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계속되는 요동성 귀족들 정리
연태조와 을지문덕은 고요종의 말에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모두가 사실일세.”
“워낙 영특해서 강이식 대장군이 무예 스승을 자처해 무예를 가르쳐 줬었지. 강이식 대장군이 그러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는데 그 녀석만이 유일했어.”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입니까?”
“그렇다네. 자네도 한 번 보면 우리가 왜 이렇게 말을 하는지 알 것이야. 허허허… 아무튼 태왕 폐하께 자네에 대해 말할 테니 요동성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게.”
“알겠습니다. 막리지.”
그렇게 고요종은 동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채 황명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며칠 뒤… 고요종은 영양 태왕으로부터 요동성에서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귀족들의 빈자리를 다스리는 관리로 임명한다는 황명을 받자마자 요동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요동성에 있던 강이식 대장군은 이 연락을 먼저 받아 고요종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빠르면 내일 낮에 도착을 하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그곳을 잘 다스려야 할 텐데… 그곳은 이 요동성에서 땅이 가장 비옥한 곳이니 말이야.”
“을지문덕 대모달께서 추천하셨다고 했으니 괜찮은 인물일 겁니다.”
“그건 그렇네만… 그래도 나이가 많이 어려서 말이지.”
“저도 나이가 어립니다. 스승님.”
“하하하하! 너는 신동이니 그렇지 않느냐?!”
강이식 대장군의 이런 말에 동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저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결코 신동이 아닙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알았다. 그나저나… 보고를 보니 네가 정말 빠르게 그곳을 안정시켜 놨더구나.”
“예. 빠르게 안정시켜 놓지 않으면 이 요동성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서 바로 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잘했다. 빠르게 조치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만 더 가중될 테니까 말이야. 이제 그 지역의 일은 새로운 관리가 오면 다스리는 것으로 하면 될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이 요동성의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보나?”
“예. 일단 저번에 대장군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수나라가 쳐들어 올 것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되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군사만 늘리는 것은 안 됩니다. 이 요동성의 형편도 따져봐야 하니까요.”
“맞아. 내실을 튼튼히 하면서 군사도 늘리고 훈련도 시켜야 해. 그런데 그것에 대한 속도를 조금 높일 필요가 있어. 너무 더딘 것 같아서 말이야.”
“저도 그 말씀에 동감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끄는 상단의 재물을 이곳에 보태어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군사도 쉽게 늘릴 수 있을 것이고 방어 시설이나 성벽을 보수하는데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후우… 귀족들이나 상인들이 모두 너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쉽게 군사도 모으고 내실도 손쉽게 다질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선결되야 할 과제는 제 재물로 군사 양성 속도와 시설 보수 속도, 그리고 군량을 비축하는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탐관오리 귀족들을 찾아내어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흐음… 네 말은 이번에 잡아들인 그 귀족들 말고도 다른 귀족들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군. 이 요동성에 말이야.”
“그렇습니다. 특히 이제는 이 요동성 안의 귀족들보다 요동성 밖에 있는 귀족들을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요동성 밖이라…….”
“예. 그들도 우리 요동성의 지배를 받고 있는 고구려 백성들이고 귀족들입니다. 하지만 현재 요동성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배력이 백성들이나 귀족들에게 까지 제대로 미치지 못한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이용해 요동성 밖에 있던 귀족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묻는다.
“그래. 그런 자들은 마땅히 처벌해야겠지. 그런데 밖에 있는 귀족들은 그 세력이 이 안에 있는 자들보다 적지 않나? 손쉽게 잡아들일 수 있을 텐데?”
“그들이 각자 백성들을 막 대했다면 쉽게 잡아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연합의 움직임을 확인했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그런 놈들이 모이면 밑에 사병들을 모아 우리를 공격하려 할 텐데?”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리 손을 써두었습니다.”
“응? 그래? 손을 써두었어?”
“예. 그들은 이 요동성 안의 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을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위기감을 느꼈겠지요. 분명 그들은 자신들의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다 같은 한 자리에 모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 그것을 노리고 있습니다.”
“으음… 그 때 그곳을 기습해서 다 잡아들이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제 수하들에게 미리 명령을 내려두어 그렇게 하도록 조치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대장군. 이 일이 해결되면 바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동현의 대답에 강이식 대장군은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알겠네. 그럼 기분 좋은 소식을 기다리지.”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과 동현은 앞으로 요동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밖에 동현을 찾는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대장군! 군사님! 군사의 수하인 해론이라는 분이 보고드릴 것이 있다고 왔습니다.”
“그래? 들이거라!”
“예.”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해론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해론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동현이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말한다.
“군사. 명령을 수행했습니다.”
“응? 벌써 모였었단 말이냐?”
“예. 군사께서 말씀하신 후 어제 늦은 밤에 그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급습해서 다 잡아들였습니다.”
“그래? 그럼 그들이 내가 말한 사람들이 맞는지는 다 확인을 해 보았느냐?”
“예. 군사께서 주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잡아들였습니다.”
동현은 해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강이식 대장군에게 말한다.
