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동현, 새로운 곳으로 옮길 준비를 하다
동현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지 못하자 영양 태왕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하하하! 뭐 그리 놀라는가? 내 제안이 싫은 것인가?”
“아… 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태왕 폐하의 제안을 싫어하겠습니까? 다만 너무나도 파격적인 제안이라 놀라서 그렇습니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인가?”
“음… 원하신다면 해보겠습니다. 다만…….”
“……?”
“동해 바다의 경우에는 이 비사성 앞바다처럼 염전을 만드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입니다.”
“어째서?”
“서해의 경우에는 수심이 낮고 조석간만의 차이가 심해서 염전을 만들기에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빠르게 염전을 만들고 대량의 소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동해는 반대로 수심이 깊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강한 파도가 많이 치는 환경이니 지금 여기 있는 서해바다보다 염전을 만들기가 더 힘들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 태왕이 묻는다.
“그렇다면 만들 수는 있는 건가?”
“물론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염전을 만들고 대량의 소금을 생산해 내는데 서해보다 2배 정도의 시간이 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2배라… 으음… 그래도 이것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분명 우리 고구려의 국력에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물론입니다. 소금은 그 나라가 부강해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니까요.”
“맞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으음… 힘들겠지만 동해에도 염전을 만들어주게. 그 지역 주민들을 염전을 만드는데 동원할 수 있도록 처려근지들에게 이야기를 해놓겠네.”
동현은 영양 태왕의 말에 얼굴이 밝아진다.
“태왕 폐하께서 지원을 해주신다면 그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태왕 폐하. 소인이… 태왕 폐하께서 원하는 지역의 성들에 가서 염전을 만들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그렇다면 내가 좀 전에 말한 조건들은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보잘 것 없는 소인에게 절반에 해당하는 5할의 이익까지 나누어 주신다고 하니… 크나큰 은혜에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허허허… 별말을… 자네가 염전을 만들어서 국가에 크게 이바지하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다만 딱 한 가지를 명심하게.”
“……?”
“자네의 상단이 우리 고구려 뿐만 아니라 백제와 신라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아네. 특히 우리 고구려에는 자네 상단이 엄청나게 커지고 넓게 퍼져서 자네 상단을 모두 다 알고 있을 정도지.”
“예.”
“이렇게 상단이 커진다는 것은 자네 가문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고 가문이 커짐에 따라 다른 귀족들이 자네에게 어떠한 견제가 들어올지 몰라. 그것이 물리적으로든…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말이야.”
동현은 영양 태왕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소인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면서 매일 귀족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요동성에 있을 때 강이식 대장군을 따라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고 두창 예방법에 대해 보고를 올린 후부터 귀족들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 느끼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그 이후 저도 그에 대한 것을 대비하려고 주변 귀족들의 동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허어… 그랬구만. 그런 일이 예전부터 있었다면 진작에 내게 상소를 올리지 그랬나?”
“공사가 다망하신 태왕 폐하께서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쓰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소리? 자네와 같은 인재는 내가 더욱 더 보호해 주어야지! 그런 소리 말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있다면 나에게 바로 상소를 올리도록 해. 알겠나?”
“예! 태왕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아… 그리고…….”
“……?”
“이런 일은 없겠지만 자네도 자네가 가진 가문의 힘을 악용하지 않도록 해. 예를 들면… 자네가 시중에 유통 중인 두부나 비누, 그리고 여러 가지 생필품들의 유통을 갑자기 하지 않거나 필요 이상으로 값을 올리는 것이 있겠지.”
영양 태왕의 말에 동현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넙죽 절을 하며 말한다.
“소인이 어찌 그런 마음을 품겠습니까?! 소인은 오로지 우리 고구려를 위해 충성을 다할 뿐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 태왕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만일을 이야기 해 주는 것인데 뭘 그렇게 놀라나? 자자… 얼른 올라와서 앉게. 술이나 한 잔 더 하지.”
“예. 태왕 폐하.”
그렇게 동현은 영양 태왕과 한 동안 좀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소희, 의정과 함께 영채로 돌아왔다.
영채로 돌아온 후 동현은 수하들에게 영양 태왕에게 들었던 말을 모두 털어 놓는다.
“으음… 그 말은 대인어른을 믿으면서도 앞으로 딴 마음을 절대로 품지 말라는 경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대인어른께서 그렇게 하실 경우… 우리 고구려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되니 더더욱 그런 것이겠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바로 의자에서 내려와 절을 하며 그렇게 말을 했던 것이지.”
“아주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순종적인 자세를 보여야 태왕 폐하께서도 대인어른을 밀어주실 것이고 저희가 하는 일에 의심을 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지. 하지만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태왕 폐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은 우리를 계속 주시하겠다는 것이니 말이야. 다들… 앞으로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조심하도록 해. 중요한 일들은 나에게 모두 보고를 하고 행동을 하도록 하고 말이야.”
“예! 대인어른!”
“아무튼 우리에게는 뜻하지 않게 좋은 일이 생겼으니 앞으로 몇 년간은 동해에 염전을 만드는데 집중을 해야겠군. 이제 이 비사성은 우리가 믿을 만한 사람을 남겨 운영해도 괜찮을 것이야.”
“예.”
“이곳에 우리 호위무사 몇 명과 염전을 운영하는 사람,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을 남겨놓고 바로 동해로 가도록 하지. 태왕 폐하께서 해안가에 있는 성들에 대해 따로 알려주신다고 말씀하셨으니 그 성들에 대한 정보를 받는 즉시 떠날 수 있도록 한다. 모두 준비하도록 해!”
