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동현, 수나라의 1차 침입을 막고 오히려 반격하다.
수나라 30만 대군의 육군이 물러가려던 시기.
수나라 수군도 큰 곤경에 처해 있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날씨가 이런 적은 거의 없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소, 소인이 아는 바 바다에서 이런 날씨는 처음입니다! 지금 같은 시기는 이렇게 바다가 거칠어지는 시기가 아닌데 말입니다!”
“제, 젠장! 이럴 수가…….”
“큰일이옵니다! 폭풍으로 인해 벌써 많은 배가 침몰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섬을 빨리 찾아라! 그리고 빨리 정박할 수 있도록 해!”
“예! 총관 어른!”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지금 같은 시기에 이런 날씨는 처음인데…….”
주라후는 심히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은 바다가 이렇게 거칠어지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다에 많은 폭풍이 몰아치는 건 9월 이후였다.
거기다 현재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그런 폭풍이 몰아치는 지역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엄청난 폭풍이 바다에서 몰아쳐 배가 계속 침몰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저히 알 수가 없군! 지금 같은 시기에 이 바다에는 태풍이 생겨 폭풍이 몰아치는 시기가 분명 아니다! 그런데 이런 폭풍이 몰아친다고? 내가 대부분을 이 바다에서 살았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주라후는 중심을 애써 잡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신이 이끄는 배들이 계속해서 침몰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 배들을 보며 주라후는 부들부들 떨며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고구려와 싸워보기도 전에 이런 꼴이라니… 더 이상은 아니 된다. 빨리 가까운 섬으로 피항을 해야 해.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 근처에 피항을 할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구려 군은 금방 피항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수가 없어!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비사성 근처에 상륙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말이야! 고구려 군과 전투를 벌이더라도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어!’
“내가 알기로 이 근처에는 우리가 피항할 곳이 없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군을 전진시켜서 비사성 근처에 상륙해야 한다!”
“예? 그렇게 되면 분명 고구려 군의 공격을 받을 겁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어! 살아남은 우리 군사들만이라도 살리려면 그리 해야 해! 힘들겠지만 군사들에게 내 명령을 전달해라! 그리고 전투 준비도 동시에 마치라고 해 알겠나?!”
“예! 총관 어른!”
그렇게 주라후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큰 태풍으로 인한 폭풍이 몰아치자, 피항할 곳을 찾지 못해 비사성 근처에 상륙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
하지만 그곳에 상륙하려면 고구려 군과의 전투는 필수적이었다.
어쩔 수 없는 주라후의 선택.
남은 군사들이라도 많이 살리려면 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고구려 군의 수군을 이끼는 고건무가 보고 있었는데, 점점 수나라 수군들이 자신들이 피항한 곳으로 다가오자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저 놈들이 피항할 곳이 없으니 우리 군이랑 싸워서 이곳을 점령해 상륙하려 하는군!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모두 전투태세를 갖춰라!”
“예! 총사!”
“수나라 수군들이 이 비사성 근처 포구에 상륙하려 한다. 우리는 그것을 무조건 막아야 해! 저들이 다가오면 있는 대로 화살을 다 퍼부어라! 그리고 투석기를 계속 쏴! 알겠는가?!”
“예! 총사! 명을 받들겠습니다!”
“절대로 저들을 이곳에 상륙하게 하지 마라!”
고건무는 근처에 있던 장수들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명령을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나라 수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쉬이이익! 쉬이이익! 쉬이이익!
퍼어억!
퍽! 퍼! 퍼억!
“끄악!”
“커… 커억!”
“계속 화살을 날리고 투석기를 쏴라! 저들을 상륙하게 둬서는 안 된다! 수나라 놈들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예!”
고건무의 지휘 아래 고구려 군은 똘똘 뭉쳐서 비사성 근처로 상륙하려는 수나라 수군을 필사적으로 막기 시작했다.
그런 고구려 군의 공격에 주라후도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상륙해야 한다! 상륙을 해서 이 비사성 앞바다 포구만큼은 우리가 장악해야 해!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응전한다! 알겠나?!”