“대장군. 오늘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좀 전에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이렇게 빨리 해결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해론이라 했는가?”
“예! 대장군!”
“고생했다. 밤늦게까지 군사의 명령을 수행하느라 말이야.”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어디론가로 가 무언가를 꺼내어 내민다.
“이건…….”
“고생했으니 지금 가서 수하들과 술 한 잔이라도 하거라. 고기도 먹으면서 말이야.”
“감사합니다! 대장군!”
“하하하! 그래.”
해론이 받은 것은 금자 1냥. 강이식 대장군은 많은 재물을 모으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수하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물을 잘 베푸는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수하들에게 그만 베풀라고 말할 정도… 하지만 강이식 대장군은 그런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하들에게 만큼은 크게 베풀었다.
특히 공을 세우고 고생한 자들에게 그에 맞는 포상을 하거나 조금 더 과한 포상을 함으로써 다음에도 더 큰 공을 세우게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크게 유도를 했다.
이것 덕분인지 수하들은 강이식 대장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잘 따랐고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런데 정작 본인과 집에는 재물을 잘 쓰지 않으니 이제는 옆에 있는 수하들도 미안해져서 자신들에게는 이제 베풀 만큼 베풀었으니 본인을 위해 재물을 쓰라고 말 할 정도였다.
그런 수하들의 반응에 강이식 대장군은 항상 웃으며 대답했다.
“본디 사람의 목을 베고 전장을 누비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에 대한 보상은 우리가 영토를 넓히거나 많은 재물을 얻는 것에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지. 나는 그 중 하나를 너희들에게 행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 내게 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의 임무를 충실히 다해라. 그러면 그에 맞는 보상을 마땅히 해주마.”
강이식 대장군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수하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다짐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강이식 대장군에게 영원히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이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이 해론에게 금자1냥을 선뜻 베푸는 모습을 보고는 말한다.
“대장군. 제가 포상을 따로 해도 되는데…….”
“아니다. 네가 군사로 있는 이상 다들 내 밑에 있는 수하들인데 내가 마땅히 포상을 해주어야지. 자… 얼른 나가 보거라.”
“예! 대장군!”
해론은 밝은 표정으로 군례를 올리며 방을 나간다.
해론이 방을 나가자 동현도 강이식 대장군의 수하들처럼 한 마디를 했다.
그런 동현을 보고 강이식 대장군은 미소를 지은 채 말한다.
“자…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내가 주고 싶어서 준 것이니 말이야.”
“후우… 알겠습니다. 대장군.”
“이 일이 이제 해결이 되었으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일단 그들에게서 몰수한 재물들을 이 요동성의 발전을 위해 써야겠지요. 그리고 사병들을 전부 다 이 요동성의 군사들로 만드셔야 합니다.”
“사병들의 수가 얼마나 된다고 했었지?”
“예. 얼마 전에 귀족들에게서 잡아들인 사병들은 다 합해서 5천 정도 되고 이번에 잡아들인 사병들은 2천에서 3천쯤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7천에서 8천 정도를 한 번에 모을 수 있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잘 키우고 양성하면 이 요동성에 굉장히 중요한 전력이 될 것입니다. 현재 이 요동성에 최정예 군사들이 5만이 조금 넘으니 말입니다.”
“그래. 저 많은 수나라 군을 상대하기에는 그 수로는 부족하지. 적어도 10만은 돼야 저들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대장군. 저는 여기서 몰수한 재물을 물론이고 상단의 재물을 이용해 이 요동성의 내실과 군사 증강에 힘을 쏟아 이 요동성을 수나라 놈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저 서토로 나가는 것입니다.”
동현이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암! 그래야지! 그렇고 말고! 우리의 옛 영토를 되찾아 와야지! 반드시… 반드시 말이야!”
그렇게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과 함께 훗날 북벌을 위한 다짐을 한다.
다음 날… 오후가 되자 고요종이 요동성에 도착을 했고 도착을 하자마자 강이식 대장군에게 관리로 임명되었다는 인수를 받았다.
그리고 고요종을 환영하기 위해 강이식 대장군과 동현, 고요종이 한 방에 모여 약간의 술과 고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네.”
“감사합니다. 대장군. 이렇게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군사님도 말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 현령. 그 지역을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예. 군사님. 그리고 말씀을 낮추어 주십시오. 제가 직책상 아래이니 말입니다.”
동현은 고요종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제가 지금은 현령보다 높은 직책이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임시 관직입니다. 헌데 제가 어찌 말을 낮추겠습니까?”
고요종은 동현의 말에 감사해하며 대답한다.
“이제 막 관직에 들어선 제게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제가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하시면 됩니다. 서로에게 존칭을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 제가 이 임시 관직을 내려놓은 후에는 고 현령께서 제게 하대를 하셔야겠지요.”
고요종은 동현이 자신을 높이며 말을 해주자 매우 감동한다.
“소인 고요종… 군사님이 임시 관직을 내려놓으시더라도 결코 하대하지 않겠습니다.”
고요종이 이렇게 말을 하며 동현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강이식 대장군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