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동현, 군심을 한데 모으기 위해 부장들의 목을 베다.
허손의 밑에 있던 부장들은 그렇게 몰래 일을 꾸며 수나라 군사들을 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이제 사경(새벽 1시∽3시)쯤 되었군. 지금쯤이면 우리 군사들을 움직여도 될 것 같소!”
“나도 그리 생각하오. 이제 움직입시다!”
허손의 부장들은 그렇게 자신의 군사들을 데리고 성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수나라 군사들에게 기습을 하러 갈 것이다. 그러니 성문을 열어라.”
“예!”
성문을 담당하던 부장 밑의 군사가 명령을 받았다.
군례를 올리고는 문을 열기 위해 성문 쪽으로 다가간다.
그런데 그 때…….
씨이이이잉!!
퍼어억!!
“커억!!”
“웨… 웬 놈이냐?!”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성문을 열려는 군사의 목을 정확하게 꿰뚫어 버린다.
그런 화살에 부장들과 그 밑에 군사들은 너무나도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 이건?!”
“너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는 것이냐?! 당장 활들을 내려놓지 못할까?!”
부장들이 당황하면서도 호통을 치는데 그런 군사들 속에서 누군가 호통을 치며 부장들의 말을 받아친다.
“내가 그리 하라고 일렀다!!”
“헉!! 초… 총사!”
“너희들이 이런 일을 벌일 줄 알았지. 하지만 이제 아무 짓도 하지 못 할 것이다. 다들 무기를 내려놔라! 무기를 내려놓으면 너희들은 처벌하지 않고 이 일을 벌인 부장들만 처벌할 것이야! 너희야 직속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니 아무 죄가 없다!”
허손의 단호한 말에 군사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무기를 앞으로 던지며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다.
그런 군사들을 본 부장들은 매우 당황하는데, 이를 모두 지켜보던 허손이 추상같은 명령을 내린다.
“상관의 명령을 어긴 저 놈들을 지금 당장 잡아서 무릎을 꿇려라!”
“예!”
허손의 명령이 떨어지자 허손의 뒤에 따라왔던 군사들이 빠르게 이동하여 말 위에 있는 부장들을 끌어내려 순식간에 오랏줄을 묶어 포박한다.
모두 포박을 하자 허손이 또 명령한다.
“일단 그 놈들을 옥에 가두어 두거라! 장군께 보고를 드린 후 처리할 것이다!”
“예! 총사! 끌고 가라!”
그렇게 허손의 밑에 있던 몇몇 부장들의 기행은 허손에 의해 막을 내렸다.
허손은 전날 부장들의 불만이 큰 것을 알고 있엇다.
이 일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사훈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사훈은 허손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꺼이 조언을 해주었다.
“새벽에 총사의 수하들이 일을 벌일 수 있으니 미리 대비를 해 놓도록 하게”
“일을 벌인다 함은……?”
“자네도 알지 않는가?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야.”
“제가 그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바로 일을 벌인단 말입니까?”
“공명심이 지나치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네. 지금 총사 자네 밑에 있는 부장들이 그런 경우이니 바로 대비를 해야 할 것일세.”
“음… 알겠습니다.”
허손은 사훈의 조언을 받아들여 대비를 해두었고 그들은 사훈의 예상대로 바로 일을 벌이려했다.
허손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미 상황이 벌어진 만큼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단호한 대응으로 부장들을 잡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아침…….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고?”
“예. 장군. 죄송합니다. 제 불찰로 부장들이 크게 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
“그게 어디 자네 잘못인가. 지나친 공명심을 가지고 있는 부장들이 문제인 것이지. 그리고 자네가 일을 잘 처리했기에 우리 고구려 군이 크게 희생당할 수 있는 일을 없애지 않았는가?”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다만… 성문을 열려는 군사는 거리가 좀 있어서 화살로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성문이 열렸을 것이라 말입니다. 송구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지. 그 군사는 잘 장사를 지내 주도록 해라. 그리고 그 군사의 가족들을 잘 챙겨 주도록 하고 보상도 해주도록 해. 전쟁이 끝나면 말이야.”
“예. 장군.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네가 잡아들인 부장들은 지금 옥에 있는가?”
“예. 장군. 그렇습니다.”
