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사훈, 대량의 유리를 가지고 돌아오다
동현이 호위무사를 부르고 잠시 뒤… 반 시진 전에 교대한 호위무사 2명이 자신의 막사 안에 들어오자 둘을 보고는 말한다.
“교대하기 전 호위무사들이 너희들이구나?”
“예. 대… 대인어른.”
“이놈들! 대체 경계를 어떻게 선 거야? 어떻게 내가 막사를 빠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지? 내가 오늘 날이 밝기 직전 이 근처를 순찰해서 돌고 왔는데…….”
“그… 그건…….”
“솔직히 말해라. 나는 다 봤다. 너희가 앉아서 졸고 있는 걸…….”
“…….”
“아니… 졸았다기보다 아예 잤다고 하는 것이 맞으려나? 내가 그 시간대에 내 막사를 드나드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다.”
동현은 조용이 자신의 막사로 오기 전 잠시 주변을 살폈었는데 자신의 막사를 지키는 호위무사 2명이 막사 한 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동현은 그것을 목격하고는 일부러 그 주변까지 배회했었는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호위무사들.
동현은 그것을 보고는 투명망토를 쓴 채 데리고 왔던 여자에 대한 핑계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이 근처에 순찰까지 돌고난 뒤 여자가 산속에 쓰러져 있어서 잠시 내 막사 안에 데려다 놨음에도 불구하고 너네는 전혀 반응을 안 하더군. 아주 푹 자고 있었나봐?”
“죄… 죄송합니다! 대… 대인어른! 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대인어른!”
“으음… 참! 이런 거 보면 너희 둘만 그런 게 아니군. 이 영채 앞을 지키던 그 두 놈도 불러와야겠어. 밖에 있느냐?!”
“예! 대인어른!”
“이 녀석들의 시간대에 경계를 서던 영채 정문을 지키던 호위무사 2명을 불러와라!”
“예! 대인어른!”
동현의 말에 현재 막사 앞을 지키던 한 호위무사 한 명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래? 넌 정말 안 잤다고?”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그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는 것조차 발견을 못해?!”
“그… 그건…….”
“안 잤다고 해도 이 주변에 그 시간대에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어! 나는 일부러 너희가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 있나 근처에서 서성 거렸다! 그런데 반응하나 없더군! 이게 어찌된 일이야?!”
“그게…….”
“말을 해봐!”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자 옆에 있던 한 호위무사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사실… 조금 졸았습니다.”
“졸았다?”
“예. 대인어른… 용서해 주십시오.”
“으음… 좋아. 너는?”
“저… 저는 잘…….”
“너도 졸았잖아. 인마. 내가 봤어.”
“야! 그… 그건…….”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라. 내가 다 봤는데 거짓을 말한다는 건 위에 사람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실격이다.”
“죄송합니다. 대인어른…….”
“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동현은 호위무사들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아… 이번은 처음이니 그냥 넘어가겠다. 하지만 차후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그 때는 정말 우리가 세운 호위무사 군의 군법대로 처리할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 알겠느냐?!”
“예. 대인어른…….”
“나가봐. 단석한이랑 돌석비가 돌아오면 크게 혼을 좀 내야겠군.”
동현의 말에 호위무사들은 사색이 되었다.
단석한과 돌석비.
그들은 호위무사들이 잘못한 행동이 있으면 호되게 야단을 치면서 훈련으로 더욱 더 빡세게 굴리는 타입이었기에 호위무사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던 것.
하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상황이라 동현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빠져나갔다.
그렇게 호위무사들이 나가고 잠시 후…….
“대인어른! 여자가 깨어났습니다.”
“그래? 알았다. 가보자.”
“예.”
시녀가 들어와 동현에게 말하자 동현은 바로 발길을 재촉하여 여자가 있는 막사로 향했다.
“상태가 어떤가?”
“예. 대인어른의 말씀대로 한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쓰러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마실 물과 먹을 것을 조금씩 먹였더니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이제 제대로 먹을 것을 조금씩 양을 늘려가면서 주면 되겠어. 네가 한 동안 수고 좀 해라.”
“예. 대인어른.”
“저를… 구해주신 분이신가요?”
“그렇소. 복색을 보아하니… 우리 고구려의 귀족이나 백성, 상인도 아닌 것 같고… 백제 사람인 것 같은데… 맞소?”
“그렇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별 말을… 헌데 어찌 된 것이오? 내가 당신이 산속에 쓰러져 있어서 이곳에 데리고 온 뒤 잠시 진맥을 해보니 한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데…….”
동현의 말에 여자가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모습에 동현이 말을 이어간다.
“지금 말하기 곤란하면 나중에 말해줘도 좋소. 그리고 이곳에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가 떠나시오. 그럼…….”
동현이 그렇게 여자의 막사를 나오는데 조용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다.
“벌써 들어가 보셨군요.”
“그래.”
“왜 쓰러져 있었는지 물어보셨습니까?”
“물어는 봤는데 대답을 망설이더군. 그래서 일단 나중에 말해줘도 좋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가 가라고 했소. 너무 강요하면 말이 더 안 나오는 법이니 말이오.”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대인어른.”
“응?”
“좀 전에 사훈에게서 서찰이 왔습니다.”
“그래? 이리 줘보게!”
동현이 말을 하자 조용은 품에 있던 서찰을 동현에게 건넨다.
