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동현, 새로운 배를 만들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기다
연태조는 동현의 말에 눈이 번쩍하고 뜨며 말한다.
“방법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막리지 어른께서도 아시겠지만 제가 하는 일로 인해 여러 귀족들과 욕살 분들께서 들고 일어나시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권을 빼앗기거나 자신들의 입지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이지요.”
“그래. 맞아.”
“제가 하는 일은 여러 귀족들과 욕살들의 지지기반을 빼앗자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태왕 폐하께 힘을 실어주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태왕 폐하의 강력한 황권으로 그들을 누르는 형태가 될 것이고 말입니다.”
“음.”
“현재 태왕 폐하께서도 강화된 강력한 황권을 가지고 많은 귀족들과 욕살들의 반발을 힘으로 누르는 형태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힘을 현재의 태왕 폐하께서는 매우 잘 활용하고 계시고 말입니다.”
“힘으로 누르는 형태라…….”
연태조가 동현의 말을 듣고 흥미로운 눈빛을 하며 계속 동현의 말을 경청한다.
“예. 과거 광개토태왕 폐하께서도 그러했고 장수태왕 폐하께서도 이런 형태를 붕어하실 때까지 유지를 해서 강력한 황권을 이어나갔음을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형태는 군주가 바뀔 때 그 힘이 급격히 약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
“광개토태왕 폐하와 장수태왕 폐하께서는 워낙 강한 군사력과 사전에 많이 눌러놓으셨기 때문에 물려주셨을 때 그 황권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하지만 반발이 없는 건 아니었죠. 그렇게 했음에도 장수태왕 폐하께서 즉위하신 해부터 광개토태왕 폐하시절 힘에 눌려있던 귀족들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
“그런 귀족들을 장수태왕 폐하께서 현명하게 대처를 하셨고 똑같이 힘으로 눌러서 우리 고구려가 당시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저들의 지지기반을 없앨 수 있겠는가?”
“제가 이 말을 하기 전… 하나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현재 귀족들과 욕살들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큰 지지기반이라… 아무래도 자신들이 거느리고 있는 사병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런 많은 인원들을 부양할 수 있는 토지도 있고 말이야.”
“아주 잘 보셨습니다. 그런데 이것에는 현재의 막리지 어른과 을지문덕 대모달, 강이식 대장군 모두 해당됩니다.”
“그렇지.”
동현은 앞으로 할 말이 긴장이 조금 되는지 앞에 있던 차 한 잔을 마시고 목을 축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제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귀족들과 욕살들의 지지기반을 확실하게 빼앗고 약화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막리지 어른과 대모달, 대장군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것이지요. 즉 다시 말해서 모든 권력이 태왕 폐하께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자네가 하는 말은… 우리의 지지기반도 같이 잃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오로지 태왕 폐하 한 분께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지요. 지금의 형태는 태왕 폐하께서 막리지 어른과 을지문덕 대모달, 강이식 대장군께 권력을 분산시켜 믿고 맡기면서 힘을 실어주는 형태입니다. 충성심이 대단하신 분들이니 이것이 잘 유지되고 있지요.”
“음.”
“하지만 어느 한 분이 먼저 돌아가시고 다른 사람이 앉게 되어 보십시오. 그 사람도 세 분과 같이 그런 충성심을 지녔을까요?”
“…….”
“제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후우… 맞아. 우리 들 중… 한 사람만 불순한 마음을 품는다면 태왕 폐하께서 크게 위험해지겠지. 최악의 경우에는 그 자리의 주인이 바뀔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방지하고자 태왕 폐하의 심복이든 그와 적대하던 자든 다 같이 약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한 것입니다. 만약 막리지 어른께서 제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그 때 제가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연태조는 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네. 이 일을… 을지문덕 대모달이나 강이식 대장군과 논의를 해도 되겠는가?”
“그 두 분은 저도 믿고 있는 분들이니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 두 분을 제외한 대중상 모달이나 이석 장군께는 이 일을 함구해 주십시오.”
“알겠네. 그리하지. 오늘 큰 숙제를 안고 돌아가는구만.”
“바로 가시렵니까?”
“그래야지. 얼른 가서 을지문덕 대모달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 하지 않겠나?”
“아마 제 생각입니다만… 을지문덕 대모달과 강이식 대장군께서는 이런 제 말에 무조건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자신들의 지지기반도 함께 사라지는 것인데?”
“그들을 발탁한 분이 누구십니까? 이것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지금의 태왕 폐하이시지…….”
“그렇습니다. 그 두 분께서는 본디 평민 출신으로 무예 대회에 나와 우승을 하셔서 등용이 되신 분들입니다. 태왕 폐하께서 공평하신 형태의 방법으로 그들을 등용하셨으니 을지문덕 대모달과 강이식 대장군께서는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잃는다고 해도 무조건 찬성할 것입니다. 아니… 애초에 그 분들은 잃을 것도 없겠지요. 워낙 청렴결백하시고 부정한 방법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니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연태조가 할 말을 잃었다.
그런 연태조를 향해 동현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막리지께서는 동부 욕살까지 맡고 계신 몸이니 결정이 더 망설여 질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셔야 하는지… 잘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십시오.”
동현의 말에 연태조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알겠네. 그럼 이만 가보지.”
“조심히 가십시오.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연태조는 그렇게 동현의 배웅을 받으며 영채를 나온다.
그렇게 영채를 나오는데 고승이 도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비사성을 나오고 있었다.
“준비를 다 끝냈는가?”
“그렇습니다. 막리지 어른.”
“그럼 가지.”
“하루 쉬었다 가시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도성으로 돌아가 태왕 폐하를 뵈어야 하네. 자네를 빨리 보고 싶어 하시니 말이야.”
