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화 영양 태왕, 비사성으로 향하다
영양 태왕은 장계를 받자마자 매우 기뻐하며 소리친다.
“하하하하! 성공이라?! 대량의 소금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라?!”
“장계가 올라왔사옵니까?”
“그래! 여기 보게! 막리지! 비사성의 처려근지인 무창이 보낸 것인데 염전이 성공하여 대량의 소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구만!”
영양 태왕의 말에 장계를 넘겨받은 연태조는 그 장계를 읽어보고는 감격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고구려는 더욱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암! 그렇고말고!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비사성으로 가야겠어!”
“예? 직접 말씀입니까?”
“그래야지! 이런 큰일을 한 동현이를 위로하고! 그에 맞는 포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동현이는 아직 관직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도 아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포상을 해야 해. 그리고 나서 그것을 활용하여 우리 고구려의 힘을 키울 생각을 해야지. 그렇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더 포상을 할지 고민이군요. 굳이 더 포상을 한다면… 요동성처럼 땅을 좀 더 주는 것인데…….”
“음… 이건 어떻겠나?”
“……?”
“다른 우리 고구려의 포구를 비사성 포구와 같은 조건으로 내주는 거야. 그렇다면 우리 고구려의 재정도 더욱 부유해지고 튼튼해지지 않겠나?”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가 놀라며 대답한다.
“예? 하지만 태왕 폐하.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큰 상단인 동현이의 상단은 더욱 더 엄청나게 커지게 될 것입니다. 안 그래도 현재 동현이의 상단으로 인해 나라의 경제가 돌아간다고 할 형편인데… 만약 여기서 더 커진다면 훗날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으음… 그 녀석이 만약 거래를 끊어버리고 항구를 닫아버리면 문제가 될까봐 그러나?”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자네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어.”
“그것이 무엇입니까?”
“좀 전에 자네가 동현이에게 뭐라고 했나?”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녀석이 아직 관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않은가?”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될게 없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녀석에게는 군사력이 없다는 말일세. 사병들인 호위무사들이 있긴 하지만 그 사병들이 우리 고구려의 정규군들보다 강하겠나? 그리고 현재 군권은 나의 심복인 을지문덕 대모달과 강이식 대장군이 쥐고 있네. 그러니 문제될 것이 전혀 없어.”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하지만 태왕 폐하. 좀 전에도 말했듯이 그 녀석은 언젠가 관직에 오른다고 말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군사를 가지게 될 것이고 그 힘을 불리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큰 문제가 됩니다.”
“나도 아네. 하지만 지금 일어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만약 그 녀석이 관직에 들어오게 되면 그 이후 내가 따로 조치를 취하면 될 일. 지금은 관직에 있지 않는 이상 그렇게 경계를 할 필요가 있나 싶어.”
“태… 태왕 폐하!”
“너도나도 장계에서 그 녀석에 대한 충성심에 대해 의심하지 말라고 하더군. 심지어 고승 장군도 내게 그런 말을 하고 갔어.”
“고승 장군도 말입니까?”
“그래. 정말 진실된 사람이라고 말까지 하더군.”
“…….”
“자네가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 하지만 막리지. 날세. 나 이 나라의 태왕이며! 고구려의 지존인 사람이야! 내가 그깟 사람 하나 통제를 하지 못할 것 같나?”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넙죽 절을 하며 대답한다.
“소… 소신이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다만 소신은…….”
“알아. 자네도 말했듯이 훗날이 걱정된다는 것 말이야. 하지만 지금 현실을 바로 보게. 일단 그 녀석으로 인해 두창이 우리 고구려에서 사라지게 되었으며 소금을 대량 생산 할 수 있는 것으로 인해 나라는 부유해질 수 있게 되었네. 자네가 나에게 말했듯이 우리 고구려가 수나라와 맞서려면 재정적으로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이야. 그 재정을 바탕으로 우리가 군사를 크게 키우고 수를 늘려야 하지. 특히 수군도 말이야. 그러려면 현재 그 녀석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은 그 녀석을 이용할 필요가 있어.”
