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동현, 임시관직인 요동군사에 임명되다
그렇게 동현은 또 다른 인재인 이정과 전사웅을 얻고 난 뒤 약 한 달 후… 자신의 수하들을 모두 소집했다.
“그럼 이제 요동성으로 돌아가는 것입니까?”
“그래야지. 이제 태왕 폐하의 황명대로 이 동해에도 대부분 염전을 만들었어. 그리고 이 운두산성 처려근지의 허락에 따라 우리의 상선과 호위무사들로 바다로 나가 소규모의 왜적들을 한 달 사이에 꽤 많이 소탕해서 성과를 냈지.”
“네.”
“꽤 큰 규모의 왜적들을 만나도 한 사람의 사상자도 없이 그들을 소탕했다. 약간의 부상자만 있을 뿐이고 말이야. 이에 대한 글을 오늘 아침 일찍 태왕 폐하가 계시는 황도로 보냈으니 답을 기다리는 일만 남은 것이지. 내가 오늘 이렇게 모두를 모은 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찌해야 할지 정하자는 뜻에서 모았네. 우리가 앞으로 어찌하면 좋겠는가?”
동현의 말에 이정이 말한다.
“우리의 본거지는 본래 요동성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요동성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응?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이제 대인어른 만을 위한 곳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말은… 임관을 하라는 말인가? 그래서 한 성의 처려근지가 되라는 말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대인어른.”
“으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첫 번째는 내가 만약 지금 임관을 하게 되면 우리 상단의 호위무사들과 내 수하들, 그리고 모두가 위에 상관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데 자율성이 보장되지가 않네. 오로지 그들의 명령에 나도 움직여야 하며 내 수하들 또한 마찬가지이지. 이렇게 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네.”
“……!”
“자네도 알다시피 상인이라는 것은 한 곳에 있기만 해서는 안 되니 말이야. 두 번째로는 수나라가 전쟁이 터졌을 때를 생각해서라네. 내가 미리 임관해 있다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며 우리들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만약 상관이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게.”
“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전부 다 죽게 될 수도 있지. 이 밖에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두 가지이군. 어떤가? 충분한 이유가 되었는가?”
동현의 말에 이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일리가 있으신 말씀입니다. 대인어른의 말씀을 들으니 참으로 깊으신 생각을 하시고 계셨군요. 대인어른께서 왜 지금까지 이러고 계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을 들으니 때를 기다린다는 것도 언제를 기다리는지 알겠군요.”
“그런가? 궁금하군. 내가 어떤 때를 이용하여 임관을 하려하는지 말일세.”
“아마 제 생각으로는 수나라와의 전쟁 때를 이용하여 임관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쟁이 터지고 난 뒤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대인어른은 그 전쟁을 이용해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대인어른을 더욱 더 높이 등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시는 것이 아니십니까?”
동현은 이정의 말에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하하! 과연… 과연 이정이로다! 내 마음을 훤히 아는구나! 자네 말이 맞네! 나는 그 전쟁을 이용해서 임관을 할 것이야! 그 때 큰 공을 세워서 우리에게 적대적인 욕살이나 귀족들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려고 하지.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큰 공을 세워서 말이야! 그래야 그들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겠나? 나와 우리 힘을 보여주어야 처음부터 우리는 높은 위치에서 올라가 관직을 시작할 수 있다.”
“영명 하십니다. 대인어른. 대인어른의 뜻이 그러시다면 소인도 찬성이옵니다.”
“고맙네. 이정. 하지만 아직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어. 그 동안 우리가 어찌 하면 되겠는가?”
“대인어른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때를 기다리셔야지요. 기존에 대인어른께서 세워놓으신 계획대로 하시면 됩니다. 단…….”
“……?”
“요동성에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수나라에 있는 대인어른의 상단과의 연락을 더욱 더 자주 주고받으십시오. 그래야 저희가 수나라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고 대응하기가 빨라집니다.”
동현의 이정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옳은 말일세. 그와 동시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수나라에서의 상행을 대폭적으로 늘려야겠어. 그리고 많은 재물들을 이 고구려로 수시로 옮겨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우리가 수나라와의 전쟁 때 더욱 많은 재물을 우리 고구려에 두고 쓸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수나라에 우리 상단이 고구려 상단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분명 큰 피해를 볼 것이야.”
“그렇습니다. 그 때에 맞추어 언제든지 그곳에서 전부 철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맞아. 되도록이면 빠르게 재물들을 바다를 통해 옮겨오도록 해. 아… 쌀이나 다른 곡식들도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동현은 이정에게 이렇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시선을 돌려 소희와 의정에게 묻는다.
“아… 그나저나… 의정이는 아직 그 사람은 못 찾은 것이냐?”
“예. 스승님. 죄송합니다. 그 때부터 찾아다녔는데 아직 행방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 으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그 사람이 내게 올 때가 아닌가보다.”
“지속적으로 사람을 보내 찾아보고 있습니다. 찾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의정은 석우라는 자를 찾으러 꽤 오랜 기간 돌아다녔으나 찾지 못하고 얼마 전에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의 밑에 사람을 남겨 석우를 찾도록 맡기고 돌아온 것.
동현은 그것에 대해 위로를 하며 격려를 해주었다.
