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동현, 특기 의술로 시미즈 히로무를 수술하다
동현은 갑자기 절을 하는 시미즈 히로키를 일으키며 말한다.
“왜 이렇게까지…….”
“이제 제 대인어른은 제 주인이십니다. 형님께서 명하셨으니 마땅히 따라야지요.”
“처숙부…….”
절을 하는 시미즈 히로키를 보며 시미즈 히로무는 안심이 된 듯 말한다.
“이제야 내가 마음 놓고 사위에게 내 몸을 다 맡길 수 있겠구만…….”
“장인어른…….”
“부탁하네. 사위…….”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려 했으나 애써 참으며 말한다.
“장인어른의 병을 낫게 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동현은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에게 말하고는 시미즈 히로키에게 말한다.
“내일까지 상태를 보고 장인어른께서 기력이 오늘과 같은 상태이면 내일 바로 수술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숙부.”
“예. 대인어른. 그렇게 하십시오.”
동현은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의 수슬 날짜를 정했다.
그리고 다음 날… 시미즈 히로무의 상태가 괜찮은 것을 확인한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에게 말한다.
“오늘 진행을 하겠습니다.”
“그래. 그것을 마시면 되는 건가?”
“예. 마폐탕입니다.”
“후우… 이것을 마시면 한 동안 내가 의식을 잃게 되고 그 동안 자네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로구만.”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알겠네. 마시지…….”
동현이 건네는 마폐탕을 시미즈 히로무는 단숨에 들이켠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는 시미즈 히로무.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가 마취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장인어른!”
“…….”
“장인어른!”
“…….”
“완전히 마취가 되었군. 수술을 진행하면 되겠어. 허손. 자네는 내가 하는 것을 돕게.”
“예. 대인어른.”
동현은 그렇게 자신의 장인인 시미즈 히로무를 살리기 위한 수술을 시작했다.
수술이 시작되자 동생인 시미즈 히로키와 아내인 화연은 다른 방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 되어야 할 텐데…….”
“그러게 말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대인어른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소리는 나도 들은 바가 있으니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시작한 거… 대인어른을 믿어야지 어찌 하겠느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괜히 명을 당기는 것이 아닐까 해서 말입니다.”
“형님께서 동의하신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상태가 계속되면 형님께서는 분명 얼마 있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것이야.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믿어봐야지.”
시미즈 히로키와 화연은 수술이 잘 될까에 대한 걱정으로 한 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둘이 걱정하고 있는 사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현과 같이 수술을 하던 허손이 먼저 방에서 나와 화연과 시미즈 히로키를 찾았다.
“어떻게 되었는가?”
“예. 일단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그래?”
“예. 마님. 하지만 워낙 병이 중한 상태의 수술이라 사흘에서 나흘이 큰 고비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 눈을 뜨시면 괜찮지만 눈을 뜨지 못하시면 영영 저대로 지내거나 세상을 뜨실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런…….”
“길면 이레쯤에 눈을 뜨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일단 마음을 편히 먹고 기다리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계속 대인어른께서 상태를 살피실 것이니까요.”
“알겠네. 서방님은 어디 계시는가?”
“예. 수술이 끝난 뒤에 뒷정리를 하시면서 계속 간호 중이십니다.”
“내가 도와드려야겠군. 혼자서 며칠을 밤을 새는 것은 몸에 좋지 않으니 말이야.”
“지금은 아무도 방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어째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 자신이 살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 방 안에 같이 있다면 집중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이제 저보고도 나가 있으라고 하시더군요.”
동현의 말에 화연은 걱정스러운 듯 대답한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실 텐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너무나도 단호한 명령이라서 말입니다.”
“그래?”
“예. 이제부터 한 발짝이라도 다른 사람이 발을 들여 놓으면 크게 혼이 날 것이라는 말까지 제게 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셨다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사람을 불러야 할 텐데?”
“문 앞에 하인들을 교대로 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따라온 호위무사 몇 명을 교대로 그곳에 있게 했습니다. 그들이 없을 때는 제가 있을 것이고요.”
