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동현, 비사성 수군 총사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대답한다.
“자신의 세력들에 있는 귀족을 욕살로 추천을 해서 세력을 더욱 크게 불릴 셈이로군.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아.”
“맞습니다. 태왕 폐하. 그러니 태왕 폐하께서 빨리 결정을 내리셔야 한다는 겁니다.”
“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 일은 태왕 폐하께 불리합니다.”
“어째서?”
“저들은 분명 계속해서 세력을 끌어들일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태왕 폐하께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여론을 형성해서 더욱 크게 태왕 폐하를 압박할 것입니다.”
“흠.”
“그렇게 되면 태왕 폐하께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어심을 밀어붙인다고 하였을 때 그들은 더욱 더 크게 반발하고 일어날 것이니 하루라도 빨리 태왕 폐하께서 결정을 내리시고 그들의 세력 확장을 제어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
“만약 북부 욕살 자리에 고연후 욕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면 그들의 세력이 아닌 사람을 새롭게 북부 욕살로 임명하십시오. 태왕 폐하와 귀족들의 양쪽 세력에 다 포함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중립적인 인물이라면 좋을 겁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럴 만한 인물이 있겠는가? 다들 현재 나에게 반대하는 귀족들의 편에 들어가 있거나 그도 아니라면 나를 비호하는 세력 밑에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
“설사 그런 인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부 욕살에 앉히는 건 말이 안 돼. 나중에 그들의 마음이 돌아서서 귀족들에게로 향하는 순간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무기를 하나 더 쥐어준 셈이 되어버린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중립이었던 사람을 우리 세력으로 만든다면 태왕 폐하께서 더욱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
“제가 앞서 말했다시피 현재 태왕 폐하의 세력은 그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대모달과 막리지가 요직에서 큰 권한을 쥐고 있기에 우리가 대등하게 맞서고 태왕 폐하의 황권으로 강력하게 찍어 누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상태로 계속해서 갈 수는 없습니다.”
“음…….”
“빠른 시일 안에 그럴 만한 인물을 한 번 찾아보십시오. 태왕 폐하의 말은 물론이고 귀족들의 말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중얼거린다.
“내 말과 귀족들의 말에 모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라…….”
“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높은 권력자라도 말하는 사람이면서 현재 태왕 폐하에게 반하고 있는 귀족들에게도 자신의 소신을 유지하고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사람 말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귀족들이 자신들의 뜻에 따라 움직이라고 강력하게 요구를 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해야겠지요.”
“귀족들의 말에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있으며 권력자에게도 할 말을 다하는 사람이라…….”
“예. 태왕 폐하.”
“후우… 그럴 만한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내 편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바로 등용을 했을 것이네.”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태왕 폐하나 귀족들이 모두 자신의 사람들만 챙기는데 힘을 쓰고 주변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입니다. 조금은 태왕 폐하 밑에 사람은 물론이고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다시 말해서 시야를 넓혀 보시라는 말입니다. 그럼 태왕 폐하께 맞는 인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허허허… 내가 오늘 너한테 크게 배우는구나. 시야를 넓혀라… 옳은 말이야. 헌데…….”
“……?”
“고연후를 그대로 유임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물론 그게 가장 안정적이기는 합니다. 고연후 욕살은 황족이기는 하지만 어느 곳에도 관여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시는 분이니 태왕 폐하께서 만약 고연후 욕살을 정식 북부 욕살로 임명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고연후 욕살이 황족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황족이라는 것이 문제다?”
“예. 귀족들은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고연후 욕살은 지금 중립을 유지하고 어느 곳에 힘을 싣고 있지 않지만 훗날 자신들과 태왕 폐하의 세력들과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 되었을 때는 무조건 태왕 폐하의 편을 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어찌 되었든 간에 고연후가 황족이니 결정적일 때 내 편을 들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저들이 하루라도 빨리 고연후 욕살을 현재 임시 욕살 자리에서 내리고 자신들의 사람을 앉히기 위해 그토록 상소를 올려대는 것입니다.”
“그래. 일리가 있구만.”
“선택지는 3가지입니다. 태왕 폐하께서 고연후 욕살이 마음에 드신다면 그를 정식 북부 욕살로 임명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로는 제가 좀 전에 말했던 중립적인 인물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어느 세력에도 휩쓸리지 않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음…….”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는… 현재 태왕 폐하께서 하시던 대로 결정을 무기한 계속해서 미루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일 하책이니 제가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 알겠네. 자네 말은 잘 알았으니 생각을 해봐야겠어.”
“예. 태왕 폐하.”
“그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 하도록 하고… 다시 서해 수군 문제로 돌아가도록 하지. 배에 관련된 건 앞서 이야기 했으니 자네들이 말한 대로 하고… 일단 비사성의 수군 전군을 태제에게 맡기자는 것이지?”
“예. 태왕 폐하. 그리고 태제 전하를 수비 시 수군을 총괄하는 총사로 임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격 시 수군을 총괄하는 총사를 따로 임명하는 것이지요.”
영양태왕은 을지문덕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묻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최상위 명령 체계가 둘로 나누어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군사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 같은데?”
“훈련 할 때 날을 지정해서 훈련을 받게 하면 됩니다.”
“날을 지정한다고?”
“예. 태왕 폐하. 3~4일간 수군을 수비 위주 훈련을 시켰다면 나머지 3~4일간은 공격 위주 훈련을 시키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서로 지휘관을 다르게 해서 훈련을 시키는 것이지요.”
