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동현, 자신과 가문을 위해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질문에 양광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는 야심가입니다.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
“예. 대장군. 그는 자신의 측근에게 자신이 어떻게든 태자가 되려고 수를 쓰고 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자자합니다. 특히 고위층에서는 말입니다. 그것만 봐도 그 자가 야심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것이지요.”
“으음… 그렇군.”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이 잘 챙겨야 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특유의 저자세를 유지하며 예를 다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친해진 뒤에는 그 사람에게 본심을 다 드러내는 성격이라고 하더군요. 그 소문을 들으니 참으로 야심 많고 냉혹한 자며 잔인한 자였습니다.”
“대체 어떤 소문이길래?”
“좀 전에 말했듯이 그는 제 형인 태자 양용에게 중상모략을 하여 많은 수를 쓰면서 그를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양용이 여자를 매우 좋아하고 사치를 일삼는 경우가 많은데 그 형에게 궁녀와 술까지 함께 보내어 그것을 거들었지요.”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바로 대답한다.
“양견의 눈 밖에 하기 위한 수이겠구만.”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양용이 사치스럽고 계집을 밝히는 자이니 태자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외부에 알린 것입니다. 그것도 계획적으로 말입니다.”
“무서운 녀석이구만. 제 형을 그런 식으로 죽이다니… 반역을 일으켜 단 칼에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을 꾸며서 하나씩 모든 것을 밟아나가겠다는 것 아닌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넓혀가면서 말이야.”
“맞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 양견에게는 좋은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였습니다. 그 예로 하루는 양광이 사냥을 나갔는데 사냥 도중 비가 내리자 시중을 드는 사람이 비옷을 입으라고 건넸답니다. 그런데 양광이 그것을 거절하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군사들이 모두 비를 맞으면서 사냥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 편하자고 어찌 이 옷을 입을 수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으음… 양견은 그 소식을 듣고 기뻐했겠군. 군사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백성들도 그와 같이 대할 것이니 말이다. 자신의 아들이 백성들을 끔찍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겠나?”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대장군. 지금 제가 말한 것은 극히 일부이며 약한 것들만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것만 들어도 그의 성정을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그 자를 주시할 필요가 있겠어.”
“그 점은 염려 놓으십시오. 제 수하들이 장안에서 소식이 있는 대로 전하기로 했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은 장안을 대흥성이라고 한다는군요.”
“대흥성이라…….”
“예. 그리고 대장군 말씀대로 양광을 눈 여겨 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
“그는 우리 고구려를 정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확실한 건가?”
“확실합니다. 제가 알기로 양광이 자신의 측근들에게 자기가 황제가 되면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고구려 정벌이라고 계속 말을 하고 다녔답니다.”
“…….”
“현재 제 아비인 양견도 우리 고구려에 적대적인 만큼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들인 양광이 제 형을 몰아내고 태자 자리를 차지하고 난 뒤 황제가 되면 뒤이어 또 올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만 합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다행히 현재의 태왕 폐하 전에 선대 태왕 폐하께서 그 위협을 알고 지금 대비를 해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현재의 태왕 폐하께서도 수나라의 위협을 느끼고 더욱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장군. 지금의 대비로 양견이 몰고 오는 군대를 막을 수 있어도 그 후에 또 군대를 보낸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으음…….”
“연달아서 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을 해두어야 합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그 말에 충분히 일리는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양견의 특성상 우리 고구려를 쳤다가 바로 다시 칠 것 같지는 않구나. 그는 백성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만큼… 우리 고구려를 치다가 실패하면 그는 한 동안 다시 또 내실을 다질 것이야.”
“충분히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 아들 양광은 다르지요.”
“너는 양광이 태자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구나.”
“그렇습니다. 태자인 양용이 저토록 어리석은데 곧 자리를 빼앗길 것이 분명합니다.”
“으음… 일단 그 일은 네가 말한 대로 좀 더 그들을 살펴보고 판단하자.”
“예. 대장군.”
동현은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과 연회를 즐기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현과 사람들은 강이식 대장군이 마련한 관청의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동현은 다른 날보다 늦게 기상하여 강이식 대장군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소인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 동안 집에 있으면서 상단 일을 볼 것이니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를 불러주십시오.”
“그래. 조심히 가거라.”
“예. 대장군. 우식아. 그럼 갈게. 잘 있어.”
“그래. 너와 함께한 상행… 정말 즐거웠다.”
“별 말을… 아 참!”
“……?”
“제가 상행을 다녀왔다가 선물을 좀 가지고 왔으니 가져가십시오. 저기 마당에 두겠습니다.”
“뭘 그런 걸 다…….”
“대장군께서는 요동성을 다스리는 분이시기도 하지만 사적으로는 제 스승님이시지 않습니까?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것이니 받아주십시오.”
“허허허. 그래. 그렇다면 고맙게 받도록 하겠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과 우식에게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 집에 모이자 동현은 장수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방에 다 불러 모으는데…….
“이제 식구들이 많아져서 꽉 차는군.”
“그렇습니다. 형님. 그래서 제가 이 근처에 집을 크게 짓고 있습니다.”
“뭐? 집을?”