“…….”
“지금 딴 마음을 품고 있지 않지만 만약 그 녀석이 딴 마음을 품고 우리 고구려에 해를 가하려 한다면 그 때는 나도 조치를 취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내가 항상 그 녀석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태왕 폐하.”
“대신… 다른 곳은 지금 비사성과 다르게 우리가 받는 이문의 비율을 더 높이는 것이 좋겠어. 비사성에 있는 3할만으로는 우리 국가 재정의 이문을 채우는 것이 부족할 것이니 말이야.”
“그럼 얼마나…….”
“절반! 5할일세. 이문을 반씩 나누는 것으로 하고 포구 운영을 동현이에게 맡기도록 하지.”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가 바로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소신이 태왕 폐하를 따라 갔을 때 말을 해보겠습니다.”
“아닐세. 그 이야기는 내가 직접 가서 동현이에게 할 것이야. 내가 직접 그 녀석을 만나보는 동시에 이 말을 전한다면 내가 본인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본인이 알테니 경거망동 할 일은 없겠지.”
영양 태왕은 혹시나 동현이 딴 마음을 품을 것을 생각하여 자신이 동현을 직접 보고 말을 전하려 했다.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도 동의한다.
“아주 좋은 결정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동현이에게 혹시 있을지 모를 불순한 마음을 없앨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리고 그 녀석을 직접 보고 싶어. 내가 보고 마음에 들면 그 녀석을 키워서 우리 황실을 수호하는 사람으로 만들 생각도 하고 있네.”
“예? 그렇게까지…….”
“막리지.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네. 언젠가는 명을 다하게 되지. 나도 그 날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태왕 폐하. 옥체에도 별 문제가 없으신데…….”
“물론 그렇지. 하지만 자네도 예전에 말했다시피 내가 현재 피고 있는 정책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자들이 꽤 많아. 내가 행여 그 자들에게 암살을 당할 수 있지 않은가?”
영양 태왕의 말에 막리지가 깜짝 놀라며 대답한다.
“아니… 태왕 폐하! 무슨 그런 황망한 말씀을?!”
“놀라기는… 사실인데… 현재 나를 노리고 있는 자들은 엄청나게 많아. 단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황권의 힘이 워낙 강하니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말이야. 만약 내가 급작스럽게 죽거나 병으로 죽게 되면… 분명 그들은 고개를 쳐들겠지.”
“…….”
“그러니 그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두어야 해. 그 날을 위해서는 내 편을 더욱 더 늘려야 한다. 일단 그 동현이라는 녀석을 보고 내 편이 될 수 있는 녀석인지 내가 직접 봐야겠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다니… 알겠습니다. 일단 비사성의 처려근지인 무창에게 곧 태왕 페하께서 가실 것이라고 장계를 보내놓겠습니다. 비사성을 시찰한다면서 말입니다.”
“그래. 그렇게 해주게.”
연태조는 그렇게 영양 태왕과 이야기를 마친 후 편전을 나와 자신이 일을 하는 막리지 관부로 가 장계 내용을 꾸몄다.
그리고 바로 비사성으로 장계를 띄우는데…….
“뭐라? 태왕 폐하께서 이곳을 시찰하고자 오신다니?!”
“그렇습니까? 장계 내용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까?”
“그렇다네. 이거… 바로 준비를 해야겠군. 장계를 보내면서 바로 출발을 하셨을테니 말이야. 정발. 자네는 태왕 폐하가 오실 때를 준비해주기를 바라네. 비사성 근처의 길을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고 비사성 주변의 치안을 더욱 더 엄하게 단속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처려근지!”
고승이 떠나고 잠시 처려근지 대행을 맡았던 정발은 새롭게 처려근지가 된 무창의 보좌를 다시 한 번 맡게 되었다.
