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동현, 영양태왕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조건을 말하다
동현이 군부 안으로 들어가자 강이식 대장군과 함께 누군가 같이 앉아 있었다.
“이 녀석이 김동현이라는 녀석일세. 내가 무예를 가르쳐 준 제자이기도 하지.”
“으음… 그렇군요.”
“동현아. 태왕폐하께서 나에게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신 밀사다.”
“미… 밀사요?”
“그래. 인사 하거라.”
“아… 예. 처음 뵙겠습니다.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네. 나는 태왕폐하의 명을 받고 온 근위장 온상이라고 하네.”
“온상이라고 하시면… 그 유명한 온달 장군님의…….”
“하하하! 너도 알고 있구나? 맞다! 동현아! 이 분은 온달 장군의 아드님이시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난 그저 우리 아버지의 명성에 가려져 있는 사람이라네.”
온상은 동현에게 미소를 보이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내가 오늘 태왕폐하의 밀사로 온 것은 태왕폐하께서 자네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이렇게 왔네.”
“그게 무엇입니까?”
“대장군. 태왕폐하께서 쓰신 서찰을 보여주시지요.”
“음… 알겠네. 동현아. 태왕폐하께서 네게 쓰신 서찰이다. 한 번 보거라.”
“예. 대장군.”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에게 서찰을 받아 읽어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그러니까 수나라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들을 양성하는데 많은 재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까?”
“그렇네. 자네는 수나라에서 2번째로 큰 상단이며 우리 고구려에서는 가장 큰 상단의 사람이 아닌가? 그래서 태왕폐하께서 부탁하셨네.”
“그렇군요…….”
“거기 서찰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네가 태왕폐하의 부탁을 들어주면 자네가 원하는 것 한 가지는 무엇이든지 해주겠다고 말씀하셨네.”
“정말로 무엇이든지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분명히 태왕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셨어.”
동현은 온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곡식 70석과 금 30관(약113kg정도 되는 무게.), 그리고 은 30관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대신 비사성 앞바다를 저희 상단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물론이고 온상은 멍한 표정을 짓는다.
동현이 내놓은 재물이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자… 자네 정말 그 많은 양을 내놓겠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태왕폐하께서 소인을 배려해주셔서 제가 하는 어떤 말도 들어 주신다고 말씀하셨으니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태왕폐하께 큰 힘이 되어드릴 수 있고 말입니다.”
“허어… 그토록 재물이 많은가?”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 재물은 저희 상단에도 꽤 많은 양의 재물입니다. 하지만 소인… 훗날을 생각했습니다.”
“훗날이라?”
“예. 수나라가 우리 고구려에 쳐들어오면 분명 우리 고구려 사람들은 전시 체제로 돌아설 것이고 그 때부터 우리 사람들은 전쟁을 하느라 생업이 많이 힘들어 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지.”
“그렇게 되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우리가 그 국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재물이 많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 재물로 나라의 국력을 빠르게 회복하는데 쓰자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동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간다.
“좀 전에 장군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이 재물로 많은 군사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전쟁 때 꼭 필요한 군량들도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사들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재물로 군사를 양성함으로써 수나라에 맞설 힘도 기르고 전쟁이 끝나면 국력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지 않겠습니까?”
동현의 말에 온상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하! 대장군! 신동이라고 하더니 정말 신동이로군요! 거기다 나라에 대한 애국심도 참으로 대단합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저 녀석을 제자로 삼아 무예를 가르친 것이지. 지금 무예도 상당히 올라와서 문무를 겸비했네.”
“그래 보입니다. 헌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네.”
“하문하십시오.”
“왜 그에 대한 대가로 비사성 앞바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을 말했나? 바다라면 자네 상단이 언제든지 그곳으로 가서 포구에서 뱃일 하는 사람들의 배를 빌리거나 구입해 언제든지 저 수나라로 넘어가 상행을 갈 수 있는데 말이야.”
동현은 온상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물론 그렇게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디 포구는 한 상단이 있는 것이 아닌 여러 상단이 이용하고 국가가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저는 그 포구에 대한 이용을 국가가 아닌 제가 관리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
“그 포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시면 포구에서 나는 이익의 3할을 국가에 바치겠습니다. 제가 하는 말대로 하시면 국가의 재정이 더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으음… 자네 상단의 부와 함께 국가의 재정을 튼튼하게 한다?”
“그렇습니다. 장군.”
“그 문제는 태왕폐하께 일단 보고를 해보고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군. 일단 자네의 뜻은 알겠네. 내가 태왕폐하께 한 번 말을 해보지.”
동현은 온상의 대답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만약 수나라가 쳐들어오면 비사성 앞바다가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수군으로 비사성을 무조건 노리겠죠. 제가 이 비사성의 포구를 원하는 것은 상행으로 이문을 보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라?”
“예. 저는 그 비사성 앞바다에 염전을 만들까 합니다.”
“염전? 뜻대로 풀이하면 소금밭이라는 뜻인데?”
“맞습니다. 현재 우리는 소금을 얻을 때 두 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하나는 다른 곳에서 수입을 해오거나 또 다른 하나는 이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지요.”
동현의 말에 온상과 강이식 대장군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은 그런 둘을 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바닷물을 끓이는 방식으로는 소금을 생각보다 많은 양을 얻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물론이고 온상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 그것이 정말인가? 그게 참이야?!”
