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동현, 임시 요동군사직을 내려놓고 평양성으로 향하다
동현은 그렇게 수하들에게 무예 대회에 나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난 뒤… 강이식 대장군에게 가 자신의 결심을 전했다.
“그래? 무예 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임관하려 한다고?”
“예. 대장군. 소인 때가 되면 임관하겠다고 말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임관하겠다고 말도 했고 말입니다. 지금이 그 때인 것 같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럴 때도 되었지. 암… 그렇다면 이 임시군사 자리를 내놓아야겠구나.”
“그렇습니다. 대장군.”
“으음… 그렇다면 잠깐 기다리거라. 임시 요동군사직은 엄연히 태왕 폐하께서 너에게 내려주신 직책이니 만큼 태왕 폐하께 네 말을 고해 올리고 그 답신을 받은 뒤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 그 때까지만 기다리거라.”
“알겠습니다.”
“며칠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전령에게 빠른 말을 주어 소식을 전할 테니 말이다.”
“예. 대장군. 아 그리고…….”
“……?”
“우식이는 어디로 배치가 되었습니까? 올해 봄에 무예 대회에 나가서 2등을 해서 꽤 높은 직책에서 배치가 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우식이는 백암성에 있는 처려근지의 부장으로 갔다. 벼슬은 무관직으로는 당주(군에서 100명단위의 부대인 당을 맡는 수장으로 문관직에서 소형 이상의 사람이 임명 된다. 지방관으로는 작은 성을 다스리는 누초에 임명되는 경우도 있다.)에 임명되었지.”
“당주라면… 작은 성을 다스릴 수도 있는 위치가 아닙니까? 그리고 그 자리에 있으려면 문관직으로 최소 소형 이상의 벼슬을 가져야 할 텐데요.”
“잘 아는구나. 맞다. 따로 명령이 내려오진 않았으나 소형 이상의 사람이 당주라는 무관직에 임명될 수 있지. 그리고 본래 문관직인 소형이라는 벼슬도 외지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벼슬이 아닌가? 잘 되었어. 처음부터 중앙에서 벼슬을 시작했다면 그 녀석은 틀림없이 기고만장 해졌을 것이다.”
“대장군. 제가 본 우식이는 더 이상 예전의 우식이가 아닙니다. 아마 중앙에서 벼슬을 시작했어도 잘 해냈을 것입니다.”
“내 자식을 좋게 봐주어서 고맙구나… 그래도 조금은 아쉬워. 1등 장원이 아닌 2등으로 임관을 했으니 말이야.”
“본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이번에 가을 대회에 나가게 되면 그런 자를 만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한다.
“하하하하!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의 말에 대답을 한 뒤 자신의 앞에 있던 물 한 잔을 잔에 따라 마신다.
그러더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동현에게 말한다.
“동현아.”
“예. 대장군.”
“저번에도 말했지만… 내 아들은 너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대장군. 또 그 말씀을… 우식이는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내 눈에는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야. 지금의 모습은 그나마 너를 따라 중원에 나가고 돌아와서 많이 성장했을 뿐이지. 성장했다고 해도 아직 부족해.”
“…….”
“만약 네가 이번 무예 대회에서 장원을 하거나 3위 내로 입상을 하게 된다면 분명 내 아들과 비슷한 직책을 받아서 중앙이나 지방에 배치가 되게 될 것이야. 만약 지방에 배치가 되어 백암성에 가게 된다면… 내 아들을 좀 잘 부탁한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대장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따르겠습니다. 다만…….”
“……?”
“제가 지방으로 가게 될 경우 백암성으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배치가 어디로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말입니다.”
“네가 지방에서 첫 정식 관직을 시작하게 된다면 분명 백암성으로 갈 것이다.”
“어찌 그렇게 확신을 하십니까?”
“현재 백암성은 성벽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우식이가 그곳의 총 감독을 하고 있지. 포로들과 일부 군사들을 동원해 성벽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곳의 병력이 모자라서 충원을 해야 해. 그래서 부족한 병력을 백암성으로 보낸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 시기가 무예 대회가 끝나고 바로야.”
“아…….”
“이것은 무예 대회 입상자들을 그들 속에 포함시켜 같이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다. 봄 대회 때도 그랬으니 말이야. 내 아들은 백암성으로 갔고 나머지 2명은 신성과 안시성으로 갔지. 현재 신성과 안시성은 병력들이 다 충원되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구나.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백암성이야. 그러니 네가 그곳으로 가게 되겠지. 물론 무예 대회에서 입상을 한다면 말이야.”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동현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군요. 저는 다른 성에 대한 병력 사항들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그렇겠지. 우리 요동성 근처에 있는 성들에 대한 정보는 나에게 제일 먼저 들어오고 특히 병력에 관련된 정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하도록 했으니 동현이 네 반응이 당연한 것이다.”
끄덕끄덕!
강이식 대장군이 말에 동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동현을 보고 강이식 대장군은 말을 계속 이어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백암성으로 가게 되면 내 아들을 잘 부탁한다.”
“예. 대장군. 염려 마십시오. 같이 협력해서 힘든 일을 헤쳐 나가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아… 그리고…….”
“……?”
“아니다… 이 일은 네가 입상하고 난 뒤 말해주는 것이 좋겠구나.”
“음…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마시는 것 보니… 좋은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맞다. 좋은 일은 아니지. 하지만 급한 일은 아니야. 그래서 내가 나중에 말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할 말은 다 끝난 것이냐?”
“그렇습니다. 대장군.”