정발은 무창의 명령을 받자마자 비사성 안의 문제를 살피기 위해 방을 나갔다.
정발이 밖을 나가자 무창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디론가로 향한다.
“아니… 처려근지께서 기별도 없이 어인 일이십니까?”
“급한 일이 있어서 이리 들렀네.”
“급한 일이라니요?”
“곧 태왕 폐하께서 이 비사성으로 시찰을 나오실 것이네.”
“예? 태왕 페하께서요? 친히 오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도 장계를 받고 놀랐네. 하지만 여기까지 오시려면 며칠간의 시간이 걸려. 그러니 그 동안 태왕 폐하를 맞이할 준비를 철저하게 해 두도록 하게. 아무래도 이번에 염전에 만들어지면서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한 것을 보러 오실 모양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처려근지 어른.”
“태왕 폐하께서 이 근처에 오시면 내가 자네에게 사람을 보내겠네. 나와 비사성 앞에서 같이 태왕 폐하를 맞이하도록 하지. 그게 좋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처려근지 어른. 태왕 페하께서 근처에 오시면 꼭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알겠네. 그럼 난 이만 가지. 태왕 폐하를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빨리 움직여야 하니 말이야.”
“예. 처려근지 어른. 살펴 가십시오.”
동현은 그렇게 무창을 돌려보내고 난 후 수하들을 모두 자신의 막사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좀 전에 무창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예? 태왕 페하께서요?”
“그래. 며칠 뒤에 이 비사성에 도착을 하실 것이라는군.”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겠군요.”
“그렇다네. 그래서 내가 자네들을 부른 것이야. 지금 바로 태왕 폐하가 오실 것을 대비하여 준비를 해주게. 특히! 염전에서 나는 소금을 맛보시길 원하실 수 있으니 그것들을 당장 준비시켜놓고!”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그리고 호위무사들과 하인들, 짐꾼들 모두 태왕 폐하께서 오시면 모두 절을 하고 땅에 머리를 조아리도록 철저하게 교육하게. 알겠나?”
“예! 대인어른! 그리하겠습니다!”
“또 염전을 둘러보실 수도 있으니 내가 직접 안내하며 설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태왕 폐하께서 염전을 둘러보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그 준비도 철저하게 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동현의 명령에 수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며칠 뒤.
“태왕 폐하.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비사성입니다.”
“그런가?”
“예. 아마 비사성의 무창 처려근지가 마중을 나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겠군. 동현이 그 녀석도 같이 나와 있겠지?”
“그럴 것입니다.”
“저도 궁금하군요. 워낙 신동이라고 하던데… 막리지와 대장군의 말을 들으니 너무나도 궁금해집니다.”
“아…! 그러고 보니 대모달도 이번에 동현이 녀석을 보는 것이 처음이군?”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그래서 기대가 큽니다. 막리지도 그렇고 강이식 대장군도 그토록 칭찬을 하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나도 기대가 된다. 음? 저기 앞에 누군가 보이는 것 같은데?”
“무창 처려근지가 마중을 나온 듯 보입니다. 지금 말에서 내려서 이곳으로 오는군요.”
을지문덕의 말에 마차 안에서 타고 있던 영양 태왕이 달려오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잠시 후… 달려오던 사람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외친다.
“신 비사성의 처려근지 무창! 태왕 폐하를 뵈옵니다!”
“그래. 일어나거라.”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의 명령에 무창과 함께 온 사람들도 같이 일어나는데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고는 영양 태왕이 묻는다.
“비사성의 처려근지인 무창과 더불어 염전을 만든 김동현이라는 신동이 있다고 들었다. 그 자는 어디 있느냐?”
“예. 태왕 폐하! 여기 있습니다! 뭐 하는가? 태왕 폐하께 인사올리게!”
“예. 처려근지 어른. 태왕폐하! 소인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동현이 인사를 하자 영양 태왕은 마차에서 내리더니 동현을 향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