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의정, 석우의 소식을 듣고 행적을 추적하다
두 군사는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는 의정과 돌석비에게 말한다.
“두 사람은 일단 신분이 확실하고 증명이 되었으니 안으로 들어가게. 그리고 묵는 곳을 알려주게. 우리가 윗선에 보고해서 사람을 찾는 것을 도와 줄 수 있도록 할 테니 말이야.”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안시성에서 가장 큰 주막에 묵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전체 인원이 50명이 조금 넘는군. 만약 주막에서 방이 모자라면 그 바로 옆에도 주막이니 나누어서 방을 잡도록 하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을 열어! 동현 상단 사람들을 통과시킨다!”
성문을 지키는 한 군사의 말에 성문 안에 있던 군사들이 성문을 연다.
그러자 동현 상단 사람들은 안시성 안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본 성문을 지키던 군사들은 문을 연 군사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명이 안시성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의정과 돌석비, 그리고 나머지 호위무사들이 주막에 짐을 풀고 방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막으로 한 군사가 왔다.
“이곳에 의정과 돌석비라는 분이 계시오?”
“예. 저희 둘입니다만…….”
“두 사람이 노비 석우라는 자의 행방에 대해 물었던 사람이오?”
“그렇습니다. 벌써 찾으신 겁니까?”
소식을 들은 그 군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오. 우리가 윗선에 부탁하여 찾아보았으나 그 자를 찾을 수가 없었소이다.”
“그런가요?”
“그렇소.”
“그런데 어떻게 그 자에 대한 행방에 대한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습니까? 이 안시성 안에 있는 노비의 수만 해도 엄청나게 많을 텐데 말입니다.”
“그 석우라는 자를 이 안시성의 성주이신 처려근지께서 아는 사람이었소. 그래서 금방 행방을 알 수 있었던 것이오.”
“처려근지께서요? 처려근지께서 석우라는 노비를 어찌 안단 말입니까?”
“과거 그 자는 이 안시성에 있는 한 귀족 밑에 있던 노비였소. 그런데 그 귀족이 이 안시성에서 크게 죄를 짓는 바람에 노비들을 모두 몰수당했는데 그 몰수당한 노비가 이번에 처려근지께로 가게 된 것이지.”
“그렇군요…….”
“그러던 어느 날… 처려근지께서 사병들을 이끌고 사냥을 나가시게 되었소. 당시 처려근지께서는 노비들도 중원 사람들과 싸우려면 군사들을 더욱 키워야 한다면서 자신의 노비들도 무장하게 하고 훈련을 시켰는데 그 석우라는 노비도 마찬가지였지. 그 때 그 석우라는 노비도 그 사냥 일행에 섞여서 나갔다고 하오. 그런데… 거기서 큰 일이 생기고 말았소.”
석우라는 자에 대한 소식을 전해 온 군사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안시성에서 나와 외곽에 있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데… 거란족 놈들이 우리를 기습하고 공격했지…….”
“거란 놈들이 말입니까?”
“그렇소이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거란족들은 우리 고구려에 완벽하게 복종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찌 그런 일이…….”
“거라족 사정을 잘 모르는 모양이군…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설명을 해주겠소이다. 낭자께서는 잘 모르겠지만 거란족들은 여러 부족이오. 그건 아시오?”
“물론입니다. 당연히 알죠.”
“낭자가 아는 것보다 거란족들은 많은 부족들이 나뉘어져 있소. 아마 낭자가 아는 거란족들이라면 적으면 5개 부족에서 많으면 7~8개 부족일 것이오. 아니오?”
“그… 그렇습니다만… 그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까?”
“그렇소. 우리가 북쪽에 있으면서 본 거란족들만 적어도 15개 부족이 넘소이다. 아마 제대로 셈을 해보면 20개 부족도 넘어갈 것이오.”
“그… 그렇게나 많다니…….”
“우리에게 적대적인 거란족이 우리 처려근지를 노리고 기습을 한 것이었소.”
군사는 그 때 일이 생각나는 듯 잠시 눈을 감고는 뜸을 들이며 계속 말한다.
