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동현, 첫 임무 달성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다.
가동이 나가고 잠시 후… 허손이 태대사자 관부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장군.”
“그래. 가동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는가?”
“예. 장군. 들었습니다. 그런 일은 제게 맡겨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나도 그러고 싶네. 하지만 이 일은 꼬리가 절대로 잡히면 안 되는 일이야. 그리고 자네가 할 일이 하나 더 있기도 하고 말이지.”
“그것이 무엇입니까?”
“국문장에서 그 노비를 따라가 처리하고 나면 분명 그 노비들의 가족들도 있을 것이네.”
“그렇습니다.”
“지금 잡힌 노비들은 욕살의 사유 재산이었으니 태왕 폐하께서는 분명 국문장에서 밀고한 노비에게 면천을 시켜주시겠다고 말씀 하실 것이야. 분명 그의 가족들 또한 면천이 되겠지.”
“맞습니다. 장군. 그 집안 자체가 다 면천이 되겠지요.”
“헌데 그 가족들이 다 욕살 밑에 있는지 의문이야.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노비들은 가족들끼리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욕살들이 가족들 중 한 두 명만 사서 재산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야.”
“그 말씀은 설마… 그 가족들도 모두 처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동현은 허손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렇게 할 수 있나? 그건 너무 가혹하지.”
“그럼 어떻게…….”
“밀고를 한 노비의 가족들을 빠르게 알아내면 그 뒤에 가족들에 대한 처분을 말해주겠네. 일단 그 일부터 먼저 하지.”
“알겠습니다. 만약 욕살 밑에 가족들이 같이 있다면… 조금은 골치 아파질 수도 있겠습니다.”
“골치 아플 것이 뭐가 있나? 밀고를 한 노비만 처리하고 가족들은 살려주면 되지. 단… 평범하게 살려주면 안 돼.”
“……?”
“그렇게 되었을 경우에는 가동과 네가 서로 짜고 그 노비만을 죽이고 난 뒤 가족들을 가동이 죽이려고 할 때 네가 나타나 구해주어야 한다.”
“음… 그 말씀은 가동이 하는 일은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이군요. 제가 싸우는 척 하는 것은 제가 장군의 수하라는 것을 확연히 드러내는 것이고 말입니다.”
“많이 늘었군. 허손. 어떤가? 해보겠는가?”
“재밌겠군요. 해보겠습니다. 헌데… 그 가족들은 어디에 쓰시려고 하십니까?”
“후후… 다 쓰일 때가 있네. 일단 내가 말한 일부터 처리를 해주게.”
“알겠습니다. 장군.”
“일단… 옥사에 가서 개덕이라는 노비를 불러오거라.”
동현의 명령에 허손은 군례를 올리고는 태대사자 관부를 나간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장군! 저 허손입니다! 개덕이라는 노비를 데리고 왔습니다!”
“들이거라.”
“예!”
동현의 허락에 허손은 개덕이라는 노비를 포박당한 채 끌려왔다.
그리고 동현 앞에 무릎이 꿇려지는데…….
“네가 남부욕살 사비용 밑에 있던 개덕이라는 녀석이냐?”
“그… 그렇습니다. 태대사자 어른!”
“내가 왜 너만 따로 부른 것 같아?”
“자…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후… 정말 모르느냐?”
동현의 말에 개덕은 눈알을 굴리며 빠르게 생각을 하려 노력한다.
“그… 그것이… 제 주인어른 일 때문에 부르신 것 같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아… 예. 죄송합니다!”
“이제 곧 태왕 폐하께서 직접 국문장에서 죄인들을 심문할 것이다. 그리고 죄가 밝혀지면 너희들은 모두 죽거나… 살아남아도 노비들 중에서도 가장 천한 노비들로 천대를 받겠지. 노비들 사이에서도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아느냐?”
“그… 그렇습니다! 태대사자 어른! 사… 살려주십시오!”