“예! 총관 어른! 우리도 맞대응 한다! 화살을 쏴서 고구려 놈들을 모두 죽여라!”
“와! 와! 와!”
그렇게 고구려 수군과 수나라 수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시작 되었다.
하지만 이 전투의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나라 수군은 바다 위에서 맞이한 태풍으로 인한 많은 배와 군사가 바다에 빠진 상태였다.
살아남은 군사들도 그 폭풍을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힘을 써 지칠 대로 지친 상황.
군사들의 사기역시 덩달아 말이 아닌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고구려 군과 전투까지 벌어지게 되었으니, 수나라 군사들이 무너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총관 어른! 이대로는 아니 됩니다!”
“제기랄…….”
“다행히 지금 날씨는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으니 일단 물러나시지요!”
“그러다가 바다 위에서 또 폭풍이 몰아치면?! 그 때는 어찌할 것이냐? 그 때는 다 죽어!”
“총관 어른께서도 아시겠지만 이번에 바다에서 일어난 날씨는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본래라면 이 시기에 그런 폭풍이 몰아치는 시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날씨가 괜찮아지고 있으니 본래 저희가 아는 날씨로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
“총관 어른! 이대로 가다간 전부가 전멸합니다! 군을 물려서 퇴각해야 합니다!”
“으음… 알았다… 퇴각 준비를 해라… 아 그전에…….”
“……?”
“우리가 요동성에 군량을 보급하려고 했었다. 그 군량은 얼마나 남은 것이냐?”
“배가 많이 침몰해서… 지금은 절반의 양도 아니 됩니다.”
“절반도 아니 된다라… 허허…….”
“총관 어른! 얼른 퇴각 명령을!”
“군을 물려라. 퇴각시켜!”
“예! 총관 어른! 모두 퇴각하라! 퇴각하라!”
주라후 부장의 명령에 수나라 수군은 퇴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고건무가 외친다.
“저들은 지금 사기도 떨어지고 군사들도 많이 죽었다! 추격할 수 있을 때까지 추격하여 저놈들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죽여라! 쫓아라!”
“예! 태제 전하!”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있는 수나라 군을 추격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고구려 수군은 빠른 배를 이용해 그들을 집요하게 쫓으며 화살을 쏴서 피해를 입혔다.
그런 고구려 수군의 공격으로 인해 원정 때 끌고 왔던 수군 중 8할을 잃고 말았다.
“이럴 수가… 천하의 나 주라후가… 이렇게 무너지다니!!”
“총관 어른.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그리 큰 폭풍을 만나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분명 황제 폐하께서도 그 점에 대해 참작해 주실 것입니다.”
“…육군에 대한 소식은?”
“그게…….”
“……?”
“육군은 요택에 발이 묶여 있다가 전염병이 번져서 군사들이 죽어 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왕 전하께서 한왕 전하께 강력하게 퇴각을 권유하여 퇴각을 했사온데… 요택을 벗어나자마자 고구려 군이 기습을 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하아… 완패다. 완패야… 이럴 수가 있는가? 우리 수 제국이 이런 조그만 나라에게 이렇게 질 수가 있냔 말이야!!”
주라후는 손까지 부들부들 떨며 분노했다.
* * *
한편, 그 시기 수나라 육군은 요택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고구려 군의 기습을 받았다.
검수가 이끄는 조의들이 지속적으로 치고 빠지는 전술로 수나라 군을 괴롭힌 것이다.
그런 조의들 때문에 수나라 본토로의 퇴각이 늦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수나라 군의 퇴각이 늦어질 때였다.
요동성에서 나온 강이식 대장군이 개마무사들을 이끌고 기습적으로 수나라 군의 후미를 기습적으로 공격하자, 수나라 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후방에 있던 양광은 그런 고구려 군의 의도를 알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기랄… 정말 철저하게 당하는구만. 방법이 없다.”
