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허손, 임유관을 공격하여 군량과 무기를 불태우다.
그 시기 수나라 황제 양견의 다섯째 아들 양량은 동현의 예상대로 임유관에 도착해 있었다.
“고구려군의 정황은 살펴보았느냐?”
“예. 영주성에 잠깐 공격을 한 이후 완전히 물러간 듯 보입니다.”
“제기랄… 그럼 당한 것이 아니냐?”
“그래도 큰 피해는…….”
“큰 피해가 없기는?! 내가 듣기로 영주성 주변을 지키는 군사들이 죽는 것은 물론이고 꽤 많은 군량을 약탈해 갔다고 들었다!”
“그래도 영주성의 위충 총관이 빠르게 대처해서 피해를 훨씬…….”
“듣기 싫다! 피해가 적든 많든 간에 우리가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 아니냐?!”
“그… 그건 그렇습니다…….”
“괘씸한 고구려 놈들… 감히 우리 수나라를 공격해?! 다들 들었겠지만 나는 아바마마의 명을 받들어 고구려를 쓸어버리러 왔다! 그러니 지금부터 모두 내 명을 듣도록!”
“예! 한왕 전하!”
“명한다! 지금 즉시 저 고구려로 갈 것이니라! 빨리 군을 소집하여 갈 수 있도록 한다!”
“이미 황제 폐하의 황명을 받들어 전부 소집을 해 두었사옵니다.”
“오! 그래?! 잘 되었군. 그럼 지금 바로 출진을 하도록 하지.”
“예? 한왕 전하. 수도에서부터 먼길을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내일 출진을 하시는 것이…….”
한왕은 수하의 말에 화를 벌컥 내며 대답한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바마마의 황명을 받들어서 하루라도 빨리 고구려 군을 쳐야지! 고구려 군사들은 얼마 안 돼! 지금 바로 가서 그들을 쓸어버려야 한다! 얼른 준비해라!”
“아… 예!”
“한왕 전하. 그러자면 우선 영주성으로 빠르게 이동을 해야 합니다. 그곳에서 바로 요하로 나아가 요동성을 점령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왕세적 장군이 바로 준비를 해주게!”
“예! 한왕 전하!”
왕세적. 수나라의 행군총관이다.
오늘날의 육군 사령관인데 수나라 황제 양견이 이번 전투를 위해 양량에게 붙여준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수나라의 재상 중 한 명인 좌복야 고경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고경은 수 황제 양견을 따라 수많은 공을 세운 사람이었는데 특기 양견은 그의 지략이 매우 뛰어나다고 보고 자신의 아들인 양량을 보좌하도록 했다.
하지만 양량은 그런 고경이 탐탁치않았다.
자신이 하는 일마다 사사 건건 태클을 걸었기 때문… 하지만 이는 대부분 옳은 조언이었다.
그러나 양량은 그런 고경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그런 고경이 이번 고구려 원정에 따라 왔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한왕 전하.”
“왜 그러는가? 또?!”
“그리 급히 가시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급히 가면 군사들이 지치고 정작 싸울 때 싸우지를 못하니 정상적으로 행군하는 것이 옳은 듯 합니다.”
“이보게 좌복야! 자네는 내가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거는가?!”
“그것이 아니오라 소신은 그저…….”
“그 입 닥치게! 여기서 군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날세! 아바마마로부터 이번 고구려 원정에 행군대원수로 임명을 받아온 것이란 말일세! 이제부터 한 마디라도 더하면 자네 목을 칠 것이야! 알겠는가?!”
“…….”
“왜 답이 없는가?!”
“알겠습니다… 한왕 전하…….”
“왕 장군! 준비는 아직 멀었는가?”
“이제 거의 다 되었습니다. 이제 한 식경 정도면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았네! 최대한 서둘러 주게!”
“예! 한왕 전하!”
그렇에 양량은 이번에도 고경의 조언을 무시하고 바로 영주성으로 향하려 했다.
그 모습을 허손의 수하가 은밀히 숨어서 보고 있었고 근처에 있던 허손에게 보고를 했다.
“그래? 바로 움직인다고?”
“예. 어지간히도 우리를 정벌하고 싶은가 봅니다.”
“후후후… 우리로서는 잘 된 일이 아니냐? 네가 말한 대로라면 분명 양량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영주성으로 향할 것이다. 그럼 우리가 하는 일이 수월해져. 거기다 장군께서 북평성을 점령하신다면… 영주성은 앞뒤로 적을 두게 되는 것이지. 장군께서 북평을 점령하고 난 뒤 이 임유관으로 군을 이끌고 오신다고 했으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영주성에 있는 군사들의 보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10만이나 군사를 끌고 갔으니… 한 동안 굶주려서 사기가 떨어지겠지요.”