동현의 명령에 수하들은 바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영양 태왕의 황명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동해로 떠날 수 있도록 수하들이 비사성을 떠나 동해로 향할 준비를 며칠에 걸쳐 했고 그 사이 동현에게 영양 태왕의 황명이 떨어졌다.
“소인 김동현. 태왕 폐하의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래. 동해 지역 성들의 처려근지들에게 미리 전령을 띄웠으니 다들 잘 협조를 해 줄 것이다. 만약 제대로 협조를 안 하는 놈들이 있다면 바로 내게 상소문을 올려라! 내가 그 놈을 처벌할 것이니 말이다!”
“황공하옵니다! 태왕 폐하!”
“자… 그럼 우리는 이제 돌아가지. 그럼 부탁한다. 동현아.”
“예. 태왕 폐하. 살펴 가십시오.”
“청명이도 종종 서찰을 보내 소식을 전하도록 해. 요즘 뜸하더구나.”
“알겠습니다. 아바마마.”
“자… 그럼 가지! 대모달!”
“예. 태왕 폐하. 다들 가자!”
영양 태왕은 그렇게 동현과 소희에게 말을 하고는 마차를 타고 평양성으로 돌아간다.
을지문덕은 수하들에게 영양 태왕의 마차 옆에서 호위를 하면서 동현에게 말한다.
“앞으로 종종 서찰을 보내며 왕래하고 지내세. 자네를 보니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말이야. 저번에 그 이야기로는 부족하지 않겠는가?”
“물론입니다. 대모달. 살펴 가십시오.”
“고맙네. 나중에 보지.”
“예. 대모달. 아… 그리고 막리지께도 제 안부를 전해주십시오. 같이 오셨는데 태왕 폐하를 뵐 때 잠깐 뵙고 뵙지를 못해서 말입니다.”
“그래. 알겠네. 그럼 수고하게!”
그렇게 영양 태왕과 일행들은 비사성을 떠나갔다.
비사성을 떠나자 옆에 같이 영양 태왕을 전송하던 무창 처려근지 또한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후우… 이제 좀 마음을 놓겠군. 자네도 수고했네. 자네 덕분에 태왕 폐하께서 우리 비사성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그건 처려근지께서 비사성을 잘 다스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한 것이 아닙니다.”
“하하하! 아니야. 자네 덕분에 태왕 폐하께서 아주 많이 흡족해 하셨고 비사성 내의 시찰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할 수 있었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래. 그나저나… 태왕 폐하의 명에 의해 동해로 떠나야 하지 않나?”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느 성부터 갈지 고민입니다.”
동현의 말에 무창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한다.
“그럼 운두산성 쪽으로 가는 것이 어떤가?”
“운두산성 말입니까? 처음 듣는 성입니다.”
“그렇겠지. 그곳은 고려강(두만강의 옛 이름)근처에 있는 산성이니깐 말이야.”
“처려근지 어른. 저는 동해로 가 염전을 만들어야 하는데 왜 고려강 쪽으로 가시라고 하는 것입니까?”
“그곳에 가면 몇 가지 이점이 있네. 일단 첫째… 자네가 이 염전을 만들 때 보니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 그런데 그곳에 있으면 필요한 것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네.”
“필요한 것들을요?”
“이 비사성 같은 경우에는 우리 고구려에서 수군 기지로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이곳에 다 있었지만 동해 쪽은 그렇지가 않을 거야. 다시 말해서 이 비사성에서처럼 염전을 만들 때 필요한 것들을 손쉽게 구할 수 없다는 말이지.”
“그렇군요.”
“그리고 두 번째… 그 주변에는 여러 성들이 많네. 이 말은 우리가 도움을 받을 곳이 많다는 이야기이지. 자네는 황명을 받은 몸이기에 그 황명을 이야기하며 주변의 성들에 이야기를 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일세.”
“음.”
“이 비사성의 처려근지인 내가 자네에게 순순히 협조를 하며 염전을 만들게 해줬는데 누초(고구려 때 최하위층인 지방관, 작은 성을 다스리는 현령급으로 추정)나 가라달(고구려 때 최하위층인 지방관, 작은 성을 다스리는 현령급으로 추정)들이 협조를 안 한다면 말이 안 되지 않겠나?”
동현은 무창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는데 무창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그곳이 자네와 상단에게 있어서 안전하기 때문이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가 있는 이 비사성의 서해 앞바다는 그나마 우리 고구려의 수군이 있기에 해적들이나 왜구들이 설치지 않지. 하지만 동해 같은 경우에는 우리 고구려의 수군들이 서해에 있는 수군들보다 많이 약하네. 그래서 웬만한 일이 아니면 배를 타고 멀리 순찰을 나가지도 않지. 그래서 어부들도 멀리 나가지 않고 포구 근처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네.”
“그 말은… 동해 앞바다 같은 경우에는 해적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렇다네. 특히 왜구들이 많지. 특히 왜구들의 경우 우리 고구려의 힘을 알기에 본토까지는 노리지는 않지만 바다 위에 있는 상선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노략질이 많다고 들었네. 그리고 신라가 만만하니 신라를 주로 침범하지. 자네도 신라에 직접 가봐서 알 것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 정도로 왜구가 활개를 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렇겠지. 자네는 아직 임관한 사람도 아니니 말이야. 아무튼 이렇게 세 가지 이점이 있으니 운두산성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도록 하게. 태왕 폐하께 그렇게 상소를 올리고 이해를 구하면 분명 허락해 주실 것일세.”
동현은 무창의 말에 감사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