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동현, 영양태왕에게 자신의 계책을 밝히다.
연태조는 영양태왕의 말에 먼저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소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우리도 전진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력을 전진배치를 한다라… 그 말은 일단 최전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요동성에 병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1차 방어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성에도 병력을 배치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키운 군사들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습니다만 적어도 1만씩은 더 증강을 시켜야 할 듯 합니다.”
“으음… 대모달은 어떻게 생각하나?”
“소신의 생각도 같사옵니다. 다만 소신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하고 싶습니다.”
“말해보게.”
“그들의 전력을 시험해 볼겸… 선제공격을 먼저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선제공격을?”
“예. 태왕 폐하. 단…. 우리 고구려의 군사가 아닌 다른 군사들로 말입니다.”
“다른 군사들이라… 그렇다면 자네 말은 말갈의 군사들을 동원하자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들의 충성심을 시험해 볼겸 말갈의 군사들을 동원하여 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말갈의 군사들도 요즘 많은 훈련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하니 말입니다.”
영양태왕은 을지문덕의 말에 턱을 쓰다듬더니 시선을 돌려 동현을 보고는 묻는다.
“태대사자는 어찌 생각하나? 대모달의 제안에 대해 말이야.”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예. 태왕 폐하. 다만… 소신도 앞에 있는 두 분의 의견에 하나를 더 하고 싶사옵니다.”
“여기에 더 할 계책이 있다? 역시 태대사자로군. 얼른 말해보게!”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아마 우리 고구려가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수 황제는 크게 노하여 우리를 바로 치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겠지.”
“소신은 그 점을 노리고 싶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수나라는 우리 고구려를 얕보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병력과 장수 한 명만 보내면 손쉽게 우리 고구려를 정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어찌 그리 생각하는가?”
“소신이 수나라가 우리 고구려를 얕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첫 번째는 현재 병력만 움직이고 전진배치를 시켰을 뿐 쳐들어오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응? 무언가 이상하군. 분명 자네는 예전에 수나라가 통일한지 얼마 안 되어 나라 안을 살피느라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나?”
“물론 그랬습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그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
“하지만 그것과 함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수나라 황제가 태왕 폐하께 보낸 국서 내용에는 태왕 폐하께서 자신들의 말대로 따르지 않으면 군사를 바로 보내겠다는 말이 있지 않았습니까?”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아. 분명 그랬지.”
“그 말은 수나라 황제의 오만함입니다.”
“오만함이라?”
“예. 그 말을 해석하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자신의 밑에 있는 장수 한 명과 군사를 동원하면 고구려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니 알아서 머리를 조아리라는 말입니다.”
“……!”
“그래서 국서의 내용을 말씀하셨을 때 강이식 대장군이 대노하신 것입니다.”
“으음… 그래. 그 국서의 내용이 아주 오만하긴 했지. 나도 그건 봤어. 하지만… 그것은 형식적이 것이 아닌가? 우리를 위협하기만 하는 국서가 아니었냐는 말이야. 그걸로 저들이 우릴 얕보고 있다는 것으로 말하기에는 그렇군.”
“물론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하지만 소신이 누굽니까? 태왕 폐하. 소신이 임관하기 전에는 저 수나라 전역을 돌아다니는 상인이었습니다.”
“그래. 그랬지.”
“지금도 그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듣고 있습니다. 소신은 그것을 토대로 확신을 한 것입니다.”
“대체 어떤 정보이길래?”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현재 수 황제에게는 다섯 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제가 일전에 말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 분명 그랬지. 그들은 서로의 공을 세우기 위해 형제간의 우애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다섯 형제 중 이번에 막내인 양량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양량이라?”
“예. 태왕 폐하. 그는 성격이 불같은 자로 한 장수로서 적군의 목을 베는데는 능력이 있지만 군을 이끌기에는 부적합한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멧돼지 같은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가… 우리 고구려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응? 뭐라? 양량이 우리 고구려를?”
“예. 태왕 폐하. 제가 들은 첩보에 의하면 수 황제로부터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출진하도록 명령을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그 외에 군의 규모는 아직 정확히 파악은 못 했으니 빠르게 파악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으음… 알겠네. 만약 자네 말이 맞다면 정말 수 황제가 우리를 얕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군. 나도 자네의 말 말고도 그 자에 대해 들은 것이 꽤 있어서 말이야. 만약 그 자가 우리 고구려로 군사를 이끌고 온다면… 쉽게 대응할 수 있겠어.”
“그렇습니다. 그만큼 수 황제가 우리를 얕보고 있는 것이지요. 저희는 그것을 활용하여 아예 박살을 내 놓으면 됩니다.”
영양태왕은 동현의 말에 흡족해 하며 동현에게 묻는다.
“그 말은… 지금 우리가 선제공격을 하는 것과 연관 지어서 무언가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구만. 아니 그러한가?”
“맞습니다. 태왕 폐하.”
“허어… 궁금하군. 자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자네 계획을 설명해보게.”
“예. 태왕 폐하. 소신의 계획은…….”
동현은 자신의 계획을 영양태왕은 물론이고 을지문덕과 연태조에게 모두 설명했다.
동현의 계획을 모두 듣자 다들 놀라워한다.
“만약 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수나라의 군사들은 물론이고 장수들까지 잡을 수 있을 것일세. 엄청난 계획이야.”
