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동현, 귀족들을 처벌하고 앞으로 계획을 고민하다.
동현은 잠시 호흡을 고른 후 계속해서 호통을 이어나갔다.
“귀족이라는 사람들이 왜 신분이 귀한 줄 아느냐?!”
“…….”
“그 특권을 이용해서 백성들을 보살피고 모범을 보이라는 뜻에서 백성들이 떠받들어주는 것이야! 너희들은 그것을 악용하여 사용했다! 백성들의 그런 점을 이용해서 고혈을 빨았지!”
“어이없는 궤변을 늘어놓는군!”
“궤변이라? 하하하하! 그럼 예를 들어보지. 수나라 이전의 제국들이 다 어찌 망했는가?”
“…….”
“왜 말을 못하나? 무언가 찔리나보지?”
“그건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지 우리랑 다르다.”
“다르다?! 그 말이야말로 궤변이로군! 아니! 절대 다르지 않아! 이전에 망한 제국들은 윗선에서부터 썩어 들어갔다! 군주의 어리석음과 함께 귀족들이 그렇게 됐지! 그리고 그렇게 일어난 나라가 수나라가 아닌가?!”
“네 이놈! 우리가 이곳을 빠져나가 수나라의 황제에게 고하면 어찌 될 줄 아느냐?! 분명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밀어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고 있고 말이다!”
“하하하! 우리가 수나라를 무서워 할 줄 아느냐?!”
“뭐라?”
“우리 고구려가 왜 선제공격을 했겠나? 그만한 대비도 되어 있으니 그런 것이 아닌가?”
동현의 대답에 귀족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그저 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런 귀족들을 보며 동현은 의기양양하게 계속 말을 이어간다.
“풋! 너희들의 이 북평성이 빼앗긴 것만 봐도 알만 하지! 내가 알기로 내호아 그 사람이 북평성의 태수였다면 이 북평성을 뺏지 못했을 것이다.”
“내호아 장군님을 네가 어찌?”
“그런 일이 있지! 자… 아무튼 이제 할 말은 다 끝났으니 포박을 받아라!”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오른손을 번쩍 위로 든다.
그러자 숨겨져 있던 군사들이 쏟아져 나와 귀족들과 사병들을 일제히 포위한다.
“무릎 꿇어! 이 XX들아!”
퍼어억!
“커억!”
“무기 버려!”
동현의 군사들은 귀족들과 사병들을 무장해제 시킨 후 거칠게 묶었다.
그리고 옥사로 끌려가는 귀족들과 사병들.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사훈이 나타나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장군. 귀족들은 그렇다 쳐도 사병들은 살리는 것이 좋을 겁니다. 분명 이 북평성을 지키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도 안다. 저들은 그저 귀족들의 명령에 움직였을 뿐이겠지.”
“그렇습니다. 다만 바로 꺼내주지 마시고 옥사 안에 있는 사병들이 듣게끔 소문을 먼저 흘리시지요.”
“소문?”
“예. 군사들로 하여금 죄의 경증을 따져 참수형에 처한다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겁니다. 귀족들은 전부 죽일 것이라고 하는 반면 사병들은 죄의 경증을 따져 죽일 사람은 죽이고 살 사람은 살 수 있도록 하여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죠.”
“으음…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든 살고자 발버둥 칠 것이고 나에게 진심으로 투항을 할 것이라는 말이군.”
“바로 그렇습니다.”
“좋은 계책이다. 바로 시행해라.”
“예! 장군!”
동현의 허락에 사훈은 바로 자신의 계책을 시행에 옮겼다.
그 계책을 시행한지 며칠 뒤… 사병들은 사훈의 예상대로 모두 항복하기를 원했고 동현은 죄를 사해주는 대신에 고구려에 충성하라며 그들을 용서해주면서 고구려의 군사로 받아들여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귀족들의 가산을 모두 몰수하고 북평성 내에 있는 사람들에 한하여 연좌제를 적용해 모두 저잣거리에서 목을 베어 참수를 하고는 본보기로 삼아 성문 근처에 효수하도록 했다.
그리고 효수한 머리들 옆에 동현이 방을 붙여 백성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렸다.
[나는 고구려의 용양장군 김동현이다.
