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동현, 자신의 계획을 강이식 대장군에게 말하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차 한 잔을 마시고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제 계획은 수나라와 전쟁에 임박했을 때가 될 것입니다.”
“전쟁에 임박했을 때라…….”
“예. 분명 그 때쯤이면 우리 고구려에서도 수나라에 대한 첩보가 입수될 것이고 수나라에도 우리 고구려의 움직임이 조정에 다 보고가 되겠지요.”
“그렇겠지.”
“그 때가 되면 태왕폐하께서도 더더욱 욕살들을 압박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저도 재물을 더 바칠 것이고 제 호위무사들도 전쟁에 참전할 것이고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매우 놀란다.
“전쟁이 참여한다고?”
“그렇습니다. 일단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군사들의 군량미를 대는 정도로 참전을 할 겁니다. 제 수하들과 함께 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저와 태왕폐하가 욕살들을 더욱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때가 되면 제 상단의 재물 규모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 있을 테니 말입니다. 거기다 제 식구들도 더 늘어 있겠지요.”
“으음…….”
“그렇게 되면 욕살들도 제가 엄청난 재물과 군사들까지 참전시켰으니 그 재물과 사병들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전쟁에 임박했는데 태왕폐하의 황명을 거역했다가 백성들은 물론이고 다른 세력들로부터 많은 눈총을 받을 테니 말입니다.”
“이제 알겠군. 그것을 이용해서 욕살들의 재물과 사병들을 쓰게 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소모시키겠다는 것이군.”
“역시 스승님이십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병들을 제대로 훈련시켜서 전면에 내세우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전쟁이 끝났을 때 그들의 사병들은 줄어들게 되죠.”
“과연…….”
“그리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많은 재물과 사병들을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힘이 급격히 약화 되겠지요.”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밝은 모습으로 대답한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면… 우리 중앙군은 강력해져 있을 테니 태왕폐하의 뜻대로 모든 국정을 밀고 나갈 수가 있겠구만.”
“맞습니다. 스승님. 다만 우리에게도 걸리는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군부 안에 저희와 같은 사람들이 아닌 반대파 사람이 생긴다면 그때는 조금 곤란해집니다. 전쟁이 끝난 직후이면 욕살들의 힘은 분명 약해져 있을 것이고 군부의 힘은 강해져 있을 텐데 군부의 사람들 중 힘이 있는 자가 욕살들 편을 든다면… 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왕폐하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겠죠.”
“그것은 걱정 마라. 을지문덕 대모달과 내가 군부를 꽉 쥐고 있는 만큼 그들은 전부 우리 뜻에 따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밑에 대중상과 이석도 마찬가지이고 말이야. 태왕폐하께서 별 탈이 없으신 한은 우리 군부가 모든 것을 꽉 쥐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으음…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스승님을 믿겠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않았느냐? 남은 두 가지는 무엇이냐?”
“예. 두 번째는 태왕폐하의 옥체입니다.”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의 말에 더욱 궁금해 하며 묻는다.
“옥체라고?”
“예. 스승님. 제가 말한 것들은 태왕폐하께서 강건하지 못 하시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태왕 폐하께서는 과거 광개토태왕 폐하와 같은 업적을 쓰고 싶은 분 중 한 분이십니다.”
“그래. 그렇지.”
“그런데 그런 분이 옥체에 문제가 있다고 해보십시오. 그러면 기존에 북벌을 주장했던 파들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다. 구심점을 잃고 금세 온건파 사람들이 득세하겠지.”
“맞습니다. 스승님. 그래서 태왕폐하의 옥체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좋아. 그럼 마지막 세 번째는?”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태제 전하입니다.”
“태제 전하라…….”