“옳은 말이다. 그렇게 되면 영주성에 있는 10만 군사는 한 동안 발이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고 우리 고구려도 그 동안 방비를 더욱 튼튼히 하며 대비를 할 수 있겠지.”
“그럼… 그 때부터가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옵니까?”
“그럴 것이다. 그리고 장군께서 말씀하셨다. 때가 오면 우리가 공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이야. 자… 이제 우리도 준비를 하자. 저들이 움직이는 것에 맞추어 우리도 모든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예. 장군.”
허손은 그렇게 수하들에게 양량의 동태를 면밀히 살피게 한 뒤 임유관을 철저하게 교란시키고 군량을 불태울 준비를 했다.
그렇게 한 식경 후…….
“한왕 전하! 모든 행군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다들 빠르게 영주성으로 향한다! 하루라도 빨리 영주성으로 가야 고구려 군을 무찌를 수 있다! 나를 따르라!”
“와! 와!”
그렇게 양량은 10만 군사들을 인솔하여 빠르게 영주성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허손. 허손은 미소를 지으며 수하에게 말한다.
“오늘 밤 사경(새벽1시에서 3시 사이)이 되면 바로 일을 시작한다. 모두에게 알려라.”
“예! 장군!”
허손은 그렇게 수하에게 말을 하고는 사경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 이제 움직인다.”
“예!”
“일단 산발적으로 이곳저곳에 불을 질러라. 그리고 혼란해졌을 때 군량 창고로 가서 불을 지르고 무기고에도 불을 질러. 단! 화살을 되도록이면 많이 빼돌리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장군!”
“자… 그럼 시작하자!”
허손의 명령에 수하들이 흩어지더니 이곳저곳에 불을 지르며 외친다.
“불이야! 불!”
“불이 났어! 모두 피해야 해! 대피해라!”
“불이다!”
새벽에 갑자기 이곳저곳에 불이 나고 불이라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지 임유관에 있는 군사들은 물론이고 백성들까지 크게 혼란에 빠진다.
“이게 무슨 일이야?”
“불이라잖아? 저기 봐!”
“헉!”
“저기도 불이야! 정말 이곳저곳에 불이 붙었는데?”
임유관의 군사들과 백성들은 잠을 자던 도중 갑작스레 불이나자 크게 혼란에 빠졌다.
특히 백성들은 이런 사태가 갑자기 일어나자 더욱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려 한다.
그렇게 혼란한 모습을 본 허손은 수하에게 명령한다.
“지금이다! 군량창고와 무기고에 불을 질러! 화살을 빼놓고!”
“예! 장군!”
“미리 수레를 마련해 두었겠지?”
“예! 이곳에 올 때 가까운 곳에 수레를 배치해 두었습니다!”
“좋아! 그곳에 빠르게 화살을 옮길 수 있는 만큼 옮기고 전부 불을 지른다! 빨리 이동해!”
“예!”
허손은 그렇게 빠르게 무기고와 군량 창고로 이동했다.
무기고와 군량 창고에 다다르자 임유관이 소란스러워 짐으로 인해서 그런 건지 그 앞을 지키는 군사들이 많지 않았다. 허손은 그 모습을 보고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빠르게 저들을 도륙한다! 그리고 군량 창고에 불을 지르고! 화살을 빠르게 옮긴 다음 무기고도 불을 지른다!”
“예! 장군! 모두 무기고와 군량 창고를 지키는 수나라 군사들을 도륙해라!”
“와! 와! 돌격하라!”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군량 창고와 무기고를 지키던 수나라 군사들은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워낙 갑작스러운 기습이다 보니 고구려 군사들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
깡! 까앙! 깡!
푸욱!
“크어억!”
휘이익!
촤아아악!
“꺼… 꺽! 꺼어억!”
고구려 군사들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수나라 군사들의 목이 잘려 나가거나 크게 소리를 지르며 죽어나간다.
그렇게 수나라 군사들을 어느 정도 죽인 후… 몇몇 군사들이 가장 먼저 군량 창고에 미리 준비해 둔 기름을 뿌린다.
“모두 군량인 것을 확인 했느냐?”
“예! 장군!”
“좋아! 지금 바로 불을 질러라!”
“예! 모두 불을 질러라!”
