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화 동현, 전쟁 승리를 위해 큰 도박을 할 생각하다.
동현이 지도를 보며 고민하고 있는 그 때… 사훈이 왔다는 소리가 들린다.
“장군. 접니다.”
“들어오게.”
동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사훈이 방 안으로 들어간다. 사훈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동현이 지도를 펼쳐놓은 채 진지한 모습으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묻는다.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장군.”
“아닐세. 다음 계획을 어떻게 하면 쉽게 풀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렇군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군. 지금까지 모두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장군이십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고맙네.”
동현과 사훈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때 갑자기 방 밖에서 한 군사가 외친다.
“장군! 조의들의 사범인 용호님이 장군을 뵙고자 청합니다!”
“조의사범이?”
“예! 장군!”
“음…. 국선 어른께서 보내신 사람인 것 같구만. 들이게!”
“예!”
동현이 허락하자 한 조의가 군례를 올리며 씩씩한 목소리로 말한다.
“용양장군을 뵙습니다!”
“그래. 국선 어른의 연락으로 온 것이냐?”
“예! 장군! 장군께서 명령하신 일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자 왔습니다!”
“빠르군. 벌써 파악을 했다니… 말해보게.”
“예. 일단 첫 번째로 명령하신 요동성으로 향하는 적들의 보급로를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선 어른께서 직접 군을 이끌고 그곳으로 가셨습니다.”
“조의들은 얼마나 이끌고 갔는가?”
“1천여 명 정도를 끌고 갔습니다.”
“으음… 걱정이 되는군. 그 정도로 보급로를 끊고 잘 빠져나올 수 있을지 말이야.”
“염려 마십시오. 저희 조의들은 그런 일에 이골이 난 자들입니다.”
“그래. 국선 어른께서 잘 알아서 하시겠지… 그나저나… 두 번째 일은?”
“예. 수나라 조정에서 이 북평성을 향해 1만의 군사가 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군을 이끌고 있는 장수는 왕인공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왕인공이라 했느냐?”
“예. 장군.”
“으음… 꽤 이름 있는 장수를 선임했구나.”
동현의 말에 옆에 있는 사훈이 묻는다.
“장군께서 알고 계시는 사람입니까?”
“그래. 예전에 장손성 장군과 잠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이 장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소개시켜 주겠다는 말까지 했지. 그 이후 아쉽게도 장손성 장군의 일이 바빠 보지는 못했지만 장손성 장군이 인정한 자라면 보통내기는 아닐 것이야.”
“조심해야겠군요.”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왕인공이라… 천수 상규사람이며 기사에 매우 능한 장수라고 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정벌전에서 큰 공을 세워 대장군의 반열에 든다고 했었지. 거기다 자신이 맡았던 곳마다 적들의 침입을 잘 막아내니 그곳의 백성들이 왕인공이 다른 곳으로 부임할 때 제발 가지 말라고 붙잡을 정도였다는 기록도 봤어.’
동현이 왕인공의 성향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조의사범은 의아해하며 말을 걸려 하는데 옆에 있던 사훈이 말린다.
“지금 말을 걸지 말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장군께서는 그 장수에 대해 생각을 하신 후 대비책을 세우시려는 것일세. 그러기 위해서는 저렇게 생각을 정리하시는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게.”
“아… 예.”
“내가 지금까지 모셔 본 장군은 놀랍도록 그 판단이 정확했고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네. 그러니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장군께서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게.”
“알겠습니다.”
조의사범은 사훈의 말을 듣고는 동현의 답을 기다린다.
둘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동현은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왕인공도 그 수하인 유무주에게 피살당한다. 세월이 흘러 사람이 변해서 그런 건가? 뇌물을 받은 것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돕지 않았다는 말년의 기록을 봤었지. 그리고 유무주가 왕인공의 시녀와 간통을 하여 그것이 훗날 들킬까 두려워 반란을 일으켜서 왕인공을 죽였다고 했었지. 그리고 성격이 잔인한 성격이라고 했던 것도 같은데…….’
동현은 그렇게 한 동안 왕인공에 대한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왕인공에 대한 생각 정리가 끝났는지 동현은 드디어 조의사범 용호에게 묻는다.
“그 1만의 군사들의 병종이 기마병이 대부분인가?”
“어찌 아셨습니까? 맞습니다. 장군.”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왕인공이라는 자는 분명 기사에 매우 능한 자일 것이다. 그 자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우리 북평성에서 빈틈을 보이면 점령할 생각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지.”
“하지만 그들의 제일 큰 목적은 우리를 묶어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북평성을 공격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1만의 군사가 대부분 기마병이라면 빠르게 움직이게 될 것인데 그런 기마병들은 우리가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지키기만 하면 아무것도 못할 텐데요.”
“그렇지. 그래서 그들은 아마 우리를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온갖 도발을 다 할 것이다. 만약 이 북평성을 점령할 목적이라면 말이지.”
“그 말씀은… 적의 계책을 역이용해서 섬멸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역시 조의사범이구만. 맞네. 만약 왕인공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저들의 계책을 역이용 할 생각이야.”
동현의 말에 옆에 있던 사훈이 말한다.
“그렇게 하실 것이라면 정말 제대로 속는 척 연기를 하셔야 할 겁니다.”
“그건 자신 있네. 그리고 아마 왕인공은 큰 자만심에 빠져 있어서 금방 속을 걸세.”
“예? 자만심이라니요?”
“내가 들으니 장손성 장군이 그토록 칭찬한 것을 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투에서 진 적이 없을 것이네. 물론 이것은 확실하지 않은 추측이지만… 장손성 장군께 들은 이야기와 함께 내가 예전에 조금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자의 성격을 대략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습니까?”