“예. 그 분께서는 태왕폐하와는 달리 지지기반이 욕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욕살들에는 많은 온건파들의 귀족이 붙어 있죠. 그들은 대부분 지금의 태제 전하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아. 그들은 그저 전쟁이 벌어지게 하지 않고 지들 뱃속만 불리려고 하는 생각만 있기에 더더욱 수나라와 전쟁을 반대하겠지. 그들은 분명 태제 전하에게 전쟁에 대해 설명했을 것이고 전쟁을 하면 분명 국토가 쉽게 황폐화가 된다고 말을 했을 것이야. 테제 전하는 분명 그런 달콤한 말에 속았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들로 인해 태제 전하께서는 그들 편에 서셨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태왕폐하의 옥체가 좋아지지 않으셔서 태제 전하께서 모든 권한을 쥐어보십시오.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음에 할 말은 말 하지 않아도 알겠군. 북벌은 이루어지지 않겠지. 계획은 모두 멈추고 수나라의 침입만 막고 끝날 것이야.”
“맞습니다. 그렇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태제 전하를 특히 경계를 하십시오. 스승님. 태제 전하의 움직임에 따라 욕살들의 움직임도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겠다. 네가 말한 계획에 변수가 없도록 항시 살피도록 하마. 그리고 태왕폐하와 막리지 연태조, 을지문덕 대모달에게도 네가 계획한 일을 전하도록 하겠다. 그럼 태왕폐하께서 매우 기뻐하시는 것은 물론이고 너를 전적으로 믿을 것이야.”
“감사합니다. 스승님. 제가 말한 변수가 생기지 않게만 하면 무조건 제 계획은 성공할 것입니다. 스승님.”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좀 더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수하들을 모두 소집한다.
“다들 모였나?”
“예. 회장님! 다들 모였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동현의 말에 수하들이 일제히 시선을 집중한다.
“강이식 대장군과도 이야기를 나눈 상황이고 언젠가 수나라와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저번에도 말했듯이 우리도 그것에 대비를 해야 한다.”
“예.”
“오늘은 저번처럼 전체적인 틀에 대한 계획 실행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야. 그리고 그 계획을 이미 강이식 대장군께도 말씀을 드렸으니 나도 이제 그 계획을 본격적인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일단 사훈!”
“예! 회장님!”
“우리가 훗날 수나라와 싸우려면 많은 양의 군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최소한 강이식 대장군의 군량 정도는 대줄 수 있어야 해.”
“전쟁이 벌어지면 참전을 하시려는 겁니까?”
“맞아. 단…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군량을 지원하는 선에서 멈출 거다. 하지만 재물을 어느 정도 지원하고 호위무사들과 같이 참전을 하긴 할 거야. 그러나 나의 호위무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어디까지나 우리는 군량을 운반하고 후방에서 군량 창고를 기존의 군사들과 같이 지키는 선으로 할 수 있도록 협의를 볼 것이다. 내 말에 대해 강이식 대장군께서도 동의하셨고 말이야. 내가 관리로 임관한 것도 아니고 거기다 상인이니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동현의 말에 사훈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대장군과 아주 이야기를 잘 나누셨군요. 그 정도라면 저는 찬성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님께서 예전에 말씀하신 계획의 첫걸음일 텐데 누가 감히 토를 달겠습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하지. 알단 근혁이!”
“예. 회장님!”
“너는 지금부터 저 수나라에 있는 우리 상단들에게 연락을 넣어서 군량을 구매하는 비중을 늘리도록 해.”
“그렇게 해서 이 고구려의 요동성으로 와 군량을 비축해 놓으시려는 것이군요?”
“맞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은밀하게 만든 그 장소… 너는 알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예전에 우리가 수나라로 떠나기 전 창고를 꽤 많이 만들어 놨을 테니 그곳에도 군량을 많이 쌓아두도록 해. 그 장소에는 우리 고구려 군에도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회장님!”
동현은 근혁에게 명령을 내린 후 이번에는 조용을 돌아보며 말한다.
“조용!”
“예! 회장님!”
“자네는 이 고구려에서 전국에 있는 우리 상단의 사람들에게 사람을 보내서 군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라고 하게. 단… 군량을 너무 한꺼번에 구매함으로 인해 우리 고구려 백성들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소희와 의정이.”