“아… 예.”
“그럼 가지.”
동현은 연태조의 말을 곁에서 듣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조심히 가십시오. 막리지 어른.”
“그래. 자네도 열심히 하던 일에 힘써 주게.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서찰을 보내고.”
“예. 막리지 어른. 고승 장군께서도 조심히 가십시오.”
“몸조심하고 잘 지내시게.”
“예. 장군.”
그렇게 연태조와 고승은 비사성을 떠났다.
고승이 떠난 자리는 고승을 보좌하던 정발이라는 자가 대리로 맡게 되었고 동현은 고승이 자신의 곁에서 사라졌다는 것에 안심하고는 한 동안 염전을 만들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예? 배를 만드신다고요?”
“그렇다네.”
“지금의 배로도 상행을 나가는데 충분할 텐데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배가 너무 작아. 물론 다른 상단들에 비해서 우리 배가 크다고는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 배도 적게 보인다네.”
“대체 얼마나 큰 배를 생각하고 계시기에…….”
“나는 전쟁 시에는 전투함으로 쓰고… 전쟁이 아닐 때는 상선으로 쓰는 그런 배를 만들고 싶다네. 훗날을 대비해서 말이야. 아… 물론! 이 배는 어디까지나 우리 영토와 백제, 신라의 상행에만 쓸 것이야. 그리고 수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방어를 하는 배정도랄까?”
동현의 말에 조용과 사훈이 깜짝 놀란다.
“그런 배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런 배를 연구하려면 비용 또한 엄청나게 들어갈 겁니다.”
“그 배는 이미 내가 연구를 해 놓았다네. 바로… 이 배일세.”
“……!”
동현은 자신이 생각해 둔 배 설계도를 탁상 위에 펼쳤다.
사훈과 조용은 그 설계도를 보고는 매우 놀란다.
“언제부터 이런 배를 연구하신 겁니까?”
“내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생각을 했었다네. 그리고 얼마 전에 완성을 했지.”
“허어… 정말 이 배가 완성이 되고 제대로만 된다면 수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두렵지 않겠습니다. 다만…….”
“말해보게.”
“이대로 배를 만들게 되면 앞뒤 좌우로 선회력 면에서는 좋으나 항해를 하는데 있어서는 좋지 않을 것입니다. 2층까지 있으니 무게 중심이 높게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런 배는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풍랑이라도 만난다면 쉽게 전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보았네. 그래서 내가 좀 전에 한 말이 이 배는 우리 고구려 영토와 백제나 신라의 상행에만 쓸 것이라고 하였네. 멀리 상행을 나가지 않을 것이야. 이 배로 말이야. 전투 시에는 방어를 하는 용으로 쓸 것이란 말이네.”
“…….”
“나는 일단 우리 고구려의 수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키는 힘부터 길러야 한다고 생각을 했네. 막리지 어른께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우리 고구려는 수군이 크게 약하다는 것에 공감을 했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지금 이 배를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네.”
“그럼 일단 이 배는 외부적으로는 상행에 나가는 배로 알려야겠군요.”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당연히 그래야지. 지금 전투함으로 이것을 알린다면 분명 난리가 날 것이야.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 귀족들과 욕살들의 표적이 되겠지.”
“하지만 우리가 이런 큰 배를 만드는 것을 보면 의심하지 않을까요?”
“그렇다하더라도 우리가 이 배를 만들어 실제 백제와 신라의 상행에 쓰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의심 또한 불식될 것이야. 그러니 그 걱정은 하지 말게. 그리고 이 작업은 빨리 만들기 시작해야 하네.”
“예.”
“비사성에 있는 고승 장군의 대리로 있는 정발이라는 사람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지만 곧 그 자를 대신해서 다른 자가 비사성으로 오게 된다면 지금 정발처럼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대할지 알 수 없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그런데 저…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대체 이 구멍들은 무엇입니까? 배 옆면에 작은 구멍들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나중에 말해주겠네. 지금 그 구멍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큰 기밀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이것은 내가 훗날 요동성에 돌아가게 되면 말해주겠네.”
“알겠습니다. 정말 궁금하군요. 이 구멍이 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입니다.”
조용과 사훈은 설계도의 구멍에 대해 계속 궁금해 했다. 그런 둘을 보며 동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오늘 바로 이 배를 만드는 것을 추진해주게. 내가 얼마 전 배를 만드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라고 했었는데… 다 모여 있나?”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이 배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여기 또 하나의 설계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으니 이것을 그들에게 주고 만들도록 해.”
“예. 대인어른. 바로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단석한과 돌석비는 물론이고 모두에게 내 명령을 전하도록 해.”
“예. 대인어른!”
동현의 명을 받은 조용과 사훈이 방을 나가자 남은 하나의 설계도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감사합니다. 이순신 장군님. 장군님 덕분에 우리 고구려의 수군이 강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군님께서 요긴하게 쓰신 판옥선을…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 고구려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거북선도 함께요.’
동현의 새로운 배 설계도는 바로 판옥선이었다.
조선 시대에 이순신 장군께서 이 판옥선과 거북선으로 일본의 왜적들을 물리쳤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 배들로 고구려의 수군을 양성한다면 분명 고구려의 수군들은 단기간에 크게 강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동현은 회귀 전 이순신에 관련된 서적을 누구보다도 많이 봐왔기에 판옥선은 물론이고 거북선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기에 판옥선의 설계도를 금방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지금은 우선적으로 판옥선부터 만들자. 거북선은 조금 있다가 만드는 것이 좋겠어. 한 번에 모든 것을 드러낼 수는 없지. 아…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포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해야겠군. 이 판옥선의 큰 무기는 대포니까 말이야.’
동현은 그렇게 대포를 어떻게 만들지도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