“나도 당시 현장에 있었소이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처음에는 굉장히 군사들이 많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웠지. 하지만 다행히도 빠르게 수습하여 거란 놈들에게 대응했고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소이다.”
“음.”
“하지만 그 과정에서… 꽤 많은 군사들이 다치거나 그 기습에 의해 흩어지고 말았지. 내가 기억하는 사람이 석우라는 자의 모습이 맞다면 아마 그 자를 마지막으로 본 건 처려근지를 곁에서 지키면서 용감히 싸웠던 모습이었소. 그리고 처려근지를 살리기 위해 거란 놈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 행방을 알 수 없었소.”
“…….”
“처려근지께서는 그 날 이후 그 석우라는 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셨소이다. 하지만 그 행방을 알 길이 없고 지금까지 왔소. 그래서 이렇게 바로 소식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오.”
“후우…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자가 거란족 사람들을 유인할 때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내 기억에 북서쪽으로 갔던 것으로 기억하오. 하지만 그것은 큰 의미가 없소이다. 도중에 방향을 틀어버렸다면 그 방향도 별 소용이 없으니 말이오.”
“으음… 알겠습니다.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그런데 그 자를 왜 찾는 것이오?”
“저희 상단의 주인께서 그 사람을 찾아서 말입니다.”
의정의 말에 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군. 참으로 충성스러운 자였소. 그래서 처려근지께서도 항상 곁에 두었었는데… 무예도 뛰어나고 노비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것이 굉장히 많았지. 그래서 처려근지께서는 그 자를 면천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한 상황이었소. 사냥이 끝나고 나서 말이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사냥 때 그런 일이 터질 줄은 상상도 못했지…….”
“…….”
“아무튼 소식을 전했으니 이만 가보겠소이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
“저희에게도 상단 사람들이 있으니 그 석우라는 자의 행방에 대해 직접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지금까지 석우라는 자를 찾는데 쓰인 정보들을 알고 싶습니다.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문제될 건 없소. 처려근지께서도 내심 동현상단에서 같이 찾아줬으면 하고 바라시고 계시니 말이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그만큼 처려근지께서도 그 석우라는 자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계신다오. 내가 처려근지께 말씀 드릴 테니 서로 공조해서 찾아보도록 합시다.”
군사의 말에 의정은 감사해한다.
그렇게 의정의 인사를 받은 군사는 그렇게 말을 전한 후 바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듯 주막을 떠났다.
그 군사가 주막을 떠나자 의정이 돌석비에게 말한다.
“돌석비님. 일단 이 소식을 스승님께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와 동시에 안시성의 처려근지 어른 쪽의 사람이 정보를 알려주면 바로 수색을 나갈 수 있도록 준비도 갖추어 놓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럼 저는 스승님께 바로 소식을 전해야 하니 잠시 방에 들어가 서찰을 쓰겠습니다.”
그렇게 의정은 돌석비에게 말을 하고는 방 안에 들어가 동현에게 전할 서찰을 쓴다.
그리고 잠시 후… 의정은 한 호위무사를 불러 자신의 서찰을 동현에게 전하도록 했다.
* * *
그 시기 동현은… 영양 태왕의 칙사로 온 대중상에게 황명을 받고 있었다.
“소인 김동현.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동현이 그렇게 칙서를 공손하게 받아들고 모든 절차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대중상도 긴장을 풀며 동현에게 말한다.
“허허허… 수고 했네. 이제 바로 운두산성으로 가겠구만.”
“그렇습니다. 모달. 내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출발하려고 합니다.”
“그렇구만. 하긴 지금 늦은 시각이니…….”
“모달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예전에 요동성에서 뵙고 난 후 거의 본적이 없어서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나야 항상 잘 지내지.”
대중상은 동현에게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나저나… 자네 정말 대단하군. 아직 정식으로 임관한 것도 아닌데 태왕 폐하의 신임을 이토록 크게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야.”
“운이 좋았습니다.”
“그건 운이라고 할 수 없네. 자네는 이미 나라에 큰 공을 세웠어. 전염병인 두창을 잡았고 거기에 대량의 소금을 생산함으로써 나라의 큰 부를 이루게 해주었으니 말일세. 만약 자네가 관직에 있었다면 자네는 벌써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관직에 앉아 있었을 것이야.”