“그들을 모두 내 앞으로 데려다 놓게. 처분을 내리겠네.”
“알겠습니다. 장군.”
“허손. 자네는 현재 나 대신 군을 이끄는 총사야. 나는 자네를 믿기 때문에 이 일을 맡긴 것이니 이만한 일에 절대로 흔들리지 말게. 알겠는가?”
“예! 장군!”
“그 부장들을 내 방문 앞에 데려와서 무릎을 꿇려 놓고 부르게.”
동현의 명령에 허손은 군례를 올리며 방을 나섰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장군! 부장들을 앞에 무릎을 꿇려 놨습니다!”
“알겠다. 곧 나가지.”
허손의 말에 동현은 방 안에서 병법서를 읽다가 방을 나선다.
방을 나서자 부장들이 무릎이 꿇려진 채 있었다.
“너희들은 왜 명령을 어겼지? 내가 전권을 준 총사의 명령을 말이야.”
“장군! 새벽에 우리가 기습을 했다면 분명 이겼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장군! 저희는 오히려 장군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적의 수도 훨씬 적은데 이렇게 성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 말입니다.”
동현은 부장들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내가 왜 출전을 못 하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첫째, 장수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하나 한 번도 부딪쳐 보지 못 한 상대이니 만큼 저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저들의 의도를 알지 못해. 생각해 봐라. 저들이 수가 적은데 왜 우리를 도발하겠나. 자네들은 그게 이상하지 않나?”
“……”
“계속해서 둘째, 저들의 전부가 기마병이라는 것이 문제다.”
“우리에게도 개마무사가 있는데 기마병이 무슨 문제입니까?”
“쯧쯧… 생각해 봐라. 우리 개마무사들은 중갑기병이다. 반면 저들은 1만 군사 중 약 7천 정도가 가벼운 경기병이지.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나?”
“……?”
“기동력에서 우리가 밀린다는 뜻이다. 우리 수가 더 많다고 하여 저들과 부딪쳤다면 설사 우리가 이겼다하더라도 우리는 큰 피해를 입었을 거다.”
동현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들은 분명 우리의 개마무사들에 대해 3천의 중기병으로 대응하게 할 것인데, 그들로 대응하게 하여 시간을 끌고 가벼운 경기병들로 뒤를 노려치면 우리는 그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 그럼 승리를 해도 승리를 한 것이 아니게 되지.”
동현의 말에 부장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현은 그런 부장들을 보며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마지막 셋째, 이 북평성 일대의 지형 때문이다.”
“지형 말입니까?”
“그래. 우리가 아무리 세작들을 보내어 꼼꼼하게 정찰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곳을 오래 점거 하고 있던 수나라에 비해 잘 알지는 못 하다. 저들과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한 번 더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지. 특히 저들의 뒤로 있는 길 쪽에 말이야.”
“그 말씀은… 저희가 나갔다면 저희를 끌어들이려고 퇴각하는 척하며 매복을 해 놓았을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맞다.”
“그것을 어찌 장당하십니까?”
“지금 장수가 누군지 아나?”
“압니다. 왕인공이라고 들었습니다.”
“내가 저번에 말했었다. 그자는 수나라에서 이름 있는 높은 장수인 장손성이 눈여겨보는 장수라고 말이야. 그리고 매우 총애하지.”
“저도 압니다. 한 번도 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않습니까?”
“…….”
“그리고 그가 상대한 자들은 오합지졸들이고 말입니다.”
동현은 한 부장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어이가 없군. 수나라도 통일된 돌궐에게 만큼은 한 수 접어 줄 정도로 돌궐은 강성했다. 지금 동돌궐과 서돌궐로 갈라졌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지. 또 과거 수나라는 다른 이민족들에게도 엄청나게 시달리고 고생을 했어. 그래서 수나라는 그들의 침입을 막고 대대적인 정벌에 나섰던 것이야. 그런데 그런 나라들의 침입을 막아 내는 것도 모자라 정벌에 나서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장수를 보고 오합지졸을 상대했다고? 자네들은 이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
“생각 없는 사람들 같으니… 장수가 되어 군을 이끌려면 감정에만 휩쓸리면 절대로 아니 된다. 지금 자네들은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혈기가 넘쳐 앞으로만 나아가려 하고 있다. 군을 이끌려는 장수가 되려면 자네들 감정은 담아두고 전쟁 전체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알았나?”