“예! 스… 스승님!”
“내가 말한 것들은 조사를 했느냐? 확인하는 것이 조금 늦었는데…….”
“물론입니다. 여기…….”
소희와 의정은 요동성에서 생활이 어려운 백성들을 기록한 책을 동현에게 내민다.
동현은 그 책을 잠시 읽어보는데…….
“으음… 이렇게나 많다니… 대장군께서 그토록 백성들에게 신경을 쓰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대장군의 명령이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강이식 대장군께서 살아가기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구휼미를 베풀어 주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였으니 말입니다.”
“그래. 특히 요동성 외곽에 있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유독 심하구나.”
“아무래도 직접 다스리는 영향권 밖이다 보니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수나라에 맞서고 국력을 크게 키우려면 이러한 백성들이 없어야 한다. 으음… 조송!”
“예. 주군!”
“여기 이 책을 보게.”
동현이 내민 책을 읽어본 조송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 인원수가 꽤 많군요.”
“그래.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이들을 품어주면 어떨까?”
“예? 이 많은 백성들을 말입니까?”
“그래. 현재 우리가 있는 이곳은 황무지를 개간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곳이 많지만 아직도 황무지가 개간되지 않은 곳도 많아. 이 황무지는 태왕폐하께서 우리가 마음대로 하도록 하사하신 땅이기도 하기에 마음대로 해도 되는 땅이다.”
“예.”
“그 개간되지 않는 땅을 이 백성들을 데리고 와 개간하게 하고 소작을 하게 하여 기존에 있던 우리 노비들처럼 똑같이 소작료를 부여하게 한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득으로 작용하겠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조송은 동현의 말에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한다.
“장기적으로는 주군의 뜻이 매우 맞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셔야 합니다. 저 많은 인원들을 현재 저희가 있는 재물로 다 먹여 살려야 하니 말입니다. 저희가 그만한 것을 모두 감당할 만한 재력이 된다면 괜찮지만… 이게 정말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니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래. 그 말도 맞다. 그래서 내가 현재 수나라에서 많은 양의 쌀을 미리 구입해두라고 한 것이야. 현재 수나라의 쌀의 시세는 매우 싸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근래 들어 수나라에 여러 곡식들에 대한 농사가 매우 잘 되었다고 하는군. 그래서 싼 값에 구입을 할 수 있게 되었어. 거기다 우리 고구려도 현재 아주 풍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곡식들이 비싼 편이 아니야. 나는 이것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래도 안 될까?”
동현의 말에 이번엔 옆에 있던 사훈이 대답한다.
“주군께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큰 이득을 보는 것이 확실하다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그들을 먹여 살리고 끝까지 끌고 가십시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있다면 이것은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한 호위무사가 보고한다.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와!”
동현의 허락에 한 호위무사가 동현 앞에 와 군례를 올리며 말한다.
“지금 이굴가가 보낸 거란족들이 소금을 실어가지고 왔습니다!”
“오! 그래? 약속한 양을 다 가지고 왔던가?”
“예! 주군! 모두 100가마를 들여왔습니다!”
“약속을 지켰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동현은 거란족과 거래를 하였을 때 사훈을 통해 거래를 맺게 하였다.
이간정은 자신의 부족으로 돌아가 자신이 직접 써본 비누와 두부를 맛 본 것을 이굴가에게 이야기를 했고 이굴가는 그 말을 듣고 동현의 요구대로 소금을 기존의 50가마에서 통 크게 50가마를 더 얹어서 보내준 것이었다.
그리고 계약을 맺은 후 첫 거래를 하게 된 것인데 그 소금이 지금 요동성에 온 것이었다.
“정말 시기가 딱 맞게 도착을 했군.”
“그렇습니다. 주군. 이제 이 소금을 이용하면 좀 전에 주군께서 말씀하셨던 것을 그대로 이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동현은 소금이 왔다는 소식에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