“예. 상단 규모만큼 집도 커야 합니다. 그래야 형님께서 장사하신 물품도 쌓아놓을 수 있고 거기다 사람들도 늘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래. 일리는 있다. 그래서 창고를 늘리면서 집도 짓고 있었던 것이냐?”
“그렇습니다. 형님.”
동우의 말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우의 등을 두들기며 격려해줬다.
“아주 잘했다. 네 덕분에 이 형의 일이 수월해지는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해보지.”
동현이 이렇게 말을 하자 좀 전에 동현과 동우로 인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금세 진지한 분위기로 바뀐다.
“이제부터 우리가 이 고구려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하문하십시오! 대인어른!”
“우리가 중원에 있을 때 보고를 받은 정보에 따르면 수나라가 점점 우리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이 확실해졌어. 비록 지금은 내실을 다지고 주변에 잔당 세력들을 청소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내정과 기반이 다 잡히면 분명 우리 고구려로 화살을 돌릴 것이야.”
“맞습니다. 대인어른. 소인의 생각에도 반드시 수나라가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기다 우리 고구려도 강하게 나가고 있으니 언젠가 꼭 전쟁이 터져도 터질 것입니다.”
“맞다. 하지만 지금 당장 터지지는 않을 거다.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시간이 있는만큼 우리 상단은 그에 따른 대비를 정말 철저하게 해야 하지. 오늘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모두를 불러 모았다.”
동현이 이렇게 말하자 근처에 있던 조용이 말한다.
“회장님.”
“오! 조용. 의견을 내고 싶으면 내보게.”
“예. 회장님. 소인은 본래 허도에서 태수였던 사람으로써 수나라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 소인의 딸의 병을 고쳐주신 이후… 허도에 있으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죠. 그 정보들 중 제가 눈에 띄는 정보를 하나 얻었습니다.”
“응? 그게 무엇인가?”
“수나라의 장수 중에 우문술과 우중문이라는 장수들이 있습니다. 아십니까?”
“당연히 알지. 수나라에서 이름 있는 장수라던데?”
“맞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그 두 장수들이 왜?”
“제가 듣자하니 그 두 장수 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사이가 좋지 않다?”
“예. 우문술은 우중문에게 작은 공을 세우고 줄을 잘 타서 출세한 사람이라고 우중문을 비난하고 있고 우중문은 우문술에게 양광의 사돈이라는 뒷배경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비난을 한다고 하죠.”
동현은 조용의 말에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바로 묻는다.
“그렇게 둘이 사이가 안 좋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
“예. 소인이 듣자하니 본래는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문술에게 양광이 자신의 딸과 우문술의 아들을 혼인시키면서 그 신분이 높이 올라가게 되었는데 우중문은 그 사실을 알고 매우 축하해 주었다고 하죠.”
“음.”
“처음에는 우문술도 그 축하를 받아들이면서 우중문의 축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연회자리에서 우문술이 술에 취했는지 우중문에게 오만하게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오만하게라…….”
“예. 우중문. 너는 이제 나와 같은 반열이 아닌 아래에 있는 사람이니 내 말에 복종하고 따라라. 그러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우중문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겠군. 자신은 우문술의 아들 혼인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러 갔는데 자신을 수하부리 듯 하면서 자신을 따르라고 말했으니 말이야.”
“맞습니다. 그래서 그 날… 우중문은 우문술에게 실망이라는 말을 하며 잔뜩 화가 난 채 연회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우중문은 자신의 실력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 시작했죠.”
“…….”
“그리고 그런 노력 덕분인지 결실을 맺었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자 우문술에게 서찰을 보냈다고 하죠.”
“궁금하군. 어떤 내용이었나?”
동현의 말에 조용은 피식 웃으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나는 오로지 내 힘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좌절의 순간도 있었지만 모든 걸 잘 극복하고 너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곳으로 왔지. 내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동안 네 놈은 무엇을 했나? 그저 황자마마의 뒷배경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주제에 머리를 뻗대니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경고하는 바이니 앞으로는 언행을 똑바로 하도록 해라!”
동현은 조용으로부터 우중문의 말을 전해 듣고는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하하! 우문술은 보나마나 그 서찰을 받아보고 노발대발 했겠군.”
“그렇습니다. 지금 그 둘은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훗날을 보자면 분명 그 둘이 한 번 제대로 붙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랬을 경우 저희가 그것을 이용하면 되겠죠.”
“그 말은 두 장수에게 사람을 보내 친분을 쌓아두라는 이야기군. 그리고 훗날 그것을 이용하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회장님. 역시 회장님은 제가 말도 안 했는데 바로 아시는군요.”
“자네가 그렇게 말을 하니 당연히 모를 수야 있나? 좋아. 아무튼 우문술과 우중문에게 사람을 보내게. 그것도 재물을 좀 넉넉하게 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재물을 보낼 때 꼭 말 잘하는 자를 같이 보내게. 그리고 그들에게 우문술과 우중문을 만나면 내가 그 둘을 그토록 칭찬하고 존경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고 해. 그렇게 해서 친분을 쌓고 그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 먹자고! 특히 우문술! 그 자는 양광과 크게 관련이 있는 자니 이용가치가 많을 것이야.”
“예! 회장님! 소인이 말 잘하는 사람을 한 번 살펴보고 다시 보고를 올리겠나이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
동현은 요동성으로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자신과 가문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