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동현, 조의 국선인 검수를 만나다
동현은 그렇게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고는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 상단의 일을 하면서 백제로 향한 상단 사람들을 걱정했다.
‘별 일은 없겠지?’
동현이 한 동안 백제로 향한 상단 사람들에게 대해 걱정하고 있는 그 때 밖에서 한 호위무사가 동현에게 고한다.
“대인어른! 잠시 고할 말이 있습니다!”
“들어오거라.”
동현이 허락하자 호위무사가 들어와 군례를 올리며 말한다.
“지금 비사성에 조의들의 수장인 조의 국선께서 오셨답니다.”
“뭐? 조의 분들 중 가장 수장인 국선께서 말이냐?”
“예. 대인어른. 지금 이곳을 둘러보고 계시는데 대인어른을 만나 뵙고 싶어 하신답니다.”
“지금 어디 있느냐? 마땅히 뵈어야지.”
“저희 영채 앞에 있으십니다. 제가 모셔 오겠습니다.”
“아니다. 귀하신 분인 만큼 내가 직접 가겠다. 안내하거라.”
“예. 대인어른.”
동현은 그렇게 호위무사를 빠르게 따라 조의 국선이 있다는 영채 앞으로 향했다.
영채 입구 쪽에 다다르자 한 사람이 고승 장군의 옆에서 검은 옷에 검은 삿갓을 쓴 채 있었다.
동현은 고승 장군도 있었기에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장군님을 뵙습니다. 그리고 조의 국선 어른을 뵙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동현의 말에 조의 국선이 검은 삿갓을 벗고는 동현의 인사를 받아주며 대답한다.
“영광이라니 가당치 않네. 내가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은 자네에 대한 소문이 내 밑에 있는 조의들에 의해서 자주 들려와서 말이야. 그래서 이 고구려에 불순한 무리가 없는지 돌아볼 겸 해서 들렀네. 지금 보니 눈에 총기가 넘치고 재기가 철철 넘치는구만.”
“과찬이십니다.”
“자네가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해서는 조의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네. 참으로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더군. 우리 고구려를 위해서 더 없이 좋은 일이야. 앞으로도 그렇게 충성을 다해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영채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제가 모시려 했습니다. 저… 장군님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나야 여기 조의 국선인 검수가 갑자기 왔기에 반갑기도 하고 해서 일을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겠나? 그리고 검수가 자네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네. 나는 이제 군무를 보러 돌아가야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검수. 이곳에서 볼 일 보면 이 비사성에서 하루 묵고 갈 텐가?”
“예. 오늘 하루만 묵고 가려 합니다.”
“그래? 알겠네. 내가 자네가 묵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놓도록 하지.”
조의 국선인 검수는 고승 장군이 말에 감사하다고 말을 한 후 동현을 따라 영채 안으로 들어갔다.
동현은 좀 전에 고승 장군과 대화를 통해 조의 국선의 이름이 검수라는 것을 알아내고는 동수를 통해 검수의 무력을 확인해 봤다.
[이름 : 검수
성장 타입 : 만성
나이 : 35살
무력 : 115(+5)
지력 : 75
정치 : 70
통솔 : 100
매력 : 60
특기 : 1대1 대결, 훈련, 추적, 기동, 기습, 약탈
전법 : 기사, 도발, 추행진, 장사진]
‘와… 순수 무력이 115라니… 이거 고구려 장수들 중 가장 강한 거 아냐?’
[강이식 대장군, 을지문덕 대모달과 비슷할 겁니다.]
‘응?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다 쳐도… 을지문덕 대모달도? 을지문덕 대모달님은 지장에 가까운 분 아니야?’
[문무를 겸비했다고 보시는 것이 옳습니다. 그저 밖으로 실력을 크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니 말입니다. 을지문덕 대모달이 현재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무예 실력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무관의 길로 들어설 때 무예 대회에서 장원을 해서 들어가게 된 것이니까요.]
‘그렇군. 알려줘서 고마워. 이제 조금 있다가 말할게. 저 분이랑 이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주인님.]
동현은 그렇게 빠르게 동수와의 대화를 끝내고는 자신이 지내는 막사 안으로 검수와 함께 들어왔다.
동현은 막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한 하인을 시켜 차를 내오도록 했다.
