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동현, 시미즈 히로무를 치료 할 준비를 하다
동현은 사훈과 함께 배를 타고 빠르게 시미즈 히로무가 있는 이와미로 향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포구에 배를 대게 되었고 그 항구에는 동생인 시미즈 히로키가 맞이하고 있었다.
“처숙부께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당연히 와야지. 형님의 사위와 딸이 온다는데…….”
이제는 시미즈 히로무와 마찬가지로 시미즈 히로키도 조선말에 익숙해져 있었다.
“화연이에게도 연통을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거리가 머니 그곳에 먼저 연통을 하고 자네에게 서찰을 보낸 거야. 그런데도 자네보다도 도착하는 것이 늦군.”
“거리가 제법 되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 하지만 곧 올 때가 되었는데…….”
“바람이 잘 불지 않으면 조금 늦기도 하니 어쩔 수 없지요.”
“하긴… 그건 그래.”
“그나저나… 장인어른께서 얼마나 안 좋으신 것입니까?”
“다른 의원들은 폐에 크게 병이 들었다고 하네. 연신 피를 토하는데… 병을 고칠 수가 없고 깊어져서 오늘 날에 이르렀다네.”
“왜 진작에 제게 연락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저도 의술을 할 줄 알아서 그 소식을 들었다면 빨리 방문해서 진맥을 해보았을 텐데요.”
“형님께서는 자네가 하는 일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고 나를 말리셨네. 지금 자네의 상단이 중원에서 크게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고구려, 백제, 신라에도 크게 이름을 떨치며 커지고 있는데 자신이 아픈 것이 알려지면 자네에게 큰 방해가 된다고 해서 말이야.”
동현은 시미즈 히로키의 말에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왜 그렇게까지…….”
“그만큼 자네를 생각하셨겠지. 그리고 딸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말이야. 응? 저기 배가 들어오는 것 같군. 내가 보낸 사람과 함께 같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시미즈 히로키가 항구 쪽을 바라며 말하자 동현도 그 쪽을 향해 돌아본다.
그리고 잠시 후…….
“서방님.”
“왔소? 부인.”
“예. 서방님. 어? 숙부님이 직접 나오셨습니까?”
“그래. 너까지 왔으니 이제 바로 가면 되겠군. 가자!”
“예. 숙부님.”
시미즈 히로키는 그렇게 자신의 형이 있는 집으로 동현과 화연을 이끌었다.
미리 준비한 말들과 몇 명의 호위들을 데리고 빠르게 집으로 달린 덕분인지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형님! 사위인 동현이와 딸인 미치코가 왔습니다!”
“…….”
“형님!”
“으응…….”
“사위인 동현이와 미치코가 왔어요!”
“그래… 어디…….”
시미즈 히로무는 완전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서 동현과 화연을 바라보는데 화연은 시미즈 히로무의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터뜨린다.
“어… 어떻게 이렇게까지 마를 수가… 먹는 것을 지금 하나도 못 먹는 거예요?”
“먹어도 조금만 지나면 바로 토해버린다… 그래서 저렇게 된 것 같아…….”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알리지 않을 수가 있어요? 흐흑…….”
화연이 눈물을 터뜨리자 시미즈 히로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우… 울지 마라… 사… 사람은 때가 되면… 가는 법이다…….”
“그런 소리 하지마세요. 아버지! 흐흑…….”
동현은 안 본 사이 병으로 인해 앙상하게 말라 버린 시미즈 히로무를 보고는 말한다.
“장인어른. 소인이 한 번 진맥을 해보겠습니다.”
“자… 자네가 진맥을 해 봐도 마찬 가지야. 이미 난… 가망이 없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그래도 고칠 수 있는지는 봐야지요.”
동현은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의 양쪽 손목을 번갈아가며 진맥을 한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떤가?”
“장인어른. 대체 이 고통을 어찌 참으셨습니까? 폐에… 엄청난 크기의 덩어리가 느껴집니다. 고통이 상당하셨을 텐데…….”
