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동현, 이정과 전사웅을 등용하다
사훈은 동현을 보자마자 절을 하며 말한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인어른!”
“오! 그래! 사훈! 그 쪽에서 일정이 길어진다고 하는 것을 내가 주기적으로 서찰을 받아보고 있었네! 이제야 성과가 있어서 돌아왔나 보군?”
“예. 대인어른! 대인어른의 말씀대로 이정이라는 자와 전사웅이라는 자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다만… 전사웅이라는 여기 이 사람은 대인어른의 뜻에 동참하며 대인어른을 받들기로 했으나 여기 이정이라는 사람은 대인어른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모실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군요.”
“그래? 알았네. 정말 수고 많았네. 내 명령 때문에 거의 1년 가까이 그곳에 있었는데… 미안하구만.”
“대인어른께서 명을 내리신 것이니 어찌 소홀하겠습니까?”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저기 저 두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전사웅이라는 자를 데려오는데는 별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이정이라는 자는 이곳에 데려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좀 전에 제가 말했던 이유 때문에 말입니다. 대인어른께서 잘 말씀하셔서 설득해 보십시오.”
“알겠네. 이제 모든 것은 내게 맡기게.”
동현은 사훈의 등을 두들겨주며 격려를 해주고는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두 분이 이정과 전사웅이라는 사람들인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동현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자 전사웅은 바로 고개를 숙인 채 악수를 받으며 대답한다.
“사훈 대행수에게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충심으로 대인어른을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정말 고맙습니다.”
“말씀을 편히 하십시오. 대인어른.”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그나저나 전사웅 자네는 우리 말이 참으로 익숙하구만?”
“과거 소인의 아버지께서 장사를 다니며 이곳저곳 다니시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 말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니 그 나라 말을 익히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그랬구만. 아무튼 나를 따라준다고 해서 고맙네. 앞으로 잘해보세.”
“예! 대인어른.”
“그리고… 이정이라고 했던가요?”
“그렇습니다. 사훈 대행수를 처음 만난 날부터 대인어른에 대한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나보고 싶었지요.”
“그랬군요.”
“일단 사훈 대행수를 따라 이곳에 오긴 했습니다만… 좀 전에 사훈 대행수가 말했던 것처럼 대인어른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주인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는 대인어른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겠다는 말이지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이정의 말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동의한다.
“그래도 됩니다. 이정님이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제가 그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 것이고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습니까?”
“예. 물어보실 것이 있으면 물어보셔도 됩니다.”
“으음…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몇 가지 묻겠습니다.”
이정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현재의 고구려는 수나라와 맞서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의 국력은 수나라에 비해 한참은 아래… 그런데도 맞서려 합니다.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동현은 이정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전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준비라… 일반적인 준비 가지고는 수나라의 대군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물론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준비가 있죠.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물이 저기 눈 앞에 보이는 것도 해당이 되고 말입니다.”
“저 염전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정 공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저 염전이 이곳에만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 염전은 현재 고구려의 바다가 있는 모든 포구에 설치가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 고구려는 현재 엄청난 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1~2년 정도만 지나면… 수나라의 소금 판매 규모도 따라 잡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수나라의 황실 재정도 우리 고구려의 재정이 따라잡게 될 것이고 말입니다.”
“너무 과장 아닙니까?”
“과장이 아닙니다. 저 염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양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아… 모르시겠군요. 수나라에도 이런 것은 본 적이 없으실 테니 말입니다. 제가 직접 보여드리죠. 절 따라 오십시오.”
동현은 이정과 자신의 수하, 전사웅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자… 보십시오. 이게 저 염전에서 하루 동안에만 나온 소금의 생산 양입니다.”
“이… 이건!”
“역시 놀라시는군요.”
“어… 어떻게 이런 많은 양을 만들어 내신 겁니까?”
“그걸 알려드릴 순 없죠. 아직 이정 공은 제 수하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전 제 수하라 하더라도 철저하게 입단속을 시킵니다. 만약 지키지 못하면… 바로 목을 베어버리죠.”
“……!”
동현은 일부러 이정에게 극단적인 말을 하며 단호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유한 모습과 함께 강단 있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이정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물론 이 소금들은 바로 당일 날 먹지 못합니다. 간수라는 것을 빼야 먹을 수 있죠. 다만… 이미 오래 전부터 제가 만들고 개발해온 것이라 앞으로도 저희 고구려는 이 소금으로 장사는 물론이고 사람들 또한 소금 걱정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흠.”
“저기 보이는 다른 창고들은 간수를 다 빼 놓은 소금들입니다. 저 중 어떤 것들은 장사를 위해 고구려 밖으로 나가거나 또 다른 것들은 우리 고구려나 백제, 신라에 팔아서 큰 이문을 남기고 있죠.”
“…….”
“자… 이만 하면 우리 고구려가 수나라 국력에도 충분히 맞설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만…….”
이정은 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셨군요.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가 질문할 것이 남았습니다.”