“여기 상석에 앉으시지요.”
“이곳의 주인은 자네이고 난 손님인데 그럴수야 있나?”
“저보다 나이도 많으시고 나라를 수호하시는 귀하신 분입니다. 그러니 상석에 앉으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예를 제대로 알고 있군. 하지만 난 정말 괜찮네.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고 우리 둘이 만나는 자리인데…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신경 쓰지 말고 거기에 앉게.”
검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먼저 손님의 자리에 앉는다.
동현도 그제야 자신의 자리에 앉는데 때 맞춰 하인이 차를 가지고 들어온다.
하인은 동현과 검수에게 차를 따라주고는 막사를 나가자 차랄 마시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들어오면서 보니 영채를 만드는 법이 참으로 대단하더군. 방어하기에 용이하도록 만든 것 같던데… 전법에 대해 많이 아는가 보구만.”
“그저 책 조금 읽어서 아는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조금 읽은 정도의 수준이 아니네. 나보다도 훨씬 깊어. 학문이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저를 만나고 싶어 하셨다고…….”
동현의 말에 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네. 아… 그리고 초면부터 내가 반말을 하게 되어서 미안하군. 고승 장군께서 자네가 나이도 어리고 벼슬에 있는 사람도 아니니 하대를 하라고 말씀하셔서 말이야.”
“저야 상관없습니다. 저보다 나이도 위시고 조의들의 국선이신데 당연히 반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아무튼 자네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하자면 자네가 모습을 드러내고 난 뒤 우리 고구려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예.”
“두창에 관련된 것과 백성에 대해 요동성에서 구휼미를 베푼 것…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강이식 대장군을 도와 말갈 놈들을 소탕하고 큰 공을 세우지 않았는가? 거기다 이번에 이 비사성에서 포구를 열어 염전을 만든다고 했고 태왕 폐하께서 그것을 허락해 주셨고 말이야.”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다라… 그건 결코 운으로 될 수가 없네. 두창을 더 이상 걸리지 않게 한 것도 그렇고 구휼미를 베풀며 말갈 놈들을 단지 몇 번의 책략으로 모두 물리쳤으니 말이야. 그게 자네 실력이겠지. 나는 그게 너무나도 궁금하여 이렇게 자네를 보고자 온 것이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검수는 차 한 잔을 마시며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태왕 폐하께서 자네에게 포구 운영을 맡겼다는 것은 정말 파격 중의 파격이지. 그것 때문에 지금 조정이 시끄러운 것을 아는가?”
“그렇습니까?”
“그래. 고위층의 귀족들은 일개 상인에게 국가가 운영하는 것을 내주었다며 난리를 쳤었지. 그런데 그것을 태왕 폐하께서 단 몇 마디의 말로 잠재우셨네.”
“뭐라고 하셨기에…….”
“태왕 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자네처럼 많은 재물을 나라를 위해 쓰라며 바치고 구휼미를 베푼 적이 있냐고 말씀하셨네. 그리고 자신이 전염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서 두창을 막을 수 있겠냐고도 말씀하셨지. 그러면서 지금도 기회가 될 때마다 조정에 재물을 바치는데 그대들은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말씀을 하시더구만.”
“…….”
“더불어 자네가 세웠던 전공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셨네. 말갈의 침입을 막고 오히려 영토를 넓힌 것에 대해서 말이야. 강이식 대장군께서 태왕 폐하께 자네의 공을 고했는지 모든 것을 알고 계시더군.”
동현은 검수의 말에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저는 나라를 위해서 크게 보탬이 되고자 했을 뿐인데 귀족 분들은 그런 제 마음을 몰라주는군요.”
“그것은 자신들의 자리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일 것일세.”
“위협이요?”
“그래. 자네도 알리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설명을 좀 하자면 우리 고구려는 귀족들의 힘이 누구보다도 강한 나라야. 그것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과거 광개토태왕 폐하 때와 장수태왕 폐하 때는 그런 귀족들을 강력한 황권과 군사력으로 눌렀지. 하지만 문자명태왕 폐하 말년 즈음부터 이것이 이상을 보이기 시작했네. 당시 문자명태왕 폐하께서 시도하시던 외교정책과 남진정책, 그리고 북방의 나라들에 대한 강력한 압박 정책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지.”
