 수나라로 돌아가기 위해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그 때.
“전하! 전하!”
“전하. 저희 쪽 사람입니다. 아무래도 세작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
“보고 드립니다!”
“말하라!”
“현재 고구려 군이 이 영주성은 물론이고 북평성과 그 일대, 임유관까지 모조리 점령했다고 합니다!”
“뭐라? 그것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제길… 그렇다면 길을 우회해서 가야하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을 듯합니다.”
“어쩔 수 없군. 둘러서 가더라도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알았다. 너는 계속 고구려 군을 주시해다오! 가라!”
“예! 전하!”
세작이 물러나자 양광이 주변 장수에게 말한다.
“우회해서 가되 안전한 길로 퇴각을 해야 한다. 그러니 그곳의 지리를 아는 자가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면 그 자를 앞세워서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이민족들이 우리가 퇴각하는 곳에 있으면 안 되니 말이야.”
“예! 진왕 전하!”
양광의 명령의 받은 장수는 바로 그 명령을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잠시 후.
“두 명 정도가 우회하는 곳의 지리를 잘 안다고 합니다. 그곳으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들을 향도사로 삼고 앞세워라. 그들을 따라가자!”
“예! 전하!”
그렇게 양광은 본래 자신이 퇴각하려던 곳으로 가지 못하고 우회하여 수나라로 퇴각할 계획을 잡는다.
그렇지만 그런 양광과 수나라 군을 주시하는 이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