“살고 싶으냐?”
“그… 그렇습니다! 태대사자 어른!”
“쯧쯧쯧… 좋아. 그렇게까지 살고 싶다니… 내가 방도를 알려주지.”
“……!”
“내가 너를 따로 부른 것은 국문장에 가기 전 남부욕살 사비용을 간단하게 심문을 하는데 네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제… 제 이름이 말입니까?”
“그래. 남부욕살이 자신의 죄를 자백하면서… 자신이 했던 일 대부분은 네가 알고 있다고 하더군. 모든 일을 너에게 시켰다면서 말이야.”
동현의 말에 개덕이 격하게 반응한다.
“그… 그건 모함입니다! 태대사자 어른! 소… 소인 같이 천한 것이 어찌 그런 엄청난 일을 모두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 진심이냐?”
“그… 그렇습니다! 태대사자 어른!”
“좋아… 네 눈을 보니 거짓은 아닌 것 같군. 하지만 그런 눈만으로는 네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다.”
“그… 그럼…….”
동현은 개덕을 보다가 잠시 자신의 탁상 왼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는 한 책을 집어서 개덕이 앞에 던진다.
“이게 뭔지 아느냐?!”
“……?”
“남부욕살 사비용의 비리는 물론이고 서부욕살과 그에 따른 귀족들에 대한 장부다. 간단히 내용을 불러주자면…….”
동현은 사비용이 저질렀던 비리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말을 해주었다.
그러자 얼굴이 새하애지는 개덕. 그런 개덕을 보더니 동현이 말한다.
“네 녀석… 좀 전에는 사비용이 너에게 시켰던 일이 모두 모함이라고 하더니… 그 얼굴을 보니 아닌 것 같군. 감히 내게 거짓을 고한 것이야!”
동현이 호통을 치자 개덕이 벌벌 떨더니 머리를 숙이며 다급하게 대답한다.
“죄… 죄송합니다! 태대사자 어른! 소… 소인이… 주… 죽을까봐 감히 거짓을 고했나이다! 용서해주십시오! 흐흐흑…….”
눈물까지 보이는 개덕.
그런 개덕을 본 동현은 순간 피식 웃었으나 이내 표정을 고치고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네 이놈! 거짓으로 나를 능멸했던 것이냐?! 멍석말이를 당하고 싶은가 보군!”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태대사자 어른! 흐흐흑… 하…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흐흐흐흑……!”
“몹시 기분이 나쁘군. 감히 나를 속이려는 노비라…….”
그 때 뒤에 서 있던 허손이 거든다.
“장군. 이런 자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옥사에 던져 넣으시지요. 어차피 참형을 받고 죽을 테니 말입니다.”
“나도 그럴까 생각중이다.”
동현의 말에 개덕이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보이더니 머리를 땅에 찧으며 말한다.
“소인이…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으나 하… 한 번만 살려주시면 소인이 반드시 태대사자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흐흐흑…….”
“으음… 그렇게까지 살고 싶다니… 좋아. 그럼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단… 내가 하는 말에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는 미련 없이 너를 버릴 것이다. 알겠느냐?!”
“예. 태대사자 어른…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질문을 하지. 좀 전에 내가 말한 것들… 그게 다 사실이야? 사비용이 지시한 것이냐는 말이다.”
동현의 말에 개덕은 바로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태… 태대사자 어른! 모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일에 관련된 심부름을 모두 다 제게 시키셨습니다!”
“그래?”
“예. 모든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좋아. 허손. 너는 옆에서 이 녀석의 말을 모두 적어두도록 해. 이 장부에 없는 내용이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장군. 여봐라! 지필묵을 가져오너라!”
“예! 호위총관!”
허손의 말에 시녀가 지필묵을 가져왔다.
허손은 옆에 따로 놓인 탁상에 지필묵이 놓이자 자신도 잠시 무기를 내려놓고 앉아서 개덕이 하는 대답을 적을 준비를 마쳤다.