내가 이곳을 점령하고 보니 백성들의 생활이 말이 아닌지라 왜 이렇게 되었는지 철저히 조사를 했다.
조사를 한 결과 백성들의 생활이 피폐해 진 것은 귀족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머리를 베고 효수토록 했으니 백성들은 이제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
만약 이후에도 이런 귀족이 나올 때 나는 주저 없이 칼을 들 것이니 다들 명심하라!
그리고 이제 이 땅은 고구려의 땅이니 만큼 수나라의 법이 아닌 고구려의 모든 것을 따라야 한다!
그러니 백성들은 이 점을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글을 읽을 줄 아는 백성들이 글을 읽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한다.
“대단하구만.”
“대체 무슨 글인데 그래? 나한테도 말 좀 해줘!”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귀족들의 목을 모조리 베서 효수한 거라고 하네. 그리고 이제 이 땅은 수나라가 아닌 고구려의 땅이니 백성들도 고구려를 다 따라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군.”
“그래? 그게 정말이야?”
“응. 이 북평성을 점령한 고구려의 용양장군 김동현이라는 사람이 방을 붙여서 알린 거야.”
“그렇구나. 그나저나 이제 이 땅이 고구려 땅이라니… 좀 그렇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히려 잘 된 거지. 생각해 봐. 내호아 태수님이 다른 곳으로 가고 나신 뒤에 새로온 태수가 우리를 얼마나 못 살게 굴었는지 말이야.”
“그건 그렇긴 한데… 좀 마음에 걸려.”
“뭐가?”
“생각해 봐. 고구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수나라보다 영토도 적고 군사도 적을 거야. 그런데 이 땅을 다스린다고? 수나라에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
“임마. 고구려 군은 생각보다 강군이야. 너 아까 개마무사들 못 봤어?”
“개마무사?”
“그래. 개마무사. 고구려의 철갑기병을 말하는 거야.”
“아… 봤지! 수는 얼마 안 되었지만 정말 강해보였어.”
한 백성이 이렇게 대답을 하자 듣고 있던 백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내가 들으니 그 개마무사들은 수나라에서도 어쩌지 못 하는 군사들이래.”
“뭐? 그렇게 강하다고?”
“응. 그러니 우리는 그냥 여기서 저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그리고 이제 귀족들처럼 우리가 가진 것을 가져가지 않는다고 하니 오히려 잘된 거 아냐?”
“그건 그렇지.”
“그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우리 하던 거만 잘하면 돼. 우리가 잘 하는 게 뭐냐?”
“그야… 농사 잘 짓는 거?”
“그래. 우리는 농사를 잘 지어서 우리가 먹고 살 것만 잘 챙기고 세금만 잘 내면 되는 거야. 그러니 이제 일 하자고!”
“쩝… 그래.”
그렇게 백성들은 북평성을 지배하는 나라와 사람이 바뀌었음에도 자신들을 잘 보살펴 주는 것에 만족하고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모습들을 동현의 수하인 가동과 사훈이 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행이군. 생각보다 빨리 안정 되었어.”
“그렇습니다. 이 북평성을 점령하기 전 태수가 하도 백성들을 못 살게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맞아. 만약 이 북평성을 잘 다스리는 자에게서 우리가 이 성을 탈취했다면 민심을 안정시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네.”
“그 일에 대한 것은 이미 장군과 이야기를 나누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물론 그랬지.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지리라는 것은 없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혹시 모르니 우리 예상대로 전쟁의 향방이 흘러가지 않을 것도 생각을 해야 해. 아… 참! 양량은 어찌 되었는가?”
“예. 좀 전에 세작으로부터 첩보를 받았는데 이제 요택에 거의 다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후후후…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군. 이제 그들에게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그토록 승리를 확신하십니까?”
사훈은 가동의 말에 고개를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렇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어. 특히 이 날씨 때문에 말이야.”
“날씨 말씀입니까?”
“그래. 우리는 이곳을 잘 지키면서 그곳 상황을 주시하면 된다. 그리고 그곳 상황이 유리해 졌을 때 우리도 움직이면 된다. 그러니 언제든지 군을 출동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군이군. 수군이 잘 해주어야 할 텐데…….”
“태제 전하가 비사성에서 수비를 하시지 않습니까? 잘 해내겠지요.”
