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동현, 단종수의 말을 들어주다
단종수의 결박이 풀리자 단석한은 단종수를 데리고 둘만이 따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잠시 후…….
“종수야!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네가 어째서 이곳에서 산적이 된 것이야?”
“그게…….”
“……?”
“형님께서 고구려의 변경을 침범하다가 포로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소식에 저는 당연히 수하들에게 형님을 구하러 가야겠다고 했죠. 하지만 수하들이 말렸습니다.”
“…….”
“수하들이 결사반대를 하니 제가 어쩔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하루하루를 술로 보냈죠. 그렇게 술로 보내던 시기에… 저희와 같은 속말 말갈의 부족 중 하나인 돌지계의 기습을 받았습니다.”
단종수의 말에 단석한은 분노한다.
“이놈의 돌지계! 수나라의 개처럼 굴더니 이젠 본격적인 공격을 해왔군!”
“그렇습니다. 이전처럼 그저 우리 부족의 영역을 침범하는 정도가 아닌… 정말 크게 쳐들어왔죠. 저희는 그 공격에 순식간에 부족 영토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항하려 하였으나 술에 잔뜩 취해있었고 제 수하들의 도움으로 이곳까지 도망쳐 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는데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지나가는 상단들을 약탈했다… 그 말이냐?”
“예. 형님…….”
“하아…. 내가 없으면 더 복수를 하려고 자제하고 너 자신을 갈고 닦아야지. 대체 왜 그런 것이냐?! 결국 네 말은 술 쳐 먹다가 제대로 된 대항도 못한 것이 아니냐?”
“죄송합니다. 형님… 죽여주십시오. 흐흐흑…….”
단종수는 단석한 앞에 무릎을 꿇고는 펑펑 눈물을 흘린다.
그런 단종수를 보며 단석한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한다.
“하아… 이미 지나간 일을 어찌하겠느냐? 일어나거라.”
“예. 형님… 훌쩍! 훌쩍! 그나저나 형님. 형님은 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요.”
“그것이…….”
단석한은 노비가 되어서 동현의 밑으로 들어간 일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했다.
단종수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형님께서 주인으로 모실만 하네요. 무예도 뛰어나고 지략도 뛰어난 사람이라니 말입니다.”
“그래. 고구려 군 변경을 침범해서 사로잡혔을 때 나는 직감했다. 우리 같은 부족들은 고구려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이 분을 모시면서 느꼈다. 그리고 같이 상행을 다니면서도 느낀 것이 많지. 세상은 넓고 인물들은 정말 많았어. 그래서 말인데… 나는 네가 나와 같이 대인어른을 모셨으면 좋겠구나.”
“…….”
“마음이 내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야.”
“…….”
“그리고 우리 부족 사람들의 복수를 하려면 고구려 쪽에 붙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 돌지계라는 녀석에게 꼭 복수를 해야 하니 말이다.”
단석한의 말에 단종수가 바로 대답한다.
“저 사람이 우리의 복수를 해줄 것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나는 우리 대인어른의 포부를 바로 앞에서 들은 사람이다.”
“대체 저 사람의 포부가 무엇이길래요?”
“중원 정벌… 아니 그렇게 말하면 모르려냐? 수나라 정벌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
“……!”
“나에게 밝히기를 수나라는 물론이고 고구려에 위해가 되는 세력들을 다 통합을 하거나 종속을 시켜버리겠다고 말씀하셨다. 아직 관직에 없는 상인이지만 현재 그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그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어.”
“그 계획이라는 것이 궁금하군요. 그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계획을 들으려면 네가 우리 대인어른을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
“…….”
“그런 계획을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
단석한의 말에 단종수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한다.
“그렇다면 형님. 이것은 꼭 들어주십시오.”
“……?”
“제 말을 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형님이 모시는 대인어른의 밑으로 들어가는 건 반대입니다.”
“그 말은 네 말을 무조건 들어줘야 대인어른의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들어줄지 모르겠네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와 제 직속수하를 잠시 예전에 우리 부족이 있던 곳으로 보내주십시오. 제가 그곳으로 가서 예전에 흩어졌던 부족들을 모아 이곳에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러면 형님께는 물론이고 형님의 주인인 대인어른께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단종수의 말에 단석한은 벌컥 화를 낸다.
“이놈아!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이냐?! 네 놈을 놓아줬다가 그곳으로 가서 흩어졌던 세력을 모은 후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 네 놈의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역시 형님께서도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형님. 그 정도 신뢰가 없어서 큰일을 하겠습니까?”
“뭐라?”
“제가 하는 말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면 형님의 주인이라는 사람도 그릇이 거기까지라는 뜻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제 주인으로 모시고 싶지 않습니다.”
“…….”
“어찌 하시겠습니까? 제 말을 받아들여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제 수하들과 함께 여기서 죽음을 택하겠습니다.”
단종수의 단호한 말에 단석한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후우… 좋아. 대신 하나만 약속해라.”
“무슨 말씀을 하실지 압니다. 받아들여주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며 진심으로 대인어른을 주인으로 모시라는 뜻이 아닙니까?”
“그래. 만약 받아들여지면 우리 상단에서 너희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약간의 식량까지 대주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지. 그런데 그것을 다 받아들여준다면 대인어른께서는 큰 결정을 하신 것이 된다. 내가 분명 이 말을 대인어른께 꺼내는 순간 대인어른의 수하들은 분명 전부 다 반대할 것이다. 그건 너도 모르고 있진 않을 터…….”
“…….”