동현은 서찰을 받자마자 읽어보고는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 자네도 보았는가? 유리를 대량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것에 성공했다고 하는구만!”
“예. 대인어른. 정말 잘 되었습니다. 빠르면 닷새, 늦으면 열흘 내로 유리들을 가지고 돌아온다니 말입니다.”
“그래. 이제 되었어! 유리만 대량으로 있으면 염전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성공할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군요.”
“그래. 올라가는 것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만들 수 있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정말…. 대인어른의 생각은 그 누구도 측량할 수 없습니다.”
“이게 다 생전에 아버지께서 내가 많은 것에 대해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를 해주신 덕분이다. 이번 아버지의 기일에는 정말 성대하게 제를 올려야겠어.”
동현은 소식을 듣고는 기분이 한껏 좋아진 상태로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 * *
한편, 그 시기 백제에서는…….
“이제 다 협상이 되었군. 자… 그럼 우리 각자 도장을 찍읍시다.”
“그러죠.”
사훈은 백제에서 유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곳과 함께 대량으로 유리를 구매할 거래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값을 치르고는 대량으로 구매한 유리를 배에 실었다.
“다 실었는가?”
“예. 대행수님.”
“좋아. 그럼 반 시진 뒤에 출발할 것이니 그 동안 모든 준비를 마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대행수님!”
사훈이 그렇게 수하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하는 그 때… 위사좌평 황우와 그의 아들 황훈이 다가온다.
“오셨습니까? 위사좌평 어른.”
“그래. 이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좌평 어른.”
“조심히 가게. 그리고 그 녀석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해줘. 내 아들을 이렇게 아무 탈 없이 잘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이야.”
“예. 꼭 그리 전하겠습니다.”
“거 참…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이야. 적군의 상단에 내 아들을 보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군. 내 아들이 돌아오지 못했을 걸 생각하니 참으로 아찔해.”
“상인에게 국경은 없다했습니다. 결코 해코지를 하는 일이 없으니 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그건 자네들의 입장이지. 내 입장에선 아닐세. 거래를 하는 것과 그곳에 묶여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니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소 제가 모시는 주인께서는 약속과 의리를 아시는 분이라 한 번한 약속은 결코 깨지 않으십니다.”
“나도 그 점이 놀라워서 지금 자네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야.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내 아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할 수 없군.”
황우의 말에 사훈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 좌평 어른께서는 무조건 백제의 어라하께 신라와 동맹을 맺고 우리 고구려를 적극적으로 치자고 하셨겠지요.”
“당연히 그랬겠지. 크흠… 그리고 그것이 우리 백제의 국력을 더 갉아먹고 파멸에 이를 수 있는 길이었을 테고 말이야. 고구려는 우리보다 국력이 강하니까…….”
“아주 잘 아시는군요.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속내를 비치기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거의 없지 않겠나? 자네들의 수하들이 이 백제에 분점을 열고 거래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위에 우두머리가 다시 이 백제에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 말이야.”
“글쎄요. 일단 그것은 후에 가봐야 알겠지요.”
사훈이 그렇게 말하는 그 때 한 호위무사가 사훈에게 달려와 말한다.
“대행수님! 유리를 모두 다 실은 것은 물론 짐꾼들과 호위무사들 모두 돌아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이제 돌아가야겠군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가도록 하게.”
“예. 좌평 어른. 황훈이… 잘 있게.”
“예… 대행수님…….”
“이것도 인연이었는데 아쉽구만. 가끔씩 연락을 하고 지내도록 하지.”
사훈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배에 올랐다.
그리고 고구려의 비사성으로 출항하는 배들… 그 모습을 황우가 보며 옆에 있는 아들 황훈에게 말한다.
“훈아.”
“예. 아버지.”
“저 자들을 네가 곁에서 봤겠지만 우리 백제에 있었으면 저 자들은 큰 힘이 되었을 인물이다. 아느냐?”
“소자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래… 그런데 저 자들은 고구려 사람들이지. 참으로 인물이 많아. 고구려에는 말이야.”
“…….”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얼마 전에도 말했듯이 네가 예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너도 이 백제를 위해서 많은 것을 공부하고 단련해야 한다. 할 수 있겠느냐?”
“예. 아버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자도 고구려에 다녀오고 난 뒤… 느끼는 것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뭐… 이렇게 된 거면 내가 보내길 잘한 것인가? 아무튼 내일부터 너를 위해 공부는 물론이고 무예 스승도 붙여줄 것이니 열심히 해라. 알겠느냐?”
“예. 아버지.”
“그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황우와 황훈은 그렇게 사훈과 일행들을 배웅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황훈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잠시 배가 사라진 곳을 바라본다.
‘밑바닥에서 배웠던 것을 잘 기억하겠습니다. 하지만… 훗날 적으로 만났을 때는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겁니다.’
황훈은 그렇게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 비사성 포구에는 동현이 사훈의 일행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고했네! 사훈! 단석한과 돌석비도 수고했어!”
“별일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루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내심 약간의 싸움이라도 벌어졌으면 했는데…….”
“이 녀석들… 백제 땅에서 싸움 났다가 큰일 나려고?”
동현의 말에 단석한과 돌석비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는데 호위무사들이 유리들을 옮기는 모습을 보인다.
“음… 백제에서 가져온 유리로군.”
“그렇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동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훈이 유리를 옮기는 한 일행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유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만져보기도 하며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