“그래. 그리 생각해야지. 그리고 이곳에서 인재를 찾아야 해.”
“현재 이 북평성과 이 일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전부 수나라 땅입니다. 이 북평성에 그만한 인재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알아는 봐야지. 오히려 이런 곳에 인재가 있을 수 있음이야.”
사훈은 동현에게 인재의 필요성을 어필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많은 수하들을 거느리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고 동현도 그에 공감해 사훈에게 인재 등용을 맡겼던 것이다.
“일단 서쪽 일대를 한 번 돌아다녀 봐야겠어. 자네도 갈 것인가?”
“아닙니다. 소인은 이제 본래 임무로 복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게.”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북평성이 우리 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좀 전에도 말했듯이 수나라 안에 박혀있는 것이라 위험합니다.”
“아직 저 수나라가 군을 보내려면 꽤 걸릴 것이네. 걱정 하지 마. 그리고 인재를 등용하려면 나 혼자 움직이는 것이 편하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사훈은 그렇게 가동의 인사를 받고는 북평성 서쪽 외곽으로 향했다.
그렇게 동현은 수하들을 도움을 받아가며 북평성을 빠르게 안정시켰고 백성들을 고구려를 위한 법으로 다스리기 시작했다.
* * *
한편, 그 시기 요동성에서는…….
“그래? 양량이 요택에 거의 다 왔단 말이지?”
“예. 대장군.”
“하하하! 지금 그 녀석들은 많이 지쳐 있을 것이야. 군량도 그렇지만 양량 그 녀석이 거의 쉬지도 않고 빠르게 진군을 했으니 말이야.”
“아마 그럴 겁니다. 지금 날씨가 매우 무더우니 요택이 더욱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습니까?”
“옳은 말이다. 후후후… 이제 시작이야. 정말 기가 막히군. 동현이 이 녀석이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도 맞췄어. 비도 더워지고 나서 지금까지 한 방울도 안 오고 말이지.”
“그렇습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천문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참 신기해…….”
“그나저나 더위가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시작 되었으니 저희도 철저하게 대비를 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옳은 말이다. 그래서 내가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두라고 지시를 해두었는데?”
“예. 그 덕분에 지금 더위를 나기 위한 준비는 대부분 마쳤습니다. 하지만 더위가 계속되면 이런 대비도 저희에게 힘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저 양량과 수나라 군대를 생각해보게. 지금 같은 시기에 요택으로 온단 말이야. 어떻겠나?”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수하는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하! 이거 정말… 양량이라는 자는 용양장군의 말대로 멧돼지가 맞습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오니 말입니다.”
“그래. 이 전쟁… 육군에서는 우리가 완벽하게 이겼다. 저들은 이제 제 풀에 무너질 것이야. 이제 땅이 완전히 녹으면서 그곳은 완벽한 늪지대가 되었으니 그들은 그곳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야. 거기다 식수도 모두 메우고 독을 풀었으니 크게 혼이 날 것이다.”
“그렇습니다. 거기다 지금 이 상태에서 비라도 내려준다면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맞아. 이런 무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주면 우리에게 있어서는 좋지.”
강이식 대장군은 현재까지 모든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모든 것들이 그 녀석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군. 지금 같은 시기에 양량이 요택에 들어선다면 분명 한동안 발이 묶일 것이 분명해. 이 모든 것을 계산 했단 것인가? 내가 무예를 가르친 스승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소름이 끼치는군. 이걸 모두 계산했다면… 그 녀석은 문무를 겸비한 엄청난 장수인 것이다.’
강이식 대장군의 동현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기쁘면서도 동현에 대해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모든 것이 이토록 잘 맞아 떨어진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강이식 대장군과 다르게 북평성에 있던 동현은 탁상에서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본래 수나라가 우리 고구려를 치던 때… 598년 2월부터 4개월간 준비를 한 뒤 6월에 우리 고구려를 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그것이 시기적으로 거의 맞아 떨어지고 있어. 이곳에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 되었고 분명 고구려 쪽에도 시작이 되었겠지.’
분명 그랬다.
‘이제 양량이 요택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하니 도착할 때가 되면 분명 엄청난 비가 쏟아질 거야. 그럼 그 때부터 우리도 공세로 나서야 한다!’
동현은 그렇게 다음 계획에 대해 지도를 보며 계속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