“그렇네. 정말 엄청나군.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
“그것이 무엇입니까?”
“이 곳에는 누가 들어 가냐는 것이야. 대모달은 전군을 지휘해야 하니 너무 위험한데 말이야. 강이식 대장군도 요동성을 지켜야 하고…. 그럴 만한 인물이 없지 않은가?”
영양태왕의 말에 동현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뭐라? 태대사자. 그 말이 지금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물론입니다. 사지로 들어가겠다는 것이지요.”
“자네는 내가 아끼는 사람 중 하나야! 이 계책은 허락할 수 없네! 자네 목이 달아날 수 있음이야!”
영양태왕의 단호한 말에 동현은 영양태왕 앞으로 더욱 바짝 다가가더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말한다.
“소신 이 고구려가 더욱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저 수나라를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태왕 폐하의 황권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태왕 폐하께서 원하는 강한 나라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첫 걸음이 시작되려 합니다. 그러니 태왕 폐하.”
“…….”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모든 계획을 짰으니 이 사지에는 제가 들어가는 것이 맞습니다. 태왕 폐하!”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또 땅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찧는다.
그러자 머리에 약간의 피가 흐르는데 그 모습을 본 영양 태왕이 동현을 말리며 말한다.
“이 사람아… 자네는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야! 그런데 벌써부터 그런 사지에 들어가겠다니… 내가 안 말릴 수가 있겠는가?”
“태왕 폐하…….”
“다른 사람을 추천할 수 없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태왕 폐하… 이번 일은 소신이 꼭 직접 나서야 합니다.”
“사람 참… 고집하고는…….”
영양태왕은 동현을 일으켜 주더니 한숨을 쉬며 말한다.
“후우… 알았네. 자네 뜻이 그렇다면… 다만 나와 약조 하나만 하지.”
“……?”
“꼭 살아남게. 절대 죽으면 안 돼! 알겠나?!”
“물론입니다. 태왕 폐하! 오히려 제가 여러 장수들을 베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수나라 놈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겠습니다! 태왕 폐하!”
영양태왕은 동현의 말에 한동안 말없이 두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고 잠시 후…….
“이보게. 막리지, 대모달.”
“예. 태왕 폐하.”
“이번 전략과 전술은 태대사자가 목숨을 걸고 추진한 계책이다. 그러니 태대사자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다 들어주도록 해. 알겠나?”
“예. 태왕 폐하. 그리하겠습니다.”
“이 계책은 필히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고구려를 저 수나라 놈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야!”
“예! 태왕 폐하!”
“태대사자는 바로 백암성으로 가야겠군. 이 일을 바로 시작하자면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제 갈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 갈 때가 되긴 했지. 좀 더 잡아두고 싶었는데 이 계책 때문에 더 빨리 가게 되었구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로 죽으면 안 되네!”
“염려 마십시오. 태왕 폐하.”
동현은 그렇게 영양태왕에게 신신당부를 받으며 을지문덕, 연태조와 함께 편전을 나왔다.
편전을 나오자마자 을지문덕과 연태조가 동현을 걱정한다.
“이 사람아. 그 계책은 너무나 위험해. 어쩌자고 그런 계책을…….”
“그렇게 해야 수나라가 우리에 대해 앞으로 얕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충분히 타격을 입힐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부탁한 것만 잘 들어주십시오.”
“후우… 자네 참… 알겠네. 이미 태왕 폐하의 황명도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이이 아닌가? 그나저나… 이제 바로 백암성으로 출발해야겠군.”
“그렇습니다. 이미 가족들에게도 연통을 했으니 모든 준비를 해두었을 것입니다.”
“알았네. 본래 그 성은 자네가 맡기로 되어 있지. 백암성을 잘 부탁하네. 그와 더불어… 이번 계책에 대해 반드시 성공하길 빌겠네.”
“이 계책은 대모달, 막리지와도 연계를 해야 하는 계책입니다. 대모달과 막리지께서 잘 움직여 주시면 제 목숨이 위험한 일은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사람 참… 부담을 팍팍 주는군. 알겠네. 그 걱정은 하지 말고 얼른 가게.”
“예. 그럼 소인은 이만…….”
그렇게 동현은 을지문덕과 연태조에게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말을 달려 태대사자 관부 쪽으로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본 을지문덕이 연태조에게 말한다.
“엄청난 계책이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계책이 성공 하겠습니까?”
“태대사자가 무언가를 보지 않았겠소? 그러니 저토록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갔겠지. 자신의 머리가 깨져가면서 까지 말이오.”
“그렇기는 하나… 소장은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아직 젊은 장수이고 우리 고구려를 이끌어 가야 할 인재인데 만약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내가 보았을 때 저토록 확신하는 것을 봐선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소이다. 그리고 이미 황명이 떨어진 이상 믿어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자… 이럴 때가 아닙니다. 우리도 이제 준비를 하지요. 일단 불열말갈은 물론이고 속말말갈, 백산말갈, 안거골 말갈과 백돌말갈에 모두 사신을 보내도록 합시다. 태왕 폐하께서 친히 친정을 하시겠다고 했으니 한시라도 빨리 병력을 모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막리지.”
을지문덕과 연태조는 빠르게 결정을 내린 뒤 자신들이 일을 하던 곳으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