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동현, 왕빈에게 유언을 듣다
동현은 동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왕빈 대인어른께 동의만 얻어내면 한 번 시도는 해봐야겠어. 이대로 놔두면 계속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냐?’
[그렇습니다. 주인님.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긴 하죠.]
‘후우… 그래. 일단 한 번 시도해 봐야겠어.’
동현이 이렇게 동수와 말을 하고 있는 그 때.
“대인어른! 접니다!”
“그래. 왕 대인어른께서 깨어나셨는가?”
“예. 대인어른. 그 말씀을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알겠네. 지금 바로 나가지!”
동현은 그렇게 집사를 따라 다시 왕빈이 있는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잠시 후,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왕빈은 동현을 보고는 미소를 짓는다.
“와… 왔는가?”
“대인어른. 이 무슨 일입니까? 어찌 이렇게 갑자기…….”
“나… 나이가 드니… 그런 것이겠지.”
“그래도 쾌차 하셔야지요.”
“내… 내가 쾌차 할 수 있을지… 모… 모르겠구만.”
“그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고쳐드리겠습니다. 제가 약간의 의술을 할 줄 압니다.”
“지… 집사에서 들었네. 마… 마폐탕을 먹고 내 머리 속을… 드… 들여다본다고?”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하지만 고…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 화… 확신도 없다고 들었네.”
“그렇긴합니다만 확실한 건 열어봐야 압니다. 5할은 고칠 수 있습니다.”
“5… 5할이라… 허허… 내가 예… 예전처럼 소생할 가능성이 5할이면 큰 것이라 봐야겠군. 지… 지금 내 나이를 고려했을 때 말이야.”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저를 믿어주시면 꼭 고쳐드리겠습니다.”
“…….”
이제는 왕빈이 자신에게 말까지 놓으며 친해진 상황.
동현은 그런 왕빈과 함께 있을 때 상행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많은 조언을 구하고 따랐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치니 왕빈 만큼은 자신이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동현은 잠깐의 대화를 통해 왕빈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꼈다.
병세가 심한지 잠시 대화를 하던 왕빈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왕빈을 기다려주는 동현.
왕빈은 그런 동현을 보며 말을 더듬으며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마… 만약에 말일세.”
“……?”
“자… 자네가 내 머리 속을 열고 치료를 한 뒤에도 내… 내 의식이 60일이 넘게 의식이 없거나 또는… 배… 백치가 된다면… 그 때는 나를 살리지 말고 죽이시게.”
“대… 대인어른! 그 무슨 참담한 말씀을?!”
“나는 그…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네. 이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겠다면… 나… 나는 자네의 치료를 받지 않겠네.”
“대인어른…….”
“집사…….”
“예. 주인어른.”
“지… 지금 당장… 지필묵을 가져오게.”
“주인어른…….”
“어… 어서!”
왕빈이 있는 힘을 짜내 소리를 치자 그제야 집사가 잠시 방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의 흐른 후… 집사는 지필묵을 가져와 먹을 갈면서 밑에 종이를 깐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왕빈이 말한다.
“내… 내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도록 하… 하게.”
“예. 주인어른.”
“지금 내가 마… 말하는 것은 내가 소… 소생해서 살아나더라도 그대로 유… 유지되는 내 유언이니 자… 잘 받아 적도록 하게. 혹여 내가 만약… 갑자기 죽게 되면 그 유… 유언장의 내용을 따라야 할 것이야.”
“예. 주인어른. 말씀하십시오.”
“첫째… 내… 내가 죽으면 모든 재산은 여… 여기 동현이에게 내 모든 재산을 야… 양도할 것.”
동현은 그 말에 깜짝 놀란다.
“대… 대인어른! 그 무슨? 전 이미 대인어른의 많은 조언 덕분에 수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상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대인어른의 재산을 탐하겠습니까?”
