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동현, 산속에서 쓰러져 있는 여자를 발견하다
동현은 그렇게 백제 사신들을 산속 어느 지점에 이르자 그들에게 말한다.
“자… 저기 배가 보이는가?”
“그… 그렇습니다.”
“저 배를 타고 이 지역을 벗어나라. 저 배에 뱃사공까지 있으니 저 배를 타고 탈출하면 될 것이다. 아… 혹시 몰라 갈아입을 옷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 그러니 옷을 갈아입고 가도록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에 타고 난 후 이 지역을 완벽하게 벗어나기 전까지는 쥐죽은 듯 조용히 가라. 큰 목소리가 났다가는 바로 잡힌다. 그 뒤로는 나도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알겠나?”
“알겠습니다. 어라하…….”
“그래. 조심히 가라. 여기서부터는 너희끼리 가도 될 것이다.”
동현이 이렇게 말을 하자 백기가 절을 하며 말한다.
“모습은 보이지 않사오나 소인은 느꼈습니다. 이런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세상을 떠나신 뒤에도 이처럼 저희 백제를 위해 신경을 써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래. 내가 말한 대로 잘 해보거라. 하지만 앞서 말했던 대로 아마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옥사에서 주었던 그 글을 그 자에게 바로 보내도록 해. 그러면 그 쪽에서도 바로 반응이 올 것이다.”
“예. 어라하… 그럼… 소인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라.”
동현은 그렇게 대답을 하며 백기를 보는데 백기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백제를 세운 온조를 직접 영접해서 감격한 것이었을까?
동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백기와 그 일행이 배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잠시 후…….
‘후우… 배를 무사히 탔군. 이제 되었어. 그나저나 동수야. 지금 투명망토 적용 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예.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아직 반 시진 정도가 남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남았네?’
―예. 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주인님께서 꽤 빠르게 움직이셔서요. 다만 이곳에서 영채까지 갈려면 약30분 정도 걸리니 빨리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주인님이 혼자 움직이면 워낙 빨라서 금방 돌아가실 것 같긴 하지만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얼른 돌아가야지. 자… 그럼 빠르게 이동해볼까?’
동현은 그렇게 투명망토를 두른 채 빠르게 자신이 있는 영채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우… 이제 거의 다 왔군. 이제 얼마나 남았어?’
[한 식경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한 식경하고도 일각 정도?]
‘내가 엄청 빨리 움직이긴 했나보군. 하긴… 그렇게 달렸으니 15분 만에 이곳에 왔지.’
[그렇습니다. 이제 조금은 쉬면서 천천히 걸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야겠어. 후우… 백제 사신들을 탈출시키기 위해서 비사성 안에 순찰 도는 군사들을 기절시킨 후 서쪽 성벽이 있는 성문을 간신히 타 넘고 갔으니 지금쯤 발견했다면 난리가 났겠군. 군사들이 기절해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옥사까지 확인한다면…….’
[그럴 겁니다. 지금쯤이면 아마 군사들과 임무 교대 시간도 되었을 테니 교대를 하러 오는 군사들이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빨리 돌아가야겠군. 혹시 고승 장군이 나에게 사람을 보낼 수도 있으니 말이야. 옥사의 일까지 알아냈다면 분명 나에게도 사람을 보낼 것이 분명하다. 어쩔 수 없지. 빨리 돌아가는 수밖에…….’
동현은 그렇게 동수에게 말을 하고는 빠르게 영채로 돌아가기 위해 속도를 높인다.
그런데 동현이 가던 중 한 여자가 숲 속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으으…….”
‘응? 뭐지? 이 사람은? 동수야! 너 상태창으로 이 사람 상태랑 정체를 알아낼 수 있냐? 한 번 살펴봐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띠링!
[이름 : 백수연
성장 타입 : 보통
나이 : 21살
출신 : 백제
무력 : 35
지력 : 82
정치 : 65
통솔 : 70
매력 : 97
특기 : 소문, 혼란
전법 : 열화]
‘와… 여자인데 이렇게 능력치가 높다고? 거기다 21살 이제 막 성인인데?’
