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동현의 첫 등청과 소희와 의정의 귀환
동현과 을지문덕, 연태조는 편전을 나오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본격적인 관직 생활이 내일부터 시작이겠구만. 열심히 해보게.”
“예. 막리지 어른.”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하네. 자네가 태왕 폐하께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오늘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더군. 그리고 자네가 한 말은 모두 다 옳은 말이었어.”
“과찬이십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겸손하기는… 내 진심일세. 아… 그리고…….”
“……?”
“앞으로 관직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도 생길 것이야. 그럴 때 절대로 흔들리지 말게. 다시 말해서 오늘과 같이 처음 관직을 시작할 때 그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일세.”
“예. 막리지 어른. 소인 명심하겠습니다.”
“허허허…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 텐데 내가 괜히 이런 말을 꺼냈군. 자… 얼른 퇴청을 하도록 하지.”
“예. 막리지 어른.”
연태조는 그렇게 완전히 궁을 나오기 위해 동현과 을지문덕을 재촉한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제 헤어져야겠군. 아… 참! 그리고 자네가 살 집은 걱정 말게.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집을 바로 구해줄 테니 말이야.”
“예. 막리지 어른.”
“오늘 하루만 그곳에서 고생하게.”
“고생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제가 묵는 방은 주막에 있는 방중 제일 넓은 방인데 말입니다.”
“하하하! 그런가? 그럼 이제 서로 헤어져야겠군. 나만 집이 이쪽 방향이라서 말이야.”
“살펴 가십시오.”
“그래. 내일보세.”
연태조는 그렇게 동현에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사라졌다.
연태조가 사라지자 동현과 같은 방향에 집이 있던 을지문덕과 같이 말을 타고 길을 가는데…….
“내가 매일 아침 군부의 일에 대해 자네가 볼 일이 있으면 사람을 시켜 그것들을 보내도록 하겠네. 그러니 자네가 그 내용들을 살펴보고 나에게 보내도록 해.”
“예. 그리하겠습니다. 대모달.”
“그리고 자네가 말한 상선 말일세. 내일 바로 살펴볼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패수(오늘날의 대동강)포구에 저희 상단의 배들이 있으니 내일 제가 시간이 될 때 대모달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자네가 오기 반 시진 쯤 전에 미리 사람을 보내주게. 나도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야.”
“예. 대모달. 그리하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을지문덕과 헤어지기 전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묵고 있는 주막으로 향했다.
그렇게 을지문덕과 헤어진 뒤… 동현은 자신이 묵고 있는 주막에 들어가는데 자신의 방에 가족들이 먼저 와 있었다.
“서방님!”
“감축 드립니다! 장원을 하시고 그런 큰 벼슬까지 받으시다니…….”
“다 보았구려.”
“그렇습니다. 서방님. 우리 경열이가 서방님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던지요.”
“그랬소? 후후. 녀석.”
“아부지! 장원이다! 장원!”
“하하하! 그래! 이 아버지가 장원했다! 이 녀석! 오랜만에 한 번 안아볼까?! 월영이도 말이야!”
동현은 아들과 딸인 경열과 월영을 차례대로 안아주며 둘과 함께 놀아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우리가 이곳에서 살 집이 생길 것이오.”
“그렇군요. 그렇다면 요동성에 있는 집은…….”
“그 쪽은 동우와 지현이에게 맡기고 우리 가족들은 이 장안성(평양성)으로 모두 와야 할 듯 하오.”
“인원을 나눠야 하겠군요.”
“그렇소. 그나저나… 지금 동우와 지현이는 어디 갔소?”
“예. 근혁 집사와 함께 이 장안성의 시전을 잠시 둘러보러 간다고 나갔습니다.”
“녀석… 하기야 평소 요동성에만 있다가 이 장안성에 오니 놀랐겠지. 요동성보다도 배로 큰 시전과 백성들도 더 잘 살며 번화했으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이 장안성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도련님이 많이 놀랐습니다.”
