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동현, 미래를 위해 내호아에게 작업을 하다
내호아는 동현을 보고는 크게 웃으며 말한다.
“이게 누군가 했더니 동현이로군? 요즘 소문이 자자해! 듣자하니 수나라에서 2번째로 큰 상단이 되었다면서?”
“그렇습니다. 태수님. 태수님께서는 좀 어떠십니까?”
“나야 잘 지내고 있었지. 하하하! 그런데 처음 이곳을 통과했을 때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커졌구만 그래?”
“그렇습니다. 왕빈 대인어른의 상단과도 자주 교류를 하니 제 상단도 더욱 크게 발전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 나도 들었어. 자…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들어가지! 내가 자네가 온다하여 술상을 마련했네!”
“감사합니다. 태수님.”
“다른 사람들의 술상도 봐 두었으니 같이 가지! 그리고 묵을 곳은 걱정하지 마! 내가 이미 조치를 취해두었으니까 말이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태수님.”
“자… 얼른 들어가지!”
내호아는 자신이 앞장서서 동현과 일행들을 관청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잠시 후… 관청 안에 있는 연회장에서 내호아는 동현과 술과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럼 이제 다시 예전의 광릉 대도독으로 복귀하실 것 같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이제 몸도 좋아졌고 하니 다시 복직을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군요. 그럼 북평 태수로는 누가 오게 되는 것입니까? 그 동안 수나라와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상행을 나가는데 이곳에 태수님이 계셔서 편했는데 말입니다. 이곳은 고구려뿐만 아니라 다른 이민족들과도 경계로 이루어진 곳이 많은 곳이라 다른 사람이 오면 예전처럼 절차가 까다로워 질 텐데요.”
“하하하! 그 걱정은 하지 말게! 내가 황제 폐하께 추천하여 올린사람이 북평의 태수로 올 테니 말이야. 내 직속 수하였던 장수인데 그 사람이 태수가 될 것이야. 그리고 이미 자네에 대한 이야기도 해 놓았어!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감사합니다. 태수님. 예전처럼 북평을 통과할 때 절차가 복잡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네는 이미 수나라에서 왕빈 상단과 함께 두 손가락에 꼽히는 큰 상단이야! 그리고 나와도 자주 교류하여 친분도 있고 말이야. 그런 내가 자네를 잊을 리가 있겠는가?”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 감사의 뜻에서 제가 태수님께 드릴 선물도 좀 챙겨왔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한 수하를 시켜 무언가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 제가 태수님께 드리는 금과 은, 그리고 비누입니다. 그리고 두부도 밖에 두었으니 잘 상하지 않게 하여 드시도록 하십시오.”
“허어… 얼마 전에도 자네 밑의 사람을 통해 받았는데… 이렇게 또?”
“이번엔 오랜만에 태수님을 만나 뵙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드려야지요.”
“하하하하! 고맙구만. 그래! 내가 잘 쓰도록 하겠네!”
동현은 훗날 수나라와의 전쟁에 대비하여 장손성 뿐만 아니라 내호아와도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었다.
내호아의 경우 호승심이 강한 성격이고 공명심이 높은 자이면서 자신보다 낮은 사람들을 얕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동현은 내호아의 그런 성격을 이용하여 훗날 수나라와의 전쟁 때 써먹을 정보를 빼내오려 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내호아와 교류를 하며 붙어 있는 것.
어떻게든 그의 환심을 많이 사도록 재물과 비누를 두둑하게 챙겨준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호아에게도 어느 상행을 하면서 얻게 된 각국의 정보를 건네주기도 했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진실로 이야기를 했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거짓으로 섞어서 이야기를 해 자신이 건넨 정보가 전부 진실인 것처럼 믿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야 내호아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을 전부 믿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고구려나 백제, 신라를 모두 돌아다닌다고?”
“예. 그 나라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민족들도 한 번 살펴볼 요량입니다.”
“이민족들은 왜?”