[아무래도 백제에서 꽤 이름 있는 집안의 여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능력치가 높을 수가 없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나저나… 백제 사람이 우리 고구려 산속에 쓰러져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일단 데리고 들어가서 정신이 들 때를 기다려 보시지요. 저 여자를 주인님이 안은 채 가면 저 여자도 모습이 보이지 않은 채 영채로 들어갈 수 있으니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 여자는 어디에 눕히고?’
[지금으로서는 별 수 있습니까? 주인님의 막사 안의 침상에 눕혀야죠.]
‘후우… 그러는 수밖에 없나? 일단 눕히고 난 뒤 내일 날이 밝으면 조용에게 말을 해서 저 여자의 막사를 따로 만들라고 해야겠어. 일단 데리고 가자. 읏차!’
동현은 그렇게 송연이라는 여자를 공주님 안기로 하여 영채로 향한다.
그리고 군사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문이 열렸을 때를 이용해 재빨리 자신의 막사로 복귀한다.
‘후유… 끝났다. 이제 풀어도 되나?’
[푸는 순간 남은 시간도 소멸됩니다. 그래도 푸시겠습니까?’]
‘응. 이제 투명망토는 다 썼으니 됐어. 이제 풀어야지.’
동현이 투명망토를 풀자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후우… 그나저나 기상하려면 얼마나 남았지? 시간이?’
[한 시진에서 두 시진 정도 남았습니다. 주인님.]
‘그래? 으음… 그럼 남은 시간 좀 자야 하는데… 문제는 저 여자가 있으니 어디서 잔다? 아휴… 어쩔 수 없네. 탁상에서 엎드려서 쪽잠이라도 자야겠어. 밤늦게까지 업무를 봤던 척 하면서 말이야.’
동현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 때 한 호위무사가 동현의 막사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려는 모습이 보였다.
“응? 무슨 일이냐?”
“아니… 안 주무셨습니까?”
“자다가 지금 일어났다. 할 일이 생각나서 일 좀 하다 자려고 말이야.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갑자기 왜 들어온 것이냐? 할 말이 있는 것이야?”
“아… 예. 조용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급한 일이라 대인어른을 만나 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조용이?”
“예. 대인어른.”
“으음… 급한 일이라니 만나 봐야지. 들이거라.”
“예. 대인어른.”
동현이 허락하자 조용이 막사 안으로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동현에게 인사를 한 조용이 말한다.
“대인어른. 좀 전에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백제 사신들을 탈출 시켰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주 잘했군.”
“대체… 어떻게 탈출시키신 겁니까?”
“후후후… 궁금하나?”
“그렇습니다.”
동현은 조용을 납득시키기 위해 그럴 듯 하게 지어서 설명을 해준다.
“옥사를 지키던 문지기들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무언가 수상해서 말이야. 그래서 그 문지기들을 알아보았는데…….”
“……?”
“알고 보니 옥사를 지키는 사람들 중 절반이 백제 출신이더군.”
“예? 백제 출신이요?”
“그래. 그래서 난 생각했다. 그들 중 분명 우리 고구려에 잠입해 둔 세작이 있을 거라고 말이야. 그래서 이 일을 하기 전 그들 주변을 제대로 캐고 다녔지. 그리고 알아냈지. 내가 생각한대로 그들은 세작들이 맞았어. 거기다 그들은 이번에 백제 사신이 잡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사신들을 탈출 시킬 계획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랬군요…….”
“나는 그것을 알아냈고 그들에게 직접 갔다. 그리고 내가 백제 사람인데 고구려에서 관직을 하고 있는 세작인 척 위장을 했지. 옷도 그럴듯하게 입었으니 내 관직이 꽤 높다고 여긴 그들은 나를 백제 사신이 있는 곳까지 안내를 해줬다. 아… 물론 고구려 출신 군사들이 옥을 지키니 않을 때를 이용해서 말이야. 나는 그것을 이용해 그 백기라는 자를 설득했다.”
“설득이 잘 되었습니까?”
동현은 조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네. 처음엔 납득하기 어려워했지만 내가 좀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꾸며서 이야기를 했더니 사실로 믿더군.”
“그것 참 다행이군요.”
