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동현, 양광의 계책을 역이용 하려 하다.
다음 날 아침.
동현은 아침 일찍 영주성으로 빠르게 군을 진군시키려는데, 수군의 상황을 살피라고 보냈던 세작이 말을 타고 급히 달려와 보고한다.
“장군! 아군 수군이 주라후의 수군을 대파했답니다!”
“그래? 어떤 식으로 이겼다더냐?”
“예! 그게…….”
세작은 자신이 듣고 보았던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동현에게 고했다.
그 소식을 들은 동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호재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기존에 하던 작전대로 하면 되겠군. 사훈.”
“그렇습니다. 장군. 사실 수군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출발하는 건 찜찜했는데, 정말 잘 되었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그럼 우리는 기존의 계획대로 움직이면 되겠구만.”
“예. 장군. 이제 빠르게 영주성으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가는 도중 주변을 빠르게 정리하면서 말입니다.”
“그래. 그게 좋겠어. 그리고 정말 수고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 전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니 계속 수군 쪽 동향을 주시해다오. 부탁한다.”
“예! 장군! 염려 마십시오!”
동현은 세작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하고는 군을 움직인다.
“자! 이제 빠르게 영주성으로 향한다! 진군하라!”
“진군하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현은 가동의 배웅을 받으며 임유관을 나섰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명령한다.
“진군을 빠르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나는 곳에 대해 파악이다! 지형도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빠르게 진군을 했다가 기습이라도 당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말이야. 그러니 정찰대를 먼저 앞서 보내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도록 해라! 주기적으로 말이야!”
“예 장군! 명을 받들겠습니다!”
동현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수나라 군에 대비하여 몇몇 기병들을 모아 정찰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항상 먼저 앞서 가도록 했다.
주변 상황을 살피고 보고하게 하여 군사들이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함이였다.
그 덕분인지 동현과 군사들은 영주성까지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다다를 수 있었다.
“대장군!”
“오! 용양장군 왔는가?! 하하하! 북평성 점령과 임유관 점령! 그리고 그 일대를 모조리 점령했다고 보고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자네의 공이야!”
“과찬이십니다. 오히려 요동성 앞에서 30만 대군을 몰아낸 장군이 더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이 모든 것이 자네의 계책 덕분이지! 아… 참! 여기 모달도 와 있다네!”
“모달.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그렇다네. 용양장군. 정말 오랜만이구만. 자네의 전공은 내가 오면서도 듣고 있었네. 이곳에 있을 동안 잘 부탁하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 헌데 대모달께서는?”
“대모달은 강이식 대장군 대신에 요동성에 계신다네. 후방에 대한 방비는 해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 물론입니다. 모달.”
동현은 오랜만에 재회한 모달 대중상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강이식 대장군과 대중상은 셋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수하들이 다 바라보는 공적인 자리인지라 동현에게는 평소와 같이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직책의 이름을 부르면서 동현의 공까지 추켜 세워 주니 군사들 사이에서는 동현의 위상이 더욱 더 올라갈 터… 강이식 대장군은 그것을 알기에 일부러 동현의 공을 더욱 더 크게 추켜 세워 줬다.
“양광과 양량은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 저 영주성에 박혀 있다네. 우리가 보급로도 철저하게 막고 있어서 지금쯤이면 죽을 맛일 것이야.”
“이곳을 포위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이제 사흘 정도 되었다네.”
“그렇다면 오늘부터 저 수나라 군에서 탈영병들이나 백성들의 이탈이 더욱 많아질 시기군요.”
“그렇겠지…….”
“포위하고 나서 수나라 탈영병들과 백성들이 이탈하여 항복하러 올 때 그 사람들을 다 받고 있으십니까?”
“그렇다네.”
“그럼… 오늘 저녁에 필수적으로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저들은 어떻게든 이 포위를 뚫고 나가야만 저들이 있던 본토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하겠지요.”
“그 말은… 이판사판으로 성문을 열고 우리를 공격하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인가?”
동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워낙 무모한 것이고 현재 수나라 군사들은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우리를 공격할리는 없지요. 다만…….”
“……?”
“공격하기 쉬운 상황으로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공격하기 쉬운 상황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 있나보군?”
“그렇습니다. 대장군.”
동현의 확신에 찬 대답에 강이식 대장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이번 일에 대한 작전은 자네가 전부 짜보게.”
“제가 말입니까?”
“그래. 나도 그 작전에 따를 테니 자네가 생각한 바를 말해 봐.”
“소인에게 이런 중임을 맡겨주시어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막사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내 막사로 들어가지.”
“예. 대장군.”
그렇게 동현은 포위하고 있는 영주성에 대한 계책을 설명하기 위해 강이식 대장군의 막사로 향했다.
잠시 후, 막사 안에 들어가자 동현은 지도를 펼치며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이곳이 영주성이고 이곳이 저희가 진을 치고 포위를 한 곳입니다.”
“그렇지.”
“우리가 저들의 영주성을 빠져나갈 틈도 없이 포위를 했기에 저들이 빠져나가려면 우리를 뚫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단… 우리를 뚫는 데는 좀 전에 말했던 방법뿐만 아니라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좀 전에 탈영병과 백성들이 영주성을 나오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장군께서 생각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 저들로서는 그 방법 밖에는 없겠군. 이곳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해서 저희에게 약간이라도 타격을 입혀야 이곳을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아마 오늘 새벽이나 내일 밤쯤 시행할 것입니다.”