“계속 말씀하시죠.”
“나라의 국력은 소금으로 인해 재정적으로 크게 충당이 되니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눈에 보여서 좋았습니다만… 문제는 인구입니다. 인구도 그 나라의 국력 중 하나죠. 수나라는 고구려에 비해 인구수가 몇 배 이상이나 많습니다.”
“…….”
“그것을 보았을 때 분명 고구려를 칠 때 엄청난 대군으로 쳐들어 올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그 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만… 전쟁이 장기화 되었을 때는 꼭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으십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도 물론 다 세워두었습니다. 우리 고구려는 과거 선대 태왕 폐하 때부터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군을 미리 양성하고 키워왔고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도 서서히 규모를 늘리면서 군을 키우고 계십니다. 제가 알기로… 수나라의 맞설 수 있는 정예군이 고구려 전역에서 모두 합하면 15만에서 20만이 될 것입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일부러 부풀린 것이 아니고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고구려는 수나라가 저 중원의 나라들을 하나둘씩 무너뜨리기 시작할 때부터 대비를 해왔다고 했습니다. 단 기간에 이런 전력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랬기에 제가 그것은 확신하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동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 날을 대비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준비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영토 병합에도 나섰습니다. 이정 공께서 아시겠지만… 우리가 불열 말갈을 속국으로 삼고 호실 말갈의 영토를 병합해 우리 고구려의 영토로 만들었으며 흑수말갈의 영토도 많이 차지해 인구수를 늘린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저도 압니다. 부족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현재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재 우리 고구려의 입장에서는 영토를 넓히는 것보다 군사를 키우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나라의 침입 경로를 미리 다 예상을 하며 그에 대한 대비를 더 하는 것이 낫죠.”
“왜 그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오래 전… 과거 우리 고구려의 고국원 태왕 폐하께서 재위하시던 시절… 중원에 전연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아십니까?”
“그 시기라면… 혹시… 선비족이었던 모용부가 세운 국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 당시 중원은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 중 전연의 힘은 굉장했죠.”
동현의 말에 이정이 바로 반박한다.
“하지만 전진에게 멸망했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
“전연은 나라 밖으로만 힘을 과시하려 했다가 멸망했습니다. 이제 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시겠습니까?”
“으음…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답은 아니군요.”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이걸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동현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펼친다.
그리고 그것을 이정에게 보여주는데…….
“이건…….”
“그렇습니다. 우리 고구려의 지도입니다. 제가 직접 전역을 돌면서 그런 것이죠. 그 지도에는 지형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환경은 어떤 환경인지도 다 기록을 해두었죠.”
“…….”
“저는 이 지도를 보여드리는 것은 제 목숨을 걸고 이정 공께 보여드리는 겁니다. 이 지도는 본래 밑에 사람들이 그리지도 못하게 되어 있고 보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본래 이런 지도는 태왕 폐하의 허락 하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만 볼 수 있습니다.”
“으음…….”
“이것만으로도 이정 공을 제가 얼마나 원하는지 아시겠습니까?”
동현의 말에 이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한 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만 하겠습니다. 이 질문이 만족스러우면… 저는 대인어른을 제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사훈 대행수에게 듣기는 했지만 저는 직접 듣고 싶습니다. 이렇게 인재들을 모아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동현은 이정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일단 제일 첫 번째는 우리 가문을 크게 키워서 이 고구려에서 우리 가문을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 말씀은…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아… 물론 지존의 자리까지는 아닙니다. 그저 이 고구려에서 신하들 중 최고 자리까지 올라가겠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우리 가문을 더욱 크게 만들고 영향력을 확대하면 제 아무리 지존이라도 우리를 건들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두 번째는요?”
“두 번째로는 우리 고구려를 크고 부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크고 부강하게 만든다…….”
“예. 저 수나라는 물론이고 이 주변에 있는 국가들이 다 우리 고구려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이루고 싶은 것입니다. 답이 되었습니까?”
이정은 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말한다.
“대인어른을 제 주인으로 받들겠습니다! 절 받으십시오!”
이정이 절을 하며 자신을 수하로 받아달라고 하자 동현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훗날 당나라의 군제의 기틀을 잡은 사람을 자신의 수하로 만들다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동현은 절을 한 이정을 일으키며 말한다.
“나를 주인으로 받든다고 해줘서 고맙네! 앞으로 잘해보세! 자네를 얻으니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구만!”
“과찬이십니다.”
“자자… 이렇게 두 인재가 왔으니 오늘 하루는 즐기도록 하세. 사훈이 무사히 귀환한 것도 축하할 겸 해서 오늘 하루는 즐기지!”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밖에 있는 호위무사들에게 연회자리를 만들라고 말했다.
그렇게 동현이 새롭게 들어온 이정과 전사웅을 환대해주자 두 사람은 동현이 하는 행동에 너무나도 감격스러워 한다.
“앞으로 대인 어른께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말에 동현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