“만약 내가 없을 때 백제 백기 ― 거병이라는 서찰을 가지고 오면 바로 나한테 소식을 전해주게. 그 서찰이 오면 우리가 백제를 삼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될 테니 말이야.”
“배… 백제를 삼켜요?”
“그래. 물론 아직 그 때가 되려면 꽤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말이지… 그나저나 자네가 준비한 뱃사공은 입이 무거운 사람인가?”
“예. 염려 마십시오. 그 사람은 예전에 뱃사공으로 일했던 우리 호위무사 중 한 명이니 지금 있었던 일을 절대 말하지 않을 겁니다.”
“좋아. 그나저나 지금쯤이면 분명 비사성에 난리가 났을 것이야. 고구려의 군사들을 기절시킨 뒤 탈출을 시켰으니 이것을 알게 되면 고승 장군께서 바로 주변 수색을 시작하겠지.”
“맞습니다. 아마 저희에게도 백제 사신에 대한 수색을 도와달라고 연락이 올 것입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가 후에 그들과 합류하여 찾는 척을 한다. 아니… 찾을 수가 없겠지. 우리는 그것에 장단을 맞추어 주도록 하자. 그래야 우리에게 큰 해가 없을 거야.”
동현의 말에 조용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푹 쉬게. 내일 아침에 보지.”
“예. 대인어른.”
“아… 참! 그리고 깜빡할 뻔 했는데…….”
“……?”
“내가 오는 길에 한 여자가 산 속에 쓰러져 있기에 데리고 왔어. 저기 여자가 보이나?”
“아니… 어떻게 몸을 숨겨서 돌아오는 것도 힘든데 여자까지 어떻게 몰래 데리고 들어오신 겁니까?”
“하하하! 다 수가 있지… 아무튼 내일 저 여자가 지낼 곳도 마련해 주도록 해. 내일 내 세숫물을 떠주거나 아침 음식을 가져다주는 사람으로 일단 내가 적당히 둘러댈 테니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용은 막사를 나갔다.
그리고 그날 아침… 동현은 탁상에서 쪽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 다른 날보다 빠르게 세숫물과 아침 식사를 받았다.
동현은 그런 시녀에게 말한다.
“내가 오늘 새벽에 순찰을 돌다가 한 여자가 쓰러져 있어서 발견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군. 조용에게 말을 해 놓았으니 지금 바로 조용에게 가서 저 여자의 막사를 마련해 놓았는지 물어보고 마련되었다면 저 여자를 그 막사로 옮기도록 해라. 지금 바로 움직여라.”
“예. 대인어른!”
“아… 그리고 저 여자에 대해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조용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도록 해라. 이 일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네가 크게 혼이 날 것이니 각별히 신경 써!”
“예! 대인어른! 명심하겠습니다.”
동현의 명령을 받은 시녀는 그렇게 동현의 명령을 받고는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대인어른. 좀 전에 제게 온 시녀와 함께 왔습니다.”
“그래? 그 시녀 외에 저 여자에 대해 말한 사람이 있는가?”
“아닙니다. 대인어른과 저, 그리고 저 시녀만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저 시녀에게 말해서 지금 마련된 막사로 옮기도록 해. 그리고 저 아이를 살피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여자가 깨어나면 왜 그곳에 쓰러졌는지 내가 직접 물을 것이니 알리도록 해.”
“예. 대인어른.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대인어른.”
“응?”
“저 여자를 옮기는 동안 분명 다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볼 텐데… 그것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일단 내가 일러준 대로 소문을 내게. 내 막사를 지키던 호위무사들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그러면 그러려니 할 것이야.”
“예. 대인어른.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한 후 쓰러진 여자를 조용의 안내 하에 시녀에게 데리고 가게 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동현은 자신의 막사 앞을 지키는 호위무사를 불렀다.
“밖에 있느냐?”
“예. 대인어른!”
“네가 반시진이나 한시진 전에 내 막사 앞을 지키던 호위무사더냐?”
“아… 아닙니다. 소인은 좀 전에 교대를 했습니다.”
“그래? 얼굴을 보니 맞군. 너는 지금 당장 그 두 녀석을 불러오도록 해라.”
“예! 아… 알겠습니다!”
동현은 갑자기 자신의 막사 앞을 지키던 호위무사 둘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