“그렇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한 것을 시도해 보려면 바다가 있어야 하고 포구를 제가 전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할 수가 없어서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던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런 기회가 왔으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 그랬군.”
“다만 이건 제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연구를 하였을 뿐 일단 직접 시도를 해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국가에서 많은 재물이 들어가게 되는데 현재 수나라의 침입으로 인해 대비를 해야 하는 마당에 이 염전을 만드는데 국가에서 신경을 쓰게 되면 많은 재물이 다른 곳으로 새게 됩니다.”
“…음.”
“그러니 제가 있는 상단으로 혼자 이 포구를 맡고 바다를 이용해 염전 만들기를 시도하겠다는 겁니다. 저희 상단의 재물만을 이용해서 말입니다. 나라의 국고가 이것으로 인해 비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동현의 말에 온상이 감탄한다.
“자네는 참으로 충신이로군. 나라의 재정까지 생각해서 모든 것을 자네가 짊어지고 가겠다니… 내가 태왕 폐하께 좋게 보고를 한 번 해보겠네.”
“예. 장군. 감사합니다.”
“다음 명령이 내려올 때는 오늘처럼 몰래 온 밀사가 아니라 정식적인 황명으로 칙사 자격으로 올 수 있을 것 같군. 그러니 그 때를 기다리고 있게. 내 말을 들으면 분명 태왕폐하께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실 것이야.”
“알겠습니다. 장군.”
“대장군. 오늘 참으로 충성스러운 사람 하나를 보고 갑니다.”
“아니… 벌써 가려고? 하루라도 묵고 가지 그러나?”
“아닙니다. 태왕폐하께서 밀사로 보내셨는데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 이 말을 전해야죠.”
“으음…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조심히 가게.”
“예. 대장군.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자네도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지.”
“예. 장군. 만나 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동현의 말에 온상은 미소를 지으며 군부를 나간다.
그리고 강이식 대장군과 동현 둘만 남게 된 상황.
강이식 대장군은 온상이 나가고 가볍게 차 한 잔을 나누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현아.”
“예. 스승님.”
“너의 상단의 영향력이 커져서 태왕폐하께서도 너를 찾는다니 기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무슨 말씀이신지 압니다. 예전에 제가 말했던 것과 같지 않습니까?”
“그래. 맞다. 분명 정식으로 너에게 이런 황명이 내려오면 분명 다른 귀족들이 너를 경계하기 시작할 것이야. 특히 욕살들이 말이야.”
“그래서 지금 이 정도 선에서 멈추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더욱 더 큰 부를 쌓으면서 욕살들을 압박해 나갈 겁니다.”
“욕살들을 압박해 나간다?”
“예. 현재 욕살들에게 흘러가고 있는 물건이나 여러 가지 품목들… 제가 고구려 내에 있는 상단을 이용한다면 그들을 말려죽일 수도 있습니다.”
“뭐? 그 정도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스승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때가 아니라…….”
“예. 지금 이 일을 실행한다는 건 저들에게 공격의 빌미만 줄 뿐입니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한 후 앞에 있던 차 한 잔을 마시며 말을 이어간다.
“스승님께서는 욕살들이 가장 초조해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때지.”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입지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으음… 나로서는 저들의 권한이 강해 답이 보이지 않는구나.”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을 찾았습니다.”
“찾아? 저들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예. 스승님.”
“대체… 대체 어떤 방법이냐?”
“일단 그에 대한 첫 번째 계획은 현재 태왕폐하께서 정말 잘 실행하고 계십니다.”
“태왕폐하께서?”
“서찰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저를 이용해 그들이 재물을 바치게 한다고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나도 그 서찰은 보았지만 분명 그들은 네가 많은 양의 재물을 바친다고 해도 평소보다 도 조금 더 많이 바칠 뿐이겠지. 너처럼 그 정도로 많은 양의 재물을 바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래 그것이 당연한 겁니다. 스승님. 재물이 없으면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욕살들은 본래 너무나도 짰죠. 나라를 위해 바친 것이 지금까지 거의 전무했으니 말입니다. 그저 전쟁이 벌어질 때 아주 약간의 재물과 자신들의 사병을 보태어 보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태왕폐하를 곁에서 도와드려야 하는데…….”
“이번에 태왕폐하께서 저를 이용해 그렇게 하신다면 분명 좀 전에 제가 말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바치긴 할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장이 없는 양을 재물로 바치면서도 분명 이렇게 말하겠죠. 저 때문에 필요 이상의 재물을 많이 바치게 되었으니 큰 손해를 입었고 저를 주시하라고 말할 겁니다.”
“그래. 그래서 내가 너를 걱정하는 것이다. 지금 네가 눈에 뜨이면 나중에 대계를 위해 힘들어져.”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미소를 보이며 대답한다.
“지금 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일부러 저를 주목하게 만들기 위한 시선 끌기입니다.”
“시선 끌기?”
“예. 이제 태왕폐하와 함께 많은 공조가 이루어져야… 저 욕살들을 몰아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머지않았습니다.”
“대체 어떤 계획인 것이냐? 궁금해서 미치겠구나.”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차 한 잔을 마시고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