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동현, 영양태왕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고하다.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소신도 태왕 폐하와 같은 생각입니다. 꼭 북벌을 해서 저 수나라에 본 때를 보여줘야 함이 마땅합니다. 다만…….”
“……?”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때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현재의 수나라는 수 황제 양견이 집권한 이래 내실을 정말 착실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우리도 내실을 착실하게 다져 우선 수나라에게 올 대군에 대한 대비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래. 그래서 강이식 대장군에게 요동성에 대한 방비를 철저하게 하라고 했지. 그리고 고구려 전역에 병력도 조금씩 늘리고 있고 말이야.”
“요동성 뿐만 아니라 다른 성들에 대한 대비도 해 놓아야 합니다.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라면… 요동성 뿐만이 아닌 안시성이나 백암성, 신성, 개모성 등이 해당이 되겠구만.”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우리 고구려는 수나라의 침입을 우선적으로 막은 뒤에야 반격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우리 고구려에게 있어서 큰 기회이니 그 때 우리 고구려가 수나라에 대대적인 반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잠시 고민을 하고는 동현에게 또 묻는다.
“으음… 그렇다면 현재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남쪽을 먼저 정리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라를 말입니다.”
“신라를?”
“예. 아예 신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우리 영토로 편입을 시키십시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깜짝 놀란다.
“아니… 신라는 우리 삼국 중에 가장 약한 나라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신라가 약한 나라이니 뒤로는 온갖 수를 다 쓸 것입니다. 현재도 보십시오. 백제와 더불어서 수나라에게 저희 고구려를 공격해달라고 매 번 사신을 보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리고 신라는 예전에 우리 고구려의 광개토태왕 폐하께서 도와주어 망할 뻔 한 나라를 살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은망덕하게도 그 은혜를 원수로 갚는…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좌시하지 말고 빨리 신라를 멸망시켜서 우리가 수나라를 상대할 때 방해가 되지 못하도록 후방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묻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백제를 멸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백제는 신라보다 강한 나라이니 만큼 백제를 멸망시키면 우리가 후방에 받는 부담을 받는 것이 훨씬 적어질 텐데 말이야.”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백제보다는 신라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백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입니다.”
“지리적 이점?”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 고구려가 백제를 쳐 멸한 후 그 영토들을 모두 병합하여 우리 고구려의 영토로 만들고 난 뒤… 수나라와 전쟁을 한다고 생각을 해보십시오. 백제의 땅도 우리 고구려의 땅이 된 만큼 그만큼 전선이 넓어지게 됩니다.”
“음.”
“쉽게 말해서 백제를 병합하면 수나라 수군이 바로 백제로 바로 공격을 들어올 수 있으니 우리가 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벌 수가 없지요. 이렇게 되면 우리 고구려는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급하게 대응을 해야 해서 전력 분산이 될 것이니 우리는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입니다. 바다만 바로 건너면 공격이 가능하니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크게 깨달은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그런 영양태왕을 보며 동현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신라를 우리가 병합을 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백제가 살아 있으니 만큼 우리 고구려의 영토로 쉽게 들어오지 못할 것이며 전선도 기존의 전선을 유지하며 수나라를 상대하는데 집중 할 수 있게 됩니다.”
“흠…….”
“더불어 새롭게 얻은 신라 땅의 영토를 통해 많은 식량은 물론이고 자원 등을 얻을 수 있으며, 신라의 많은 백성들이 우리 백성들이 됨으로써 우리 국력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게 되고 설사 수나라가 우리가 차지한 신라 땅으로의 공격을 시도하더라도 크게 우회해서 배를 타고 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
“거기다 신라 땅의 민심이 안정되면 그곳의 사람들을 징집하여 우리 고구려의 군사로도 만들 수 있지요. 이렇듯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으니 백제보다 신라를 먼저 공격하는 것이 맞습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감탄한다.
“과연… 역시 신동은 신동이구나. 잘 들었다. 귀에 아주 쏙쏙 들어오는구나!”
“황은이 망극 하옵니다.”
“으음… 이보게. 대모달.”
“예. 태왕 폐하.”
“현재 우리 고구려가 북방에 있는 병력들을 빼고 중앙에서 동원할 수 있는 군사가 얼마나 되는가?”
“예. 현재 정예 군사로 최대 2만 명까지 모을 수 있습니다. 지방군까지 차출해서 중앙으로 소집을 한다면 3만에서 4만 정도는 모을 수 있고 말입니다.”
“지방까지 동원해서는 안 되지. 신라를 친다면 중앙의 군사들로만 쳐야 한다.”
“하지만 태왕 폐하. 정예 군사 2만의 군사를 제외하면 이 도성에는 3만의 군사만 남는데 이 군사들은 정예 군사가 아니기에 도성 수비를 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정예 병력이 빠져나갔다가 행여 불순한 무리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이 점을 잘 생각해 주십시오. 태왕 폐하.”
“으음… 그 3만의 군사가 제대로 훈련이 되려면 얼마나 더 걸리나?”
“1년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1년이라…….”
을지문덕 대모달의 말에 영양태왕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데 그런 영양태왕을 보며 동현이 말한다.
“태왕 폐하. 너무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일단 백제와 신라에도 많은 세작들을 띄워서 수나라처럼 더욱 더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재 우리 고구려는 수나라에 대한 정보에 비해 백제와 신라에 대해서는 정보를 많이 얻지 못했습니다. 일단 지금은 그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근래 수나라에 대해 신경을 쓰느라 백제와 신라에 대해 소홀히 하기는 했어. 으음… 그래. 동현이 네 말이 맞다. 대모달.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세작들의 수를 더욱 늘려서 백제와 신라에 대한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도록 하게.”