“…….”
“그 중 가장 실패했던 정책은 남진정책이었는데 여기서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문자명태왕 폐하께서는 귀족들이 고개를 쳐들 빌미를 주기 시작했네. 이런 남진정책이 실패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자 북쪽의 오랑캐들 또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기회로 여겨서 귀족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
“예.”
“그 후에 보위를 이으신 안장태왕 폐하께서 안정시켜 놓으시긴 했지만 그것을 보고 있지 않던 귀족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면서 시해를 당하셨지.”
동현은 검수의 말에 깜짝 놀란다.
“안장태왕 폐하께서 시해를 당하셨다고요?”
“그래. 대외적으로는 시해가 아닌 잠을 자던 도중에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지만 나와 고위측 몇몇 관료들은 다들 안장태왕 폐하께서 시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의 태왕 폐하와 강이식 대장군, 을지문덕 대모달과, 연태조 막리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말이야. 그리고 욕살 중에 북부욕살이신 고연후 욕살 어른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시지.”
“고연후 욕살 어른께서 말입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이것은 극비이니까 말이야. 그분은 본래 황부의 욕살을 맡으셨는데 태왕 폐하의 명에 의해 잠시 북부 욕살로 자리를 옮기셨다. 그 분은 황족이니 태왕 폐하께서 귀족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임시방편으로 임명을 하신 것이지.”
“음.”
“황부는 태왕 폐하께서 직접 통제가 가능 하시니 말이야. 아무튼… 안장태왕 폐하께서 그렇게 되고 난 뒤 황권의 힘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통제력을 잃게 되자 보위를 이은 안원태왕 폐하를 이용해 귀족들이 들고 일어나게 되었다. 안원태왕 폐하의 후계 구도를 이용해 전투가 벌어졌고 이 시점에서 지금의 태왕 폐하에 이르기 전까지 귀족들의 우세가 계속 되었지.”
“…….”
“그나마 선대 태왕 폐하셨던 평원 태왕 폐하께서 귀족들의 힘을 조금씩 누르면서 균형을 유지했고 지금까지 끌고 오면서 정말 오랜만에 지금의 태왕폐하께서 귀족들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귀족들은 그것이 불안한 것이야.”
동현은 검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제가 태왕 폐하를 돕는 것이 자신들의 입지를 줄어들게 하고 힘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군요.”
“바로 봤네. 역시 이해가 빨라.”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토록 빨리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빨리 벌어졌다기보다 이번 포구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봐야지. 지금까지 상인에게 이런 조치는 없었네. 포구를 통째로 운영을 맡기는 것 말이야. 귀족들은 분명 수나라의 상단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도 하고 있을 텐데 자네가 이 비사성의 포구를 운영하게 되면 자네가 운영을 하는 방침에 따라 귀족들이 크게 제한을 받게 될 수 있네.”
“음…….”
“자네도 알겠지만 귀족들은 백제와 신라 상단과의 교류로 재물을 벌어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네. 심지어 태왕 폐하의 명에 교류를 하지 말라고 명령한 곳임에도 말이지.”
“밀무역을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네. 그렇게 쌓은 재물이 자신들의 기반이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 기반을 현재 자네로 인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어. 귀족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당연히 반발을 하지.”
“옳은 말씀입니다.”
검수는 목이 타는지 다시 한 번 차 한 잔을 마시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물론 이 비사성 포구의 거래만으로 귀족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가지는 않을 것이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만약 자네가 그들과의 거래를 제한해서 많은 이익을 잃게 된다면 그들은 분명 자네에게 무슨 수작을 걸어올 것이야.”
“예.”
“본래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내가 오늘 이렇게 온 것은 자네를 보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자네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서 왔네. 내가 자네를 보니 정말 이 나라만을 위해 힘쓰는 사람으로 보여서 말이야.”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아무튼 조심하게. 이제부터 자네는 여러 귀족들로부터 주목의 대상이 되었으니 말일세.”
“명심하겠습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군. 그럼 이만 가보겠네.”
“벌써 가시렵니까?”
“그래. 자네도 이제 쉬어야지. 나도 내일 백두로 돌아가기 위해 일찍 자야겠어.”
“알겠습니다.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동현은 검수를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