“여기서 약속해라. 받아들여준다면 진심으로 내가 모시는 대인어른을 주인으로 함께 모시겠다고 말이다.”
단석한의 말에 단종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말을 했으니 따르겠습니다.”
“후우… 알겠다. 대인어른께 말씀을 드리러 가자.”
단석한은 그렇게 단종수와 함께 동현이 잠시 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좀 전에 단종수가 하던 말을 꺼낸다.
“그래? 이전에 흩어졌던 너희 속말말갈 부족들을 불러 모으겠다고?”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제 동생이 그 부탁을 들어준다면 대인어른께 충성을 하겠답니다.”
동현은 그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하하하! 배짱이 좋구만! 아주 마음에 들어!”
동현의 반응에 옆에 있던 사훈이 대답한다.
“대인어른. 이것은 조금 민감한 사안입니다. 보내주지 않는 편이…….”
“아니…! 나는 보낼 것이다!”
“대… 대인어른?!”
동현의 결정에 앞에 있던 단석한은 물론이고 단종수도 놀란다.
“단… 갈 때 단석한도 같이 보낼 것이다.”
“예? 하지만 둘은 본래 같은 부족입니다.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이보게 사훈.”
“예. 대인어른.”
“단석한은 내가 본격적으로 상단을 일으키기 시작할 때부터 나를 주인으로 받들던 사람이네. 그 충성심이 대단하지. 나를 절대 배신할 사람이 아니야.”
“…….”
“내가 저 단종수라는 자를 단석한과 함께 보내는 것은 단석한을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마음 놓고 보내는 것이야.”
“…….”
“나는 단석한 자네를 믿네. 그러니 자네도 내가 보낸 신뢰에 보답해주게.”
동현의 말에 단석한은 무릎을 꿇고 절까지 하며 대답한다.
“소인… 평생 대인어른을 위해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이 사람… 얼른 일어나게. 옷이 더러워지네.”
동현은 단석한을 일으키며 옷에 묻은 흙을 손수 털어준다.
그 모습을 단종수가 멍하니 지켜보는데 동현은 그런 단종수를 보며 말한다.
“자네가 말한 대로 보내줄 것이다. 그러니 자네도 약속을 지켜라. 흩어진 부족들을 모아 내 밑으로 오겠다는 말말이다. 알겠는가?”
“아… 알겠습니다.”
“나는 자네 형을 믿기 때문에 같이 보내는 것이다. 그만큼 자네 형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야. 내 믿음을 저버려서 자네 형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라.”
“예…….”
“단석한.”
“예. 대인어른.”
“내가 자네와 동생, 그리고 직속 수하들 몇 명을 풀어줄 테니 같이 가게. 그리고 치즈를 챙겨 가. 치즈는 상하지 않고 오랜 기간 먹을 수 있으니 좋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인어른.”
“얼른 다녀오게. 치즈는 저기 주머니 안에 담아두었으니 챙겨가게. 충분할 것일세.”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이레에서 열흘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테니 얼른 가. 치즈 때문에 빨리 이동할 수 있으니 내가 말한 기간 안에 올 수 있을 거다.”
단석한은 동현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종수가 말한 직속 수하 20명 정도를 풀어서 예전에 자신의 부족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동현은 그 뒷모습을 보는데 사훈이 다가와 묻는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대인어른.”
“그래. 나는 단석한을 믿네. 만약… 단석한이 나를 배신하고 그들 부족을 위해 그 자리에 머문다면 내 잘못된 눈을 탓해야 하는 것이겠지.”
“…….”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상관은 없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단석한이 있던 부족이 있던 곳은 현재 돌지계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곳에서 다시 부족을 세우려고 한다? 그럼 돌지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가만두지 않겠지요.”
“그래. 그것을 알기에 보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단석한과 약속한 열흘이 될 때까지 이곳에 영채를 세우고 잠시 머물면 된다. 지금 바로 호위무사들에게 명령하여 영채를 세우라고 하게. 곧 있으면 날이 어두워 질 것이야.”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사훈은 호위무사들에게 바로 명령을 하여 영채를 세워 임시 막사를 만들게 했다.
동현은 그렇게 영채를 세우고 자신에게 배정된 임시 막사가 생기자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전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레벨 : 19
이름 : 김동현
성장 타입 : 신동
나이 : 21살
무력 : 89(+3)
지력 : 82
정치 : 76
통솔 : 87
매력 : 89
특기 : 인덕, 1대1 대결, 의술, 상재
전법 : 기사, 기병 기동 약화, 사기 회복, 기병 공격 약화 전법]
‘레벨이 1만 더 오르면 20이네. 그러면 특기랑 전법, 그리고 아이템도 하나 더 뽑을 수 있겠지.’
[맞습니다. 주인님.]
‘으음… 그 단석한이랑 단종수가 나에게 오고 수하가 되면 레벨 20이 될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수하를 얻게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거기다 호위무사로 쓸 군사들까지 말입니다.]
‘그래. 네가 보았을 때 그들이 내 말대로 돌아올 것 같아?’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알더라도 알려드리지 못합니다. 주인님의 판단이니까요.]
‘으음… 그런가…….’
[예. 다만 이제 레벨이 오르면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 주인님이 판단하시는데 있어서 훨씬 편해지기는 하실 겁니다.]
‘그래? 충성도는 언제 나오는데?’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에이… 말할 수 없는 것이 왜 이리 많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게 뭔데?’
‘레벨이 오르면 주인님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동수의 말에 동현은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