“그럴 것이오. 그 녀석에게 다른 지역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처음일 테니 말이오. 아무튼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동현은 그렇게 두 부인인 정희, 화연과 함께 아이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동우와 지현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형님! 저희 왔습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동현이 허락하자 근혁과 동우, 지현은 물론이고 그들을 호위하러 따라갔던 몇몇 수하들도 동현을 따라 들어왔다.
동현은 그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다들 알겠지만 이제 나는 당분간 수도인 이 장안성에서 관직 생활을 해야 한다. 태대사자 자리는 물론 용양장군 업무까지 겸해서 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은 업무를 파악하고 일을 하는데 꽤 바쁠 것이야. 백암성으로 떠나기 전까지 태왕 폐하를 보좌하며 일을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의 본거지였던 요동성의 집을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그 인원을 나누려고 한다. 동우와 지현이가 요동성을 도맡아주었으면 좋겠다.”
“예. 형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하들 중 너를 호위할 사람 한 명, 그리고 네가 일을 하는데 있어서 옆에서 조언해줄 사람 한 명과 주변 정세를 잘 살펴주는 사람 한 명, 그리고 그곳에서 너와 함께 호위무사를 통솔하고 움직일 사람 한 명 해서 총 4명을 요동성으로 데리고 가거라. 누구를 데려가든 상관없다. 내일 오후까지 누구를 데려갈지 말을 해다오.”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소희랑 의정이.”
“예. 스승님.”
“둘은 이제 궁으로 돌아가.”
동현의 말에 소희와 의정은 깜짝 놀란다.
“예? 스…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제 나에게 무예를 배울 만한 건 다 배웠어. 거기다 내가 틈틈이 병법까지 알려주었다. 병법이야 너희 둘이 여자인지라 전쟁에 나가지 않는 이상 활용은 하지 못하겠지만 만일이라는 것이 있어서 내가 너희들에게 병법까지 같이 가르친 것이야. 그만하면 이제 무예도 다 익혔다. 이제 너희들이 해야 할 것은 스스로 단련을 하는 것 뿐이다. 내가 더 가르칠 것은 없어.”
“스승님! 저희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물론 그렇지. 하지만 좀 전에도 말했듯이 이제 너희에게 더 이상 내가 가르쳐 줄 것은 없어. 스스로를 단련하는 길밖에 말이야.”
“…….”
“그리고 내가 관직에 나가가 된 이상… 더 이상 너희들을 안고 갈 수는 없다. 주변 귀족들이 소희 네가 내 밑에 있다고 한다면 분명 좋지 않은 눈길로 볼 것이 분명해. 그럼 그것에 대해 가장 곤혹스러울 사람은 바로 태왕 폐하이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
“고생했어. 소희랑 의정이…. 아니… 이제 궁으로 돌아가면 소희에게는 공주님이라고 불러야겠군.”
“스승님…….”
소희가 그간의 정 때문인지 조금은 울먹거리며 말한다.
“스… 스승님. 그렇다면 제가 궁으로 돌아가고 난 뒤 나중에 시간이 될 때마다 이곳에 자주 놀러와 무예를 단련하겠습니다. 그것까진 막지 마십시오.”
“으음… 그래. 알았다. 하지만 그 때는 내가 지금처럼 네게 하대를 하지 못 하겠구나. 이제 주변의 시선도 있고… 분명 옷을 입은 복색도 달라질 테니 말이다.”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제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제게 존대를 하더라도 지적을 해주셔야지요. 전 언제까지나… 스승님의 제자입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다. 하지만 나올 때 꼭 태왕 폐하의 허락을 맡고 나오도록 해. 이전처럼 그렇게 행동했다가는 이제 내게 크게 혼이 날 것이야. 알겠나?”
“예. 스승님.”
“그래.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돌아가 봐. 아… 그리고…….”
“……?”
“이 두 검을 받거라.”
“이건…….”
“내가 너희 둘을 위해서 요동성에 있을 때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만들라고 했다. 그 검에는 너희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슴 속에 담고 살아가야 할 구절도 넣어놨으니 나중에 한 번 보거라. 자 받아.”