“예. 태왕 페하. 황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런… 이거 오늘은 즐기는 자리인데 괜히 무거운 이야기를 했군. 자자…! 이제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즐깁시다!”
영양태왕은 그렇게 주변 분위기를 환기 시키며 연회를 이끌어 나갔다.
* * *
그렇게 밤늦게까지 즐긴 동현과 장원급제한 사람들… 연회를 파할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영양태왕에게 절을 하며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동현도 돌아가려는데 영양태왕이 동현과 을지문덕, 연태조를 붙잡는다.
“자네들은 편전에 가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피곤하겠지만 잠시 보세.”
“예. 태왕 폐하.”
영양태왕은 술을 많이 마셨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행들과 함께 편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들 거기 앉게.”
“예. 태왕 폐하.”
영양태왕의 명령에 을지문덕과 연태조, 동현이 좌우로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는다.
모두 자리에 앉자 영양태왕이 미소를 지으며 동현에게 말한다.
“이제 내일이면 본격적으로 이 중앙에 입궐하여 일을 보게 될 것이다. 기분이 어떠냐?”
“아직 실감이 잘 나질 않습니다. 내일이 돼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겠지. 일을 본격적으로 해봐야 실감이 날 것이야. 아… 그리고 아까 너에게 장원에 대한 말을 하면서 태대사자 업무와 용양장군 업무를 2개 다 해야 한다고 했는데 당분간은 아마 태대사자 업무가 주를 이룰 것이다.”
“예.”
“용양장군 업무는 여기 을지문덕 대모달이 있는 만큼 많은 일들이 빠르게 처리 되고 있으니 너무 신경 쓸 것은 없어.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을지문덕 대모달이 너를 부를 것이니 그 때 태대사자 업무와 잘 분배를 해서 업무를 보도록 해. 알겠나?”
“예. 태왕폐하. 황명을 받들겠습니다.”
“좋아. 내가 이렇게 세 사람만 따로 부른 것은… 앞서 연회 자리에서 동현이와 내가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조금이나마 세워보고자 함일세. 막리지와 대모달도 옆에서 들었을 것이야. 동현이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영양태왕의 말에 막리지 연태조가 먼저 말을 꺼낸다.
“매우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현재 우리가 수나라에 맞서려면 국력을 빠르고 크게 키워야 합니다. 그 첫 번째 중 하나가 많은 재물과 식량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동현이가 임관하기 전… 많은 소금 생산으로 인해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거기다 북방의 흑수말갈과 호실말갈을 쳐 영토를 넓히고 농사를 지을 땅 또한 많아졌으니 조만간 그 국력은 몰라보게 신장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 고구려는 수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국력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
“그와 격차를 줄이려면 영토를 넓히고 우리 고구려의 백성들을 많이 늘려야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번에 흑수말갈과 호실말갈을 쳐서 영토와 인구가 많아지긴 했으나 아직 그 정도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그래.”
“이럴 때 신라를 쳐서 멸한 다음 우리 영토로 만들고 인구수를 늘린다는 것은 매우 좋은 생각입니다. 더구나 신라는 흑수말갈이나 호실말갈에 비해 인구수도 꽤 많으니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으음… 좋아. 그래서 아까 동현이가 말한 대로 백제와 신라에 보낼 세작들을 늘리라고 했네. 그렇게 해서 많은 정보를 얻은 뒤에 바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영양태왕의 말에 이번에는 을지문덕이 대답한다.
“우선적으로는 군사들을 정예화 시키는 것에 대해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예화를 시켜야 우리가 신라를 칠 시간도 앞당겨 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수군을 하루라도 빨리 양성해야 합니다. 지금 수군에 대한 보강 속도가 제가 보았을 때는 너무 느립니다.”
“내가 근래에 비사성 수군 기지에 대한 투자를 하라고 말을 했었는데?”
“그렇게 황명을 내리시긴 하였으나 많은 배를 만드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니 문제입니다.”
“그 말은… 배를 만드는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 같군.”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 고구려는 기존의 배를 가지고 수군에 대한 훈련과 군사 수 증강,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에 대해 연구를 했을 뿐이고 현재 태왕 페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빠르게 배를 늘릴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기에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을지문덕의 말에 동현이 나서서 대답한다.
“대모달. 그것이라면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
“예. 제 상단은 수나라는 물론이고 고구려, 백제, 신라에도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이 고구려 내에 제 상단에 있는 선박 기술자들이 꽤 있으니 제가 그들을 불러서 배를 건조하게 하겠습니다. 대모달.”
“고맙네! 정말 고마워! 하하하! 태왕 페하! 이렇게 되면 배를 만드는 것은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리고 더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
“현재 저희 상단의 배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물론 봤지. 참으로 크고 좋더군.”
“그렇습니다. 그 배는 제가 판옥선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많은 짐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배를 전투함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물론이고 을지문덕과 연태조 모두 놀란다.
“응? 상선을 전투함으로?”
“예. 제가 만든 배를 떠올려 보십시오. 선체가 높으며 갑판이 2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백병전을 벌였을 경우에 올라오기 매우 힘든 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체도 누구보다도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자부해서 배로 들이받아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해안을 방어하는 데는 이 판옥선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음… 그 정도란 말인가? 대모달.”
“예. 태왕 폐하.”
“자네가 시간이 될 때 그 배를 한 번 직접 보고 오게. 수군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배인지 말이야. 빠른 시일 안에 확인을 해봐.”
“예. 태왕 폐하. 그리하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판옥선에 대해 큰 기대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