“시기가 그때쯤이라고 예측한 이유가 있나?”
“물론입니다. 대장군. 제가 이곳에 오기 전 저들은 대장군께서 포위해 놓은 영주성을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제가 왔지요. 그렇다면 그 방법은 애초에 포기했을 겁니다. 거기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먹을 것이 없어 탈영병이 계속 나오는데다가 백성들까지 영주성을 탈출하는데 여기서 더 시간을 끌 수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겠군. 그렇다면 날이 어두웠을 때를 틈타 영주성을 탈출하려고 할 테니, 그때 탈영병이나 백성들을 통해 계략을 펼칠 것이고 말이야.”
“정확하십니다. 대장군.”
“좋아! 자네가 작전을 짜서 자세히 설명해 주게! 모든 것을 자네에게 맡기지!”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에게 모든 작전을 맡기며 그 작전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런 강이식 대장군의 지지 덕분에 동현은 자신이 생각하던 작전을 모두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
“아주 빈틈이 없는 작전이군. 이대로라면 수나라의 두 황자를 모두 잡을 수 있겠어!”
“맞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하하! 이거 정말 기대가 됩니다. 저 두 황자를 잡을 수 있다니 말입니다.”
“맞아. 저 둘을 잡게 되면 우리에게는 수나라를 압박할 수 있는 큰 수단이 된다. 그러니 반드시 잡아야 해! 자… 이제 다들 작전을 준비한다! 각자의 위치로 움직이도록 해!”
“예! 대장군!”
“용양장군은 잠시 나와 이야기 할 것이 있으니 잠시 남게.”
“알겠습니다. 대장군.”
그렇게 깅이식 대장군이 명령하자 나머지는 다 막사를 나갔고 동현과 강이식 대장군만이 남게 되었다.
둘만 남게 되자 강이식 대장군이 시녀에게 차 한 잔을 내오라고 말하며 동현에게 묻는다.
“지금까지는 모두 네 계책대로 풀렸다. 아니… 이번 전쟁은 우리가 다 이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군. 수고 많았다.”
“일찍이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준비를 해두어서 가능했습니다. 대장군께서 저를 믿어 주시고 태왕 폐하께서 저를 믿어 주시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그리 말해 주니 고맙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것이야. 저 수나라 말이야.”
“그럴 겁니다. 다만 우리가 저 두 황자를 잡으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둘로 인해 우리에게 공격해 올 확률이 많이 줄어들겠지요.”
“그래. 지금의 수 황제는 그래도 수나라에서는 성군이라고 말하니 저 둘이 인질로 잡혀 있는 한 우리를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
“우리 고구려가 전쟁이 끝나고 난 뒤의 상황이 더 걱정이다.”
동현의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애초에 이 전쟁은 남부욕살과 서부욕살을 잡지 못했다면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야. 아니… 막았더라도 우리 고구려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여전히 수와 전쟁을 치르자는 의견에는 반대하는 귀족들이 많다. 온건파의 기둥인 욕살들이란 큰 축이 무너졌을 뿐이야.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저들을 누르고 우리의 뜻을 옮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그들이 힘을 합해서 작정하고 덤빈다면 큰 혼란이 생긴다고 보고 계시는군요.”
“그래. 그 세력들을 확실히 눌러야 우리가 생각하는 북벌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서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네가 저번에 말했던 태왕 폐하의 옥체가 아니더냐?”
“맞습니다. 대장군.”
“안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서 대모달께서 수시로 태왕 폐하께 말씀하시고 계신다. 태왕 폐하께서도 그 조언을 받아들여 몸에 좋은 것들을 잘 드시고 있으니 괜찮을 것이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전쟁이 끝나자마자 우리의 세력을 더욱 더 크게 만들어서 저들이 우리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차 한 잔을 마시고는 묻는다.
“우리 세력을 크게 만든다라… 크게 만들어봐야 한계가 있지 않겠나? 강경파는 대부분이 무장들이니 말이야.”
“무장들뿐만 아니라 문신들도 우리 세력으로 만들 방도가 있습니다.”
“뭐라? 그것이 참인가?”
“예. 다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것이 있으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좀 더 연구를 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기대가 되는구만. 어떤 방법으로 문신들을 우리 세력으로 끌어들일지 말이야.”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대장군.”
“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자… 남은 차 다 마시고 막사로 돌아가서 좀 쉬거라! 자……!”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과 동현은 남은 차를 나눠 마셨고 동현은 차를 다 마신 후 막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새벽.
정체모를 사람 여러 명이 몰래 막사를 나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역시 경계가 허술하다. 진왕 전하 말씀대로 하면 충분히 되겠어.”
“그러게 말이야. 얼른 막사에 불을 질러서 혼란을 일으키자. 그렇게만 해도 우리가 영주성을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고 했어.”
“그래. 휴대용 기름통도 품 안에 넣어 왔으니, 저기 화로에 불만 탈취해서 기름통을 던지고 불만 지르면 될 거야. 자…! 움직이자!”
고구려로 항복해 온 탈영병들은 양광에게 밀명을 받은 군사들이었다.
탈영병이 늘어 가자 양광은 영주성을 탈출하기 위해 은밀히 탈영병 안에 군사들을 섞어서 임무를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동현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