“잘했네. 부디 아버지께서 무사히 깨어나셔야 할 텐데…….”
“잘 될 것입니다. 마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맙구나.”
허손이 그렇게 화연을 위로하며 그 날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동현이 수술을 하고난 뒤 닷새 후…
“아직 아버지께서 정신을 차리지 못 하시다니… 대체 어찌 된 것인가?”
“조금만 기다려 보시지요. 이레 정도에 깨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말입니다.”
화연은 닷새나 지났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자신의 아버지 시미즈 히로무를 위해 며칠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먹을 것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데 그 때…
“마님! 지금 깨어나셨답니다!”
“그래? 아버지가?”
“예! 마님!”
“지… 지금 당장 가봐야겠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반 시진 정도 뒤에 오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상태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아… 이런 답답할 때가…….”
“그래도 이제 정신이 드셨으니 다행이 아닙니까?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허손의 말에 화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손의 말을 듣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번에는 동현이 방으로 들어와 화연에게 말한다.
“부인.”
“서… 서방님!”
“지금 들어가십시다!”
“아… 아버지 상태는 괜찮으십니까?”
“그렇소 부인. 하지만 이제 정신이든지 얼마 안 되었으니 너무 많은 말을 하지는 말도록 하시오. 알겠소? 부인?”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 같이 들어갑시다. 처숙부께서는?”
“상단의 일 때문에 잠시 집을 나가셨습니다.”
“음… 있다가 돌아오면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아주 잠깐만 장인어른을 뵙게 하시오. 지금부터 당분간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니 말이오.”
“알겠습니다. 서방님.”
동현은 그렇게 화연에게 신신당부를 하고는 시미즈 히로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 아버지!”
“미치코구나…….”
“흐흐흑… 사셨어요. 아버지… 흐흐흑…….”
“울기는 왜 우느냐… 사위 덕분에 살았는데… 허허허…….”
“장인어른. 수술을 하고 의식이 돌아온지 닷새가 흘렀습니다. 지금 막 정신을 차려서 기력도 없으실 테니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마십시오.”
“알겠네… 사위…….”
“밖에 있느냐?!”
“예!”
동현의 말에 하인이 바로 방 안으로 들어온다.
하인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동현은 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어 내민다.
“이것을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장인어른께 먹여야 하느니라. 내가 여기 처방해 준대로 약을 달여서 먹이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명심해라! 여기 있는 것 중에 단 하나라도 빠져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예!”
“그리고 이제 정신이 돌아오시고 얼마 후면 수술한 부위에 통증이 생기실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써 준 처방대로 바로 약을 달여 오도록 해라. 그 약에 치료는 물론이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재도 들어가 있으니 그 약을 달여서 빠른 시간 안에 마시셔야 한다. 지금 빨리 달여오도록 해! 바로 가!”
“예!”
하인은 동현의 말을 듣자마자 처방전을 받아서 빠르게 방을 나갔다.
동현은 하인이 나가고 나자 다시 한 번 시미즈 히로무를 진맥하며 말한다.
“이제 맥이 조금씩 정상을 찾고 있습니다. 후우… 고비는 확실히 넘기셨습니다.”
“고맙네…….”
“여기 이것이… 장인어른의 폐에 붙어 있던 암 덩어리입니다.”
“그… 그렇게 큰 것이 내 몸에?”
“예. 이것이 폐에 붙어 있어서 숨을 쉬는 것도 불편했던 것이고 피를 토하셨던 것입니다.”
“그랬군…….”
“그리고 일단 그 주변에 옮긴 다른 부위의 암 덩어리도 눈에 보이는 것만 뗄 수 있는 것은 떼어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쪽은 확인할 길이 없으니 이제 그 암 덩어리를 모두 죽이려면 약을 꾸준히 복용하시고 모두 죽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저번처럼 일단 제가 말한 대로 음식을 잘 드시면서 기력을 되찾으시고 약을 같이 드신다면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자네 말에 전부 따르겠네. 고마우이…….”