“허허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나…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진맥을 받아보니 의… 의원이 말하기를 이미 치료하기에는… 느… 늦었다고 하더군.”
“분명 그 전에도 불편한 것이 있었을 겁니다.”
“그… 그랬지. 하지만 그건…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가끔 있던 것이라… 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었다. 그…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게 되었군… 쿠웨엑!”
“자… 장인어른!”
시미즈 히로무는 동현과 말을 하다가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해내고는 기절하고 말았다.
동현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 품에 있던 침통을 꺼내 응급조치를 하고는 다시 맥을 짚는다.
“후우… 한 고비는 넘겼군요.”
“그런가?”
“예. 하지만… 진맥을 해보니 장인어른의 몸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닙니다. 폐에만 우리 몸을 해치는 덩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퍼지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뭐라? 그것이 참인가?”
“예. 다른 의원들이 이야기를 안 해주던가요?”
“그… 그렇네. 그 사람들은 폐에 있는 덩어리만 이야기를 했어.”
“지금 이 덩어리는 물론이고 퍼져 가고 있는 덩어리들이 문제입니다. 저는 이것을 반위 또는 암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몸에 퍼지면 퍼질수록 사람의 몸을 망가뜨리니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만… 치료가 매우 어려워서 치료를 시도하더라도 이 병을 고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하는 치료 방법이 통할지 안 통할지… 모르겠군요.”
“그 말은…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다만 좀 전에도 말했듯이 제가 말한 것이 통하지 않으면 거기서 끝입니다. 그리고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지요.”
동현의 말에 시미즈 히로키가 손을 잡으며 부탁한다.
“우리 형님을… 좀 살려주게! 응?!”
“소인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일단 지금 상태로 치료는 안 됩니다. 기력을 회복하셔야 하니 제가 처방하는 대로 약부터 지어 주십시오.”
“알겠네!”
“그리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먹어야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소인이 써 주는 재료들로만 해서 미음으로 장인어른을 먹여주십시오. 이 치료는 기력이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치료이니 부탁합니다.”
“자네 말에 따르도록 하지! 지금 당장 움직이겠네!”
동생 시미즈 히로키는 형을 살리기 위해 동현이 말한 재료들을 받아 적은 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준비되는 동안 동현은 수시로 시미즈 히로무의 진맥을 하며 간호를 하는데 옆에 있던 화연이 묻는다.
“저… 서방님.”
“……?”
“아버지가… 살 수 있을까요?”
“장담할 수 없소. 부인. 병이 너무나도 중하기 때문에 나도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구려.”
“흐흐흑…….”
“울지 마시오. 내가 최선을 다 해보겠소.”
“감사합니다. 서방님…….”
동현은 눈물을 보이는 화연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해준다.
그렇게 동현과 화연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미즈 히로무를 간호하는 사이… 시미즈 히로키는 하인들에게 빠르게 약을 달이고 미음을 만들어 시미즈 히로무에게 먹였다.
동현은 그렇게 먹이고 난 후 며칠 간 밤을 새워가며 시미즈 히로무를 화연과 함께 간호를 했다.
그렇게 열흘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아버지. 좀 괜찮으세요?”
“그래. 오늘은 몸이 좀 가볍구나.”
“다행이네요.”
“사위가 나를 정성껏 간호를 해 준 덕분이지. 하지만…….”
“……?”
“그래도 이 정도로는 내가 기력만 조금 회복했을 뿐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해… 사위가 괜한 고생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구나.”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동현이 대답한다.
“장인어른.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것이네…….”
“그래도 시도는 해 보아야지요. 그리고 일단 기력을 이렇게 회복하신 것만 해도 희망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힘을 내십시오.”
“고맙네. 사위… 그리고 내 딸에게 서찰을 통해서 종종 소식을 들었어. 정말 잘 대해주고 있다고 말이야.”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외지에만 돌아다녀서 제대로 대해주지도 못했는데요.”
“그건 사내로서 해야 할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후우… 말을 많이 했더니 조금 힘들군. 좀 쉬어야겠어.”