“그들에게 가죽이 있지 않습니까? 가죽하나 만큼은 최고니까요.”
“하긴… 그건 그래. 그놈들이 잡은 짐승의 가죽과 고기들이 최상품이긴 하지. 그래서 그것들과 자네가 가진 물건을 흥정을 해서 바꾸려고 가는 것이구만?”
“그렇습니다. 그리고 밑에 삼한의 나라들은 쌀이 싸니 그것과도 바꿀 수도 있고 말입니다.”
“으음… 그래. 그나저나 자네도 힘들겠군 그래. 상단의 이익을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니 말이야.”
“저는 이 일이 좋아서 선택한 것입니다. 천성이 그런 것이지요.”
“그런가?”
“예. 태수님. 각자 다른 환경에 있는 나라와 물건들을 보고 상단을 더 발전시킨다면 그것만큼 기쁜 것은 없더군요.”
“하긴… 자네가 하는 상단 일은 좋아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 어디 장사라는 것이 쉽나? 잘못하면 망하는 것이 순식간인데 말이야.”
“맞습니다. 태수님.”
동현은 그렇게 한 동안 내호아와 술과 음식을 먹으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에게 배정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으… 진짜 내호아 자식. 엄청난 술고래잖아? 진짜 머리 깨질 것 같아. 으…….’
내호아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심으로 인해 두통을 호소하는 동현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자신이 자던 침상 옆의 탁상 위에 누군가 꿀물을 타서 올려놓은 거싱 보였다.
벌레가 꿀물에 꼬일까봐 천으로 꼭 싸매 덮어놓은 것을 보니 보통 세심한 것이 아니었다.
동현은 그 꿀물을 만들어 준 사람에게 내심 고마워하며 꿀물을 모두 비웠다.
그리고는 밖에 사람을 불러 간단하게 세숫물로 얼굴과 손을 씻고는 옷을 갈아입고 밖을 나왔다.
밖을 나오자 동현의 방문 앞을 지키던 호위무사들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해론도 동현을 보지 고개를 숙이는데…….
“일어나셨습니까? 대인어른.”
“그래. 어제 너무 많이 마셔서 늦게 일어났구나. 미안하다. 매일 아침 회의를 해야 하는데…….”
“회의시간에 늦지 않았습니다. 대인어른. 단지 평소보다 대인어른께서 늦게 일어나신 것뿐이지요. 대인어른께서는 본래 누구보다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시지 않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아무튼 회의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아직 반 시진 정도 남았습니다.”
“다행이군. 그나저나 내호아 태수님은?”
“예. 완전히 뻗으셔서 아직 못 일어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그 밑에 직속 수하 분은?”
“예. 등청하셔서 업무를 보고 계십니다.”
“잘 되었군. 그럼 그 분에게 가서 우린 이제 북평성에서 나가겠다는 말을 하게. 그리고 이 서찰을 내호아 태수님께서 일어나시면 전달해 달라고 말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해론은 서찰을 받고는 자신의 밑에 있는 호위무사를 시켜 동현의 명을 이행했다.
동현은 그렇게 사람을 보낸 사이 북평에서 고구려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이 북평성을 바로 나가셔서 상행을 떠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저는 그저 일개 상인인데 말입니다.”
“태수님께서 각별하게 신경을 쓰시는 분이니 당연히 이리 해야지요. 그리고 어제 태수님께서 김공이 이곳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때 저에게 부탁을 하셨습니다. 자신이 술을 많이 마셔 취하여 김공을 배웅하지 못하면 저보고 대신 배웅을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랬군요. 태수님의 큰 호의에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리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전해드린 서찰을 내호아 태수님께서 일어나시면 꼭 좀 부탁드립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내호아 태수님을 자주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쉽군요. 이제 열흘 후면 이곳을 떠나신다고 하니 말입니다.”
“저희 태수님께서도 이곳을 떠나면 김 공을 못 본다는 생각에 많이 생각이 날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자신을 이토록 생각해 주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고 말하면서 아쉬워하시더군요. 훗날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동현은 내호아 직속 수하의 말에 감사해하는 그 때…….