“그래. 이 일은 일단 나에게 맡기게. 일단 적들의 기세부터 꺾고 나서 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저들이 도발해오면 나에게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장군.”
“그나저나… 가동은 지금 어디 있나?”
“예. 지금 성의 순찰을 직접 돌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나… 참… 그런 일은 수하를 시켜도 될 텐데…….”
“저희가 이곳을 점령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한동안은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냥 두었습니다.”
“음… 알겠네.”
“그리고 장군. 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훈의 말에 동현은 앞에 있는 물 한 잔을 마시며 대답한다.
“말해보게.”
“현재 이 북평성이 수나라의 영토 속에 있다고는 하나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인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네 말은… 인재를 찾아보자는 건가?”
“예. 장군. 소인이 얼마 전에 북평성의 서쪽 외곽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 돌아다닌 터라 다 살피지는 못했고 말입니다.”
“그 말은…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사람을 늘려달라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장군.”
“그럼 가동과 그 수하들을 활용하도록 하게. 이 성의 치안은 단석한에게 맡겨도 충분하니 말이야.”
“예. 장군.”
“그나저나… 백암성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은 없었나?”
“안 그래도 좀 전에 제가 이 서찰을 받았습니다. 백암성에 있는 박준에게서 왔더군요.”
“박준이?”
동현은 박준에게서 서찰을 받고는 글을 읽었다.
“오! 성공했다니! 하하하하!”
“좋은 소식입니까?”
“그래! 박준이 하고 있던 일을 알지 않느냐?”
“그렇다면… 인삼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 했다는 것이군요!”
“맞네! 이렇게 기쁠 수가!”
“감축 드립니다! 장군! 이렇게 되면 상단이 더욱 더 부유해지겠군요.”
“그래! 그렇겠지! 아… 참! 인삼을 재배했다면 이것도 만들어보라고 해야겠군.”
“……?”
“내가 미리 작성을 해 놓은 것인데… 이걸 박준에게 보내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그것과 함께 이 인삼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수출을 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이문을 남길 수 있게 된다.”
“홍삼? 이것이 장군께서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그렇다네. 이것을 만드는데 성공하게 되면 분명 불티나게 팔릴 걸세. 이것은 기존의 인삼의 쓴맛은 많이 없애주고 단 맛이 강해지는 상품이야. 젊은 사람들이 인삼은 너무 써서 몸에 좋음에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홍삼은 쓴맛을 줄여주고 단맛을 강하게 해주니 젊은 사람도 분명 많이 먹게 될 것이야!”
“장군의 의도대로만 된다면 이 인삼시장은 꽉 잡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홍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로군요.”
동현은 사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준이의 서찰을 받고 보니 백암성의 일은 걱정 안 해도 되겠군. 내가 지시한 대로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니 말이야.”
“그곳에는 박준 뿐만 아니라 다른 장수들도 있으니 염려하시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제가 오기 전에 만약 적군이 들이닥치면 어떻게 할지 대비책도 미리 일러주고 왔으니까요.”
“그랬군. 신경써줘서 고맙네.”
“당연히 장군의 군사인 제가 할 일입니다. 아… 그나저나 조의사범이 너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참… 미안하네. 용호.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지?”
“예. 적의 계책을 역이용 할 생각이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적이 도발을 해온다면 말입니다.”
“그래. 그랬지.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네.”
“국선 어른께서 장군을 도우라고 저를 이곳에 보내셨습니다. 장군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지금 자네가 데리고 온 조의들은 얼마나 되나?”
“약 5백여 명 정도 됩니다.”
“5백이라… 충분하겠구만. 지금부터 자네가 해야 할 일을 일러주겠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앞에 놓은 지도를 보며 용호에게 자신의 계책을 자세히 설명한다.
계획을 모두 들은 용호는 놀라며 대답한다.
“만약 이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저들은 그 자리에서 전멸 당할 것입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조의들의 역할이 중요해. 부탁하겠네.”
“염려 마십시오. 장군.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저들의 동태를 살피면서 자주 소식 전하고…….”
“예! 장군!”
그렇게 조의사범인 용호는 군례를 올리고 방을 나갔다.
용호가 방을 나가자 옆에 있던 사훈이 말한다.
“만약 모든 것이 장군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바로 군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요동성의 일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군사들을 활용하여 빠르게 북평성과 일대를 모두 장악하고 임유관을 아예 점령해버린 뒤 그곳에 있는 배들을 이용해서 크게 우회하는 거다. 그리고 육지에 상륙하여 요동성에 있는 양량 군대의 뒤를 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하지만 문제는…….”
“수군이 문제군요.”
“그래. 우리 수군이 수나라의 수군을 우리 땅에 상륙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군은 오도가도 못 가는 신세가 될 수 있지.”
“태제 전하께서 수나라 영토를 직접 공격하는데 있어서 반대는 하시지만 이것은 우리 영토를 지키는 것이니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나는 알아. 태제 전하께서 수군을 다루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시다는 것 말이야. 분명 잘 막아내실 것이다. 그리고 설사 우리 수군이 지더라도 우리는 그곳에 상륙할 수밖에 없다. 수나라 군을 몰아내려면 그곳에서 상륙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거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 수군이 져서 비사성으로 수나라 군대가 밀려오게 되면 우리는 그 시기를 보고 비사성을 구하기 위해 원군을 보낼지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수나라 군사들의 뒤를 쳐야 할지를 정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 상황이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는 정말 큰 도박이 될 겁니다.”
“맞다. 그곳에서 우리가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해. 그래야 우리 군도 고립되지 않고 수나라 군을 밀어낼 수 있어.”
동현의 말에 사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