“힘내십시오. 장인어른.”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의 손을 잡으며 계속 시미즈 히로무를 간호한다.
그런 동현을 보며 옆에 있던 화연이 말한다.
“서방님.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신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좀 쉬시지요.”
“나는 괜찮소. 부인이야말로 며칠간 잠을 못 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먼저 눈 좀 붙이시오. 지금은 내가 장인어른을 좀 더 봐야 하오. 지금 눈을 뜨시고 의식이 돌아오셨다고는 하지만 아직 불안한 것이 있어서 말이오. 그러니 오늘 저녁까지 내가 장인어른의 상태를 살펴보고 괜찮다면 저녁에 교대를 하는 것으로 합시다.”
“하지만…….”
“미치코… 동현이 말대로 해라… 나는 지금 사위와 함께 있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럼 전 건너가서 눈 좀 붙이고 올게요.”
“그래…….”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화연이 방을 나간다.
화연이 방을 나가자 시미즈 히로무가 동현에게 말한다.
“허허허… 내 명이 다한 줄 알았는데 자네가 나를 살렸구만.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장인어른. 이제 제가 처방한 약대로 약만 드시면 몸도 회복하실 수 있을 것이고 예전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 하지만… 이제 나는 예전처럼 그렇게 활동을 하지 않을 생각이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이렇게 자리보전하고 누운 뒤 후회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
“내가 이끄는 상단을 하루라도 빨리 내 딸이나 자네에게 맡기지 못한 것이야.”
“장인어른.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그 결정에 후회가 없으십니까?”
“후회 없네. 이미 죽었다 깨어난 사람에게 후회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제 난… 좀 쉬고 싶어. 자네 덕분에 우리 가문은 크게 성장했고 엄청나게 커졌네. 이만하면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보네.”
“하지만… 장인어른의 가문 사람들이 제 가신으로 들어오게 된다고 하면 흡수를 당하는 것입니다. 장인어른이 가문인 시미즈 가문 자체의 후대가 사라지는 것이지 않습니까?”
동현의 말에 시미즈 히로무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도 나중에 내가 죽고 나면 기록으로는 남지 않는가? 자네 가문의 가신이 되라고 명령한 사람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기록이 될 것이고… 거기다 내 딸이 자네의 아내이고 그 자식들이 함께하지 않나? 달라진 것이라고는 그저 내 시미즈라는 성 뿐이야. 후대에 말이지…….”
“…….”
“그런 표정 짓지 말게. 나는 정말 괜찮아…….”
“장인어른의 뜻을 받들어서… 제 이름과 가문을 떨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난 자네를 믿네.”
“너무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조금 쉬시지요.”
“그래… 자네도 옆에 누워서 좀 쉬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잠시 시미즈 히로무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옆에 같이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약 열흘 후.
“다행이군요. 약이 잘 들어서 몸의 기력도 회복되고 있고 상태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한 동안 계속 누워만 계셔서 걷지를 못하셨으니 이제 하인들의 부축을 받고 조금씩 걷기 운동을 하십시오. 사람은 움직여야 살 수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있게 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그래. 그렇게 하겠네. 다시 한 번 고마워…….”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요.”
“그나저나… 자네…….”
“……?”
“나 때문에 본토의 일을 많이 미루어두거나 하지 않았는가? 이제 돌아가야지.”
“장인어른이 더 좋아지면 그 때 가도 됩니다.”
“무슨 소리? 내가 이렇게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데… 그리고 자네가 약도 다 처방을 해놓았지 않은가? 그러니 이제 돌아가게. 위험한 고비도 넘겼다며?”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 암이라는 것이 커지면 위험한 병이라서…….”
“그럼 그 때가 되서 내가 다시 자네에게 서찰을 보내겠네. 계속 이곳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얼른 돌아갈 준비를 해.”
시미즈 히로무는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로 동현에게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