“나는 펴… 평생을 장사만 한 사람이야. 그래서 혼인도 하지 못했지. 그… 그래서 내가 죽으면 여기 있는 상단 사람들을 누가 책임져 줄 것이며… 지…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고민이었네. 그… 그런데 그 사람이 나타났어. 바로 자네야.”
“저… 저를 무엇 때문에 그리 좋게 보시고…….”
“자… 자네의 총명함과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보았기 때문이네. 그… 그러니 내 부탁을 물리치지 말아주시게.”
“대인어른…….”
“나는 자네를… 아… 아들처럼 생각하네. 이건 진심이야.”
동현은 왕빈의 말에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런 동현을 보며 내용을 적던 집사도 옆에서 말한다.
“저희 주인어른은 항상 제게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고민하셨습니다. 상단을 누가 이끌어 갈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 때 대인어른께서 나타나셨죠. 김 대인을 보시고 주인어른께서 말씀하시길 물려줄 사람을 찾았다며 항상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아… 이건 저만 알고 있는 비밀이니 아직은 외부에 말씀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그러니 대인어른… 제 주인어른의 부탁들 들어주십시오. 저도 오랜 시간 대인어른을 옆에서 지켜본 바… 그 뒤를 충분히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인어른의 상단과 주인어른의 상단과 합쳐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부로 대인어른께서 뜻하신 바를 펼치시는 겁니다.”
“…….”
“주인어른께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을 뜻 있는 곳에 쓴다면 현재 재산이 모두 거덜나도 상관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저희 상단 사람들을 절대 버리지 말라는 부탁을 다음 후계자에게 말 할 것이라며 입버릇처럼 제게 말씀하셨죠.”
“나는 대인어른께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나에게 이토록 큰 은혜를…….”
“그만큼 주인어른께서 대인어른을 믿기 때문입니다.”
집사의 말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대인어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받아들이겠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럼 계속 대인어른의 말씀을 듣도록 하죠.”
집사의 말에 동현은 다음에 이어질 왕빈의 말을 기다렸다.
왕빈은 동현과 집사가 말을 하는 동안 그 말을 모두 들으며 기다렸다가 말이 끝나자 다시 한 번 말을 더듬으며 꺼낸다.
“빠르게 정리가 돼서 다… 다행이구만. 그럼 계속 말하겠네. 두 번째로는… 내 재산은 물론이고 내 미… 밑에 있던 상단이나 같이 상생을 하던 상단을 이제 도… 동현이의 상단으로 모두 이관시키고 넘길 것. 다… 다시 말해서 재산은 물론이고 모든 서류나 일을 하던 모… 모든 것들을 넘기라는 소리다.”
“예. 주인어른. 그렇게 적었습니다.”
“조… 좋아. 그럼 마지막 세 번째… 내… 내가 죽으면 무덤은 필요 없고 바… 바다에 유골을 뿌려줄 것. 괜히 산소를 만들다가 밑에 사람들만 고… 고생시키게 된다. 그리고 죽어서도 저 너… 넓은 바다로 나가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싶구나…….”
왕빈은 이렇게 말을 한 후 잠시 숨을 크게 고른 후 말을 이어간다.
“후우… 내가 말한 세 가지 유언을 내 상단에 있는 상단 사람들은 모두 받들 것이며, 나… 나와 관계된 사람들도 모두 받들도록 한다. 만약 내 유언을 받들지 못하겠다는 사… 상단이 있다면 그 상단은 이제 우리 상단과의 상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과감하게 모두가 함께 하는 상단총회의 사… 상단 명부에서 제외시켜 버릴 것이며 더 이상 돕지 않을 것이다.”
동현은 왕빈의 유언에 더욱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한 상단 모두가 함께하는 상단총회. 이 상단총회라는 것은 왕빈이 주도해서 만든 것으로 자신과 함께 하면 같이 상생을 도모하자는 좋은 뜻에서 만든 것인데, 이 상단총회의 장은 왕빈이 주도해서 만든 만큼 왕빈이 장이었다.