“자… 모든 준비를 끝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지.”
“하문하시옵소서! 태대사자 어른!”
개덕은 동현이 묻는 말에 무엇이든지 대답을 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런 개덕을 보며 동현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질문을 모두 했다. 그런데…….
“뭐라? 역모까지 모의했었다고?”
“예. 태대사자 어른.”
“서부욕살과 남부욕살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는가?”
“예. 제가 생각나는 사람들은 모두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좋아. 그 사람들의 이름을 다 말해보거라.”
“예! 태대사자 어른.”
“허손. 이건 예삿일이 아니니 정말 잘 적어야 한다.”
“염려 마십시오. 장군.”
개덕의 입에서 역모까지 꾀했다는 말이 나오자 동현의 표정은 심각해졌고 더욱 많은 질문을 개덕에게 던졌다.
그리고 잠시 후…….
“좋아. 이제 모든 질문은 끝났다.”
“그럼 전… 살 수 있는 겁니까?”
“모든 일을 내게 고했으니 내가 태왕 폐하께 상주하여 너를 살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단…….”
“……?”
“국문장에 나가면 좀 전에 말했던 것을 모두 다 태왕 폐하께 직접 고해야 할 것이야. 그래야 네가 면천도 받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
“아…알겠습니다.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일단 네가 말한 모든 증언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겠다. 그리고 비리에 관련된 내용은 우리가 있는 장부를 네가 제출한 증거로 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해. 알겠나?”
“예!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 오늘 나에게 증언한 역모에 관한 말은 옥에 돌아가서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그저 너를 조사차 회유하기 위해 불렀다고 들러대. 다른 죄인들에게 말이야. 알겠나? 네가 여기 있는 말을 모두 하는 순간… 다른 귀족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되어 네 목이 달아날 수 있어. 귀족들이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야.”
“하지만 태왕 폐하께서 위험하실 수 있는 사안인데…….”
“아무도 모르게 그들을 잡을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닥치고 있어!”
동현의 단호한 말에 개덕은 크게 머리를 숙인다.
그런 개덕을 보고 동현이 말한다.
“너는 내가 시킨 일만 잘하면 된다. 그러면 너는 살 수 있어. 알겠느냐?!”
“예! 태… 태대사자 어른!”
“그나저나… 만약 이번 일이 잘 되어서 네가 면천이 되게 되면 네 가족들도 면천이 될 텐데… 가족들은 어디 있느냐?!”
“아… 예! 옥사에 갇혀 있을 것입니다.”
“그렇군. 알았다. 그리고… 이걸 받아라.”
동현은 금자 1냥을 개덕에게 건네는데 그것을 본 개덕은 깜짝 놀란다.
“이… 이런 귀한 것을 왜 제게…….”
“이 멍청한 녀석… 네가 그 자들에게 밀고를 하면 이 장안성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너는 다른 귀족들로부터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이 장안성을 떠나서 살아야 할 거 아냐?”
“아…….”
“그러자면 약간의 재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받아. 이거 받고 다른 곳에 가서 가족들이랑 잘 살아.”
“감사합니다. 태대사자 어른…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됐어. 그 말은… 아 그리고 국문이 벌어지기 전까지 방 하나를 줄 테니 잠시 그곳에서 지내도록 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네가 다시 옥으로 돌아가면 분명 죄인들이 네게 꼬치꼬치 캐물을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허손. 이 녀석에게 작은 방 하나 마련해줘.”
“예! 너! 지금 당장 날 따라오거라!”
허손의 말에 개덕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손을 따라갔다.
허손과 개덕이 모두 방을 나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동현은 표정을 굳히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역모라… 역모. 벌써부터 역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으음… 저 녀석의 말대로 그 귀족들에 대해 한 번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동현은 역모라는 엄청난 말을 들은 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해야 할지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