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동현, 비사성으로 향하다
동현은 수하들과 빠르게 이야기를 나눈 후 요동성의 상단과 비사성으로 향할 사람을 나누기 시작했다.
“허손과 단석한과 돌석비, 그리고 사훈과 조용, 근혁이는 나와 함께 가도록 하지. 소희와 의정이도 말이야. 나머지는 이곳을 지키면서 내 동생 동우를 따라 많이 도와주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회장님.”
“동우는 상단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여기 조송의 말을 특히 귀담아 듣도록 해라. 그리고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여기 가동과 해론의 말을 귀담아 듣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잘 다녀오십시오!”
“그래. 부인들도 이 집을 잘 부탁하오.”
“예. 서방님.”
“회장님. 그럼 호위무사들은 얼마나 데리고 가시겠습니까?”
“5백명 정도면 될 것 같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를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수하들이 빠르게 동현과 같이 이동할 호위무사들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허어… 군기가 제법 엄정하구만?”
“그렇습니다. 근위장님. 상단의 물건이 산적들에게 털리는 위협이 종종 있어서 훈련을 열심히 시켰습니다.”
“그렇겠지. 자… 그럼 가지!”
“예. 근위장님. 그럼 다녀오겠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주인님!”
동현의 하인들이 고개를 숙이자 동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는 비사성으로 길을 재촉한다. 그 모습을 본 온상이 감탄한다.
‘태왕 폐하와 막리지, 대장군께서 신동이라 말할 만하구나. 처음 상단을 만들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단 몇 년 만에 이런 상단을 키웠고 말이야. 잠시 동안이었지만 수하들이 크게 따르고 있고 신뢰 또한 대단해 보였다. 이제야 태왕 폐하와 막리지가 이 자의 충성심을 왜 시험하려 했는지 알겠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야. 이 자가 만약 그 화살을 우리에게 돌린다면… 우리는 정말 위험해진다.’
온상은 영양 태왕의 선택이 옳다고 여기며 동현과 함께 빠르게 비사성으로의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후.
“저기가 비사성일세.”
“정말 대단한 성이군요. 절벽 바위산에 저런 성을 짓다니… 정말 천해의 요새입니다.”
“그렇지. 그리고 이 비사성에는 수군기지가 있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 비사성을 지키시는 분은 누구입니까?”
“아… 참. 그 말을 안 해주었군. 자네도 알지 모르겠네만 고승 장군님일세. 우리 고구려의 상승장군이시기도 하지.”
“그렇군요.”
“자… 그럼 들어가 보도록 하지. 미리 전령을 보내놓았으니 말하면 바로 통과시켜 줄 것이야. 아… 그리고…….”
“……?”
“자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온상의 말에 동현이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자 온상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내가 자네에게 위임장을 전할 때 고승 장군도 옆에서 함께 지켜볼 것이네. 그 이유는 이 비사성의 담당은 고승 장군이기 때문이야.”
“알겠습니다. 근위장님.”
“그리고… 어디까지나 자네의 권한은 포구를 자네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과 그곳에서 장사를 하여 상행을 나가고 염전을 만들 수 있는 권한까지이네. 다시 말해서 비사성의 군사적 권한이나 내정에는 깊게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네. 아… 쉽게 말하자면 선을 긋는 것이라고 말해야겠군.”
“그 정도는 저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좋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
“전시가 되면 수군은 태제 전하께서 지휘를 하시게 될 것이네. 그렇게 되면 자네도 수군에 배속 되어서 전쟁에 참전해야 하네. 장수로서 말이야. 아마 그렇게 되면 임시 장수직을 받게 될 수도 있겠군. 그것을 자네가 받아들인다면 태왕 폐하께서도 지금 자네가 하는 일에 아무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 그리할 수 있겠는가?”
동현은 온상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 점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과거 강이식 대장군을 따라 전투를 치른 적도 있으니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참여를 해야지요.”
“답이 시원시원해서 좋군. 좋아! 그럼 가지!”
온상은 그렇게 동현의 말에 기뻐하며 비사성으로 향했다.
동현은 얼마 남지 않는 비사성을 보며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다.
‘역시 한 나라의 왕이라 이건가? 이것은 내 권한이 커지는 것에 대해 견제를 하는 것인데 말이야. 하지만 뭐… 이 정도만 해도 나는 충분히 많은 권한을 가진 거지.’
동현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그 때… 비사성 앞에 한 장수가 수하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온상에 말한다.
“저 분이 고승 장군이시네. 말에 내려서 예를 갖추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온상의 말에 동현도 같이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고는 인사를 한다.
“장군. 소인 온상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오! 온 근위장! 참으로 오랜만이구만. 참으로 반갑네.”
“소인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고명하신 고승 장군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으음… 그래. 자네 소문에 대해 익히 들었어. 신동이라고 이름이 자자하더군.”
“과찬이십니다.”
“자… 그럼 들어가지!”
“예. 장군.”
고승 장군은 온상과 동현을 이끌고 비사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온상과 동현에게 연회를 베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태왕 폐하께 황명을 전해 들었네. 저 아이에게 비사성 포구와 바다에 대한 운영 권한을 주라고 말이야. 염전을 만든다고 하던가?”
“그렇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포구에 대한 운영 권한과 상행에 관한 권한. 그리고 염전을 만들기 위해 바다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으음… 염전이라… 그것을 정말 해낼 수 있는가?”