그랬기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반대를 해도 왕빈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
하지만 왕빈은 합리적인 사람이었고 상단을 운영할 때 여러 상단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상단을 꾸려나갔다.
다른 상단 사람들의 의견과 함께 자신의 추진력으로 자신의 상단을 수나라에서 제일 큰 상단으로 키운 왕빈.
그런 그가 이번만큼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으로 독단적인 행동을 하며 강하게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저… 대인어른. 대인어른 답지 않게 독단적으로…….”
“자네에게 힘을 시… 실어주려면 이렇게 해야 해. 이… 이렇게 해도 반발하는 사… 상단 사람들은 분명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너의 몫이다. 동현아.”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내가 만약… 동현이 너의 치료로 살아남는다면… 나는 이 유언장을 사람들을 모두 모아놓고… 바… 발표를 할 것이다.”
“……!”
“죽으면 여기 집사가 내 뜻을 대신 전해 주겠지… 그러니 동현이 너는 그 걱정은 하… 하지 말고 내 말에 따라 주었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동현은 왕빈의 워낙 강력한 의지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동현에게 왕빈이 바로 말한다.
“자… 그럼 바로 시작을 하… 하도록 하게.”
“지금 바로 말입니까?”
“그래. 지금 바로 해주게.”
동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집으로 수술 도구를 챙겨 가지고 오겠다고 말을 하고는 업성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자신의 집으로 향하니 수하들이 잠시 짐을 풀고 정리를 하느라 매우 바쁜 모습을 보였는데 동현은 같이 수술을 한 적이 있는 돌석비를 부른다.
“돌석비!”
“예! 대인어른! 오셨습니까?”
“그래. 급한 일이니 나와 함께 왕 대인어른 집에 가야겠다. 가서 수술을 해야 해서 말이야.”
“음… 알겠습니다.”
“내 방에 수술도구가 있으니 가져오도록 해. 그리고 작은 손도끼와 망치가 있을 거야. 그것도 같이 가져오도록 해.”
“예? 손도끼와 망치를요?”
“응. 오늘 수술에 필요하거든.”
“알겠습니다.”
돌석비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잠시 동현의 방 안으로 들어가 수술도구와 손도끼를 같이 왔고 돌석비가 수술도구와 손도끼와 망치를 챙겨오자 같이 왕빈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럼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게.”
“일단 이 마폐탕을 드시지요.”
동현은 왕빈을 잠시 일으켜 마폐탕을 먹이고는 다시 자리에 눕혔다.
그리고 왕빈이 마취가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돌석비에게 말한다.
“오늘 내가 손도끼와 망치를 가져오라고 한 것은 머리 수술을 해야 하기에 머리를 조금 쪼개야 하기 때문이다.”
“예? 머… 머리를요?”
“그래.”
“하… 하지만 그게 가능합니까?”
“이론대로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수술이지.”
“너무 위험한…….”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왕 대인어른은 그대로 돌아가실 수도 있다.”
“그런…….”
“대인어른께서도 동의를 하셨으니 한 번 해봐야지.”
동현은 예전에 삼국지의 화타가 조조의 머리를 도끼로 쪼개어 수술을 하려던 내용을 떠올렸다.
물론 이 내용은 정사가 아닌 연의에 나오는 내용이었지만 현재 동현이 가진 특기인 의술로도 도끼로 머리를 쪼개어 수술을 하라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
동현은 의술이라는 특기로 인해 현대의 의술과 이 시대의 의술을 모두 습득이 된 상태였는데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도끼로 머리를 쪼갤 수밖에 없다고 하니 도끼를 가져온 것이었다.
그리고 망치도 혹여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을까 하여 추가로 가져온 동현.
“오늘은 매우 위험한 수술이다. 그 때보다도 말이야. 그러니 날 잘 도와야 한다.”
“예… 아… 알겠습니다.”
돌석비는 동현의 신신당부에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