동현은 두 검을 소희와 의정에게 건넨다.
소희와 의정은 두 검을 받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진다.
“흐흐흑…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끄… 끄으윽…….”
“녀석들. 울기는 왜 우느냐? 내가 죽은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나중에 종종 보러 온다면서? 얼른 뚝해라!”
동현이 미소를 지으며 애정 어린 말을 해주자 소희와 의정은 어린 아이처럼 한 팔로 눈물을 훔치고 훌쩍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그렇게 소희와 의정은 물론이고 나머지 수하들에게 자신이 할 말을 모두 마친 동현은 두 부인과 경열, 화연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서방님. 잠이 오질 않으십니까?”
“응? 부인. 아직 안 자고 있었소?”
“그렇습니다. 서방님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모습을 봐서 말입니다.”
“으음… 미안하군. 나 때문에 괜히 신경 쓰게 했구려.”
“아닙니다. 서방님…….”
“…….”
“내일 처음으로 관직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것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시는 것이옵니까?”
동현은 정희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후우…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소. 태왕 폐하도 직접 알현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긴 했으나… 내가 그 일을 모두 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오.”
동현의 말에 정희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서방님. 서방님은 제가 본 사람 중 아주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러니 본인의 능력을 믿으십시오.”
“정말 그렇게 생각하오? 부인.”
“그렇습니다. 서방님. 그렇지 않고서야 그 작은 상단을 이렇게 큰 상단으로 만들 수 있었겠습니까?”
“국가의 일과 상단의 일은 엄연히 다르오.”
“다르긴 하지만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있어서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
“…….”
“능력을 발휘하고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상단이 크게 되는 것처럼 국가에서의 관직도 서방님이 자신감을 가지고 맡은 바 임무를 다한다면 뜻하시는 바를 다 이루실 것입니다.”
동현은 정희의 그런 말에 매우 고마워한다.
“고맙소. 부인. 부인의 말을 들으니 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구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제 주무십시오. 내일부터 할 일이 많으실 것입니다. 서방님.”
“알겠소. 부인. 얼른 잡시다.”
동현은 그렇게 정희의 위로를 받으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럼 다녀오겠소. 부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알겠소. 걱정 마시오. 자… 소희랑 의정이도 같이 입궐할 것이 아니냐? 같이 가자.”
“예. 스승님.”
동현은 날이 밝자마자 등청을 위해 궁으로 향했다.
“그럼 공주님. 살펴 가십시오.”
“스승님…….”
“나중에 뵙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스승님…….”
소희는 동현과 함께 궁 안에 들어오고 난 뒤 말투가 하대에서 경어로 바뀌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표정을 정리하며 동현에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동현은 그런 소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일할 곳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소희는 동현의 뒷모습을 보며 의정에게 말한다.
“의정아.”
“예. 공주님.”
“우리… 만약 스승님께서 어려운 일에 처하실 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자. 너도 알겠지만 이 바닥이 쉽지는 않잖아? 귀족들은 우리 황실을 밀어내어 권력을 잡으려 하고… 우리는 그것을 지키려고 하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공주님. 아마 스승님께서도 그것 때문에 늦게 임관을 하신 것이겠지요. 스승님의 능력이었다면 훨씬 일찍 임관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래서 상행을 나가신 것이지 않느냐? 그리고 상행을 나가서 명성을 쌓으신 것이고 말이다. 그 명성 때문에 귀족들이 스승님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다.”
“예.”
“하지만 그런 것에 어떻게든 흠집을 내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 귀족들의 습성이지. 우리는 그런 귀족들로부터 스승님께서 뜻을 펼칠 수 있게 조금이나마 방패막이가 되어드려야 한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예. 공주님.”
“자… 그럼 일단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뵈러 가자. 문안 인사를 드리고 완전히 돌아왔음을 알려야지.”
“예. 공주님.”
이야기를 마친 뒤 소희와 의정은 영양태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