허손의 명령에 몇몇 군사들이 불화살을 쏴 군량 창고에 불을 질렀다.
기름을 뿌려둔 덕분인지 활활 타오르는 군량 창고. 허손은 그 모습을 보고는 옆에 있던 수하에게 묻는다.
“화살은 어떻게 됐어?”
“예! 이제 거의 다 옮겨 갑니다!”
“서둘러야 한다! 양량의 성격상 소식을 들으면 빠르게 되돌아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아까 장군께서는 양량이 영주성으로 바로 갈 것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곳에 일이 생겨도 말입니다.”
“그랬지. 하지만 만일 이라는 것이 있다. 그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더 빨리 재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빨리 빨리 움직여라! 화살은 수레에 실을 수 있는 만큼만 실으면 충분하다!”
“예!”
허손의 명령에 군사들은 남은 화살들을 빠르게 수레에 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살을 수레에 가득 채울 정도로 다 옮기자 허손이 다시 한 번 외친다.
“수레가 다 찼으면 이곳에 불을 지르고 빠르게 이동한다! 이 임유관에 아무리 병력이 없다 해도 이곳으로 몰려들면 우리는 빠져나갈 구멍도 없어! 무기고에 불을 지르고 빨리 이동하자!”
“예! 장군! 무기고에 불을 질러라! 불을 지르고 빠르게 빠져나간다!”
허손의 명령에 군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허손과 군사들은 무사히 임유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추격대는?”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지금 임유관에 있는 모든 것이 불바다가 되어 큰 혼란에 빠졌으니까요.”
“그렇겠지. 아마 양량이 멀리 가 있다면 우리가 충분히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되도록 빠르게 이동을 하자.”
“알겠습니다! 장군!”
“수레에 든 화살을 잘 챙겨서 이동을 하도록 해. 이 길을 그대로 가면 될 거다.”
“예!”
허손은 그렇게 군사들과 함께 빠르게 임유관 주변을 벗어나 동현이 있는 서무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뒤… 영주성으로 빠르게 향하고 있던 양량은 소식을 듣고 분개했다.
“뭐라? 임유관에 있는 군량과 무기가 불타?!”
“예. 한왕 전하… 그곳에 고구려 군이 잠임해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체 검문, 검색을 어찌 한 것이야?!”
“송구합니다. 대체 어떻게 잠임해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군사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고경이 묻는다.
“혹시 일이 터지기 전날이나 며칠 전에 특별한 일은 없었나?”
“특별한 일 말입니까?”
“그래. 특별한 일.”
“특별한 일이라고 해봐야 상단이 들어오는 것 뿐입니다.”
“상단?”
“예. 하지만 그 상단들은 항상 드나드는 상단이고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검문, 검색도 철저히 해서 무기가 있는지 확인도 했고 말입니다.”
“…….”
고경의 말에 양량은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이제 와서 그걸 알아봐야 무엇 하겠는가?!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해 걱정해야지!”
“송구합니다… 전하…….”
“그래서? 군량과 무기는 얼마나 잃은 것이냐?”
“군량은… 3달 치가 불에 탔으며 무기는 창 2만 개, 칼 3만 개 정도가 불에 탔습니다.”
“화살은?”
“그게… 화살은 그 놈들이 약탈을 해간 것 같습니다.”
“뭐라? 화살을?”
“예. 확인을 해보니 화살만 3만 개 정도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활은 그대로 있고?”
“예. 전하…….”
“제기랄… 그 놈들 목적은 우리를 교란시키면서 화살을 가져가는 것이었군.”
고경은 양량의 말에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그런 모습을 미리 감지한 양량이 다시 한 번 선수를 치며 말한다.
“일단 형님이 후군에서 군량과 무기 등 물자를 수송해서 버틸 수는 있어서 다행이군. 일단 영주성이 가까우니 먼저 영주성으로 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도로 전령을 띄워서 군량이 수송되도록 하여 군량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면 될 것이다.”
“전하. 일단 현재 우리가 영주성으로 가게 되면 군량이 분명 부족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일부 군량을 북평성에서 조달 받으시지요. 그러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겁니다. 북평성에는 꽤 많은 양의 군량이 쌓여있으니 그것만 조달받는다 하더라도 군량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 알았다. 지금 바로 북평성으로 파발을 띄워서 군량을 조달토록 해라.”
“예! 전하! 들었느냐?! 지금 당장 가거라! 영주성에도 가서 이 말을 그대로 전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양량의 명령을 들은 왕세적이 밑에 있는 군사 두 명에게 말하자 두 명은 바로 말을 타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