“고구려 놈들이 이런 상황을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우복야. 그나마 우리가 그것을 예측하고 막아서 이 정도라도 퇴각할 수 있는 것이지 그마저도 아니었다면 우리는 전부 전멸하고 말았을 것이야.”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고구려 군의 개마무사가 정말 강합니다.”
“나도 보았네. 우리 중원의 중기병들보다 더 무서운 기병이다. 과연… 왜 고구려가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으려 하는지 알겠어. 그만큼 우리를 이길 자신이 있었던 것이야.”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늘의 태양은 하나 뿐… 언젠가는 고구려를 눌러야 합니다.”
“내 생각도 그래. 돌아가면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겠어.”
그렇게 양광은 후방에서 간신히 고구려 군의 추격을 막으며 퇴각을 했다.
그 무렵, 북평성을 나선 동현은 군사들을 이끌고 북평성 일대와 임유관과 사이에 이어지는 주변 성들을 모조리 점령하고 있었다.
그리고 임유관에 도착하는데…….
“용양장군을 뵙습니다!”
“오! 가동! 임유관을 점령했군! 수고했네!”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쉬웠습니다. 예전에 허손 장군이 이곳을 먼저 공격을 하고 나서 그런지 방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겠지. 그 피해를 회복하려면 이 짧은 기간 동안은 불가능 할 것이야. 그리고 이곳에 있던 병력을 요동성으로 가는데 다 끌고 갔으니 쉽게 점령할 수 있었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내일 날이 밝으면 영주성으로 출발을 할 것이다. 그러니 하루 동안 군사들을 푹 쉬고 약간의 술과 고기를 내려 군사들을 위무하라!”
“예! 장군!”
“내가 군사들을 이끌고 갈 동안 가동은 기존에 거느리고 있던 군사들로 이 임유관을 지키면서 민심을 안정시켜라. 지금 자네가 이끌고 있는 군사가 5천 이었던가?”
“그렇습니다. 장군.”
“당분간은 그 정도면 충분하겠구만. 경계를 철저히 하되 백성들이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도록 민심을 잘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명심해라.”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동현이 임유관에 도착해 모든 상황을 확인하고 있을 때, 한 전령이 말을 타고 달려오더니 군례를 올리며 보고한다.
“보고드립니다!”
“무슨 일이냐?”
“강이식 대장군께서 서찰을 보내셨습니다!”
“그래? 이리다오!”
동현은 전령에게 서찰을 받더니 읽어 보고는 미소를 짓는다.
“하하하!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군! 강이식 대장군께서 요동성으로 왔던 육군 본대의 후미를 계속해서 치면서 추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수나라 군사들은 사기가 바닥을 칠 것은 분명하고… 군사들도 많이 잃었겠군요.”
“그렇겠지. 우리보고 빠르게 영주성으로 올라와 양쪽에서 영주성을 압박하자는 것이야. 잘만 맞으면 수나라의 황자들까지 잡을 수 있다면서 말이야.”
“그렇겠지요. 아마 퇴각을 하면 영주성을 통하여 가려고 할테니 말입니다. 이거 정말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래. 내일 날이 밝자마자 바로 군을 출발시킬 수 있도록 준비시켜라. 알겠나?”
“예! 장군!”
“현재 영주성에 병력도 얼마 없을뿐더러 요동성에 있었던 수나라 군사들 또한 사기가 바닥을 쳤으니 그들을 물리치고 영주성을 점령하는 건 정말 쉬울 것이다. 그 때의 관건은… 황자들을 잡느냐 못 잡느냐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용가치가 크니까요. 그들을 잡으면 수나라도 우리 고구려를 함부로 공격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맞아. 우리로서는 수나라 황자를 둘 중 하나라도 잡는 것이 좋다. 다들 내일은 쉴 새 없이 강행군을 할 것이라는 걸 알아두도록 해. 군사들에게도 사전에 말을 해놓고 말이야.”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과 함께 수나라 황자들을 잡기 위한 작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