그렇게 동현은 요동성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에 대해 수하들과 한 동안 방 안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그대의 노고를 크게 치하한다는 뜻에서! 요동성 땅의 일부를 좀 더 식읍으로 주기로 하였노라! 기존의 땅과 함께 그 땅들 또한 이제 그대의 식읍이니 거절치 말라! 그리고 그대를 임시 관직인 요동군사로 임명한다. 이 관직은 아직 정식으로 임관한 것이 아닌 그대를 위해 특별히 잠시 동안 신설한 것으로 요동성에 있는 처려근지이자 대장군인 강이식 대장군을 보좌하는 직책이니 맡은 바 책임을 다하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짐은 그대가 하루라도 빨리 임관을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아직 계속해서 때가 아니라고 하니 어찌하리오. 그러니 이러한 조치를 취하였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훗날 짐이 한 번 요동성에 방문을 할 것이다. 그때 그대를 비사성에서처럼 또 한 번 보기를 기대한다. 이상!”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동현은 절을 한 후 칙서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그리고 칙사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데 그런 동현을 본 칙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참으로 축하드리오. 요동군사.”
“제게 이런 관직까지 주시다니… 참으로 태왕 폐하의 은혜가 크시옵니다.”
“이 모든 것이 그대가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오.”
“어찌 소인의 혼자만 세웠겠습니까? 모두가 합심한 덕분입니다.”
“허허허… 요동군사의 그런 면을 태왕 폐하께서 참으로 좋아하시오. 언제나 겸손하니 말이오.”
“그리 말씀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자… 이러실 것이 아니라 잠시 막사 안으로 들어가셔서 술 한 잔과 음식이라도 좀 드시고 하루 푹 쉬고 난 뒤 돌아가시지요.”
“그리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같이 막사로 들어가 칙사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동현이 궁금한 것이 생긴 듯 칙사에게 묻는다.
“그런데 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시오.”
“본래 군사라는 직책은 전쟁이 터졌을 때 옆을 보좌하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관직입니다. 그런데 제게 군사라는 것이 붙었으니 태왕 폐하께서 붙여주신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역시 김 대인이군. 아주 잘 보셨소. 현재의 태왕 폐하께서는 김 대인도 잘 알겠지만 수나라를 계속 주시 중이라오. 그리고 수나라가 쳐들어오면 요동성이 가장 먼저 목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
“그 말씀은… 수나라의 침입에 더욱 더 대비를 하라는 뜻에서 저를 임시 관직을 만들어 요동군사가 되도록 하신 것이군요.”
“맞소이다. 태왕 폐하께서는 과거 그대가 말갈 오랑캐들을 단 몇 가지 계책만으로 박살을 냈던 것을 기억하고 계시오. 그와 더불어 내정에도 재능을 보인 그대가 아니오? 문무를 겸비한 그대라면 강이식 대장군을 보좌하기에 그대가 매우 적합하다고 태왕 폐하께서 생각을 하신 듯 하오.”
“그렇군요. 소인… 태왕 폐하의 황명을 받들어 수나라의 침입에 더욱 더 철저하게 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칙사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날…….
“조심히 가십시오.”
“고맙소. 김 대인. 아니… 이제 요동군사로 불러야겠군.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오. 요동군사도 오늘 중 떠난다고 들었는데… 아무 탈 없이 요동성으로 돌아가기를 빌겠소.”
칙사는 그렇게 동현의 호의에 감사해하며 동현에게 인사를 하고는 황도로 돌아갔다.
동현은 그 칙사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 옆에 있던 사훈에게 묻는다.
“요동성으로 돌아갈 준비는 다 되었는가?”
“예. 대인어른. 모두 끝내놓았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운두산성의 처려근지를 뵙고 가도록 해야겠다.”
동현은 그렇게 운두산성의 처려근지인 정산을 요동성으로 돌아가기 전 인사를 하고 통행권을 받기 위해 관청에 들렀다.
“돌아간다고?”
“예. 처려근지. 그간 감사했습니다.”
“무슨 말을… 내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나저나 자네가 없다면 걱정이군. 자네 수하인 주훈이 상선으로 바다 앞에 왜적들을 격파해주어서 왜적들이 한 동안 얼씬도 못했는데 말이야…….”
“그리 걱정되시면 주훈을 남겨놓고 가겠습니다.”
“그것이 정말인가?”
“예. 처려근지 어른. 우리 수군이 어느 정도 성장할 동안 주훈을 남겨놓겠습니다. 제가 태왕 폐하께 서찰을 띄워두겠습니다.”
“정말 고맙네. 그럼 조심히 가게. 여기 통행권일세.”
“감사합니다.”
“이렇게 헤어지니 아쉽구만… 앞으로도 종종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지내세.”
“물론입니다. 처려근지 어른.”
“조심히 가게.”
그렇게 동현은 정산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관청을 나왔다.
그리고 주훈에게도 따로 명령을 내려 작별 인사를 한 뒤 수하들과 호위무사, 그리고 짐꾼들 앞으로 가 말을 타고 외친다.
“이제 우리는 요동성으로 돌아간다! 출발!”
“모두 출발하라! 요동성으로 돌아간다!”
“와! 와!”
동현은 그렇게 운두산성을 나와 요동성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던 운두산성의 처려근지 정산. 동현이 사람들을 이끄는 모습에 감탄한다.
‘대단하군. 규모 뿐만이 아니라 군사를 이끄는 솜씨도 상당하다. 태왕 폐하께서 괜히 저 자를 임시 관직을 신설해가며 요동 군사에 임명하신 이유가 있구나.’
정산은 동현을 보고난 뒤 영양 태왕의 안목이 보통이 아님을 생각하며 동현의 상단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