“과찬이십니다.”
“이건 진심일세.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훗날 자네가 임관을 하게 된다면 그 공까지 더해져서 더욱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겠지.”
대중상에 계속 자신을 칭찬하자 동현은 더욱 더 겸손해 하며 대답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영채 막사 안에서 이야기가 길어지는 둘… 동현은 대중상을 위해 약간의 술과 음식을 대접하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동현이.”
“예. 모달.”
“자네가 태왕 폐하의 신임을 받고 잘 나가는 것은 좋아. 하지만 경계를 게을리 하지는 말게. 자네를 노리는 귀족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모달. 그 말씀을 막리지 어른께서도 하셨고 대장군과 대모달께서도 제게 해주셨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더 할 말은 없겠군. 하지만 자네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겠네. 자네는 태왕 폐하의 신임을 깊게 받고 있는 사람이면서 아직 어려. 우리 고구려의 미래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 자네 몸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앞서 내가 말했듯이 항상 주변을 경계하게. 알겠나?”
“예. 모달. 모달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만… 그나저나 너무 늦었군. 이제 자야겠어. 더 있다가는 자네가 내일 운두산성으로 갈 때 차질이 생길 테니 말이야.”
“더 있다가 가셔도 됩니다.”
“아닐세. 우리는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시간을 보냈네. 자네 말처럼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자네의 내일 일정도 생각해야지.”
동현은 대중상의 말에 고개를 정중하게 숙이며 말한다.
“그리도 저를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직접 모달께서 묵을 곳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동현은 그렇게 대중상이 묵을 막사를 직접 안내해줬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래. 너도 얼른 자라. 내일 아침 일찍 떠나야 한다며?”
“그렇습니다. 모달.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거라.”
동현은 그렇게 자신의 막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침상 위에 누워 운두산성으로 가면 해야 할 일부터 떠올렸다.
‘으음… 가장 먼저 그곳에 가면 해야 할 일은 이 비사성 앞 포구처럼 영채를 세우는 일이겠지. 그리고 바로 염전을 만들기 시작해야 할 거야. 아… 참! 동해에는 왜적들이 종종 나타난다고 했었는데… 그렇다면 동해에 있는 상단들은 대체 어떤 식으로 백제, 신라와 교역을 하는 거지? 궁금하네. 아… 그리고 안시성에 간 그 일행들과 길이 엇갈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군. 어쩐다?’
동현은 그렇게 한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한 시진 정도 후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조심히 가게. 동현이.”
“예. 모달. 모달 어른께서도 조심히 가십시오.”
“허허허… 그래.”
동현과 대중상은 같이 막사를 나와 서로의 목적지로 향했다.
대중상의 경우는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성으로… 동현은 고려강(두만강)근처에 있는 운두산성으로 각자 인사를 하고는 운두산성으로 향했다.
운두산성으로 향하는 도중 동현은 조용에게 묻는다.
“이보게. 조용.”
“예. 대인어른.”
“비사성에 우리 영채를 누구에게 맡겼는가? 자네가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겼다고는 했는데… 나는 비사성을 맡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말이야.”
“예. 제가 허도에 태수로 있던 시절 저를 보좌했던 자로 동중이라고 하는 자입니다. 허도에서부터 지금까지 저를 따르고 있는 충성스러운 녀석인데 수행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죠. 대인어른께서 일러주신 바를 그대로 전했으니 변수만 없다면 비사성에서 맡은 바 임무를 잘 해낼 것입니다.”
“동중이라… 기억해두겠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따로 보았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제가 기회를 봐서 소개를 시켜드리겠습니다.”
“그래. 이번에 내가 너무 바빠서 보지도 못하고 와서 그런지 마음이 좋지 않아. 꼭 소개를 시켜주도록 하게.”
“예. 대인어른. 그리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사훈도 그렇고 의정이도 그렇고… 일이 잘 되고 있으려나 모르겠군.”
동현은 그렇게 수하들을 걱정하며 운두산성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