“예. 조금 더 쉬십시오. 이대로 기력을 조금만 더 회복한 뒤에 며칠 뒤 상태를 보고 제 치료 방법을 정하겠습니다.”
“그래. 자네가 좋을 대로 해보게.”
시미즈 히로무는 동현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말을 했으나 이미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체념한 듯 대답했다.
그런 시미즈 히로무를 보며 동현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고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며칠 후…….
“뭐라? 몸을 가른다고?”
“예. 예전에 제 수하인 조용의 딸 또한 위에 큰 암이 생겨서 제가 덜어낸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폐에 그것이 달라붙었으니… 그것을 잘라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살 수 있는가?”
“수술만 잘 되고 장인어른께서 버틸 수만 있으면 나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는 꾸준히 해야 합니다. 다른 곳에도 이런 암이 퍼지고 있으니까요.”
“으음…….”
“열어보면 폐에 있는 암 외에도 눈에 보이는 암을 떼어낼 수 있는 것들은 떼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침과 약, 뜸을 통해 치료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동현의 말에 시미즈 히로키가 고민하는데 그 모습을 침상에서 보고 있던 시미즈 히로무가 대답한다.
“목숨은 하늘에 달린 것이니 사위가 말하는 대로 해보지…….”
“형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잘못하다가는 배를 가르고 암을 떼어내는 중에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내 명이 거기까지인 것이지.”
“…….”
“시도를 해서 살면 나는 아직 명이 좀 남아 있는 것이고… 이미 살만큼 살아서 미련은 없네. 다만… 혹시 모르니 미리 유언을 남기지.”
“형님…….”
“우리 가문은… 사위 덕분에 더욱 더 커졌고 우리가 있는 땅에 다른 가문들에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모두 사위 덕분이야. 그러니 만약 내가 죽게 되면… 우리 모든 사람들의 가문은 사위의 가문으로 배속되도록 해라.”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동현이 매우 놀란다.
“뭘 그리 놀라느냐? 어차피 내 딸이 네 부인이니 당연한 것이지…….”
“그래도 장인어른. 처숙부가 계시는데…….”
“내 동생에게 누누이 말했지만 이 녀석은 우리 가문과 상단을 이끌 재목이 못 된다. 시미즈 히로키. 너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형님…….”
“본래 내 딸이 혼인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 나는 이 가문을 내 딸에게 그대로 물려주려고 했었다. 상인들에게 있어서 성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니 손가락질 받을 것도 없고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내 딸보다도 훨씬 대단한 사위가 나타났으니… 이 가문을 사위에게 주는 것이 마땅하지.”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덥썩 가문을 넘겨받고 싶었지만 지금 받게 된다면 행여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지금 시미즈 히로무의 말을 듣고도 거절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장인어른. 본래 이 가문은 장인어른의 것이었습니다. 그 명맥을 이어나가야지요. 어찌 그런 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허허허… 좀 전에도 말했네. 내 동생은 재목이 안 된다고… 아… 자네가 왜 그리 거절을 하는지 알겠군. 내가 말한 것을 바로 받아들인다면 주변의 비난이 두려워서인 것 같은데…….”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속으로 매우 놀라워했으나 그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대답한다.
“소인이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소인은 애초에 장인어른의 가문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가 이끄는 가문과 영원히 함께 갈 동반자라고 생각했지요.”
“그래? 하지만 자네와 내 딸이 혼인을 하면서 하나가 되었지. 그렇다면 이제 내 가문도 자네의 가문이 되는 것도 괜찮아. 그리고 내가 본 자네는… 더 크게 날아오를 수 있는 재목이니 말이야.”
“…….”
“히로키는 무엇하고 있느냐? 내가 사위의 의술로 인해 살아나던 말던… 너와 이제 우리 가문은 동현의 가신이다. 동현이에게 절을 하거라.”
“예. 형님.”
시미즈 히로무의 명령에 동생 시미즈 히로키는 바로 동현에게 절을 한다.
동현은 그 모습에 너무나도 놀라 히로키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