“대인어른!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김공. 조심히 가십시오. 문지기에는 김 공 상단이 보이면 바로 문을 열어줄 겁니다. 제가 미리 말을 해 놓았으니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동현은 그렇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상단을 이끌고 북평성을 나간다.
내호아의 직속 수하는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본 후 다시 관청으로 돌아와 자신의 업무를 본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래? 나에게 서찰을 남기고 갔다고?”
“예. 태수님. 여기…….”
내호아는 일어나자마자 관청으로 등청을 했고 내호아가 등청하자 직속 수하였던 사람이 동현에게서 받은 서찰을 내호아에게 건넨다.
내호아는 그 서찰을 받자마자 읽어보는데…….
[내호아 태수님.
제가 태수님을 뵙고 북평성을 떠야 하는데 상행으로 인한 약속이 잡혀 있어 먼저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광릉 대도독으로의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다만 저에게는 너무 아쉽습니다.
저와 자주 서찰을 주고받고 어제 술을 같이 마셨던 것처럼 편하게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제 거리가 멀어지게 되니 그런 기회가 많이 없어지게 될 것이 아닙니까?
한 동안 저도 밖으로 돌 것이라 뵐 수 없음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훗날 꼭 다시 보게 될 날을 기억하며 이렇게 서찰을 남깁니다.
제가 상행에서 돌아와서 수나라로 오게 되면 태수님이 부임한 곳에 꼭 한 번 들르겠습니다.
그러니 그 동안 태수님께서도 몸 생각을 잘 하시면서 계십시오.
제가 술을 먹고 일어나 바로 서찰을 써서 그런지 두서없이 지껄였네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내호아 태수님을 존경하는 김동현 올림.]
내호아는 동현의 서찰을 보자마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이 녀석! 훗날 나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을 이 서찰에 담았구만.”
“그렇습니까? 하기야 아까 저에게도 그런 소리를 했었습니다.”
“그래?”
“예. 태수님께서 자신을 그만큼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그 서찰을 태수님께 꼭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군. 그 녀석… 상인으로는 아까운 녀석이야. 관직에 들어선다면 분명 큰 인물이 될 것인데…….”
“그렇습니까?”
“그래. 생각해 봐라. 이제 21살이 되고 상단을 이끈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녀석이야. 그런데 그 나이에 이 큰 우리 수나라에서 자신의 상단을 두 번째로 가는 상단 규모로 키워냈다. 너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래. 그래서 내가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저런 녀석이 우리 수나라 관직에 등용이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인데…….”
“하지만 그는 고구려 사람이지 않습니까?”
“쉿! 그 이야기는 함부로 꺼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죄… 죄송합니다.”
내호아의 말에 직속 수하는 금세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다.
그런 수하를 보며 내호아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나라의 관리를 등용하는데 있어서 출신이 무슨 상관이냐? 황제 폐하께서도 인재들을 등용할 때 출신을 가리시지 않으신다. 허도 출신들만 빼고 말이야. 돌궐이나 말갈 놈들도 꽤 높은 관직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구려 사람을 차별을 해서 되겠느냐?”
“태수님 말씀이 옳습니다.”
“아무튼 이 녀석이 이런 서찰을 나에게 남겼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리고 이 녀석이 있으면 나에게도 이득이고 말이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 녀석은 통이 큰 녀석이라 나를 볼 때마다 항상 많은 재물을 선물해 주지 않느냐? 그리고 서찰을 보낼 때도 그 사람에게 재물까지 들려서 보내준다. 나로서는 막을 이유가 없지. 큰 이득이고 말이야. 그리고…….”
“……?”
“각국의 정보를 이 녀석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니 큰 이득이지. 우리가 전쟁 때 이 녀석을 통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야.”
내호아의 말을 듣고 난 수하는 내호아의 뜻에 동의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