“네 뜻은 잘 알았으니 내가 바로 태왕 폐하께 상소를 올리마. 시간이 너무 늦었다. 집에 돌아가서 쉬거라. 퇴청했다가 다시 온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대장군.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집을 나왔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집을 나오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생각한다.
‘이상하군.’
[무엇이 말입니까?]
‘보통의 대장군… 아니 스승님이라면 나를 붙잡아 두고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려고 하실 텐데… 오늘은 집에 얼른 돌아가라고 하니 말이야.’
[그것 때문이 그러십니까?]
‘당연하지. 보통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시니 말이야.’
[제가 보았을 때는 왜 그렇게 반응 하셨는지 바로 알겠던데요?]
‘그래?’
[예. 강이식 대장군은 주인님을 자신의 아들인 우식과 더불어 또 하나의 아들처럼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주인님께서 오늘 임시 요동군사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히고 무예 대회를 통해 정식 임관을 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하신 것이겠지요. 주인님을 아들처럼 생각하셨기에 가슴 속 한켠에 무언가를 크게 느끼셨을 것입니다.]
‘으음…….’
[부모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주인님이 강이식 대장군을 스승으로 모시기는 했지만 그는 그런 스승 역할을 하면서도 부모의 역할도 자처해서 주인님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인님이 오늘 자신의 뜻을 밝히셨습니다. 그럼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동현은 동수의 말을 듣고는 한 동안 말없이 생각을 하며 집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러다가 집 근처에 이르러 동수에게 말한다.
‘내가 잘 되면… 강이식 대장군께 꼭 보답을 해야겠지?’
[그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
[훗날 만약 이 나라를 위해 뜻이 갈릴 경우를 생각해 두셔야 합니다.]
‘뜻이 갈린다라…….’
[예. 주인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강이식 대장군은 현재의 태왕 폐하와 이 고구려에 오로지 충성을 다하는 분이십니다. 만약 훗날… 주인님이 크게 혁명을 일으킨다고 하였을 때 그것을 반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
[그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되도록이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지만 만약 불가피하게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경우라면 강이식 대장군에 대한 문제도 주인님께서 잘 처리하셔야 할 것입니다.]
‘후우… 그래. 알았어. 그건 나중 일이니 그 때가서 생각하자. 이만 들어가 봐야겠어.’
[예. 주인님.]
동현은 그렇게 동수에게 말을 하고는 집 안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 * *
그리고 며칠 뒤…….
“동현아. 태왕 폐하께서 네 말을 승낙하셨다. 그러니 무예 대회에 맞춰서 평양성으로 가도록 해라.”
“예. 대장군. 감사합니다.”
“너라면 분명 입상할 것이다. 아니… 워낙 수준차이가 벌어져서 상대가 힘을 제대로 쓸지 모르겠구나.”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요즘 나와도 가끔씩 대련을 하면 나는 정말 놀란다. 대련을 할 때마다 네 실력이 점점 늘고 있으니 말이야. 이제 나도 전력을 다해야 너를 겨우 이길 정도이니… 분명 네가 장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장군.”
동현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강이식 대장군과 무예 대련을 했었다.
과거에 강이식 대장군에게 1합도 버거웠던 동현에게 꾸준한 수련으로 강이식 대장군의 무예 수준을 따라가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강이식 대장군보다 약간의 실력이 뒤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언제 떠날 것이냐?”
“예. 모든 준비는 다 마쳤으니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떠나려 합니다.”
“그래? 으음… 알았다. 아… 참! 고요종에게도 소식을 전했느냐? 듣자하니 요즘 자주 소식을 주고받는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고요종 현령이 부임한 후 종종 소식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랬군. 그래서 내게 연락이 왔던 것이었어. 자네를 배웅하겠다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제가 안 그래도 된다고 했는데…….”
“이제 그곳이 안정되었으니 잠시 너를 전송하러 온다고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허락을 해주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예. 대장군.”
“오늘 하루는 너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싶구나. 모든 업무가 끝나면 내 방으로 건너 오거라. 같이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좀 하자.”
“예. 대장군.”
동현은 그렇게 그날 마지막 날 임시 요동군사직 업무를 마치고 밤늦게까지 강이식 대장군과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 *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럼 가보겠습니다. 대장군.”
“그래. 조심히 가거라.”
“예. 대장군. 고 현령님도 몸 건강히 잘 계십시오.”
“예. 김공. 조심히 가십시오. 그리고 무예 대회에서 꼭 장원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 현령.”
“나는 무예 대회 때 참관하게 되어 있으니 그 때가면 또 볼 수 있겠구나. 그 때 보자.”
“예. 대장군! 그럼…….”
동현은 그렇게 다시 한 번 강이식 대장군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과 몇몇 수하들만 데리고 평양성으로 향했다.
강이식 대장군은 그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고요종에게 말한다.
“고 현령.”
“예. 대장군.”
“저 녀석이 이번 무예 대회 때 장원을 할 수 있을까?”
“분명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 대장군과도 꽤 오랫동안 버티며 대련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나는 걱정이 되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 이후가 걱정이라는 것이야. 동현이는 현재 이 고구려에서 꽤 많이 알려져 있어. 이번에 장원까지 하게 되면 더욱 더 크게 이름이 알려지겠지. 그렇게 되면 분명 또 시기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김공이라면 분명 잘 해낼 것입니다. 워낙 영민한 사람이 아닙니까? 거기다 대장군도 그 뒤에 계시고 말입니다.”
“그래. 그렇긴 한데…….”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자 동현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걱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