“물론 시행착오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대로라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안에 염전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솔직히 말해서 상인이 포구를 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내 마음에 들지는 않네. 하지만 이미 태왕 폐하의 황명도 있고 하니 그것을 받들어야지. 어찌 하겠는가? 단… 한시라도 태만한 모습을 보이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알겠나?!”
“소인… 한시라도 태만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염전을 만들 수 있도록 하여 우리 고구려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자… 오늘은 먼 길 오느라 고생하였으니 술과 음식을 마시면서 푹 쉬고! 내일부터 일에 집중하도록 하게!”
“예! 장군!”
고승 장군은 동현이 비사성 포구에 대한 권한을 가지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양 태왕의 황명이 있었기에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고구려의 태제인 고건무는 동현이 한시라도 임무를 게을리 하면 크게 벌을 하라는 명을 내렸다.
고승 장군은 고건무가 태제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생사를 함께 했던 사람이었기에 그 명을 목숨처럼 여기고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동현이 조금이라도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고건무의 명을 받들어 동현을 단단히 혼내 줄 각오를 하고 있었다.
동현은 이런 분위기를 연회 자리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느꼈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여기는 호랑이 굴이다. 정신 바짝 차려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반드시 완성 시켜야 해!’
동현은 그렇게 결심을 하고는 고승 장군과 여유 있는 척 이야기를 나누며 연회를 즐겼다.
그리고 다음 날… 동현은 고승이 자신에게 꼬투리를 잡을까봐 술을 마셔 몸이 힘든 상황에도 놀라운 정신력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자신이 데리고 온 호위무사들과 명을 수행하는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이제부터 당분간 우리는 이 비사성 포구에 영채를 짓고 머물러야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러 곳으로 상행도 나가게 될 것이고 말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큰 기회다. 하지만 동시에 큰 위험이기도 하다. 이곳은 우리가 잘 아는 요동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들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해라. 알겠나?!”
“예!”
“특히 개인행동을 할 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없도록 해. 이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나로서도 어떻게 해줄 수 없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겠다! 근혁이! 자네가 알려줘!”
“예! 다들 잘 듣거라!”
동현의 명령에 근혁이 하인들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
근혁이 그러고 있는 사이 동현은 허손과 단석한, 돌석비에게 따로 명령한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이 포구에 큰 영채를 만들도록 해라. 혹시 모르니 방어에 용이한 진영으로 만들도록 해. 여기 사훈이 방어에 용이한 영채를 만들도록 알려줄 테니 지금 바로 만들어라. 사훈이 지정한 곳마다 철저하게 경계를 서도록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그리고 조용.”
“예. 대인어른!”
“자네는 나와 함께 이 비사성 포구의 거리를 좀 살펴보도록 하지.”
“늘상 하시던 것처럼 이 포구에 있는 시전을 조사하시는 겁니까?”
“그래. 자네는 수나라에서 태수를 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이런 것을 파악하는데도 능할 것이다. 그러니 나와 함께 이 거리를 살펴보자.”
“명을 따르겠습니다.”
“자… 그럼 각자 임무를 해라. 해산해!”
“예!”
동현의 명령에 수하 장수들이 흩어진다.
그리고 각자의 임무를 하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동현은 옆에 있는 조용과 소희, 의정에게 말한다.
“자… 그럼 가지. 소희랑 의정이도 나를 따라 오도록 해.”
“예! 스승님!”
동현은 그렇게 조용과 소희, 의정과 함께 비사성 포구 근처의 시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본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고승과 온상이었다.
“놀랍군. 어제 분명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데…….”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 아이는 술을 마시고 아무리 늦게 자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합니다. 그만큼 자신이 한 말만큼은 철저하게 지킨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킨다?”
“예. 제가 예전에 막리지에게 들으니 자신이 먼저 뱉고 약속한 것이 있을 경우 그것을 절대로 어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하는군요.”
“그게 사실인지 어찌 아는가?”
“강이식 대장군과 대모달의 수하가 예전에 은밀히 저 아이의 모습을 100일간 번갈아가며 살핀 적이 있었습니다. 짐꾼으로 위장해서 상단 안에 있는 저 아이의 동정을 살폈지요. 그런데 보고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좀 전에 제가 했던 말과 함께 자신의 수하들을 정말 끔찍하게 챙긴다고 하더군요. 거기다 백성들에게 베푸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동성에서는 강이식 대장군과 함께 성인이라고 불리기까지 하지요.”
고승은 온상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고작 그런 일 가지고?”
“고작이 아닙니다. 장군께서도 아시겠지만 요동성에서 큰 흉년이 들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요동성에 있는 창고에는 흉년이 들어 먹고 살기 힘든 백성들을 구제 할 구휼미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죠.”
“…….”
“그런 흉년이 2년 연속으로 들었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어서 강이식 대장군이 발을 동동 구를 때 저 아이가 선뜻 나서서 자신의 상단에 있는 식량을 베풀었습니다. 더불어서 구휼미로 저장해 놓으라면서 요동성에 있는 창고를 가득 채울 만큼 식량을 기부하기도 했지요.”
“…….”
“그런 아이이니 너무 그렇게 안 좋게 보지 마십시오. 거기다 태왕 폐하가 직접 챙기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온상의 말에도 고승은 여전히 표정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