“으음…….”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우리 영토로 수나라 군이 들어왔을 경우 공격 시 임명한 총사를 수비 시 수군 총사 밑에 부총사로 두게 하면 됩니다. 태제 전하는 누구보다도 고집이 강하신 편이니 수비 때 공격 수군 총사가 부총사가 되어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분명 묵살하고 자신의 사람들과 회의를 주도하며 이끌어 나갈 것이니 그 체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 참 희한한 군사 운영 법이구만. 이것도 동현이 네가 생각해낸 것인가?”
“예. 태왕 폐하. 태제 전하의 성격을 생각해 이런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만약 태제 전하가 우유부단하거나 영민하지 못하셨다면 제가 내놓은 이 방법은 분명 크게 독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태제 전하의 성격을 고려하였을 때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양태왕은 동현의 말에 앞에 있던 물 한 잔을 마시고는 대답한다.
“후우… 그래. 태제가 고집이 정말 쎄긴 쎄지. 분명 내가 다른 사람을 공격 수군 총사로 임명하고 수비 때 그를 태제의 부총사로 두어 조언을 들으라고 말을 해도 그는 듣는 척도 하지 않을 것이야. 분명 자신 밑에 있는 사람들만 챙겨서 그 사람들에게만 조언을 듣겠지…….”
“그것이 태제 전하의 치명적인 단점이 될 것입니다.”
“치명적인 단점이라…….”
“예. 무릇 나라를 운영할 사람은 반대파의 말도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현재 귀족들은 말도 안 되는 걸 주장하고 있는 터라 저희가 대대적으로 숙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만… 칼만 휘둘러서는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나라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내가 오늘 동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듣는구나. 내가 부끄러워지는군.”
“아… 아닙니다. 태왕 폐하. 소신은 결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나도 안다. 네가 어떤 마음에서 그 말을 했는지 말이야. 오직 나라를 위해 내게 그런 말을 한 것이겠지…….”
“황공하옵니다. 태왕 폐하.”
“네 말을 잘 귀담아 듣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조언을 아낌없이 해다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자… 그럼 이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지. 지금 바로 그들을 잡으러 가게. 대모달!”
을지문덕은 영양태왕의 황명에 근위장과 함께 편전을 나갔다.
동현도 영양태왕에게 인사를 하고는 편전을 나가려는데 영양태왕이 동현에게 말한다.
“동현아.”
“예. 태왕 폐하.”
“고맙다. 내 딸을 그 동안 잘 가르쳐주고 보살펴 주어서 말이다.”
동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영양태왕의 말에 당황했으나 금방 기색을 감추고는 대답한다.
“공주님께서 워낙 제 말을 잘 따라주었습니다. 제가 잘 한 것이 아닙니다.”
“별말을… 공주한테 다 들었다. 공주가 궁에 돌아오고 나서 나를 만나게 된 날… 그 날 하루는 너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하더구나.”
“예…….”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녀석이 이 궁에 있을 때 항상 대련하던 호석이라는 녀석과 대련을 했는데… 그걸 보고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
“호석이라는 녀석이 친위대에서 가장 약하기는 하지만 친위대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무예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녀석을 공주가 단 5합 만에 제압을 하더군. 그 모습을 주변에서 본 나는 물론이고 근위장이나 황후 또한 놀랐다. 거기에 더 놀라운 것은…….”
“……?”
“호석이보다 위에 실력인 친위대 군사들과도 대련을 했는데 그들을 모두 이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위장이 직접 공주를 상대해 봤지. 그리고 대련이 끝난 후 근위장이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더구나.”
“……?”
“공주님의 실력이 참으로 많이 늘었다면서 이제 자신이 힘을 다 쏟지 않으면 진다고 말을 했다. 근위장이 하는 말이 자신이 이기기는 했지만 공주가 지금 실력을 기반으로 계속 실력을 쌓는다면 금방 자신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
“물론 나는 그것이 전부 다 사실이라고 생각은 않는다만… 확실히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 눈에 보이더구나.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네게 하고 싶었다. 부족한 내 딸을 잘 가르쳐주고 보살펴 줘서 말이야.”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그 모든 것이 공주님의 굳은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사내였어도 그 수련을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 나도 들었다. 처음에 기본에 대한 훈련만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태왕 폐하.”
동현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영양태왕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한다.
“만약에 말이야… 내가 만약 잘못되어서 죽게 된다면…….”
“태왕 폐하! 무슨 그런 말씀을?!”
“쉿! 듣게! 조용히!”
“예… 태왕 폐하…….”
“현재 이 시국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네. 내가 지금까지 모든 주도권을 쥐고 황권으로 귀족들을 찍어 누르고 있지만 귀족들이 일을 꾸미고 나를 공격할지도 모를 일이지.”
“…….”
“자네와 막리지, 대모달에게만 말한 것이네만… 사실 난 얼마 전부터 암살 위협에 시달려 왔었네.”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깜짝 놀란다.
“그런 일이…….”
“놀랄 일은 아니지. 현재 귀족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어떻게든 반전시키려 나에게 암살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
“나는 그것이 언제가 있을 줄은 알았다. 그리고 암살 시도를 한 사람들로부터 배후에 누가 있는지 캐내려고 했지. 하지만 그들을 잡아도 모두 자결을 하거나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아주 이런 암살 일에 대해서 고도로 훈련된 자들 같았어. 근위장이 항상 내 신변을 보호하고 경계를 하지 않았다면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일세.”
“태왕 폐하… 소신의 수하 중 무예가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아직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태대사자 관부 밑에서 일하는 사람 외에 두 사람을 추천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 사람은 저번에 추천한 주훈이라는 자였고 남은 하나의 추천은 아직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늘 태왕 폐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 추천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제 수하인 해론을 추천합니다.”
“해론?”
“예. 태왕 폐하. 무예도 뛰어나고 지략도 제법 있는 자라 태왕 폐하의 신변을 그림자처럼 호위할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현의 청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