“예. 장군…….”
“그리고 자네들이 내 명령을 무시하고 출전을 하려고 한 것은 그 놈의 공명심 때문이겠지. 불문율이 있으니 공을 세운다면 오로지 자네들만의 공이 될 테니깐 말이야 아니 그런가?”
동현의 말에 정곡을 찔린 부장들은 서로가 민망한 듯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런 부장들의 모습을 보며 동현은 명령을 내린다.
“총사의 명을 거역했다는 것은 내 명을 거역한 것과 마찬가지… 여기 있는 부장들 중 이 일을 주도했던 부장들은 바로 목을 벨 것이다!”
“……!”
“이보게 총사!”
“예! 장군!”
“지금 내 명령을 바로 이행하도록 하게!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을 알아내! 그리고 그 사람들을 목을 베어 바로 저잣거리에 효수토록 하고 말이야. 알겠나?!”
“예! 장군!”
“자… 장군! 저… 저희를 살려 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이 고구려를 위해 잘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벌인 것뿐입니다!”
“그렇습니다! 하…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신분이 강등당해도 좋으니 목숨만은 보존토록 해주십시오!”
동현은 부장들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안타깝지만 그건 안 되겠군.”
“……!”
“오늘 일로 인해 자네들이 군심을 흩트려 놨어. 군율은 꼭 지켜져야 하는 것인데 자네들은 지키지 않았지. 그리고 이 사실을 우리 고구려 군사들도 대부분이 곧 알게 될 텐데 자네들을 처벌하지 않아보게. 군심이 어찌 되겠나?”
“자… 장군!”
“자네들의 희생이 오히려 우리 군을 한데 모아 줄 것이야. 총사는 무엇을 하는가! 지금 당장 이 자들을 끌고 가서 철저히 조사해라! 그리고 이 일을 주도한 자들을 목을 베어 저잣거리에 효수토록 해!”
“예! 장군! 끌고 가라!”
“자… 장군! 하… 한 번만…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장군!!”
허손 밑에 있던 부장들은 살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치며 동현에게 용서를 빈다.
하지만 단호한 동현.
그렇게 그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리고 저잣거리에 그들의 목이 효수되고 죄목이 적히자, 고구려 군사들은 상관의 명령에 꼭 복종하고 불만을 품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며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백성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번에 백성들을 괴롭히는 토호들을 처벌하고 뒤이어 군율을 어긴 장수들도 처벌하자 반응이 매우 긍정적입니다. 보통 군사들이 백성들을 괴롭히거나 군율을 어겨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가차 없이 처벌을 하는 것을 보고는 저희 고구려 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매우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뀌었습니다.”
“다행이군. 군심도 잡을 뿐만 아니라 민심도 쉽게 잡히겠어.”
“그렇습니다. 이곳의 민심이 장군께서 오신 후 많이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점령한지 얼마 안 되어 불안한 것이 있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일이 쉬워졌습니다.”
“그래. 아… 참! 그나저나… 저들은 계속 도발을 하고 있나?”
“예. 장군. 좀 전까지 계속해서 도발을 하다가 멈추었습니다.”
“그렇군. 이제 내일이다. 내일까지만 지켜보고 행동을 시작할 것이야.”
“이미 허손에게 모든 것을 말해 놓으셨으니 잘 할 것입니다.”
“그렇겠지. 헌데… 지금 허손은 어디 갔나?”
“예. 자신의 밑에 남은 부장들을 단속하는 중입니다.”
“음… 그렇겠군. 일단 자기 밑에 있던 부장들이 경거망동으로 인해 이 일을 그르칠 뻔했으니 필요한 조치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다독거리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목이 베어진 자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상을 줘야겠군. 총사에게 전해라. 주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관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한 그들에게 말 한 필씩과 금자 1냥씩을 내린다고…….”
“예! 장군!”
“허손이 사흘이 지나고 군을 이끌고 바로 움직일 때 우리도 움직일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를 하도록 해. 알겠나?”
“염려 마십시오! 장군!”
그렇게 동현은 내부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일을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수나라의 군대를 칠 준비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